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69화 (69/96)

〈 69화 〉 탈취 (1)

* * *

싸이코 교수는 서유정으로부터 정수리에 정확하게 맥주병 두 대를 정통으로 맞고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졌다.

그를 부축하고 있던 최수아와 서유정은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대고는 각자 서로 다른 행동을 취했다.

최수아는 싸이코 교수를 내던지고 밖으로 도망쳤다.

"꺄아아아아아아!"

최수아가 룸의 문을 열고 도망쳤을 때에도 전혜경은 쓰러진 싸이코 교수를 부축한 채로 도망치지 않았다.

"이게 무, 무슨 짓이야, 서유정! 너 미쳤어!"

전혜경이 서유정에게 소리를 지르고, 서유정은 깨져버린 병의 주둥이 쪽을 잡고 있는 오른손을 부르르 떨며 전혜경에게 마주 소리쳤다.

"미친 건 너희들이라고!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각자의 입장은 달랐다.

서유정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협박을 하는 싸이코 교수가 쓰레기같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런 그에게 응징을 가한 것이다.

서유정이 보기에는 싸이코 교수, 그리고 그에게 동조하는 최수아나 전혜경이 미쳤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그와 달리 전혜경은 이미 싸이코 교수와 한 패가 됐다.

전혜경으로서는 자신과 한참 섹스를 잘 하면서 즐기고 있는 싸이코 교수에게 일격을 가한 서유정이 뭣도 모르면서 싸이코 교수를 쳤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였다.

그런 서유정과 전혜경, 두 명의 여자들 중에서는, 나는 지금으로서는 당연히 서유정 쪽과 뜻을 같이 했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싸이코 교수 쪽이다.

내가 만약 싸이코 교수의 후계자 루트를 탔다면 싸이코 교수 패거리를 제외한 이 세상 모두를 미쳤다고 봤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루트는 싸이코 교수의 후계자 루트가 아닌 유소은 루트다.

나는 그래서 싸이코 교수를 친 서유정이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최상의 시나리오다……!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를 처리해 버렸으니, 나는 이 자리에서는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 카드키만 가지고 빠지면 된다!'

가슴이 뛰었다.

싸이코 교수가 쓰러졌다.

이제는 이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도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뭉툭한 쪽이 깨져 있는 병을 들고 있는 서유정, 그리고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진 싸이코 교수를 받아들고 있는 전혜경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저벅, 저벅…….

사실 여기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를 상대를 했을 때, 싸이코 교수가 아무리 술에 취하고 틈을 보이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나는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를 확실하게 제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싸이코 교수가 정말 방심했을 때 서유정이 그를 친다고 했을 경우 승률은 반반, 혹은 그 이하일 거라고 봤다.

서유정이 유도를 했다고 해도 일단 내가 겉으로 봤을 때, 그리고 섹스를 할 때 벗고 봤을 때에도 그녀는 여린 몸이어서 그녀가 싸이코 교수를 쳤을 때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오히려 나는 서유정이 나를 떠보는 건 아닐까 하고 의심했었다.

나는 어쩌면 서유정이 자신이 싸이코 교수를 치는 것에 대해서 나에게 동조를 하게 하고 내가 싸이코 교수를 치겠다고 하면 그것을 일러바친다거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서유정이 이야기를 했을 때에 싸이코 교수의 편도, 서유정의 편도 아닌, 최대한 내가 피해를 입지 않겠다고 하는 중립적인 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들은 괜한 생각이었다.

서유정이 유리하면 내가 서유정과 합세해서 싸이코 교수를 상대할까 했고, 그녀가 불리하면 아예 나서지 않고 유소은 루트를 포기할까 싶기도 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냥 치명상을 입은 싸이코 교수에게서 카드키를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쓰러진 싸이코 교수 쪽으로 다가갔을 때 서유정과 전혜경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미쳤어……. 서유정! 눈이 정상이 아니야!"

"미친 건 너야! 제발 정신 좀 차려! 다들 당하고 있어! 교수한테 세뇌되고 있다고!"

그녀들이 싸우고 있을 때 나는 걸음을 옮겨 그녀들의 바로 앞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선택지가 떴다.

[교수실 카드키를 빼낸다]

[구급차를 부른다]

[관망한다]

시간제한의 모래시계의 모래의 제한은 충분했다.

내가 선택을 할 수 있게 고려하는 것에 대한 시간도 충분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행동이 이 선택지 안에 완벽하게 담겨 있기도 했다.

'그럼 그렇지. 카드키를 빼내는 선택지가 원래 있기도 하다면 더욱이 잘 됐다……!'

나는 이 선택지가 만약에 없어도 그렇게 할 참이었다.

그렇지만 선택지가 있는 편이 확실히 더 낫다.

선택지가 없는 경우에서 내가 베스트 선택이라고 하는 것을 했을 경우…….

