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80화 (80/96)

〈 80화 〉 직접 대면한 컴퓨터 (3)

* * *

철로 된 책상을 후려쳤지만 손에 느껴지는 통증보이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다.

앞에 있는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 모니터에 뜬 화면에 열감이 차올라서였다.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이런 씨발!"

나는의자를 밀어놓은 공간의 바닥에 앉은 채로싸이코 교수의 컴퓨터 책상 앞에서주먹을 들어올렸다.

­쾅!

한 번 더 철제 책상을 아무렇게나 때린 다음에 나는 숨을 골랐다.

"씨발……. 본체를 못 가져가게 철 책상 안쪽에 가둬놓은 것도 모자라서 패스워드까지 걸어 놨어?"

정확하게는 전후 관계는 반대일 것이다.

패스워드는 보편적으로 자신의 사적인 컴퓨터에 걸어 놓는 경우가 원래많이 있다.

비밀번호가 1차적인 방어일 것이고, 그리고 이 책상이 2차적인 방어가 될 거였다.

큰일이었다.

내가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들고 나를 수 없어져서 USB 세트라는 아이템을 사용해서자료만이라도 빼 가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패스워드를 모르면 컴퓨터에 접속 자체가 안 되니까 USB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와, 이건 진짜 방법이 없는 건가?"

나는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의 철제 책상 속에서 컴퓨터 본체를 빼낼 방도가 있는지 이리 보고 저리 살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이걸 어쩌라는 건지……."

이보람이 끌고 있는 아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직 별도의 선택지가 뜨지 않는 걸로 봐서는 이보람의 신변에 문제는 생기지 않은 것 같았다.

만약 그랬다면 유소은 때처럼 몇몇 선택지가 뜨면서 그녀를 구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할 선지가 출력될 거였다.

'아직 시간은 있기는 한데, 도대체 어떻게…….'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답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머리를 더 썼다.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선택지라도 있다면 거기서 어떻게 선택을 해서 패스워드를 알아내기라도 할텐데, 그것도 아니라면 단서 없이 스스로 이 패스워드를 풀기라도 해야 된다는 말인가?'

나는 패스워드를 알 수가 없는데?

근데 선택지가 없다는 건 역시 나 혼자서 패스워드를…….

잠시 생각하던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아……!"

그게 패스워드일 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분명 가능성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조교 누나가 적어 뒀던로그인 패스워드! 그게 만약 개인 컴퓨터 패스워드와 일치한다면……!"

이번 이보람 루트에서 나는 패스워드에 대한 단서를 전혀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이전에 플레이했던 다른 루트들을 다 떠올려 본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것은 바로 과사무실에서 봤던 번호.

이전에 내가 어쩌다 조교 누나 루트로 접어들게 되었을 때, 나는 과사무실에 가서 조교 누나를 만나는 과정에서 그녀가 교수님들의 대학 홈페이지 로그인패스워드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얼핏 보았었다.

과사무실의 조교 누나는 교수들이 해야 될 자질구레한 행정 처리 업무도 돕기 때문에 교수들의 아이디로 다 로그인이 가능한 것이다.

조교 누나의 컴퓨터는 교수실의 컴퓨터와 달리 책상 위에 세로로 올려져 있었다.

내가 이전에과사무실로 들어갔었을 때에는 조교 누나는 그 세로로 놓아둔 컴퓨터를 옆으로 약간 치우고 거기서 번호들을 찾는 것을 봤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퀴 달린 의자를 밀고 교수실 앞까지 간 다음 문을 열고 의자를 그 사이에 배치하여 문이 닫히지 않게 고정했다.

그 다음으로 내가 해야 될 일은 달리는 것이었다.

­탁탁탁탁탁탁탁탁!

나는 복도를 질주해서 중앙 계단 쪽으로 냅다 달렸다.

이렇게 되니까 이보람을 과사무실이 아닌 1층에서 시간을 끌라고 했던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이보람에게 과사무실에서 개별 상담을 하라고 했다면 이 방법의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4층에서 5층으로 넘어갈 때 있는 화분,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열쇠.

나는 그것을 챙겨 과사무실로 가서 문을 열었다.

­철컥!

캄캄한 과사무실 안에 들어가 나는 혹시라도 밖에서 보일까 싶어 따로 불은 켜지 않고 휴대폰 손전등을 비춰 조교 누나의 컴퓨터 쪽으로 갔다.

역시나 세로로 세워져 있는 컴퓨터를 살짝 밀자, 그 아래에는 교수들의 로그인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있었다.

'일단 이걸 적어두자.'

나는 신중하게 싸이코 교수의 아이디와 비번을 폰에 옮겨 두었다.

나는 여러 번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과사무실을 나왔다.

과사무실을 나온 나는 다시 교수실을 향해 뛰었다.

"헉……. 헉……!"

망할 교수실은 측면의 비상계단 바로 옆에 있어서 중앙 계단 바로 옆에 있는 과사무실과 끝과 끝이다.

조금 숨은 찼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와……. 진짜 빨리 다녀왔다……."

빠른 시간 안에 되돌아온 교수실 앞까지 다 도착해서야 속도를 늦췄다.

