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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82화 (82/96)

〈 82화 〉 은신 중의 섹스 (2)

* * *

체력이 많이 소모됐다.

중앙 현관부터 4층까지 전력으로 뛰어올라갔고, 복도를 지나 사이드 쪽의 비상계단으로 미친듯이 도망쳐 왔다.

천천히 온 거면 몰라도 급하게 달려온 거라서 숨이 찼다.

그리고 숨이 차는 것은 나보다 이보람이 더 심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보람의 손을 잡고 반강제로 뛴 것이기도 했다.

싸이코 교수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이었다.

"이보람!!!"

"?"

내가 이보람을 부르자 전력질주로 인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자세를 낮춘 이보람이 헐떡이며 내 쪽을 올려보았다.

나는 그런 이보람에게 외쳤다.

"안으로!!!"

안으로.

그게 내 선택지였다.

바깥으로 빠져나간다고 해도 이보람과 함께 달리는 것으로 승용차를 타고 쫓아오며 공격을 해 올 싸이코 교수를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잠깐의 시간에 머리를 꽤 굴려 봤지만, 결론적으로 지금으로써 바깥으로 나가는 게 아닌 1층 안쪽으로 들어서서 시간을 버는 선택 외에 다른 답을 내기란 어려웠다.

­철컥!

1층 안으로 들어서는 선택지를 고르기로 결심하자마자 쫓기던 차라 급하게 1층 비상계단으로부터 복도로 접어드는 문부터 열었다.

"들어가자!"

문늘 열고 나는 이보람을 먼저 1층의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나도 뒤를 따라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러한 행동을 마치니 선택지가 떴다.

[문을 잠근다]

[문을 그대로 둔다]

이 선택지에서 말하는 잠그거나 그대로 두거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물론 1층 비상계단에서 1층 복도로 접어드는 문일 것이었다.

"당연히 잠그지, 씨발!"

문을 잠글 수 있다는 것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올 때의 큰 이점이기도 했다.

나는 들어오는 쪽이어서 문을 잠글 수 있다.

비상계단을 기준으로 바깥으로 빠져나간다고 했을 때에는 학교 건물에서 나가는 쪽이기 때문에 철문을 잠글 수 없다.그러나 비상계단에서 1층 복도쪽으로 들어오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안쪽에서 철문을 잠글 수가 있다.

나가는 쪽에 비해 들어가는 쪽이 더 유리한 면.

그것은 문을 어느 쪽에서 잠글 수 있느냐도 크게 작용할 수 있었다.

나는 1층 복도로 진입해서 문을 잠갔고, 내가 문을 잠그는 동안 이보람의 손을 놓자마자 이보람은 전력질주 이후에 자리에 쓰러지듯 털푸덕 주저앉았다.

"하아……. 아앙~!"

방금까지 꼭 쥐고 있던 이보람의 손도 내 손과 같이 땀에 젖어 있었는데, 쓰러진 이보람을 보니까 머리며 다른 신체부위들도 땀이 약간 배어 있었다.

이보람은 바닥에 앉은 채로 두 손을 짚고 앉았고 편하게 앉느라 두 다리는 벌려져 있었다.

그러나 나나 이보람이나 그녀의 다리가 벌려져 있는 것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싸이코 교수에게 쫓기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보람이 바닥에 널브러져 앉아 힘겨운 호흡으로 나를 애처롭게 올려다보며 말했다.

"못 가……. 하악……. 하아……! 더 이상 못 움직여……! 하아……. 하아……."

이보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하얀 손을 들어 옆머리 쪽을 한 번 쓸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이보람이 바닥에 앉아 잠깐 쉬며 나에게 말할 때였다.

싸이코 교수가 어느새 쫓아와 1층 복도와 비상계단이 이어지는 문 바깥에서 닫힌 철문을 열려고 했다.

­철컥! 철컥! 철컥!

하지만 내가 안에서 잠근 철문을 싸이코 교수가 열 수는 없었다.

철문 밖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싸이코 교수가 주먹으로 문을 후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쾅쾅쾅쾅쾅쾅쾅!

­당장 열어! 씨발!

­철컥철컥철컥!

싸이코 교수는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고, 문고리를 돌리고, 그러면서 나하고 이보람을 잡지 못한 것으로 인해 잔뜩 약이 올라 소란을 피웠다.

문을 열라며 소란을 피우는 싸이코 교수의 소음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열겠냐?

'일단 잠깐의 시간은 벌 수는 있게 됐다. 싸이코 교수가 2층의 중앙계단 쪽으로 돌아서 1층 복도로 돌아올 때까지……!'

이렇게 된다면, 사실 이론적으로는 무한으로 술래잡기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싸이코 교수가 중앙 쪽으로 와서 1층 복도로 왔을 때, 나하고 이보람이 2층 비상계단으로 올라가서 2층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면 된다.

그러면 싸이코 교수는 1층에서 2층으로 중앙을 통해 올 것이다.

그러면 다시 비상계단으로 2층에서 1층으로 와서 지금처럼 중앙계단과 복도 사이의 철문을 안쪽에서 잠그면 된다.

