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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83화 (83/96)

〈 83화 〉 은신 중의 섹스 (3)

* * *

이보람이 자신은 숨을 테니까나한테 혼자서 시간을 끌어보라고 하자, 내 눈앞에는 여지없이 선택지가 녹색 홀로그램 글씨로 떠올랐다.

[이보람의 말대로 혼자 교수를 따돌리고 돌아온다]

[함께 도망친다]

[함께 숨는다]

선택지가 뜨기 전에 나는 이미 이보람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혼자서 교수를 따돌리고 돌아오는것이 가장 효과적이어서였다.

이보람은 더이상 함께 도망칠 체력이 없는 상황에서 함께 숨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될 것이다.

나는 그래서 주저없이 선택지를 고르기로 하고는 이보람에게 말했다.

"빨리 숨어. 내가 도망치면서 교수를 따돌리고 다시 올 테니까."

내가 일으켜 세운 이보람의 귓가에 속삭이자 이보람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여전히 힘겨운 몸짓으로 동아리방의 문 쪽으로 다가갔다.

이보람이 다가간 동아리방의 입구는 1층 맨 왼쪽의 비상계단과 가까이에 있었다.

이보람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동아리방 문의 자물쇠를 열었다.

­찰칵…….

비밀번호를 누른 자물쇠를 들고 최대한 조용하게 문을 연 이보람은 동아리방으로 쏙 들어가서 나를 보았다.

"……."

나는 이보람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간만에 조용하게 나를 바라보는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녀올게."

평소에 제멋대로 막가는 성격의 이보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까 메인 히로인들 중 하나답게 상당히 예쁘……. 긴 한데, 그녀의 얼굴을 더 감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탁탁탁탁탁탁탁!

계단을 누군가 타고 내려오는소리가 멀리서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다름아닌 중앙계단 쪽이었다.

싸이코 교수가 2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려오는 것 같은 소리가 멀찍이 중앙계단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나는 나의 도주가 이제 다시 시작될 것을 알았다.

교수는 잠깐 쉬었다가 1층의 비상계단 쪽에서 2층으로 올라가서는 2층의복도를 지난 다음 계단을 타고 다시 1층으로내려오는 듯했다.

나는 이보람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들어가, 빨리!"

이보람을 동아리방 안으로 들어가게 한 다음 나는 비상계단의 철문 쪽으로 바짝 붙었다.

이보람은 바로 동아리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철문을 열었다.

­철컥!

중앙계단을 내려온 싸이코 교수는 중앙계단 쪽에서 1층 복도로 접어드는 곳에서 소리쳤다.

싸이코 교수는 멀리서 내게 소리쳤다.

"너 이 새끼!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밤 시간의 학교.

인적이 없는 1층의 복도에 싸이코 교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왼쪽 사이드 끝의 비상계단 철문을 열고는 중앙 쪽 끝의 싸이코 교수를 마주했다.

거리는 꽤 됐다.

서로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지만 복도를 사이에 길게 두고 있어서 테이저건의 사정거리는 벗어난다.

나는 싸이코 교수를 혼자서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철문 밖에 누가 있는 것처럼 소리쳤다.

"먼저 가! 나도 따라갈게!"

그렇게 외친 다음, 나는 이번에는싸이코 교수를 도발하기 위해 복도 너머에 들리도록소리를 쳤다.

"교수님! 그렇게 해서 오늘 안에 잡을 수 있겠어요? 빨리 튀어 와요! 하하하하하하하!"

싸이코 교수는 나의 도발에 잔뜩 화가 난 듯 곧바로 달려왔다.

"이 죽일 놈이!"

중앙계단 쪽에서부터 뛰어오는 싸이코 교수를 완전히 따돌리기 위해 나는 비상계단의 1층에서 다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탁탁탁탁탁!

싸이코 교수가 멀리서부터 전력으로달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 속도에 가까워질세라 비상계단을 통해 2층으로순식간에 올라갔다.

싸이코 교수도 그렇겠지만 나 또한 조금 휴식을 취한 덕에 체력이 약간 회복됐다.

­탁! 탁! 탁! 탁!

성큼성큼 계단을 뛰어올라가서 2층에 다 올라갈 때 즈음 선택지가 떴다.

[2층 복도로 간다]

[3층으로 올라간다]

2층에서 복도로 들어가 볼까?

나는 첫 선택지를 선택하기 위해 2층 복도로 향하는 철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찰칵, 찰칵!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어……?'

나는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2층 비상계단 쪽에서 복도로 진입하는 철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 2층의 문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3층, 4층까지 다 문이 잠겨 있다면?

