〈 92화 〉 최후의 심판 (1)
* * *
"어디로 갈 거냐고?"
내가 차를 운전하기 시작하며 이보람이 나에게 물었을 때 선택지가 떴다.
[자취방]
[경찰서]
[가까운 술집]
[학교로 되돌아간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주차장에서 차를 운전해 나오며 생각했다.
일단 학교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까운 정도의 거리인 곳에 가서먼저 실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이보람과 같이 사용을 먼저 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기에 경찰서는 바로 갈 이유는 없고, 자취방이나 술집 정도가 적당할 듯했다.
차를 운전해서 학과가 있는 건물 주변을 벗어나게 되면서 나는 자취방에 가서 실 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을 할 것인지, 아니면 술집으로 가서 축하주라도 한 잔을 하면서 치료제를 사용을 할 것인지를 잠깐 고민을 했다.
'아! 맞다.'
대학교 정문 쪽으로 우선 차를 달리며 생각을 잠시 해 본 결과 내가 바로 갈 곳은 자취방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취방에 가면 조용히 이보람하고 같이 실 바이러스 치료제를 쓰기에도 괜찮은 것도 있다.
거기에, 또 내가 이번 회차의 분기점에서 내 방에 데려다 둔 조교 누나 문수경에게도 치료제가 필요할 것 같았다.
메인 히로인 중에서는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는 이보람을 공략하면서 분기점으로 진입을 시작했었을 때, 나는 이전 회차에서처럼처음에조교 누나를 먼저 내 방에 데려다 놓았었다.
우리도 치료제를 쓰면서 조교 누나인문수경 또한 치료를 해 주는 것도 좋을 듯했다.
나는 문수경을 떠올리며 이보람에게 말했다.
"자취방으로 가자."
"자취방? 네 자취방 말하는 거야?"
"어. 가까워서 금방 가기도 좋고, 들어가서 치료제 같이 쓰기도 편할 거야. 그리고, 우리 외에 치료제를 써야 될 사람이 한 명 더 있기도 해."
"응, 그래, 뭐, 네 자취방에서 우리 같이 치료제 써도 좋을 것 같은데, 치료제를 써야 될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건 누구야? 네 이웃 중에 숨겨진 전파자라도 있는 거야?"
"아니, 이웃중에 있는 건 아니고, 내가 잠시 방에 속박……. 아니, 보호시켜 놓은 사람이 있어."
"아~! 그래! 그럼 그 사람도 같이 치료하자."
"너도 아는 사람인데."
"누구?"
차를 타고 잠깐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학과가 있는 건물은 점점 멀어졌다.
백미러를 확인하자 싸이코 교수가 뛰어나온다든지 하는 일은 없어서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내가 치료제를 써야 되는 한 사람이 아는 사람이라고 하자 이보람은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듯한 눈치를 보였고 나는 그런 이보람에게 답을 해 줬다.
"조교 누나야."
"조교 누나면, 수경 언니? 수경 언니가 왜 거기 있어?"
"실 바이러스에 전파된 걸 내가 제일 먼저 알았어. 그래서보호해 둔 거야. 치료제 찾으면 치료해 주기도 하려고.만약에 수경 누나가외부로 먼저알려지게 되면, 바로 격리소로 끌려가서 죽을 때까지 못 나와, 지금은. 내가 치료해 주고, 그 다음에 치료제를 공식적으로도 사용되어질 수 있도록 해야지."
"음~!"
이보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룸미러로 본 이보람의 얼굴은 꽤나 밝아져 있었다.
내가 지금 승리에 다 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것처럼 이보람 또한 마찬가지의 상황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볼 수 있었다.
자취방까지는 금방이었다.
내가 학교에 갈 때 걸어서 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오기는 했는데 대학교 정문을 빠져나온 길을 따라 나와서 차로 오다 보니 중간에알 것 같은 길을 보게 됐다.
그 길로 접어들어서 자취방으로 오다 보니 걸어서도 가까운 자취방까지의 길을 따라 나는 더욱 빠르게 귀환을 할 수가 있었다.
도착을 해서 보니 이제 자취방이 있는 건물의 모습은 익숙했다.
"음, 다 왔어."
내가 자취방이 있는 건물 옆쪽에 차를 대면서 말을 하자 이보람은 차창 밖으로 건물을 훑어봤다.
"여기야?"
"어, 이 건물이야. 자, 그러면 치료제 챙겨 볼까? 일단 그 쪽 열어 봐. 조수석 앞에 수납장."
"응!"
건물을 살피던 이보람은 차를 주차하면서 건넨 나의 말에 건물에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앞에 있는 수납장 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대부분의 차의 조수석 앞쪽의 당겨 열게 되어 있는수납장의 손잡이로 손을 가져갔다.
딸깍
이보람이 수납장을 열자, 거기에는 내가 찾던 것들로 보이는 물건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이보람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인지 수납장을 열어본 뒤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호호호호호! 여기 다 있는데?"
"그러게. 내가 챙길게, 보람아."
내가 수납장 쪽으로 손을 뻗자 이보람은 웃음을 지으며 내가 물건을 꺼내기 쉽게 하기 위해뒤로 몸을 조금 뺐다.
