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충신 위장 섹스 (2)
* * *
서유정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한 이후에 내 눈앞에 뜬 것은 총 세 개였다.
[승낙한다]
[거부한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
라는 선택지.
이번 선택에서의 시간제한의 모래시계 같은 경우에는 다소 넉넉한 시간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좀 생각을 해 봤다.
이 전에 서유정이 내게 말을 해 올 때에는 다른 선택지도 몇 개가 더 있었다.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느니, 모임의 정체를 알고 있었냐느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에는 그런 선택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고, 이번 선택지는 꽤 중요해 보였다.
도와달라.
도와줄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
그런데 이 두 가지만 존재하는 건 또 아니었다.
한 가지 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는 선택지도 있었다.
나는 도와줄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하기 전에, 서유정으로부터 좀 더 정보를 더 얻기 위해 그녀에게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 보자는 선택지를 고르기로 했다.
"글쎄요, 유정 선배……. 거기까지 들으면 제가 봤을 땐 제가 어떤 걸 도와드리는 건지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흠…….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실래요? 제가 도와드린다거나 하는 걸 장담할 수는 없는데, 제가 뭘 해야 되는지 일단 들어 봐야 제가 돕든 말든 하죠."
"아……."
서유정은 조금 주저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너를 완전히 믿기는 어려운데……. 먼저 알려주면 안 될까? 네가 한민국 교수님의 사람인지를."
"이미 선배가 교수님에 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걸 저한테 이야기하셨잖아요. 그 말은 저를 어느 정도 믿는다는 거 아닌가요?"
나의 말에 서유정은 잠시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나는 서유정이 자신을 돕겠냐고 했을 때 좀 더 자세히 들어보는 쪽을 선택했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나는 그러한 입장이 당장에는 나에게 유리한 것 같았다.
선뜻 돕겠다고 했다가 그녀가 자신의 생각대로 싸이코 교수에게 공격을 하려고 했을 때에 나까지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돕지 않겠다고 했다가 서유정이 돌발적인 행동을 했을 때 내가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 카드키를 빼돌리는 것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그녀에게서 이야기를 더 들어보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 좀 더 이야기를 듣고 나자 서유정은 나에게 말했다.
"너한테 직접 듣고 싶어. 난 지금 너를 믿는다기보다,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어. 너는, 정말 한민국 교수의 편이야? 난 잘 모르겠어서 그래. 네가 그 정도의 악당 같아 보이지는 않아서."
그녀가 말을 하고 또 선택지가 발생하게 되었다.
[교수의 편이 맞다고 한다]
[교수의 편이 아니라고 한다]
[나를 믿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한다]
나는 그녀를 도울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선택지에서 중립을 택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한 나는 중립적인 답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야말로 아직 서유정을 믿을 수 없다.
경계는 충분히 한다.
그렇다고 일단 목적이 같아 보이는 서유정을 경계하고만 있기도 좀 그렇다.
힘을 합치면, 어쩌면 싸이코 교수를 물리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이번에도 교수의 편이 맞다, 아니다로 답하는 것 대신, 그녀의 대안이 이것밖에 없지 않냐는 중립적인 대답을 하기로 했다.
"저를 믿든 그렇지 않든,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 자체가 일단 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어서일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선배는 일단 저를 믿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는 것 아닌가요?"
내 말에 틀린 것은 없다.
그리고 서유정은 나를 믿을 수밖에 없지 않냐는 나의 말에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건……!"
그리고 조금 뒤에, 다시 서유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내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알겠어……. 전부 말할게."
정면에 있는 커다란 노래방 기계 앞에서는 여전히 싸이코 교수는 최수아, 전혜경의 나신의 몸을 만지고 있었다.
최수아와 전혜경의 쭉 뻗은 몸매가 눈에 들어오기는 했다.
섹시한 허리, 그리고 싸이코 교수가 주무르는 그녀들의 엉덩이…….