내가 이보람을 숨기는 동안 싸이코 교수가 만약에 비상계단의 2, 3, 4층의 문을 다 잠근 것이고,바깥쪽에서 나를 몰이사냥 하듯 밑에서 위로 쫓아온다고 하면?

옥상인 5층은 비상계단의 유무를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만약 싸이코 교수가 그런 식으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몰아가는지능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그러면, 내가 붙잡히는 것은 이제 곧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2층의 문을 열어보고는 열리지 않자 재빨리 3층으로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었다.

­철컥!

켱쾌한 소리와 함께 비상계단 쪽에서 복도로 들어가는3층의 문은 열렸다.

3층의 철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정말 마음속으로 크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상계단 쪽에서 위쪽으로 몰려서 갇힐 뻔 했다……! 휴! 좆될 뻔 했네! 빨리 도망치자!'

싸이코 교수는 자신이 돌아올 때 2층을 지나오면서 2층만 달려오는 길에 잠근 것 같았다.

다행히 3층까지는 그의 손이 뻗치지 않았다.

나는 3층의 복도를 가로질러 도망쳤다.

­탁탁탁탁탁탁탁탁!

나는 복도를 가로질러 달린 뒤에 중앙계단 앞쪽까지 와서 잠깐 쉬었다.

"후우……! 후우……!"

싸이코 교수는 그 때에서야 3층의 비상계단 쪽에서 복도에 접어드는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새끼!!!"

소리를 지르면서도 싸이코 교수도 힘들어 보였다.

나도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싸이코 교수가 나를 잡지 못하고 멀리서 분을 못 이겨 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재미있기도 했다.

나는 싸이코 교수를 더 도발했다.

"교~수~니임~!!! 줜~나~느~려~!!!"

내가 소리를 지르자 싸이코 교수는괴성을 지르면서다시 나를 추격해 왔다.

"으아아아아아악!"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서 도망치면서 허세를 조금 섞으며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잡아 보시든가요!"

이후로 한참 더 싸이코 교수와 추격전이 있었다.

3층의 왼쪽 복도에서 중앙을 지나2층의 왼쪽 복도를 달려서 비상계단 쪽으로.

그리고 2층의 잠긴 문을 푼다.

그리고 더 달린다.

싸이코 교수에게서 도망치면서, 나는 마냥 도망치는 듯이 달렸지만 사실 머릿속에 생각을 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잠겨지는 곳이 있으면 열면서 도망친다……!'

싸이코 교수는 자신이 지나는 곳은 안쪽으로 들어올 떄 들어오고 나서문을 잠그고 나를 추격했다.

그러면 나는 그 층을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그 층에서는 안으로 들어와서 나가면서 안쪽에서 문을 열고 나간다.

그렇게 해서 싸이코 교수가 문을 잠그고 나를 쫓아다니는 동안 내가 문을 열고 도망을 다니자,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싸이코 교수는 포기를 했는지 더이상 문을 잠그지 않았다.

그리고 의외로 싸이코 교수는 끝까지 나를 달리기로 따라오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특정한 층에서 대기를 하면서 기습을 하려고 한다면 내가 더 도망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싸이코 교수는 나를 바로 잡아서 족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지 기습을 하지 않고 끝까지 뒤를 따르며 추격을 해 왔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느 순간 싸이코 교수를 따돌릴 수 있었다.

'헉……! 헉……! 헉……! 헉……!'

숨이 가득 차올랐지만 싸이코 교수를 애써 따돌린 이후였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숨소리를 나지 않게 하면서 걸었다.

최대한 사뿐사뿐 걸으면서 신발의 소리도 감추려고 했다.

싸이코 교수를 꽤나 멀리 따돌려 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가 들을 수는 없을 정도의 소리를 내면서 가는 정도는 됐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1층의 동아리방이었다.

이보람이 기다리고 있는.

[동아리방에 들어가 숨는다]

[더 도망친다]

선택지가 떴고, 나는 숨는 선택을 하기 위해 되돌아온 동아리방의문을 최대한 조심스레열었다.

­끼익…….

싸이코 교수를 따돌린 뒤라 이제는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동아리방 안에 숨는 것이 좋을 거였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오니 아무도 없었다.

나를 맞이하는 것은 작은동아리방 내부의 풍경.

중앙동아리의 경우에 동아리방이 제법 큰 경우도 많지만, 이런 학과가 있는 건물에 어쩌다 하나씩 존재하는 동아리방의 경우에는 대학가 자취방만큼이나 작은 곳들도 많았다.

이 동아리방 또한 그런 작은 곳이었다.

나는 동아리방에 슬쩍 들어온 뒤에 주위를 살폈다.

'어? 이보람,설마 어디 나갔…….'