들어가는 길에 나는 교수실의 문을 닫히지 않게 해 두었던 의자를 다시 밀어 컴퓨터 책상 앞으로 가져왔다.

모니터를 보며 심호흡을 하며, 나는 이 패스워드가 일치하기를 기도했다.

"제발……!"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여전히 같은 문구와 함께 하얀 색의 빈 칸이 있었다.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나는 옆에 내 폰을 두고허리를 숙여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타탁, 탁, 타탁…….

익숙하지 않은 영어와 숫자의 조합을 천천히 키보드로 쓰고는 엔터를 누르려고 하는 손이 떨렸다.

"제발……!"

­탁!

그리고 엔터를 눌렀을 때였다.

­띠링­.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접속하는 소리가 너무나도 경쾌했다.

"돼……. 됐다……! 씨……. 씨발!!!"

나는 하마터면 큰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렇지만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나 혼자서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감격의 탄성을 내지르는 정도로 그쳤다.

가슴은 쿵쿵거렸고, 나는 USB를 컴퓨터 본체에 꽂았다.

컴퓨터 본체는 각진 철근에 막혀 있어서 그자체를 빼 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지만 USB는 아주 쉽게 꽂아넣을 수 있었다.

USB를 꽂고 나서 나는 컴퓨터 안을 탐색해 나갔다.

"어디 보자……. 이제……. 자료를 찾아야겠지……!"

자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원래 어려웠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싸이코 교수는 파일을 숨겨 뒀고, 파일이 존재하는 위치 또한 자신이 평소에 연구를 할 때 쓰는 폴더와는 동떨어진 곳에 저장해 뒀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쉬웠다.

그것은 바로 예전의 경험 때문이었다.

나는 한 번씩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갈 때면 그들의 컴퓨터에서 야동을 찾아내기도 했었다.

컴퓨터에 익숙한 친구들이 야동을 찾는 난이도는 싸이코 교수가 파일을 감춰둔 난이도보다 더 어려울 것이 당연했다.

나는 그래서 어렵지 않게 실 바이러스에 관한 자료들을 전부 발견할 수가 있게 됐다.

자료들의 목록을 본 나는 감탄에 마지않았다.

"와……. "

수많은 사진들, 문서 파일들, 연구 분석 중에 만들어 둔 각종 정리들, 실 바이러스의 개발 도중에 실험을 겪었던 것들에 곤한 내용들, 그리고 지금까지 실 바이러스에 전파된 사람들에 관한 각종 보도 자료들 등…….

싸이코 교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대생들을 꼬드겨서 박는 것에만 모든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실 바이러스에 관한 다방면의 자료 또한 꾸준히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실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가 담긴 폴더 자체를 클릭하여 USB에 드래그해서옮겼다.

"바로 옮긴다……!"

파일이 옮겨지기 시작하고 난 직후의 시간은 멈춰 버리기라도 한 듯했다.

[파일 이동 중...]

모니터의 중앙에 뜬 파일 이동 중이라는 메시지 아래에서 녹색의 바가 우측으로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는 좀 더 오래 걸리기도 했다.

자료 파일들이라 개별적인 용량은 비교적 크지 않은 편이기는 한데, 그 연구 자료들이 워낙 많아서 전체 용량은 상당히 컸다.

'빨리 좀 옮겨져라……!'

파일을 이동시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여러 파일들을 확인을 해 보면서 실 바이러스의 개발 자료, 그리고 해독제의 자료까지도 확인을 마쳤다.

'다 있다! 바이러스 개발과 치료제에 관한 것까지도!'

나는 USB에 자료를 옮기면서 혹시라도 싸이코 교수가 다시 되돌아올 가능성에 관해서도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파일이 옮겨지는 동안 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바깥에서 이 쪽으로 돌아오는 발걸음, 혹은 대화 소리를 들어 보았다.

밖은 고요했다.

최대한 멀리서부터 교수와 이보람이 돌아오는 소리를 들으려고 했는데 오는 시간이 좀 더 지체되는 걸로 봐서 역시 이보람이 시간을 잘 끌고 있는 것 같았다.

'최대한 집중하자……. 파일이 다 옮겨지기만 하면……!'

나는 나 자신의 숨소리마저 최대한 작게 하면서 바깥의 소리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한 번씩 교수의 컴퓨터에 가서 파일이 전송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깥의 소리를 듣다가, 확인.

얼마나 파일이 이동이 됐는지 확인하고, 다시 바깥의 소리를 듣기 위해 문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한 행동을 여러 번 반복했을 때, 결국 USB로 모든 자료를 이동시킬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USB를 컴퓨터에서 뽑았다.

그리고 USB를 보며 웃었다.

"하하하하하! 됐다, 이제! 끝이라고!"

이제 여기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됐다.

이보람 루트니까 당연한 거지만 가는 길에 이보람을 데려가면 될 것이었다.

나는 컴퓨터를 다시 껐다.

USB를 챙긴 채로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교수실을 나왔다.

그 후에, 나는 중앙계단 쪽으로 가기 위해 가볍게 달리듯 복도를 지났다.

­탁, 탁, 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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