엉덩이가 눈앞에서 아른아른거리고, 싸이코 교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술기운이 더 올랐는지 그런 그녀들과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노는 것을 지속하고 있다.
최수아와 전혜경의 엉덩이가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서유정과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서유정의 말을 경청했다.
"난……. 일단 교수가 시키는 대로 다 할 거야. 네 술시중을 들면서 그것도 빨고, 또……. 그런 것도 하고……. 다 할 거야."
"그런 건 딱히 시킬 생각은 없는데요."
"하게 해 줘."
"네? 아니, 저는 별로 생각이 없다니까요?"
"그래야 교수가 나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나……. 처음이야. 혼전순결 하고 싶었는데……. 나도 나 나름대로 결심한 일이야. 하게 해 줘."
"아니, 뭐, 그렇게까지……."
서유정은 일단 싸이코 교수 앞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충신으로 위장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자지를 빨고 섹스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진짜 딱히 그런 걸 시킬 생각은 없는데 서유정이 원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녀는 처녀라고 하기도 한 만큼 처녀를 나에게 쓰면서까지 싸이코 교수의 방심을 유도해서 그를 처치하겠다는 강한 결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싸이코 교수의 틈을 노린다는 생각은 나나 서유정이나 비슷한데 그 방식은 달랐다.
거기에 있어서는 나는 어쩌면 그녀의 뜻에도 따라 주는 한편으로 나의 원래 플랜대로 또 교수의 틈을 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서유정은 나에게 말을 이었다.
"일단 시키는 대로 다 하면서 내가 교수의 말에 복종하고 이 모임에 완전히 들어온 것처럼 하고, 마지막에 교수를 죽일 거야."
"음……."
서유정은 목적을 확실히 했다.
악당 그 자체인 싸이코 교수를 자신의 손으로 처치하겠다는 것을, 그녀는 내 앞에서 또 확실히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혼자서 싸이코 교수를 처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왜냐하면 싸이코 교수는 무기들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도 싸이코 교수는 운동을 좀 한 듯 나이에 비해 힘도 어느 정도 되는데, 거기다가 그는 좀처럼 벗지 않는 정장 속에 전기충격기와 테이저건, 그리고 주사기까지 가지고 다닌다.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를 기습하려고 했을 시에, 찰나의 순간에 그녀는 전기충격기에 지져져서 쓰러질 수 있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생각만 하면서도 전부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고 간단하게만 서유정에게 대답을 했다.
"불가능해요."
"가능해."
서유정은 다시 한 번 더 싸이코 교수 쪽을 봤다.
싸이코 교수는 여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유정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보니까 저 늙은이, 술을 꽤 많이 마셨어. 조금만 더 술에 취하면, 그 때는 기습할 수 있어."
"쉽진 않을 텐데……. 근데, 그러면 선배가 처음에 말했던 도와 달라는 말은, 저한테 교수를 기습할 때 협공을 해 달라고 하는 건가요?"
내가 묻자 서유정은 내 쪽에 가까이 붙어서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틀려. 내가 할게. 나 이래봬도, 유도 유단자야."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유도 한 것 치고는 너무 여리여리한 거 아니에요, 선배? 몸무게 40킬로대일 것 같은데요."
"그건 맞는데, 아버지가 유도학원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배운 적 있어. 싸우는 거라면 지지 않아."
"그렇다고 해도 교수한테는 장담하실 수 없을 걸요."
"자신 있어."
무기에 관해서도 말을 해 줘야 할까.
그런 생각도 들기도 해서 나는 좀 고민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무기에 관해 말을 해 버리면 싸이코 교수를 적대시한다는 것을 서유정에게 털어놓는 것이 된다.
지금 나로서는 서유정 또한 이제 막 만난 사이인데 그런 그녀에게 나 또한 싸이코 교수를 처치하려고 한다는 것을 직접 밝힐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고민의 결과 나는 중립적인 쪽의 선택지들을 연속해서 선택해 왔고, 역시 지금까지처럼 나 혼자서만 정보들을 가진 채로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고 그렇게 가기로 했다.