문을 다시 천천히 닫다가, 나는 문 뒤에 숨을 죽이고 숨어 있던 이보람을 발견했다.

"아, 깜짝이야!"

"누가 할 소린데!"

이보람은 목소리를 낮추며 나에게 자신의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빨리 잠가!"

"아, 알겠어!"

문을 닫고 안에서 문을 잠근 뒤에, 나는 이보람과 같이 동아리방의 테이블 뒤쪽에 있는 소파로 다가가며 말했다.

"어둡네."

"곧 눈이 적응될 거야."

이 동아리방은 다른 강의실과 달리 바깥에서 안쪽을 볼 수 있게 된 구조가 아니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를 대비하기 위해형광등은 켜지 않기로 했다.

"여긴 안전하겠지?"

내가 묻자 옆의 이보람이 대답했다.

"응!"

내가 소파에 앉았고 이보람 또한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기, 이래 봬도 동아리에서 악기도 하는 곳이야. 방음도 잘 돼."

"그래? 휴~!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은신처가 생겨서 내가 안도감을 느낄 때에는 옆에 앉은 이보람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진짜 잘 했어, 상훈이 네 덕분에 우리 둘 다 살았어!"

맞는 말이었다.

나는 웃었고, 이보람도 나를 따라 웃었다.

"하하하하하!"

"호호호호!"

오래 뛰다 걷다 했더니 호흡은 쉽게 고르게 되지가 않았다.

"으아~. 숨 좀 돌리자."

"물도 좀 마셔."

이보람은 이 동아리방에 나름 익숙한지 내게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새 생수도 건네 주었다.

나는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고는 말했다.

"땀 냄새 많이 안 나냐?"

"괜찮아."

이보람이 나의 말에 대답하고는 내게 말했다.

"경찰에는 연락이 안 돼, 이 대학교에, 뭔가 전파를 막는 장치라도 있나 봐!"

"방해전파 장치인가보네. 하긴, 이대로 바로 경찰이 출동해 와서 끝나 버리면 너무 쉽겠지."

그리고 이전 회차들의 경험들 중에서 나하고 싸이코 교수가 필사의 싸움을 했었을 때 나만 격리소로 데려가진 적도 있었다.

이번에도 경찰이 출동을 한다고 해도 교수의 편에 서서 나를 잡아가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내일까지 버티는 것이 나을 거였다.

나는 물병의 물을 절반 이상 마시고는 테이블에 물병을 내려놓고이보람에게 말했다.

"내일이면 학교에 사람들이 올 거야. 우리는 이대로 문을 잠가 놓고 버티면 돼."

"우리가 이긴 거지?"

"그렇지."

계획은 잡혔고, 나는 이보람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근데, 교수는 갑자기 왜 그렇게 널 쫓아왔던 거야?"

"실은~."

이보람이 옆에서 말을 했다.

"시간을 끌려고 교수하고 같이 1층의 바깥으로 나갔었어."

"어."

이보람은 그녀의 말을 이었다.

"근데 거기서 잠깐 교수 차에 탔거든? 편하게 차에 잠깐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다시 들어가자고 해서. 나도 알겠다고 했어. 앉아서 이야기하면 더 시간 끌기 좋을 것 같았거든."

"아아."

"근데……. 거기서 이야기하다가 중간에 너한테 메시지를 보내다가 걸렸어. 하필이면, 컴퓨터 잘 빼 냈냐고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 거였냐.

아, 잘하면 싸이코 교수와 이런 숨막히는 추격전을 겪지 않고도 탈출이 가능했는데, 알고 보니 이보람이 나한테 보내는 문자가 싸이코 교수한테 걸려서 이런 일이 일어났던 거였다.

하지만 이보람에게 딱히 뭐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내가 컴퓨터의 자료를 엄청나게 빨리 빼 내 갔더라면 이보람이 싸이코 교수에게 우리의 계획을 걸릴 일도없었을 텐데, 여기에는 나에게도 원인이 일부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더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는 이유를 알아낸 것으로만 만족을 했다.

"아, 그래서 교수가 그렇게 죽일 듯이 쫓아왔구나, 우리가 컴퓨터를 빼 내려고 한 건지 눈치채서."

"그런 거지!"

이보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좀 하다 보니 이보람의 말대로 내 눈은 어둠에 적응이 됐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이보람이 내게 말했다.

"저, 근데, 상훈아."

"어."

"나……. 왜 그런 지는 모르겠는데……."

"음?"

이보람은 조금 주저하면서도 내게 뭔가 말을 하고 싶어했다.

그러다가 이보람은 앉아 있는 나의 허벅지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지금 너하고……. 섹스하고 싶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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