그러니까 이전 회차에서 내가 싸이코 교수와의 전투에서 이기기까지 한 최고의 상황을 만들어 냈었을 때에도, 나는 결국 배드 엔딩을 피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택지가 없는 경우에도 물론 내가 진짜 미친 피지컬과 판단력으로 게임을 가지고 노는 정도의 플레이를 한다고 하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좋은 선택지를 골라서 하는 편이 난이도가 확실하게 더 내려간다.

따라서 처음부터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게 낫지, 선택지가 없는 쪽에서 변태처럼 난이도를 압도적으로 높여 놓고 그걸 깨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 끝났어. 나는 경찰에 자수할 거야. 교수의 만행도 거기서 다 이야기할 거고. 그리고……. 너도 이제 네 인생 살아."

서유정이 그렇게 말을 했지만 전혜경은 정신이 나간 듯이 싸이코 교수의 몸을 받치고 있는 채로 그의 몸을 흔들었다.

"교수님을 살려야 돼……. 교수님……!"

전혜경이 그러고 있을 때, 나는 카드키를 빼 내는 선택지를 선택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 피를 흘리고 있는 싸이코 교수의 정장 상의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잠시만요."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싸이코 교수의 정장 상의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교수님! 괜찮으세요?"

카드키는 분명 싸이코 교수의 지갑 속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확신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카드들을 지갑에 넣는 것이 당연하고, 교수실을 개방하는 카드키 또한 그 카드들 중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싸이코 교수의 지갑을 꺼내며 일부러 전혜경에게 들으라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님! 잠깐 지갑 좀 빌릴게요! 아는 분 명함 찾아서 보호자로 연락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나의 그런 행동은 언뜻 생각하면 말이 되지만 자세히 되짚어 보면 이치에 맞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볼 수 있었다.

내가 진짜로 싸이코 교수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지금 지갑을 확인해서 보호자가 될 만한 사람의 연락처를 찾는 대신 그를 빨리 응급으로 병원 이송을 하는 것이 먼저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전혜경은 서유정의 너무나도 돌발적인 상황에 엄청나게 당황해 있을 것이 분명했고, 내 이런 행동 하나하나까지 다 신경쓰기에는 어려울 것이었다.

나는 그리고 싸이코 교수의 지갑을 열어서 카드들을 살핀 뒤에, 곧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가 있었다.

교수실을 개방할 수 있는 카드키는, 역시나 내 예상대로 지갑에 들어 있는 카드들과 함께 단정하게 꽂혀 있었다.

카드키를 발견한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크게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카드키……!'

나는 그러면서도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서 카드키를 꺼내는 한편으로 적당한 명함도 한 장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명함을 챙기는 척 하면서 카드키와 명함을 같이 들고는, 서유정과 전혜경 쪽에 이야기를 했다.

"아……. 잠깐만요, 저는 이분한테 연락을 좀 드려야겠어요. 그럼……!"

나는 은근슬쩍 카드키와 명함을 챙긴 이후에 자리에서 뜨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이번에는 서유정이 내 쪽을 보면서 말했다.

"너……. 교수를 살리려고 할 셈이야?"

그러고 보니……. 서유정은 교수를 처치하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봤을 때에는, 싸이코 교수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러 가겠다고 하는 내가 방해자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었다.

내 시선에는 여전히 깨진 맥주병을 거꾸로 쥐고 있는 서유정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상태로 서유정하고 싸울 수는 없는데……. 이런……. 전혜경한테 방해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카드키를 빼내려고 싸이코 교수의 보호자한테 연락하겠다고 말한 게, 서유정한테는 반발심을 샀을 수도 있겠다.'

지금 서유정과 싸울 수는 없었다.

나에게는 무기가 없고, 서유정에게는 무기가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싸이코 교수에게서 지갑을 빼낼 때, 싸이코 교수의 반대편 안주머니에는 아마도 테이저건이나 전기충격기 같은 무기가 들어있을 수도 있을 거였다.

그러나 급하게 지갑을 꺼냈던 나는 그러한 무기들을 챙길 생각은 미처 하지 않았다.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었다.

서유정은 나를 바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바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서유정은 은밀한 공조 관계였다.

비록 내가 전적으로 서유정의 편에 서서 말을 한 것까지는 아니었기는 하지만, 서유정이 나에게 부탁한 '뒤에서 잡지 말아달라'라는 것에 있어서는 나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 주기도 했다.

그랬던 사이이기에, 서유정으로서도 내가 널브러져 있는 싸이코 교수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겠다는 것 정도로 나를 공격하기에도 조금 이상한 것이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보았다.

그렇지만 지금 분위기는 어쨌든 최고조로 올라가 있는 상황인 것은 맞았다.

그 때 마침, 선택지가 떴다.

내가,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깨진 병의 주둥이를 잡고 들고 있는 서유정에게 어떻게 대답할 지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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