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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71화 (71/96)

〈 71화 〉 탈취 (3)

* * *

룸에서 나와서 주차장을 가로질러 달리자 바로 선택지가 나왔다.

[근처에서 택시를 잡는다]

[큰길로 나가서 택시를 잡는다]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룸이 있는 커다란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택시를 발견했고, 내가 봤을 때에는 선택지를 그렇게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택시를 바로 타는 게 당연하잖아?'

일단 시간은 상당히 늦었기 때문에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한들 버스가 다닐 리 없었다.

만약에 버스가 다닐 시간이라고 해도 굳이 탈 이유는 없었을 테고 말이다.

그렇다면 택시를 룸 근처에서 잡아서 타느냐 큰길로 나가서 타느냐가 갈리는데, 눈앞에 택시가 있는데 굳이 큰길까지 나가서 탈 이유는 없었다.

나는 주저없이 근처에서 택시를 잡는 선택지를 골랐다.

"택시!"

유흥업소의 거대 건물들이 모여 있는 주변에 택시들이 정차해 있거나 몇몇 택시가 왔다갔다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아니었다.

내가 룸에서 나와 달려서 건물 근처에 서 있던 택시 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치자 택시는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택시를 타서 목적지를 말했다.

그리고 택시는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택시의 조수석에 앉아 택시 안에서 정면의 차창 밖을 보면서 호흡을 깊게 내쉬었다.

"후우."

택시가 출발한 후에서야 긴장이 풀렸다.

사실 상당히 조마조마했었다.

내가 룸방에서 나올 때 혹여라도 최수아가 데려온 남자들 중 누군가 나를 가로막지 않을까 싶었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모두가 싸이코 교수와 서유정에게 시선이 팔려 있는 틈을 타서 완벽하게 빠져나왔고, 결국 이렇게 혼자서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택시가 이동하고 나서 나는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아, 목적지요?"

"네."

"15분이면 도착하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나를 막을 사람은 없다.

유일하게 내가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에서 컴퓨터 본체를 빼 내는 것을 막을 만한 사람인 싸이코 교수는 서유정에게 정통으로 머리에 병을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서유정에게는 내가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노린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나를 막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곧 내가 그토록 원하던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탈취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면서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카드키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 나는 옆자리의 택시 기사님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예! 예."

택시 기사님은 나의 말대로 조금 더 속도를 높이는 듯해 보였다.

나는 혹여라도 있을 사고의 가능성에 관해 생각을 하기는 했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 한 번씩 등장하는 사고로 인한 배드 엔딩도 나는 한 번씩 본 적이 있었기에 나는 택시가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을 쭉 보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런데, 가는 중에 하나의 변수가 발생을 한 것은 있었다.

그것은 택시 기사님이 처음에 말해 줬던 도착 시간보다 더 늦어지고 있는데 아직 학교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듯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초조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생각보다 늦는데…….'

나는 택시가 혹시 요금을 더 받기 위해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어 택시 기사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저기,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나요? 요금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진짜 빨리좀 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의 채근에 택시 기사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금방 가요, 빠른 길로 가려다가 신호가 막혀서 그렇지, 곧 도착합니다."

"차도 많지 않은데……."

나는 미심쩍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래도 좀 더 가다 보니 다행히 학교가 나왔다.

나는 학교에 도착해서도 학교 내부로 들어가 교수실이 있는 건물 앞까지 택시 기사님에게 가 달라고 해서 그 바로 앞에까지 와서 내리는 것으로 시간을 최대한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여기 계산이요!"

"예~."

오는 길에 이 택시 기사님이 진짜 꽤나 돌아 왔는지 15분이면 된다는 말과는 달리 30분 정도는 걸려서 도착을 하게 되었다.

진실은 택시 기사님만이 알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다른 선택지들에 비해서는 이 편이 아무래도 더 빠른 것이 맞기는 하지 않을까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싸이코 교수가 모임이 있다고 불러낸 룸 건물의 바로 주변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만약 큰길로 나갔거나 버스정류장으로 갔다면 혹시라도 택시가 더 늦게 잡힐 가능성 또한 있었다.

­탁탁탁탁!

나는 택시에서 계산을 한 뒤에는 곧바로 달려서 도착한 대학교 건물의 정면의 출입구로 들어가려고 했다.

­덜컹!

그런데, 출입구 문이 열리지 않았다.

출입구는 커다란 유리문이었는데, 프레임은 금속 재질로 되어 있고 대부분은 유리로 되어 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이런……. 학교 문이……!"

