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은신 중의 섹스 (5)
* * *
기다리던 선택지였다.
이보람과 단 둘이 숨어 있는 상황에서 전혀 예기치 않게 이보람이 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상황에서 나는 선택지를 확인하고 나서 판단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선택지가 나온 것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섹스한다]
[섹스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떠 있는 선택지를 보며 조금 더 생각을 해 봤다.
'일단은 선택지 상으로는 섹스를 한다, 섹스를 하지 않는다로 갈린다 이거지.'
선택지 등장 이후의 시간제한 모래시계 같은 경우 이번에는 시간이 충분한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의 선지에 관해 좀 더고려를 해 볼 수가 있었다.
'해야 될 이유도 있고, 하면 리스크가 있기도 한데……!'
우선 섹스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에는 방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이보람을 묶어 놓거나 해야 된다.
그러면 그녀가 증세가 더 발현이 돼서 섹스를 하려고 뛰쳐나가게 되기 전까지 나는 이보람을 속박할 아이템을 찾아서 돌아와야 될 것이다. 무기들을 들고 있는 싸이코 교수하고 술래잡기를 하면서.
제한시간 안에 속박 도구들을 찾아와서 이보람을 묶어 놓고 다음날이 돼서 사람들이 학교에 많이 와서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 클리어.
그런데 싸이코 교수와의 술래잡기는 이전에 내가 잘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한 번 더 내가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거기다가 이전에는 그냥 도망만 치면 됐는데, 이번에는 이보람을 속박할 만한 테이프나 케이블 타이 같은 아이템을 찾아서 학교 내부를 여기저기 뒤지면서 다녀야 되기 때문에 훨씬 더 불리하다.
시간 제한까지 있고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섹스했을 때.
내가 이보람과 섹스를 하게 되면 일단 이보람에게 실 바이러스가 전파가 돼서 나까지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된다.
그런데 지금으로 봤을 때는 이게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단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됐을 때, 섹스를 하면 그래도 일정 시간 동안은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가라앉게 된다.
일정 시간 동안은 둘 다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섹스를 하게 되면 나는 언제 동아리방에서 뛰쳐나가 섹스를 하려고 할 이보람을 막지 않아도 되고, 싸이코 교수의 눈을 피해 학교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그런 장점은 있지만, 그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둘 다 섹스에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불리해진다.
결론적으로는 섹스를 하지 않으면 너무 어려워지고, 섹스를 하고 난 뒤에 실 바이러스의 기운이 크게 퍼지기 전에 무슨 방법을 쓰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런데, 무슨 방법을……?
섹스를 하는 선택을 할 지 섹스를 하지 않는 선택지를 고를 지 고민하던 나는 불현듯 완벽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인터넷……!'
답은 인터넷이었다.
지금 무슨 방해 전파니 뭐니 하면서 통신이 막혀 버렸는데, 통화와 인터넷이 모두 막힌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이 된다면?
아니, 인터넷이 되는 척을 해서 싸이코 교수를 위협한다면?
그러면 나는 싸이코 교수와 협상 테이블에 설 만 한 물건 하나를 쥐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폰으로도 인터넷 화면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 수도 있기는 한데, 일단 이 동아리방 구석에 있는 컴퓨터를 쓰면 그림판 등의 기능으로 더 그럴싸한 화면을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내가 습득했던 아이템인 USB의 경우 그냥 USB가 아니라 USB 세트다.
OTG 젠더도 포함이 돼 있는 것이다.
그걸 쓰면 USB와 컴퓨터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휴대폰과 컴퓨터까지도 연결이 가능하다.
'내가 인터넷이 되는 척 하는 걸 가지고 싸이코 교수가 협상을 해 줄 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써는 이게 최선이다! 어디 있는 지도 모를 물건들을 찾아다니며 학교를 뒤지고 다니는 건 지금으로는자살 행위다!'
답을 찾았다.
그 답을 나오게 한 건, USB 세트와 컴퓨터, 그리고 섹스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선택지들을 종합한 것이었다.
나는 그 답대로 일단 섹스를 해서 이보람을 진정시킨 다음, 나하고 이보람 모두가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된 채로 다음 발작까지의 시간을 벌고,교수를 직면해서 그를 인터넷이 되는 척으로 회유하고, 그리고이곳을 나가는 것이다.
섹스를 하지 않고도 교수를 협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이보람이 언제 발작을 강하게 일으켜서 내 통제를 벗어날 지 모른다. 내가 섹스를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싸이코 교수를 만나면 최악의 경우싸이코 교수가 섹스를 해 준다고 할 경우 그 쪽으로 붙어 버리면서 내 뒤를 치거나 내 계획을 발설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내린 현재로서의 최적의 방법은 이보람과 섹스를 하고 인터넷이 되는 것처럼 컴퓨터로 작업을 쳐둔 다음 밖으로 나가서 싸이코 교수를 만나는 것이었다.
