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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67화 (67/96)

〈 67화 〉 승부 (3)

* * *

"유소은이를 말하는 건가? 내 교수실 안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던."

내가 같은 룸 안에 있는 서유정, 최수아, 전혜경에 관해 말을 하지 않고 유소은에 관해 말을 했을 때, 싸이코 교수는 곧바로 유소은이 누구인지 떠올려 냈다.

"예."

교수는 술잔을 매만지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흠……."

싸이코 교수는 조금 뒤에 내게 다시 말을 했다.

"그런 일에 왜 신경을 쓰는 건가?"

교수는 룸의 테이블에 대각선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나를 지그시 응시했다.

"김상훈이. 잘 생각해 봐. 자네 또한 겪어왔을 텐데. 나처럼. 과사무실에서 자네와 상담을 하다가 느끼게 됐네. 자네와 나는 같은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야."

교수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양주 잔을 들고 그 안에 채워져 있는 술을 보면서 말했다.

"단지 잘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십 배 더 결핍된 삶을 살아야 했지."

­탁

교수는 술잔을 다시 내려놓고는 나를 보았다.

"번식 경쟁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존재로 살아야 했던 날을 잊었나? 다른 놈들과는 몇 천 번씩 보지에 자지를 박으면서 정작 자네에게는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아 비위를 맞추느라 돈, 시간, 감정을 지독하게 소모해야 했던 날들을 다 잊어버린 건가?"

잊지 않았다.

원래의 인생에서의 나 또한 이성에 관한 일들에 관해서는 정말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거의 나의 노고는 보상받지 못한 채 무시받았다.

그게 정말 빡치는 건 맞다.

싸이코 교수가 말하는 그 번식 경쟁에서의 치욕스러운 많은 경험들이 단지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싸이코 교수의 방식은 잘못됐다.

빡치는 건 분명하게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른 강점을 키워서 나의 스테이터스 평균을 올리는 것이 결국에는 나의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다.

반면에 싸이코 교수는 온통 적개심으로 마음이 이미 가득하게 물들어 있다.

싸이코 교수야말로 어떻게 보면 자기 발전의 극한까지 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의 에너지의 원동력은 온통 분노에 있다.

그게 나와 그의 다른 점이다.

싸이코 교수는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 번 매만지고는 말했다.

"그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지……. 하지만 떠올려 보게. 얼마나 비참했는지. 나는 단 한 번 박기도 너무 힘든데, 막상 그런 애들이 다른 남자들에게는 수없이 많이 박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독하게 참담하지만, 불쌍하다고 박아주지는 않지. 오히려 불쌍해 보일수록 더욱 멸시받을 뿐."

그는 나에게 말을 이었다.

"자네가 아무것도 아닐 때 옆에 있어 준 사람은 소중할 거야.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 똑같네. 번식에서의 이성 관계는 잔인할 만큼 차갑고 비정하게 자네를 대할 뿐, 자비란 없네."

싸이코 교수는 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나에게 이야기를 조금 더 해 왔다.

"유소은이가 자네가 어려운 순간에 옆에 있었나? 그러면 내가 인정하지. 만약 초라했던 자네의 옆에도 있어 줬을 여자가 있다면, 이 모임에 나올 필요가 없네. 아름다운 사랑을 이미 자네가 찾았을 테니 말이야."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대답했다.

"아뇨. 소은이는 그저 동기지만……. 그래도 크게 다치기도 했고, 신경이 쓰입니다."

정확하게는 대체 왜 그런 판단을 한 것인지가 신경 쓰인다.

모든 것은 유소은의 게획대로 됐다.

나는 싸이코 교수와 밖에서 충분한 정도 이상으로 시간을 끌어줬고, 유소은이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 본체를 들고 도망치기에는 시간은 아주 넉넉했다.

거기다 교수실 안은 밀실이었다.

그런데 왜 유소은은 컴퓨터 본체를 가지고 빠져나가는 대신 자결을 시도하는 것을 선택했을까?

그녀가 그런 판단을 한 것에 대해서 내가 바로 그녀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이후의 일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큰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거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유소은은 목숨을 건졌다 뿐이지 아직 회복중이고, 남은 것은 내가 해결을 해야 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교수실에 내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내가 다시 한 번 유소은을 언급하자 싸이코 교수는 나를 보며 웃었다.

"끌끌끌! 자네는 너무 마음이 약하군. 마음을 좀 강하게 먹게. 이성의 관계에서는 소수의 진실된 사랑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아닌 경우에서는 전부 자네를 물질적 가치가 얼마나 있는 지로만 볼 테니까 말이야. 겪어봐서 잘 알잖나? 나만큼이나."

그리고, 싸이코 교수는 잔을 들면서 나와 테이블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듯 말을 했다.

"뭐, 그런 점은 차차 고쳐 보라고. 알겠나? 껄껄! 자, 그럼 더 마시자고!"

싸이코 교수가 그런 말들을 하고 나서 다시 커다란 룸 안의 분위기는 싸이코 교수와 그의 양 옆 여자들의 웃음소리로 시끌시끌해졌다.

나는 혼자서 또 술을 조금씩만 마셨다.