여기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늦은 시간이라서 학교의 문이 닫혀 있을 거라는 생각도 충분히 해 봤을 만도 한데, 그러기에는 내게 일어난 일련의 일들로 인해 정신이 없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문 밖에서 유리의 안쪽을 바라봤다.

다 왔는데…….

이제 이 안으로 들어가서 4층의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로 가기만 하면 되는데, 이렇게 문에 막혀 버리다니.

나는 유리문의 바깥쪽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유리문의 안쪽에는 1층에 항시 켜놓는 듯한 그리 밝지 않은 하얀 백열등이 빛나고 있었고, 내가 있는 문의 바깥쪽은 조금 뒤쪽에 있는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그래도 어느 정도의 빛은 있었다.

내가 그렇게 유리문 안쪽을 보고 있을 때였다.

녹색의 홀로그램으로 눈앞에 선택지가 떴다.

[유리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열려 있는 창문을 확인한다]

[유소은에게 간다]

'그럼 그렇지!'

나는 선택지가 뜨는 것을 보고 문이 닫혀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상황이 맞겠구나 싶었다.

시간제한의 모래시계의 시간은 나름 충분했고, 나는 선택지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다.

일단 1번 선택지인 문을 부수는 것 같은 경우에는 눈에 크게 띄일 수 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헷갈리는 것은 2번과 3번이었다.

열려 있는 창문을 확인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적합한 선택지로 보이기는 했다.

그런데 여기서 유소은에게 가는 선택지는 뭐지?

나는 분명 메인 히로인인 유소은 루트로 가는 것을 최우선하기는 했다.

그런데 여기서 유소은한테 간다고?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빼돌리기 직전의 이 시점에서?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비슷한 선택지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지금은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 카드키까지 있다.

만약 내가 카드키가 없는 상황이라면 유소은에게 가는 선택지를 주저없이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수실에서 컴퓨터를 빼내올 방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는 유소은에게 갈 때 가더라도 이 카드키를 가지고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 문을 열어 컴퓨터 본체를 가지고 그녀에게 가는 것이 완벽한 클리어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잠시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 카드키를 꺼내서 확인해 보았다.

카드키를 보며 나는 전의를 불태웠다.

"다 왔는데……. 이제 교수의 컴퓨터만 빼 내면 된다고!"

나는 조금 더 생각을 하다가, 시간제한의 모래시계가 임박해 왔을 때에 결국 2번 선택지인 [열려 있는 창문을 확인한다]를 고르기로 했다.

나는 학교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대학교의 건물을 올려보며, 나는 2층 정도에 갈 만한 곳이 있는 지를 확인해 보았다.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열려 있는 창문이 있다는 말이겠지?"

1층의 경우에는 철창이 있다.

즉 창문이 열려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1층의 창문을 통해 대학교 건물 안으로 진입하거나 혹은 그 안에서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 시선은 1층만큼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높이가 낮은 2층 쪽을 훑게 되었다.

"1층은 불가능해. 2층으로……."

2층 쪽을 쭉 훑어보던 도중에, 나는 한 번 진입을 시도해 볼 만한 창이 있는 것을 확인을 하게 됐다.

"……!"

2층의 창들 중 내 눈에 띄인 곳 하나에는 배관이 길게 연결된 곳이 있어서, 저 배관을 잘 타고 올라간다면 고층은 무리가 있을 지 몰라도 2층 정도는 나름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배관……. 저기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판단을 하고 나서 곧장 배관 쪽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나는 배관을 타고 1층에서 2층 창 쪽으로 올라갔다.

2층 창 쪽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는 높이가 그렇게까지 높아지지는 않아서 막 아슬아슬하거나 하지는 않고, 내가 충분히 올라갈 만한 높이다 싶었다.

"어렸을 때 정글짐 타던 기분이네……."

어릴 때에는, 친구들하고 이런 것들에 올라가 보는 것도 많이 해봤던 것 같다.

이를테면 친구 집 아파트 옥상에서 물탱크가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오른다든가, 창고처럼 홀로 우뚝 서 있는 건물의 옆쪽에 있는 타고 오를 만한 것을 타고 그 위로 올라간다든가, 놀이터에 있는 정글짐을 탄다든가…….

지금에는 굳이 그런 일을 왜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릴 때는 그런 것도 많이 해 보고 놀았던 것은 같다.

어쩌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망일까?

2층 높이에 배관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나는 이 쪽의 창문이 혹시라도 닫혀 있으면 옆쪽까지 난간을 타고 쭉 옮겨 다녀야 돼서 꽤나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런데, 2층의 배관 근처의 창문은 손쉽게 바로 열렸다.

"열렸다……!"

나는 배관을 타고 올라와 배관과 가장 가까운 2층의 창문을 열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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