'교수는 지금쯤 어디선가 밖을 보면서 우리가 나가는 지를 확인하고 있겠지. 열심히 보고 있어라. 일단 섹스하고, 우리 발로 나가 주마.'
나는 결심하고 나서 이보람을 불렀다.
"야, 이보람."
"어?"
섹스를 하기 전에 하나 정리해 둘 게 있었다.
나는 이보람을 보고 말했다.
"그럼 먼저 사과해."
"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잊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너한테 당연히 동기로……!"
그냥 동기로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보람은 나를 아래로 대했다.
"그래. 너는 나를 동기로 대했지. 근데 약간 뭐랄까, 네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 섹스도 마찬가지고."
나는 이보람에게 말을 이었다.
"할 수 있고 없고를 원래는 네가 정했지. 근데 지금은 아니야. 내가 정해."
만약 이보람이 나한테 섹스를 하자고 하는 게 아닌, 그와 반대로 내가 이보람한테 섹스를 하자고 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어려웠을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이전까지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충분히 볼 수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떠올리며 이보람에게 말했다.
"원래 같으면 내가 섹스를하자고 했어도 너는 안 했겠지. 그런데 여기서 네 마음대로 하시겠다? 흠, 그래 뭐, 내가 좀 자비로우니까……. 한 번 생각은 해 볼게. 네가 하는 거 봐서, 해 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내가 이보람에게 말을 하자 이보람이 눈을 내리깔며 나에게 말했다.
"미, 미안해."
"그걸로는 좀 부족한데? 좀 제대로 해 봐, 사과를 할 거면."
내가 다시 이야기를 하자 이보람이 고개를 홱 들며 소리쳤다.
"미친놈아!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
나는 웃으며 이보람에게 말했다.
"흠, 좀 버릇이 없는데?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안 해야겠다. 너무 성의가 없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두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이보람도 소파에서 일어나서는 나를 따라왔다.
"아, 알겠어! 제대로 사과할게!"
그녀가 나를 붙잡았고, 나는 돌아보며 말했다.
"그럴래? 아, 나로서는 이보람너로 인해서 실 바이러스에 전파까지 되면서까지 섹스해 주는 건데, 네 성의를 다 보여 봐."
"미, 미안해. 정말로."
"공간도 있는데, 무릎 꿇고 사과하면 더 진정성이 느껴질 것 같은데?"
이보람은 이번에는 방금 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나의 말에 따라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미안……! 내가 그동안 너를 너무 남자로 보지 않았어. 그래서 미안해. 지금은 너하고 하고 싶어. 부탁할게! 나하고 섹스 해 줘……!"
이보람이 무릎을 꿇은 채 그렇게 간곡하게 나에게 섹스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나는 마음이 풀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나는 나에게 나름 진심어린 사과를 한 이보람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나는 이보람과 마주서게 되고는 그녀를 향해 말을 했다.
"그럼 벗어 볼까?"
나의 말에 이보람은 주저없이 자신의 옷을 벗어 나갔다.
처음부터 이보람 쪽에서 먼저 나에게 섹스를 하자고 하고 있었어서 옷을 벗는 것에서 또한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는 블라우스를 벗고, 그리고 치마도 벗어 내렸다.
방음이 잘 되어 더욱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은 고요한 방 안에서 잠시옷을 벗는 소리만이 있었다.
불을 끄고 있었지만 이보람의 벗어가는 모습은 어둠에 적응된 눈으로 잘 볼 수 있었다.
나는 나도 천천히 옷을 벗으면서 이보람이 옷을 벗는 것을 보았다.
이보람은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이 되어서는 구두를 벗고, 그리고 양말도 벗었다.
그래서 그녀는 속옷만 입은 채맨발로 동아리방 안에 서게 됐다.
이보람이 속옷만 입게 되었을 때에는 나는 이미 옷을 모두 벗은 후였다.
이보람은 섹스가 하고 싶다고 했던 것답게 속옷 차림의 상태에서 그렇게 지체하지 않고 바로 나머지 옷을 벗어갔다.
그녀는 먼저 브래지어를 벗어서 다른 옷들과 함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팬티를 벗었다.
이보람이 상체를 약간 숙이고매끈한 다리를 한 쪽씩 뒤쪽으로들며 팬티를 벗었고, 팬티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다음 그녀 또한 완전한 나신이 되었다.
나는 그런 이보람에게 다가갔다.
"박아 줄까?"
이보람이 한 손으로 입을 살포시 가리며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고 싶어……!"
이보람과 나신으로 마주서게 되고,나는 그녀의 몸이 빨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