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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91화 (91/96)

〈 91화 〉 협상 (4)

* * *

그는 아직 내가 실 바이러스에 전파되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았지만 이보람이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치료제를 구할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은 대강 눈치채고 있었고, 무기들을 넘겼지만 그는 치료제를 가진 입장으로 여전히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려고 했다.

실 바이러스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것, 그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싸이코 교수는 이제는 완전히 차분해진 톤으로 내게 말했다.

"거래해 보지 않겠나?"

교수가 말을 하고 나서 눈앞에는 선택지가 떴다.

[교수의 손을 잡는다]

[거절하고 싸워서 치료제를 빼앗는다]

[거절하고 치료제를 받아 학교를 떠난다]

이번 선택지는 주어진 시간 동안 약간 고민을 해 봐야 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싸이코 교수와 손을 잡을 일은 없는데, 거절을 했을 경우에 싸이코 교수와 싸울 수가 있고 학교를 떠나는 선택지가있었다.

싸우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일단 무기는 내 손에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전 회차들 중에서 싸이코 교수와 싸웠을 때가 있었을 때에 그게 쉽지 않았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치료제다.

싸워서 치료제를 빼앗고 그를 묶어 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일단 그와 싸워서 이겨야 되고, 그와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했을 때 치료제를 얻기 전이든 얻고 난 이후이든교실들을 돌면서 그를 속박할 아이템을 또 찾아야 된다.

싸워서 이기고 치료제를 바로 빼앗는다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만약 치료제를 얻기 전에 그를 붙잡은 상태에서교실들을 돌게 된다면 실 바이러스의 발작 시간이 다가올 수 있을 뿐더러 싸이코 교수를 속박할 수 있는 것들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잡아두든 데리고 다니든 두 경우가 다 어려울 수 있었다.

나는 그래서 싸이코 교수가 손을 잡자는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그와 싸우는 것보다는 학교를 떠나서 치료제를 쓴 후에 언론 등의 도움을 받아 그를 잡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거절합니다. "

내가 손을 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싸이코 교수가 다시금 나를 설득했다.

"학교 내에 있는 금고에 있다고 해서 돈이 적다고 생각하나? 어마어마한 금액이야. 자네가 평생 벌어도 근처도 못 갈 정도의."

그가 한 번 더 권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학교를 떠날 겁니다. 싸울 생각은 없어요. 얌전히 치료제 내놓으시죠."

나의 말을 들은 싸이코 교수의 표정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싸이코 교수의 입장에서는 그가 제안을 한 것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내가 협상을 하려는 대로 그의 무기를 얻어 적당히 제압한 뒤에 치료제를 얻어 빠져나가려는 것이 잘 진행되어 가고 있었고 말이다.

싸이코 교수는 쓴입맛을 다시고는 내게 말했다.

"……. 차에 있는데. 치료제는."

이번에도 싸이코 수의 말과 함께 선택지가 떠올랐다.

[차키를 받고 차로 간다]

[교수의 옷을 뒤져본다]

[교수와 교수실로 함께 가서 뒤져본다]

나는 녹색의 홀로그램으로 뜬 선택지를 잘 살폈다.

일단 뒤져보는 선택지들이 둘.

그리고 차키를 빼앗는 선택지가 하냐였다.

그는 치료제가 차에 있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싸이코 교수와 같이 교수실로 간다면 내가 직접 치료제를 찾아 봐야 되는데 그러려면 내가 싸이코 수를 압박하는 동안 이보람 혼자 치료제를 찾아야 되고, 시간을 지체하면 실 바이러스로 인한 발작이 일어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전까지의 경험을 생각해 봤을 때, 내 경험상으로는 싸이코 교수와 싸웠을 때나 그가 쓰러졌을 때에 그의 옷을 뒤져봤었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치료제를 찾은 적은 없었다.

굳이 가능성이 있다면 교수실로 가서 뒤져보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것보다는 차로 가는 쪽이 시간의 제약상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된다.

거기까지 계산한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말했다.

"차키 주세요. 치료제뿐만이 아니라 총도 차에 있으시잖아요? 차키를 제가 가져가서 치료제하고 총도 다 제가 가지고 있어야겠네요."

내가 차키를 달라고 하며 총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자 싸이코 교수는 눈을 부릅뜨며 놀람을 표출했다.

"총을 어떻게……! 네놈! 도대체 뭐냐!"

"……. 사람입니다."

"……!"

아무렇게나 대답한 나의 말에 싸이코 교수가 잠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고, 나는 싸이코 교수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키나 주시죠."

싸이코 교수는 다시 한 번 더 분하다는 듯한 얼굴로 차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런……."

­탁

그리고 그는 이번에는 손으로 차키를 강하게 밀어서 내 쪽으로 오게 했다.

­스으윽­.

나는 허리를 숙여 싸이코 교수의 차키를 입수했다.

한 손에는 테이저건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차키를 들고, 나는 이보람 쪽을 돌아보았다.

"차 위치는 알지? 나도 얼핏 본 것 같긴 한데."

"어, 바로 앞이야."

