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 승부 (2)
* * *
나로서는 일단은 서유정의 행동을 기다리는 것이 우선적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말했던 대로 술자리가 끝나고, 교수가 만취를 했든 그렇지 않든 서유정이 먼저 행동을 하고 나서 그녀의 유불리에 따라 나는 따라들어갈지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할 거였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수가 오기를 기다렸다.
교수가 섹스를 하러 두 명의 여자와 함께 화장실로 간 사이에 나와 서유정은 잠시 말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던 도중에 서유정은 나에게 한 마디를 했다.
"상훈아."
"예."
"진짜 제대로 할 거야."
각자의 휴대폰을 보다가 잠시 서유정을 보았을 때, 그녀의 눈빛은 완전히 결의에 차 있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을 이었다.
"쓰레기 같은 협박이나 하는 미치광이야. 죽여버릴 거야."
"이해돼요. 선배의 입장."
나는 서유정의 생각에 동의했다.
싸이코 교수는 자신의 탐욕을 위해 실 바이러스를 만들어 타인에게 감염시키는 쓰레기가 맞고, 나 또한 서유정처럼 그를 처단하고 싶었다.
이전의 회차에서는 싸이코 교수와 서로 목숨을 걸고 정면승부를 해서 그를 쓰러뜨린 적도 있었고 말이다.
나는 그래서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여 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완전히 실패한다고 해도 나는 뒤에 빠져 있으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카드키를 탈취해서 교수실에 있는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빼돌리려면 서유정이 이기는 쪽이 낫다.
웬만하면 최대한, 압도적으로.
애매하게 유리하면 또 지난 번처럼 사투를 해야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내가 싸이코 교수상대로 승리를 했더라도 그 때처럼 배드엔딩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만 유리해도 나는 참전을 할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상황은 당연히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를 압도적으로 제압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갈고 있는 서유정과 함께 옆자리에서 간간이 대화를 하다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싸이코 교수가 룸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룸의 문이 열리면서 싸이코 교수와 함께 하고 있는 최수아, 전혜경의 웃음소리가 났고, 그녀들은 여전히 싸이코 교수와 즐거운 듯 이야기를 하면서 들어왔다.
"호호호! 교수님! 역시 교수님이세요!"
"아~, 교수님은 진짜 매번 대단하세요, 교수님하고 하고 나면 정말 너무 좋다니까요?"
"맞아요, 다른 남자하고는 절대 못 하겠어요!"
"교수님~, 오늘 모임 끝나고 교수님 집에 가서 더 해도 돼요?"
최수아와 전혜경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시로 싸이코 교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싸이코 교수는 그런 그녀들과 같이 룸으로 들어오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껄껄껄! 그래! 다들 그렇게 좋아하니 나 또한 기분이 좋군. 박는 것에 대한 걱정은 말라고.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보지에 박아줄 테니까."
"꺄아! 너무 좋아요, 교수님!"
"저도요!"
그들은 상당히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돌아와서는 다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왔다.
싸이코 교수와 최수아, 전혜경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모인 사람들 전원이 다 옷을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최수아와 전혜경이 옷을 다 벗었었는데 싸이코 교수와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기 위해 가려던 참에 옷을 입었다가 섹스를 하고 다시 당연히 옷을 입고 돌아왔고, 나와 서유정 또한 섹스를 한 뒤에는 옷을 입고 긴 소파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싸이코 교수와 여자들이 함께 돌아온 뒤로는 태연하게 서유정과 함께 양주를 한 번씩 짠을 하면서 조금씩만 술을 마시는 것을 이어갔다.
나와 서유정이 조금씩 일상적인 이야기 정도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싸이코 교수는, 문득 서유정에게 멀찍이서 말을 걸어왔다.
"근데, 거기,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는 내 이름을 외우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던 듯했지만 여자의 이름은 꽤나 잘 외우는 듯했다.
그가 서유정을 불러서 나와 서유정은 대화를 잠시 멈추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잠시 싸이코 교수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됐을 때, 싸이코 교수는 서유정에게 말했다.
"파트너에 집중하라고. 우리 후계자 김상훈이. 자네는 보면 한 번씩 이 쪽을 힐끔힐끔 보는 것 같은데 말이야, 혹시 질투 하나?"
"제, 제가요?"
"그래. 나하고 박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느냐는 말이야. 수아하고 혜경이를 아주 날카롭게 쏘아 보는 것 같은데."
서유정은 싸이코 교수를 처단하겠다고 뒤에서 내게 말을 하고 있고 그 쪽을 한 번씩 본 것은 적개심의 표출일 것이었다.