그러다가, 술자리가 조금 더 길어질 것 같아서 나는 옆자리의 서유정에게 말을 걸면서 시간을 좀 보내기로 했다.

"선배."

"응."

서유정이 나를 돌아봤다.

여리여리한 몸에 지극히 여성스러운 얼굴.

그녀가 만약 내게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가 유도를 잘 한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할 거였다.

"선배는 어떤 남자 스타일 좋아하세요?"

"나?"

"네."

내 물음에 서유정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답했다.

"나는 진짜 외모는 하나도 안 봐. 성격이 맞는 사람이어야지."

너무 무난해서 특별히 내가 더 할 말은 없기는 했다.

"그렇군요."

내가 물으면, 대답은 늘 거의 비슷하다.

외모는 하나도 안 본다고 한다.

원래의 세계에서 나이를 얼마 먹지 않았을 때의 나는 그 말을 완전히 믿었었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싸이코 교수가 제대로 맛이 간 이유도 사실 이런 것 때문인 것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십중팔구는 외모는 전혀 보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은 외모를 보기 때문에 외모가 좋지 않은 편이라면 상당히 결핍된 젊은 시절을 보낼 수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심리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무래도 외모를 전혀 보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자신이 겉보기에만 그렇게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내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대부분이 같은 대답이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하다.

나는 술병을 들어 서유정에게 술을 따랐다.

"한 잔 따라 드릴게요, 선배."

"응."

서유정은 나에게 술을 받고는 자신도 나에게 술을 주었다.

"나도 한 잔 줄게."

"아, 저는 천천히 마셔서요."

"그래? 아, 그렇구나? 아직 잔이 안 비었네."

나는 싸이코 교수를 치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술을 조금씩 마셨다.

그런 나에 비하면 서유정은 술을 좀 더 마시고 있기는 했지만 내가 좀 절제할 것을 이야기를 해서인지 그녀 또한 조절해서 적당히 마시고 있었다.

­팅

나는 서유정과 양주 스트레이트 잔으로 건배를 했고, 우리는 둘 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금씩 술을 마셨다.

나는 양주를 살짝 맛만 보듯이 마시면서 서유정과 좀 더 이야기를 했다.

"선배."

"어."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나요?"

"어떤 생각?"

"오늘 끝을 보겠다는 생각이요."

싸이코 교수는 커다란 테이블의 맨 안쪽에서 두 명의 여자들과 아주 잘 놀고 있었기 때문에 오른쪽 모서리에서 놀고 있는 나와 서유정의 크지 않은 대화를 들을 수는 없을 거였다.

그리고 듣는다고 해도 무엇에 관해 끝을 보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주어가 아예 빠져있기 때문에 상관없다.

나는 서유정이 일시적인 충동으로 싸이코 교수를 치겠다고 한 건지, 지금도 쭉 싸이코 교수를 처치하려고 하는 건지 궁금해져서 한 번 그녀에게 물어본 거였다.

서유정이 내 말에 대답했다.

"물론이야."

서유정은 나보다 조금 대담하게, 싸이코 교수가 두 명의 여대생과 놀고 있는 쪽에 한 번 시선을 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난 오늘 꼭 끝낼 거야. 이대로 지속되면, 나도 저렇게 되겠지. 그건 끔찍해. 오늘, 다 끝장 내버릴 거야. 둘 중에 누구 한 명이 죽든."

서유정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다시 나를 보고 말했다.

"부탁해. 말리지만 말아 줘."

"저는 선배한테 이야기했듯이 나한테 피해가 없는 쪽으로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둬요."

나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를 친다고 했었을 때 처음부터 그녀와 연합해서 싸이코 교수를 공격하자고 하고는 싶었다.

그렇지만 만약에라도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와 한패라면?

내가 서유정에게 동조하는 순간 그녀가 나를 시험했던 것이었고 그녀가 곧바로 내가 교수를 치려고 한다는 사실을 밝힌다면?

그러면 모든 게 끝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서유정이 먼저 싸이코 교수에게 강한 액션을 보인 이후에서야 그녀를 믿기로 한 거였다.

나는 그리고 서유정 루트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 쪽으로 갈 마음도 없기도 했다.

유소은 루트에서 끝을 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서유정의 호감도는 중요하지 않았고, 단지 지금은 목적이 같아 보이는 그녀가 먼저 싸이코 교수를 공격하는 모습을 제대로 확인한 다음에 그녀를 믿는 것이 나로서는 최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듯했다.

나쁘게 말하면 서유정을 총알받이로 쓰는 거고, 좋게 말하면 서유정을 신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녀의 행동을 보고 신뢰 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이 현재의 내 계획이었다.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를 공격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그리고 나는 서유정의 이후 행동을 지켜보는 동시에 서유정을 먼저 보내고 이어지는 유불리에 따라 싸이코 교수에게 공격을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싸이코 교수는 두 명의 여자와 함께 술을 마시며 세상 즐겁게 놀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호!"

"교수님~!"

그들이 즐겁게 놀고 있을 때, 서유정은 그들을 한 번 보면서 나에게만 약간 들릴 정도로 말을 했다.

"지금 마음껏 웃어두라고 그래. 이제 곧 마지막이 될 테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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