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탈취 (4)
* * *
완전히 늦은 밤의 대학교 건물.
나는 배관을 통해 학교의 2층 창문을 열고는, 2층의 창문 난간에서 학교의 안쪽 바닥으로 사뿐히 착지했다.
창문 난간에서 바닥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잘 풀려 가고 있었다.
학교에 진입할 수 없는 것인가 싶었는데 마침 2층의 창문이 열려 있었고, 그 창문은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만한 구조물이 되는 배관과 가까운 거리였기까지 했다.
'불도 밝게 켜져 있고…….'
1층에서 봤을 때에는 나는 백열등에 관해서는 1층의 백열등이 켜져 있는 것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어둠에 적응이 되면 창문이 많은 대학교 건물 내부는 어찌 됐든 내가 돌아다니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기는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학교 건물 내부로 들어와 보니까 내가 생각을 했던 것보다 더 밝아서 내가 이동을 하기에 좀 더 편하기는 할 듯했다.
특히 중앙 쪽을 중심으로 백열등이 켜져 있어서, 층층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에 아무 제약이 없을 듯했다.
이런 야심한 시간에 대학교에서 놀 일이 없으니까 잘 모를 만도 했는데, 중앙 쪽에서 비치는 백열등의 빛은 복도까지도 웬만큼 잘 비추고 있었다.
내가 배관을 통해 2층으로 올라와서 들어오게 된 창문 같은 경우에는 중앙 계단 쪽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다만 이 백열등의 불빛은 어떤 면에서 보면 양날의 검이라고도 볼 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경비 아저씨가 이 시간에도 순찰을 돌 경우이다.
만약 경비 아저씨가 이 시간까지 자지 않고 순찰을 돈다면, 내가 시야적인 면에서 편리한 만큼 경비 아저씨 또한 나를 더 발견하기가 쉬울 것이었다.
'경비 아저씨한테 걸리면 내가 카드키가 있다고 해도 교수실을 터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심부름을 왔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이 늦은 시간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믿어줄 리도 없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동안 뜬 선택지가 뜬 것을 보고, 나는 행동을 선택지보다도 한 박자 더 빠르게 하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달린다]
[조용히 간다]
나는 씨익 웃으며 최대한 조용한 발걸음으로 2층에서 4층까지 중앙계단을 타고 걸어올라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다행히 4층까지 오는 동안, 나는 경비 아저씨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아무리 숙직 담당이라고 하더라도 괜히 새벽에 아무 일도 없이 학교 내부를 순찰할 일은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기도 했다.
나는 4층에 올라와서 좌측으로 돈 다음 텅 빈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저 복도만 지나면……!'
중앙계단에서 좌측으로 몸을 돌린 나는 복도를 거의 달리다시피 꽤 빠른 걸음을 하면서도 여전시 발소리는 가장 줄이려고 하는 것에 신경을 쓰면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은 4층의 중앙 계단을 기준으로 하면 맨 끝, 그리고 좌측 끝에 잇는 비상 계단을 기준으로 하면 바로 옆에 있었다.
나는 그 끝에 있는 교수실에 도착을 했다.
교수실에 도착한 나는 바로 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냈다.
카드키를 든 내 손은 긴장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호흡 또한 바쁘게 와서인지 고르지 않았다.
'후우…….'
그렇지만 쉴 틈 따위는 없었다.
나는 이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최대한 빨리 실 바이러스의 자료가 들어 있는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가지고 나올 생각이었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교수실의 문 오른쪽에 있는 전자식 개폐 장치에 카드키를 가져다 댔다.
여기서까지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또 들기도 했다.
혹시 이 카드키가 아니면 일이 상당히 이상해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싸이코 교수의 지갑을 통째로 가져오는 건데…….
하긴, 지갑을 통쨰로 가져 오기에는 그 때에는 보는 눈들도 여럿이었고 진짜 소매치기처럼 보일 수가 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싸이코 교수가 가지고 있던 명함 한 장과 카드키를 동시에 뺴 냈었다.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삑
그러나 내 걱정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전자식 문 개폐장치의 아래쪽에서는 작고 동그란 등에서 연두색 불빛이 켜졌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철컥!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교수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제 다 됐……!"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
나는 머리가 잠깐 동안 하얘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만 같은 기분을 받았다.