싸이코 교수가 중앙을 통해 2층으로 오면 우리는 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싸이코 교수가 중앙을 통해 1층으로 오면 우리는 비상계단을 통해 2층으로.

뫼비우스의 도주가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이 밤을 다 보내고 내일 낮이 돼서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면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탈출을 하게 되는 것……!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당장 내 눈앞에 주저앉아 전의를 상실한 듯 땀에 젖어 헐떡대는 이보람을 보면 그녀와 같이 도망치는 것에 쉽지는 않아 보였다.

철문 밖에서는 싸이코 교수가 같은 생각을 한 듯 비상계단 쪽에서 발을 뺀 듯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중앙 쪽으로 돌아 오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크일 수도 있었다.

중앙 쪽으로 돌아가는 척 하면서 숨을 죽이고 있다가 우리가 비상계단 쪽으로 나왔을 때 기습할 수도 있다.

아니면 기습을 심리전으로 걸면서 중앙 쪽으로 한참 있다가 들어올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무한의 뫼비우스 도주가 가능하다고 해도 그런 심리전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유불리는 바뀔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보가 더 근본적으로 지금 이 이보람을 데리고 더 도망치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은 포기는 이르다.

­탁!

나는 몸을 숙여 이보람의 팔과 손을 감싸 잡으며 그녀를 일으키려 했다.

"일어나!"

"아아……!"

이보람은 일단 나에 의해서 일으켜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이보람의 상태는 함께 게릴라식 심리전을 걸면서 도망다닐 수 있는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좀 더 도망칠 수 있어도 이보람은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기운이 다 빠진 듯해 보이는 이보람을 일으켜 세웠을 때, 그녀는 일어나게 되자마자 나에게 속삭였다.

"숨자……!"

숨어?

어디에?

여기 1층에 있는 강의실에?

강의실에 숨어 봤자 걸리는 건 시간 문제다.

우리가 끊임없이 도망다니면서 끊임없이 싸이코 교수를 유인하고 문을 잠그는 것으로 돌아오게 하고 그 동안 다시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다.

일단 학교 바깥으로 우리가 내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싸이코 교수가 차로 추격할 수 있으니 내부에서 최대한 도망치다가 기회를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나는 이보람이 숨자라고 하는 말에 선뜻 동의를 할 수는 없었다.

복도애서 비상계단 쪽으로 이어지는 철문 밖에서 싸이코 교수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중앙 쪽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비상계단 쪽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잠복해 있을 것이다.

이미 첫 심리전이 시작되었으면서도 시간이 촉박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이보람에게 말했다.

"안 돼. 교수가 중앙 쪽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사이드 쪽의 비상계단으로 뛰어야 돼. 숨으면 우리가 도망치는 소리가 없으니까 범위가 한정되고, 싸이코 교수가 우리를 찾는 게 시간 문재가 돼."

이보람이 나에게 말할 때도 그랬듯 나 또한 그녀애게 속삭이는 소리로 말했다.

혹시 철문 뒤에 있을 수도 있는 싸이코 교수의 귀에 우리의 대화가 들어가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곧 이보람이 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나 더 이상 못 뛰어."

"뛰어야 돼."

"못 간다고. 난 지금도 이미 토할 것 같아. 네가 나 업고 뛸 거야?"

"업고 뛰면 어떻게 도망쳐? 좀만 더 힘 내 보라고!"

"언제까지 힘 내? 내일 낮까지?"

"어,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미친놈아!"

도망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숨는 건 더 불리하다.

그렇게 생각할 때 이보람이 내게 말했다.

"실은, 지금 바로 숨을 만한 아주 좋은 곳이 있어."

"……?"

내가 무슨 말이냐는 듯한 얼굴로 이보람을 바라보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

이보람이 가리킨 곳은 한 작은 동아리방이었다.

그런데 그 동아리방의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저기를 어떻게 들어가자고?"

"내가 비번을 알아. 그리고……."

이보람이 말을 이었다.

"동아리방 바깥쪽에서 자물쇠를 풀어서 들어가면 안쪽에서 문을 잠글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있을 만한 공간이 한정이 되면……."

동아리방에 숨는 것은 강의실에 숨는 것보다 더 유리하기는 할 것이다.

강의실은 바깥쪽의 유리창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동아리방은 외창이 있고 복도와 연결된 내창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위치가 1층 복도로 한정이 되어 버린다면 싸키오 교수가 1층의 강의실들과 동아리방들을 뒤지고 다니다 결국에는 우리 위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었다.

도망치기에는 어렵고 숨는 것은 위험하다.

내가 고민을 할 때 이보람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먼저 쉬면서 숨어있을 테니까, 상훈이 네가 학교 안을 돌면서 공간을 한정하지 않게 도망다니다가 여기로 들어오면 어떨까? 그러면 이 동아리방, 절대 발각 안 될 수 있어. 창문도 없는 방이고."

이보람의 그 생각은 상당히 좋았다.

'이보람을 숨게 하고 나 혼자서 공간을 한정할 수 없게 한다! 그거 좋은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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