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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81화 (81/96)

〈 81화 〉 은신 중의 섹스 (1)

* * *

나는 중앙계단을 내려가 1층으로 향했다.

­탁탁탁탁탁…….

이보람은 내 생각보다 시간을 더 잘 끌어 줬다.

아마 지금도 이보람은싸이코 교수와 믹스커피 한 잔을 하면서 건물 앞을 서성이고 있을 것이었다.

이제는 싸이코 교수와 이보람이 있는 쪽으로 가서 태연하게 집에 가 봐야겠다며 이보람과 함께 들어가는 것이 나의 계획의 마지막이었다.

"음~, 음~."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1층과 가까워졌다.

그리고 1층에 다 와서는, 나는 현관의 유리문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고 나온 다음에는 나는 이보람을 찾았다.

나는 어렵지 않게 이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탁탁탁탁탁탁!

'?!'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문을 열자마자 주변에서 이보람을 바로 찾을 수 있었던 건 맞는데, 이보람은 싸이코 교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내 쪽으로 급하게달려오고 있었다.

"김상훈!"

그리고 싸이코 교수가 잔뜩 화가 난 듯이 이보람을 뒤쫓아 왔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이런 씨발! 어떻게 된 거야?'

이 급박한 상황이 갑자기 뭔가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은 이보람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테이저건을 든 싸이코 교수가 분노에 가득찬 얼굴로 이보람을쫓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씨발 년놈들!"

싸이코 교수는 우리 쪽으로 달려와가까워지면서당장이라도 쏴버릴 듯 테이저건을 우리 쪽에 조준했다.

그 순간, 이보람이 내 손목을 끌어당겨 우리는 다시 학교 건물의 유리문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리 와!"

테이저건이 유리를 관통할 수는 없었으므로, 교수는 테이저건을 쏘려다 말고 다시 우리 쪽을 뒤쫒아 왔다.

내가 이보람에게 급하게 물었다.

"뭐야, 이게!"

"일단 튀어!"

그녀의 말이 맞았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일단 튀어야 될 것 같았다.

이보람과 도망을 치려는 찰나, 선택지가 떠올랐다.

[싸운다]

[위쪽으로 도망친다]

[사이드 쪽으로 빠져나간다]

[뒤쪽으로 빠져나간다]

이번에는 선택지가 뜬 직후의 시간제한의 모래시계의 시간이 극히 짧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싸이코 교수가 바로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바로 도망칠 수밖에 없어서였다.

'잠깐……!'

그런데 나는 도망치려는 그 짧은 순간에도 바로 한 가지를 떠올릴 수가 있었다.

한눈에 훑어본 선택지는 총 네 개였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라고도 볼 수 있었다.

싸우는 것.

학교 내부로 더 들어가는 것.

그리고 뒷문 쪽이나 사이드 쪽의 비상계단으로 빠져나가는 것.

얼핏 보면 뒷문이나 비상계단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정답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이전 회차들의 경험 중에 싸이코 교수가 총을 가지고 왔던 경험도 체험해 본 적이 있었다.

지금 뒷문 쪽이나 사이드 쪽의 비상계단으로 빠져나가서 교문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싸이코 교수에게서 오히려 벗어나기가 더 어렵다.

그 이유는 그에게 총, 그리고 자동차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빠져나가면 차에 쫓기고 총에 맞는다……. 달아나기 전에싸이코 교수를 어떻게든 떼어 놓고 도망쳐야 되는데……!'

원래라면 그냥 떼어졌어야 했다.

일이 생겨서 둘 다 다음에 상담을 받고 오겠다고 하고 집에 가게 됐어야 했다.

그런데 일단 그것은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싸이코 교수는 테이저건을 들고 있지만 내가 알기로 그는 차에 총을 싣고 있다.

뒤나 옆쪽으로 달아났다가는 싸이코 교수가 말을 타고 달리는 서부의 총잡이처럼 차를 타고 총질을 해 오는 것을 당해내기 어려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다.

그냥 육탄전으로도 쉽지 않은데, 싸이코 교수가 차에다시 들러 총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으로써도테이저건과 전기충격기로 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답은 위로 올라가는 건데……!'

나는 찰나의 시간에 머리를 미친듯이 회전해서 선택지를 아주 빠르게 골랐다.

결심을 한 나는 이보람의 손을 잡고 주저없이 계단을 타고 올랐다.

"이쪽으로!"

­탁탁탁탁!

­탁탁탁탁!

우리의 뒤에서는 싸이코 교수가 추격을 해 왔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뛰어서 계단을 오르며 도망치다 보니까 테이저건을 바로 맞추기에는 싸이코 교수로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망치다 보니 한 층 정도의 차이가 나게 교수가 추격해 오고 있었다.

우리 쪽도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밤 시간 대의 잔뜩 조용한 건물이다 보니 싸이코 교수가 따라오는 기척은 정확하게 느껴졌다.

"헉……! 헉……! 이 쥐새끼 같은 놈들! "

싸이코 교수는 오르막길에 약한 것 같았지만 추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와 싸워 봤을 때에 느꼈던 것이었지만 그는 무장을 했을뿐만 아니라운동도 제법 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보람의 손을 잡고 정신없이 3층 정도까지 뛰어올라 왔을때에는, 내눈앞에는 선택지가 떠올랐다.

