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75화 (75/96)

〈 75화 〉 마지막 메인 히로인 (1)

* * *

*

"헉……. 헉……."

깨어났다.

내가 깨어난 곳은…….

'비상계단…….'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알게 됐다.

이곳은 비상계단이었다.

이전의 회차에서 한 번 깨어난 적이 있던 곳이어서 주변을 보는 순간 나는 바로 이곳이 비상계단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중간 세이브 깃발이 있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깨어나서는 곧바로 내 이마를 만졌다.

통증은 이제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만졌을 때도 멀쩡했다.

"하나도 안 아프네. 그 말은, 이제 다음 회차라는 거겠지."

총을 맞고 죽어서 다음 회차로 넘어간 것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멀쩡해진 몸으로 비상계단 아래쪽의 평평하고 시원한 바닥에 앉은 채로 헛웃음을 지었다.

"나, 참. 이제 하다하다 총을 가지고 다녀?"

내가 싸이코 교수와 싸워서 이겼었던 회차의 경우에는 싸이코 교수는 테이저건과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전의 회차에서는 교수는 권총을 썼다.

그것은 아마도 싸이코 교수가 가지고 있는 전투에 대한 확신의 정도에 따라 바뀔 수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 싸이코 교수가 테이저건과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나하고 싸웠을 때에는, 그는 내가 파 놓은 함정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완벽하게 확신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에 가서 컴퓨터를 탈취하려고 했을 때에는 교수는 나와의 물리적 대립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미리 인지를 하고 있었다.

"전투에 대한 확신이 높아질수록 더 강한 무기를 가지고 나올 수 있는 건가. 쩝……. 하긴, 전투를 아예 하지 않고도 컴퓨터를 뺴 낼 수도 있기도 했었는데 아쉽네."

직전 회차에서는 나는 싸이코 교수와 함께 면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는 동안에는 나는 싸이코 교수와 전투를 전혀 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나와 그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그의 후계자가 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시원한 바닥에 앉아 잠시 이전 회차를 돌아보았다.

"클리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됐을까……."

이전 회차에서 죽기 직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클리어를 하기 위한 최선은 싸이코 교수와의 면담 도중에 유소은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나는 유소은이 자결을 시도하기 전에 싸이코 교수와 함께 교수실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거기서 교수와 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유소은에게 더 시간을 끌어주는 것을 선택을 했었고, 그러면서 유소은은 혼자서 자결을 시도하게 된 이후에 혼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게 됐다.

거기다가 나는 싸이코 교수와의 면담으로 그와의 친밀도가 상승하면서 싸이코 교수의 후계자 루트에 접근을 하게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에서야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 그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실컷 시간을 잘 끌고 있다가 컴퓨터를 빼돌렸는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교수와 함께 유소은이 있는 곳으로 갔다가, 혹시라도 그녀가 컴퓨터를 빼돌리는 도중이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이다.

더구나 그 떄 내가 유소은의 자결을 막았다고 하더라도 교수실의 컴퓨터를 빼 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황은 내 쪽에 그렇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도 아닌 게 된다.

나는 차분한 상태에서 그렇게 이전 회차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는 결론을 내렸다.

"유소은 루트는……. 클리어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한다고 해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른 루트에 비하면 쉬울 수는 있을 것이다.

실 바이러스와 해독제의 정보가 들어 있는 컴퓨터를 빼돌리기 직전까지 갔던 적이 두 번이나 있었고 말이다.

내가 기존에 알아냈던 대로 확실히 메인 히로인 루트이다 보니까 난이도적인 면에서 아무래도 내 쪽이 유리한 감은 있다.

그래도 한 번 더 도전을 해 볼 정도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이보람 루트다.

"그래……. 이보람으로 가는 게 낫겠다. 김아영 루트는 내가 중간에 자명종 선택지하고 그 전날의 무리하는 선택지를 골라서 접근이 안 되고……. 그래서 유소은하고 이보람 둘 중 하나로 가야 되는데, 유소은 루트는 다른 루트에 비해 괜찮았지만 그렇게 좆밥은 아니다. 이보람으로 한 번 가 보자."

나는 그렇게 해서 이번 회차의 방향성에 관해 좀 정리를 해 봤다.

그래. 이번에는 이보람으로 간다.

유소은은 성격이 상당히 유순하고 교양이 있는 편인 데에 비해 이보람은 성격 자체는 좀 지랄맞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제 2목숨 남았다.

나는 이제는 이 남은 2목숨으로 클리어를 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를 이 세계로 소환한 그 앱솔루트 빠구리라는 이름의 GM이 했던 이야기처럼 여기서 끝장이 날 수도 있다.

