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협상 (2)
* * *
철컥
동아리방에서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나의 뒤로 이보람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따라나왔다.
나는 동아리방에서 나오며이보람을 돌아보았다.
"이 협상은 우리가 둘이어서 가능한 거야. 이보람 너도 역할 잘 해 줘야 돼."
싸이코 교수의 테이저건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싸이코 교수를 만나서 협상을 할 때에 인터넷이 되는 척을 할 건데, 그 때 싸이코 교수가 테이저건을쏘려고 했을 때에 우리가 둘 다 인터넷이 되는 척을 해서 손가락 하나만 까딱이면 되는 것처럼 보인다면 한 번에 두 발을 쏠 수가 없는 싸이코 교수의 패배가 된다.
이전 회차들의경험으로 봤을 때 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기는 한데 총이라고 해도 한 번에 두 명에게 쏠 수 없는 것은 같다.
동아리방에서 나오기 전에 작전회의는 마쳤고,내가 역할을 잘 해 줘야 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이보람이 조용하게 대답했다.
"알겠어……!"
이보람은 아직도 좀 긴장을 한 얼굴로 나를 봤다.
은신처라고 볼 수 있는 동아리방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었다.
동아리방에서 나오기 전에 이보람한테 물어본 결과로는 학교 건물의 1층의 왼쪽으로 도망을 쳤기 때문에 이보람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동아리방이 있었지, 그렇지 않고 1층의오른쪽으로 갔었다면 아마도 열려 있는 동아리방이 있었고 거기에 이보람을 먼저 넣어 놓고 자물쇠를 채운 다음에 내가 창문으로 다시 돌아들어가든지 했어야 됐을 것 같았다.
탁
나는 이보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긴장 좀 풀고, 이보람. 웬일이야?"
"티나냐?"
"어."
"아, 알았어~, 내 걱정은 말고 너나 잘해."
"음, 나도 잘 해야지."
나는 이보람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다시 정면을 응시하고 좌우를 살폈다.
이보람이 잘 할 지 조금 걱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사실 충분히 잘 할 것으로 생각이 되기도 했다.
내가 이보람과 함께 싸이코 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녀는 충분히 잘 했었다.
싸이코 교수는 원래 나를 먼저 상담을 해서 집으로 보내고 그 다음에 혼자 남은 이보람과 상담을 진행하고 그녀를 실 바이러스에 전파시키려고 했었다.
그 때 나도 뒤쪽에 상담을 받겠다고 싸이코 교수를 설득을 했었지만 이보람이 좀 더 싸이코 교수에게 더 잘 어필을 했고 결국 우리의 작전대로 이보람이 싸이코 교수와 먼저 상담을 하러 갈 수 있게 됐었다.
그 이후로는 이보람은 먼저 상담을 받으러 가게 되었음에도 실 바이러스에 전파가 되기도 했고 나도 컴퓨터 자체를 빼돌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보람을 섹스를 통해 실 바이러스의 효과를 일시적으로 막아 놓고 교수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동아리방에서 나오자 선택지가 떴다.
[교수를 부른다]
[교수를 찾아다닌다]
[교수의 눈을 피해 밖으로 나간다]
[다른 곳에 숨는다]
우선 3, 4번은 제외다.
밖으로 나가서 도망치는 것은 자동차보다 더 빨리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이전부터 제외했던 방법이었고, 다른 곳에 다시 숨을 거면 굳이 나오지 않았다.
교수를 부르거나 찾아다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는 그 중에서 부르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불러 보는 게 낫겠다."
"교수님을?"
"밤이라 조용하기도 하고, 건물 안에 있으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움직이거나 도망치려고 할 때 잡으려고 한다면 층수가 좀 있는 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을 텐데, 그러는 동안에 목소리를 들을 수있을 거야."
"아하~!"
나의 말에 이보람이 조금 감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뭐 그럴 것 까지야.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크흠, 그래, 자 그럼!"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목을 고르고 본격적으로 싸이코 교수를 불러 보기로 했다.
"교수님!"
밤의 학교에서 내가 소리를 치는 것에 의해 목소리가 울리는 것의 효과는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았다.
내 목소리는 아주 쩌렁쩌렁하게 학교 안을 울렸고, 나는 연속해서 싸이코 교수를 불렀다.
"교수니임~! 1층에 있으니까 오세요~!"
내 옆에서는 이보람이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면서 나의 상의의 옷깃을 살짝 잡고는 서 있었다.
나는 싸이코 교수를 몇 차례더 불렀다.
아마 그에게도 생각이 있을 것이다.
오라고 한다고 바로 오지는 않겠지만, 조금 생각을 해 보고 그 또한 내가 소리를 지르는 쪽으로 접근을 해 오기는 할 것이었다.
선택지도 그를 부르는 선택지가 있었고 말이다.
"교수니임~! 1층에 있어요! 이야기 좀 해요! 교수님!"