[3층 좌측 복도로 도망친다]

[3층 우측 복도로 도망친다]

[4층까지 올라간다]

3층에서 꺾을까?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4층으로 더 올라가는 선택지를 택했다.

"더 올라가자!"

"하아……. 하아……! 어!"

이보람은 나보다 더 힘겨워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싸이코 교수한테 나보다 먼저 쫓기기 시작한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서 붙잡히면 좆된다는 걸 알기 떄문에 함께 사력을 다해 도망쳤다.

4층에 왔을 때였다.

선택지가 한 번 더 눈앞에떠올랐다.

[4층 좌측 복도로 도망친다]

[4층 우측 복도로 도망친다]

[5층까지 올라간다]

'여기서는……!'

여기서는 5층까지 올라가기보다 복도로 가는 편이 좋았다.

건물마다 다르지만 우리 학과가 있는 건물의 5층은 옥상으로 연결된다.

즉 막다른 길이다.

그 사실은 나는 여러 차례의 플레이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과사무실 열쇠를 입수하기 위해 4층의 위로 올라갈 때 알 수 있다.

옥상으로 가면 일단 고립이 된다.

그게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는 상황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래서 4층의 좌측과 우측 중에서 어느 쪽으로 달릴 지를 고민했다.

'왼 쪽이냐……. 오른 쪽이냐……!'

나에게 그것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잠깐의 고민을 하고 나는 왼쪽으로 이보람과 함께 달려갔다.

이유는 어쩌면 왼쪽이 익숙해서인 것 같았다.

중앙 계단과 가까운 과사무실도, 그리고 끝쪽의싸이코 교수의 교수실도, 둘 다 왼쪽에 있다.

가 본 일이 없는 오른쪽으로 달리는 것보다는 이미 익숙한 왼쪽으로 달리는 게 마음이 좀 더 편했다.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우리의 뒤에서는 여전히 싸이코 교수가 쫓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계산대로 3층에서 복도로 달리지 않고 4층에서 달렸기 때문에 계단에서 조금 더 벌린 싸이코 교수와는 거리 차이가 좀 벌어졌고, 복도에서 도망치는 동안 싸이코 교수는 벌어진 거리 때문에 테이저건을 맞출 수는 없었다.

싸이코 교수는 멀리서 우리를 쫓으며 소리쳤다.

"헉……. 헉……! 거기 서라!!!"

서겠냐?

한 번씩 보면, 꼭 쫓아가는 놈들이 도망치는 놈들한테 서라고 한다.

전혀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4층에서 복도 끝까지 달려오자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아래쪽이었다.

왼쪽 끝의 비상 계단을 통해 우선 뛰어내려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나는 거칠게 비상계단의 문을 열고 이보람과 같이 들어간 다음 다시 문을 닫았다.

­쾅!

비상계단의 문은 안쪽에서 열고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깥으로 달리는 우리는문을 잠그면서까지 도망칠 수는 없었다.

비상계단을 내려갈 때는 내리막이라 그나마 체력 소모가 덜했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에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잠깐……. 이렇게 도망쳐서 건물을 빠져나가서는 처음에 바로 옆이나 뒤로 도망친 것처럼 차에 쫓길 수 있는데……!'

물론 처음부터 바로 밖으로 내뺸 것보다는 유리하다.

그 때에는 바짝 쫓겼지만 지금은 그래도 거리가 처음보다는 더 벌어졌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뛰어서 도망치는 것으로 차를 따돌릴 수 있을 정도까지의 거리까지는 확보하지 못했다.

'제길……!'

이대로 끝인가?

싸이코 교수의 실 바이러스 관련 자료들을 내 USB에 전부 빼돌린 것으로 해피 엔딩의 끝을 맞이하나 했더니, 이렇게 되어서는 도망을 치다가 싸이코 교수의 차에 추격당해서 총알을 피하다가 엔딩을 보게 생겼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은 도망쳐야 되기 때문에 이보람과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싸이코 교수와의 거리는 좀 더 벌어졌지만 그래도 차를 따돌리기는 무리인 것 같았다.

그렇게 1층까지 왔을 때였다.

이보람이 비상계단의1층의 바깥, 그리고 1층의내부, 그렇게 두쪽으로 갈 수 있는갈림길에서내게 말했다.

"하아……. 하아……. 흐읏……. 상훈아……."

"어."

밖으로 내빼서 차를 따돌리며 도망치기는 커녕, 이보람은 지금 상태도 당장이라도 쓰러져버릴 것 같았다.

"숨자……! 더 이상 못 도망가겠어……! 하아……. 하아……. 하아……!"

이보람은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숨자고 이야기를 했고, 과연 더 도망치기는 어려울 만큼 숨을 몰아쉬었다.

이보람 루트의 플레이에서 클리어를 하려면그녀를 배제하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되고 그녀와 함께 어떻게든 이곳에서 탈출해야 했다.

"헉……. 헉……."

그리고 나 또한이보람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숨이 차올라 끝까지 도망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또다시 녹색 홀로그램 글씨의 선택지가 떴다.

[내부로 진입해서 숨는다]

[바깥으로 도망친다]

비상계단 1층의 갈림길에서 나는 1층의 철문을 열고 바깥으로 도망칠지,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서 숨을 지를 결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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