대학교의 주차장은 각 학과 건물의 정면과 후면에 넉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이보람은 싸이코 교수와 함께 상담차 나갔었을 때에 그의 차에 잠시 타기도 했었고 나도 언뜻 본 것도 같아서 차는 바로 찾을 수 있을 거였다.

나는 차키까지 챙긴 뒤에는 교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차키 잘 받았습니다, 교수님. 그럼……."

미소를 짓는 내가 테이저건의 총구를 싸이코 교수 쪽으로 겨냥했다.

탈출하는 선택지를 고르고 교수와 싸우거나 교수실을 뒤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점에는 변함은 없지만, 나는 학교를 빠져나가기 전에교수에게 테이저건을 한 방 먹이고 가는 정도는 하기로 했다.

내가 테이저건을 싸이코 교수에게 조준하자 그의 얼굴이 다시 놀람으로 물들었다.

"네놈……!"

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

"잠깐 쉬다가 가십쇼!"

그리고 격발.

­타악!

테이저건이 싸이코 교수에게 그대로 쏘아졌고, 그는 내가 발사한 테이저건을 맞자마자그대로 쓰러졌다.

"끄어으어앗!"

나는 곧바로 이보람에게 말했다.

"손맛 좋은데? 가자! 이보람!"

내가 싸이코 교수에게 테이저건을 쏘자 이보람도 놀란 듯 잠시 멍해 있다가 나의 손짓에 정신을 차리고는 내 뒤를 따랐다.

"어, 응! 그래!"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하면서 싸이코 교수를 돌아보자 그는 감전된 채 잠시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에엑……!!!"

당분간은 일어나지 못하겠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다.

내가 무기를 가지고 있을 뿐더러 실 바이러스 관련자료도 가지고 있고 거기에 인터넷까지 되고 있으니 싸이코 교수의 입장에서는 나와 손을 잡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그것은 그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면 싸이코 교수에게 남은 선택은?

우리 둘을 한꺼번에 눕힐 수 없고 손을 잡는 것도 안 된다면 이제는 도망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싸이코 교수가 나에게 싸움을 걸어 오지는 않을 거라는 걸 생각은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학교 밖을 빠져나갈 때의 변수를 줄이기 위해 그를 지나칠 때의 혹시 모를 싸움 등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저건으로 싸이코 교수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두고 이보람과 같이 밖으로 나가게 됐다.

복도를 지나면서 나는 이보람과손을 잡고 달렸고,1층 중앙 쪽의 가운데로 접어들어서 학과가 있는 건물 정가운데의 커다란 유리문 앞으로 왔다.

문을 열고 나오자 감회가 남달랐다.

바깥 공기.

어쩌면 다시 마시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보람이 나하고 잡은 손의 반대 손으로 검지를 뻗어싸이코 교수의 차 쪽을 가리켰다.

"상훈아! 교수 차 이쪽이야!"

"어, 그래!"

나는이보람과 같이싸이코 교수의 차 쪽으로 달렸다.

이보람의 손을 잡고 달리며 지나치는 바람이 상쾌했다.

이보람과 함께 건물로 막 들어섰을 때의 게획, 그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빼돌릴 수 있을 줄 알았던 컴퓨터를 빼돌리지 못했고.

대신 USB 세트를 생각해 내서 자료를 빼 내는 데에 성공했다.

또 전혀 생각지 못하게 이보람이 실 바이러스에 전파가 되고, 그녀의 발작을 일정 시간 동안막아주기 위해서 섹스를 했다.

내가 떠올려 낸 인터넷 파일을 그림판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서 교수와의 한 판 승부에서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모두 내 계획 밖이었던.

그래도 그 계획 밖의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던 것에 대해 나는 나 자신이 충분히 고려했었을 때에는 확실히 제대로 된 선택지를 골랐다.

그 결과 나는 메인 히로인인 이보람과 함께 실 바이러스와 관련한 모든자료까지 들고 학교에서 나오게 됐다.

거의 다 왔다 싶었다.

모든 것은 다 갖춰졌다.

이제는 이보람과 내가 실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사용하고, 그리고실 바이러스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한 싸이코 교수를 처단하면 된다.

나는 이보람과 차에 탔다.

내가 운전석에, 이보람이 조수석에 탑승했다.

나는 시동을 걸며 옆을 보고 이보람에게 말했다.

"후, 됐다! 일단 여기서 좀 벗어나자! 여기서 차 안에 있다가 교수가 또 무슨 미친 짓을 할 지 모르니까, 근처에서 조금 벗어나서 치료제도 쓰고 하자고!"

이보람은 웃으며 한 손을 쭉 뻗어 올렸다.

"가자~!"

차를 출발하자 이제는 나도 내 자신의 마음에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채로 손을 내뻗는 이보람의 모습을 보며귀엽다고 생각했다.

나는 차를 몰아서 일단 주차장에서 나와서 교내에서 다닐 수 있는 길 쪽으로 갔다.

­차라락­.

차 바퀴가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조수석에 앉은 이보람이 나를 보며물었다.

"상훈아, 근데, 어디로 갈 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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