내가 그렇게 몇 번을 더 부르자, 조금 뒤에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멀리서 들리는 발소리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 싸이코 교수의 발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선택지가 떴다.
[숨어 있다 기습한다]
[마중나간다]
[거리를 둔다]
선택지를 확인해 보니 거리를 두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았다.
기습을 하는 것이 통하기는 어렵다.
마중을 나가면 서로가 더 경계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일단 내가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 물리적인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선택지 중에서는 내가 봤을 때에는세 번째가 가장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교수가 중앙 계단 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소리를 들으며 1층의 복도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중앙 계단 쪽에서 복도 쪽으로 돌았을 때 거리가 조금 있을 정도를 유지하며 복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적당한 정도로 자리를 잡은 뒤에는 나는 이보람의 앞쪽으로 팔을 뻗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여기서 기다리자."
"응? 어."
이보람은 내가 먼저 멈춘 이후에 그렇게 자연스레 내 옆쪽에 멈춰 서게 됐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곧 중앙 계단으로 내려온 싸이코 교수가 복도 쪽으로 돌아 모습을 드러냈다.
탁……. 탁…….
그의 발걸음이 이어지다 멈췄다.
그리고 그는 우리를 바라보았다.
"……."
싸이코 교수의 얼굴에는 잔뜩 짜증이 일어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래 그가 계획했던 오늘 밤은 아마도 자신의 자지로 이보람의 보지에 잔뜩 박는 것을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그런데그의 계획이 무산됐다.
오히려 자료를 탈취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컴퓨터에서 이동된 자료는 고스란히 내가 가지고 있는 USB 안에 있었다.
싸이코 교수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내게 말했다.
"뭘 하자고……? 지금, 이야기를 하자고 나를 부른 거냐?"
분노를 억누르듯 싸이코 교수의 목소리는 한껏 톤이내려가 있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그에게 말을 붙였다.
"오셨어요? 저희는 잘 쉬다 나왔는데. 교수님은 저희 학교에서 나가지 않나, 어디로 이동하지 않나, 쭉 확인하고 있으시랴 힘드셨겠어요."
"……."
싸이코 교수는 나의 말을 들으면서 잠시 대답하지 않은 채 오른손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나는 그가입고 있는 옷의 상의 안쪽에 넣어둔 무기를 꺼내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는 이내 예상대로 테이저건을 꺼내 나에게 겨누었다.
"뭘 믿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기고만장해 있는 것도 거기까지다."
그리고 눈앞에 선택지가 떴다.
[인터넷을 언급한다]
[달려가서 선제공격을 한다]
[자료와 함께 이보람을 넘기고 탈출한다]
선택지가 뜬 직후에는 시간제한의 모래시계가 흘러갔다.
공격적인 선택지는 지금은 어렵다.
그렇다고 자료와 함께메인 히로인인 이보람을 넘기고 탈출하는 것은 더 어이가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미 인터넷이 되는 것처럼 하는 것을 활용해 교수와 협상할 것에 대해 이미 준비를 마친 상황이기도 했다.
나는 그래서 그에게 인터넷을 언급하는 선택지를 고르기로 하고는,내게 테이저건을 당장이라도 격발할 것 같아 보이는싸이코 교수에게 말을 했다.
"화가 많이 나 보이시는데, 진정하시고요, 제가 지금 그 이상한 방해 전파 장치를 뚫고 인터넷을 연결했거든요?"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그렇게 말을 하며 폰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보시면, 예약 업로드를 해 놨어요. 교수님이 저 찾으러 다니시다가 컴퓨터 확인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교수님 컴퓨터에 있던 실 바이러스 관련 자료 제가 다 백업해서 가지고 있거든요? 그 자료들 중 일부를 인터넷의 사람 많은 사이트에예약 업로드를 걸어둔 거에요. 만약에 교수님께서 저희를 건드리시면, 그대로 이 예약 업로드의 글과 자료가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알려지게 되겠죠?그렇게 되기를 원하시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싸이코 교수는 별안간 놀라며 소리쳤다.
"뭐! 인터넷! 아니……! 인터넷이 될 리가 없는데!"
걸려들었다.
나는 싸이코 교수가 그렇게 당황해 있는 차에 나는 옆을 돌아보며 나를 따라온 이보람에게도 말을 했다.
"이보람, 너도 보여 드려."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이보람도 휴대폰을 들어올렸고 그녀는 들고 있는 휴대폰의 화면을 싸이코 교수 쪽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짠~!"
내 폰의인터넷 화면이나 이보람의 폰의 인터넷 화면이나 둘 다 나의 그림판 신공으로 마치인터넷 화면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만약 글자까지 읽을 수도 있을 것을 대비해서 내용 또한 실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을 정말로 예약 업로드를 대기해 두고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휴대폰 화면을 싸이코 교수 쪽으로 보여주는 채로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저벅, 저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