그런데 싸이코 교수는 서유정이 한 번씩 흘겨본 것이 자신에 대한 분노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옆에 있는 최수아나 전혜경을 질투하는 거라고 본 듯했다.
서유정은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뇨, 저는 상훈이하고 한 게 너무 만족스러웠는데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쪽을 본 건……. 그냥 재미있게 노는 것 같아서 한 번씩 시선이 갔던 것 뿐이에요. 질투해서가 아니고요. 저는 상훈이만이 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수님도 상훈이하고 저하고 할 때 상훈이 거 보셨잖아요? 얼마나 큰 지."
싸이코 교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껄껄! 그렇긴 하지. 내가 아주 거물, 아니, 엄청난 대물 후계자를 뒀더군! 아주 바람직한 일이야. 내 인생의 후계자의 물건이 훌륭하다는 건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듣고 보니 자네는 크게 만족을 한 모양인데, 상훈이도 과연 그럴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군."
싸이코 교수는 서유정에게 그렇게 대답하고는 내 쪽을 보았다.
"자네는 어떤가? 뭐, 앞으로 모임에서 이런 식으로 엄청나게 박을 텐데, 서유정이는 마음에 드나? 아니면 다른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나? 말만 하게. 자네는 내 후계자이기 때문에, 자네 뜻을 최대한 반영해서 박게 해 줄 테니까. 껄껄! 어차피 우리는 아무하고나 다 할 수 있지 않나."
교수가 내게 그렇게 말을 하자 선택지가 떴다.
[서유정이 마음에 들었다]
[최수아와 해보고 싶다]
[전혜경과 해보고 싶다]
[유소은이 걱정이 된다]
시간제한의 모래시계가 흘러내리는 것은 이번에는 일단 충분한 고민을 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기는 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 눈앞에 녹색의 홀로그램으로 뜬 선택지를 보며 꽤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서유정, 최수아, 전혜경……. 그리고 유소은?'
여기서는 선택이 쉽지 않았다.
솔직히, 최수아와 전혜경 둘 다 존나 매력적인 것도 맞다.
한 명 한 명이 정말 예쁘다.
그런 그녀들과 섹스를 해도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나는 싸이코 교수의 후계자 루트를 제대로 탈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나는 오히려 싸이코 교수를 치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선택은 할 수 없다.
여기서 일단 서유정은 나와의 섹스가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무난하게 간다면 나 또한 서유정이 나와의 섹스에 만족했다고 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가장 괜찮은 답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소은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 유소은을 선택한다면, 서유정이 나에게 먼저 제시를 했다고 볼 수 있는 호감의 표시에 상응하는 대답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는 이후에 어떤 변수로 작용을 할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좀 더 생각을 했다.
서유정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되는 것일까.
아니면 유소은의 이야기를 꺼내야 되는 것일까.
그러다가, 나는 한 가지의 깨달음에 도달했다.
'잠깐. 여기서 선택지 중에 유소은이 있다는 것은……. 역시 유소은 루트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판단이 들자, 나는 바로 이거다 싶었다.
나는 아직 유소은 루트를 더 이어 나갈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선택지에서 갑자기 유소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리 없다.
나는 솔직히 조금 우려하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싸이코 교수가 자신의 후계자라며 나를 이 모임에 데리고 온 뒤에 그와 같이 여자들과 룸에서 섹스를 하면서 노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 때, 나는 이대로 유소은 루트에서 벗어나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유소은이 존나 예쁜 것도 있는데, 메인 히로인인 유소은 루트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는 클리어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도 고려를 하고 있었다.
이전의 회차들에서 나는 처음부터 진 히로인을 공략을 하려고 했고, 그 다음으로 메인 히로인을 공략을 하려고 했었다.
여기서 진 히로인에서 메인 히로인으로 갈수록, 그리고 메인 히로인에서 서브 히로인으로 갈수록 나는 난이도의 차이가 정말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싸이코 교수의 후계자 루트나 서유정 루트로 혹시라도 가게 된다면 클리어가 매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 유소은에 관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유소은 루트도 아직은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가 있겠다 싶었다.
나는 그래서 처음에 선택지를 봤을 때에는 서유정이냐 유소은이냐에 관해 꽤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만, 결국에는 나는 마음을 굳혔다.
이번 승부는 서유정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내가 서포트를 하는 것으로 진행이 되겠지만, 나는 일단 유소은 루트를 최대한 더 이어가는 방향을 확고하게 우선적으로 선택을 하기로 했다.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대답했다.
"오늘 자리도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저는 병실에 누워있는 소은이가 걱정이 되네요."
내가 그렇게 대답을 하자, 나의 말을 들은 싸이코 교수의 눈썹이 씰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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