반대로 그 두 목숨 안으로 클리어를 한다면 남은 목숨에 따라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나는 이번 목숨으로는 이보람 루트에서 최선을 다해서 클리어까지 가 보기로 생각을 했다.

한 목숨이 더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 목숨에 진짜 제대로 걸어야 된다.

만약에 이번 목숨을 허무하게 날려버리기라도 해서 마지막 목숨만 남게 되면 나는 잘 모르는 선택지 중 하나에 의해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수가 있다.

그래서 이번 목숨은 클리어도 클리어지만 최대한 이보람 루트에서의 클리어에 가까워지려고 해 봐야 된다.

이번 회차에 얻은 정보를 마지막으로 최종 목숨에서의 내가 조금이라도 더 유리해질 수 있을 거니까 말이다.

물론 2목숨이 남은 지금 클리어를 해 버리면 더 좋고.

'이보람으로 간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전의 회차처럼 포스트잇 한 장이 비상계단 옆쪽의 벽에 붙어 있었다.

[ㅋㅋㅋ

2목숨

남으셨네요

ㅋㅋㅋㅋ]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위치와 색, 그리고 메시지의 내용은 이전의 회차와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나를 조롱하고 있는 이 absolute892 의 의지만은 같다라고 볼 수 있었다.

"흥! 이전 회차나 그 이전의 회차 모두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극초반의 회차를 제외하고는 말이야. 그만큼 이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세계에서 내가 살아남는 능력이 발전해 가고 있다는 말이겠지."

나는 고개를 조금 들어 하늘을 보며 말했다.

"듣고 있나?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 거라고!"

내가 absolute892 에게 말을 거는 것에 대한 답이라도 하듯, 학교 건물의 비상계단 쪽에 서 있는 내 눈앞에는 녹색의 홀로그램으로 선택지가 출력됐다.

[밤에 유소은과 동행한다]

[밤에 이보람과 동행한다]

[문수경에게 가서 김아영의 행방을 묻는다]

'왔다.'

여기서 1번, 3번은 이미 내가 가 봤던 길이었다.

김아영 루트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을 해서 선택을 해 봤었던 3번 선택지의 경우에는 조교 누나인 문수경 루트로 가는 길이었고, 결말은 싸이코 교수를 이겼음에도 내가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해 실 바이러스의 격리소 엔딩을 맞게 됐었다.

방금 전에 선택했던 1번 선택지는 정직하게 유소은 루트로 가는 선택지가 맞았다.

그래서 거기에서 싸이코 교수의 실 바이러스와 해독제에 대한 자료가 들어 있을 컴퓨터에 다 접근을 했지만 결국 역전을 당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선택할 것은 2번.

아직 가보지 않은 길.

만약 내가 이전 회차에서 유소은 루트를 진행하는 동안 클리어에 도달할 만한 괜찮은 단서를 발견을 했다면 그 쪽으로 다시 한 번 도전을 해 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유소은 루트에서 나름 어느 정도까지 시나리오를 진행했음에도 그렇게 승부에 결정적인 정도까지 가지는 못했으며 애매한 면도 꽤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쪽으로 다시 가는 것보다는 또다른 메인 히로인인 이보람 쪽의 루트로 가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보았다.

나는 선택지 중에서 [밤에 이보람과 동행한다]의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이전 회차에서 유소은에게 동행하자는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문자를 보내자 바로 답이 왔었는데, 이번에는 전화를 해 보기로 했다.

이보람에게 전화를 걸자 그녀가 나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는 바로 용건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어, 보람아. 난데. 오늘 같이 학교 가자."

­나하고?

이보람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어쩌면 내가 유소은과 같이 학교에 갈 거라고 생각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어. 아무래도 너하고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음~, 좀이따 카페에서 만나서 이야기 좀 해 볼까?

"그러자. 시간하고 장소, 문자로 줘."

이보람과의 시간 약속은 쉽게 잡혔다.

이보람과 이렇게 연락을 취해서 같이 밤의 학교에 가기로 하는 것이 원래 시나리오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곧 선택지가 뜨겠지……."

나는 이보람과의 약속을 잡고 난 뒤에, 곧 선택지 하나가 뜰 것을 생각을 했다.

이전 회차에서 유소은과 약속을 잡았을 때 문수경을 자취방에 데려다놓은 다음에 포박을 해 놓고 유소은을 만났었다.

내 예상대로 이보람과 약속을 잡고 난 다음에도 문수경의 처우에 대한 선택지가 떴다.

[문수경을 자취방에 데려다놓는다]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문수경을 이전 회차에서처럼 일단 내 자취방에 포박을 시켜 놓기로 했다.

나는 비상계단 쪽에서 과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 회차에서도 조교 누나 일을 먼저 해결하러 가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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