나는 거기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마침 수납장 안에 작은 종이 가방도 있어서 거기에 들어 있는 여러 물건들을 다 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수납장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 향수병들, 그리고 총이었다.
나는 먼저 권총을 들어서 주머니에 꽂았다.
그리고 향수들을 종이가방에 하나씩 옮겨담았다.
향수병들은 일반적인 향수보다 사이즈가 조금 작은 병들로 되어 있었다.
각각의 향수병들은다 액체가 차 있었는데, 향수병 자체가모두다른 색상의 유리로 되어 있었어서 안에 있는 액체의 색을 구분할 수는 없었다.
뭐, 써보면 알 일이었다.
"향수병 다섯 개하고 권총까지, 좋아, 다 챙겼고~, 좌석 시트나, 열어볼 수 있는 데는 다 열어 보자. 나는 트렁크 먼저 볼게."
"알겠어!"
이보람의 대답과 함께 나는 그녀와 조금 더 차 안을 샅샅이 뒤졌다.
시트 쪽이나, 트렁크나, 기어 아래쪽의 수납공간이나, 심지어는 본네트 쪽까지 확인을 꼼꼼하게 더 해 봤다.
더 나오는 건 없었다.
조수석 앞쪽 수납장 안에 들어 있던 향수 다섯 개와 권총, 그것들이 싸이코 교수 차에 있던 모든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차를 다 뒤져본 다음 차문을 열었고, 이보람이 뒷좌석 쪽에서 차 내부에서 찾은 곳을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찾아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 정도면 다 찾아봤네. 이제 들어갈까?"
"응!"
이보람은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차를 다 확인하고 나서 나는 이보람과 같이 차에서 내렸다.
자취방이 있는 건물 옆쪽에 차를 받쳤어서 나는바로 옆이라고 볼 수 있는이보람과 정면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동안 이보람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어깨를 스스로 안마하듯 톡톡 때렸다.
"아~, 오늘 무리했네. 얼른 치료하고, 나 좀 씻고 싶어."
"그래라, 실컷 씻어. 자취방에 욕실도 있으니까."
그 욕실에 문수경 누나를 보호시켜 놨었기 때문에 조금 정리를 해야 될 건 있겠지만 뭐 그렇다고 물이 안 나오는 건 아니니까 이보람이 충분히 바로 씻을 수는 있을 것이었다.
"같이 씻을래? 네 거……. 너무 크고 좋던데."
이보람이 나에게 섹드립을 해 와서 나도 응수했다.
"그래도 되고. 나도 네 젖 빨면서 씻으면 좋을 것 같네."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이보람과 나 둘 다 실 바이러스의 발작이 올라오지는 않는 것 같았다.
섹스를 하면 일시적으로 실 바이러스의 기운이 약해졌다가 시간이 지나가면 더 강하게 올라오는데 그것은 불규칙하게 일어날 뿐만 아니라 거듭될수록 더 강해지고, 그 실 바이러스의 기운이 오면 한 번 섹스했던 사람과는 섹스하고 싶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이성과 섹스가 하고 싶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보람과 내가 이렇게 서로의 보지와 자지를 박고 싶다는 것은 아직은 우리 둘 다실 바이러스의 효과가 다시 올라오기 이전이라는 말과 같았다.
나는 한 손에는 향수병들이 들어 있는 종이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보람의 허리에 손을 두르며 자취방이 있는 건물로 갔다.
이보람과는 섹스 이후에 분명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그녀 또한 나에게 몸을 밀착하며 건물로 진입했다.
자취방이 있는 건물 안으로 우리가들어온 다음에는나는 앞장서서내 방의 문을 열었다.
철컥
향수병이 잔뜩 들어있는 종이가방을 들고 자취방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는나를 기다리고 있을 문수경 누나가 마치 퇴근길에 치킨을 사 올 아빠를 기다리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자취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나, 오래 기다리셨……."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 자취방 안으로 들어가자 자취방은 엄청나게 어질러져 있었다.
내가 문수경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 가둬 뒀던 욕실의 문은 열려 있었고 그녀를 속박하기 위해 썼던 테이프 등이 이리저리 난잡하게 던져져 있었다.
"뭐야, 이거……!"
문수경 누나는 내 자취방을 빠져나간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내가 자취방 내부의 모습을 보며 잠시 당황하고 있자 뒤따라 들어오던 이보람이 나에게 물었다.
"와, 여기 테이프랑, 뭐야, 저건? 혹시, 수경 언니 탈출한 거 아니야?"
"……. 맞는 것 같은데? 씨발,이걸 다 찢고 나가다니, 욕망이 얼마나 강했던 거야?"
근데 내가 이 상황에서 문수경 누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어디로 갔는 지도 알 수 없는데 찾아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나는 일단은 이보람과 나에게 치료제를 써서 회복을 먼저 하기로 하고 이보람에게 말을 했다.
"어쩔 수 없어! 우리끼리라도 치료제 쓰자."
"일단 꺼내 보자!"
나는 이보람과 자취방 가운데로 갔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마주앉아 종이가방에 넣어온다섯 개의 향수병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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