왜냐하면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의 문을 열면서,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게 되어서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응급센터로 이송되었을 싸이코 교수가 교수실 안에 있었다.
싸이코 교수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문을 열자마자 그 바로 앞에서 나를 맞이했다.
그것도, 권총을 내 쪽으로 겨눈 채로.
"교수님……?"
"껄껄껄! 자네, 꽤 놀라는군.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말이야."
싸이코 교수는 권총의 총구를 내 쪽으로 향한 상태에서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정신을 가라앉히고 생각이라는 것을 해 보려고 했다.
나는 생각할 시간을 벌면서, 일단은 눈앞의 커다란 위협부터 어떻게 좀 해야겠다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두 손을 들면서 싸이코 교수에게 말을 했다.
"저기……. 교수님. 뭔가 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총은 내려놓고 말씀하시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리고 싸이코 교수는 내 쪽으로 한 걸음씩 걸어왔다.
나는 그렇게 해서 교수실 문을 여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교수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는 못한 채 뒷걸음질을 치게 됐다.
총을 든 싸이코 교수에 의해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된 나는, 그가 왠지 나를 의도적으로 몰아가는 방향인 듯한 중앙 계단 쪽의 방향을 등지게 됐다.
비상 계단은 바로 옆쪽에 있기 때문에 내가 바로 도망칠 것도 염두에 두었을 수도 있다.
중앙 계단 쪽은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과의 거리가 끝과 끝이기 때문에 내가 도망치기에는 동선이 길게 나오고 말이다.
이럴 떄 군대에서 배웠던……. 그 뭐지……. 약진 앞으로 하면서 달려갈 때 지그재그로 뛰어나는 것이 도움이 될까?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좌우로 뛰는 사이에 총을 몇 방 맞고 쓰러지는 것은 기정사실일 듯했다.
싸이코 교수는 두 손을 들고 있는 나에게 여전히 총을 겨누었다.
"나한테 오해가 있다라……. 김상훈이. 오해는 내가 아니고 자네한테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너무 많이 뒤로 가지는 말라고. 그리고……. 급하게 도망치면 나도 급하게 쏴 버릴 수밖에 없어.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
이전 회차에서는 그나마 싸이코 교수가 테이저건과 전기 충격기를 들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 때의 싸이코 교수는 나를 쓰러뜨렸다고 생각을 해서 상당히 방심을 했던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싸이코 교수는 오직 나만을 상대를 하고 있는 데다가 방심을 할 만한 상황도 아니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상태 그대로 나에게 물어왔다.
"내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하면 좋겠네만. 음……. 내 교수실을 노린 이유가 뭔가?"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나에게 싸이코 교수가 말을 이었다.
"내 생각이네만……. 교수실에 있는 거라고는 대부분이 책인데, 자네가 그 다급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독서를 하려고 이 학교 안에 쥐새끼처럼 숨어들어 오지는 않았을 것 같고 말이야……."
싸이코 교수는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는 나에게 물었다.
"혹시 자네. 내 컴퓨터를 노리는 건가?"
싸이코 교수는 정곡을 찔렀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표정을 숨기려고 했다.
"……!"
그러나 내가 애써 표정을 숨기려고 했음에도, 싸이코 교수는 어느 정도 내가 컴퓨터를 노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말한 것처럼 일단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에는 뭐가 없다.
책장에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이 있고, 그것을 제외하면 그가 사용하는 컴퓨터 하나가 전부다.
내가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에서 무언가를 노린다고 한다면 컴퓨터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내가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그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기는 했다.
싸이코 교수는 미소를 띤 얼굴을 하다가 조금 뒤에는 다시 굳은 얼굴로, 여전히 권총의 총구를 나에게 향한 그대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내 컴퓨터에 연구 자료들이 꽤 많이 저장이 돼 있기는 한데……. 자네가 왜 그게 필요하지? 도무지 이해는 안 되는군."
그는 다시 내게 물었다.
"이쯤에서 말해 보게. 내 컴퓨터가 필요했던 이유가 뭔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