내가 잠시 고민을 할 무렵 서유정이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 부탁은……. 내가 행동했을 때 나를 말리지만 말아 달라는 거야. 아무리 나라도, 앞뒤로 남자 두 명을 상대하는 건 어려우니까."
서유정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자신을 말리지 말아 달라…….
그러면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된다.
서유정이 내게 부탁하고 난 직후에는 또다시 선택지가 나타났다.
[수락한다]
[거절한다]
[중도적으로 대답한다]
이 선택지에서는 딱히 수락해도 관계없을 것 같았다.
서유정의 부탁을 수락해도 어차피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니까.
그렇지만 나는 기존에 이미 중립적인 입장의 선택을 두 번 했다.
그녀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을 때, 그리고 내가 진짜 싸이코 교수와 한패냐고 했을 때.
나는 나의 확실한 의중을 밝히지 않고 중립적으로 대답을 하면서 서유정으로부터만 정보를 입수하는 방식으로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래서 기왕 중립적으로 간 김에 이번에도 서유정의 부탁에 대해 직접적으로 수락이나 거부의 의견을 밝히는 대신 중간의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
"나한테 해가 온다면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나한테 피해가 없다면……. 고려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걱정 마. 내가 싸울 거니까. 그 전까진……. 교수를 최대한 방심시키려고 할 거고."
"흠……."
나와 서유정의 대화는 거기까지 이어졌다.
서유정은 나에게 싸이코 교수를 습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 전까지는 교수를 최대한 방심시키겠다고 하는데, 그 수단으로 일단 싸이코 교수가 처음에 말했던 대로 나의 자지를 빨고 나와 섹스를 하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일단 우리의 대화는 일단락이 됐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싸이코 교수는 실컷 노래를 부른 뒤에 다시 알몸의 최수아와 전혜경을 양쪽에 부둥켜안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뭐야. 자네들은 아직도 그러고 가만히 앉아 있나? 편하게 다 벗고 놀지 않고 말이야. 우리 모임은 아주 자유롭게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싸이코 교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전혜경의 어깨에 자신의 한 손을 올린 채 다른 손으로는 최수아의 유방 쪽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젖을 또 자연스럽게 주무르고 있었다.
〈 61화 〉 충신 위장 섹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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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정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한 이후에 내 눈앞에 뜬 것은 총 세 개였다.
[승낙한다]
[거부한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
라는 선택지.
이번 선택에서의 시간제한의 모래시계 같은 경우에는 다소 넉넉한 시간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좀 생각을 해 봤다.
이 전에 서유정이 내게 말을 해 올 때에는 다른 선택지도 몇 개가 더 있었다.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느니, 모임의 정체를 알고 있었냐느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에는 그런 선택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고, 이번 선택지는 꽤 중요해 보였다.
도와달라.
도와줄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
그런데 이 두 가지만 존재하는 건 또 아니었다.
한 가지 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는 선택지도 있었다.
나는 도와줄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하기 전에, 서유정으로부터 좀 더 정보를 더 얻기 위해 그녀에게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 보자는 선택지를 고르기로 했다.
"글쎄요, 유정 선배……. 거기까지 들으면 제가 봤을 땐 제가 어떤 걸 도와드리는 건지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흠…….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실래요? 제가 도와드린다거나 하는 걸 장담할 수는 없는데, 제가 뭘 해야 되는지 일단 들어 봐야 제가 돕든 말든 하죠."
"아……."
서유정은 조금 주저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너를 완전히 믿기는 어려운데……. 먼저 알려주면 안 될까? 네가 한민국 교수님의 사람인지를."
"이미 선배가 교수님에 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걸 저한테 이야기하셨잖아요. 그 말은 저를 어느 정도 믿는다는 거 아닌가요?"
나의 말에 서유정은 잠시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나는 서유정이 자신을 돕겠냐고 했을 때 좀 더 자세히 들어보는 쪽을 선택했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나는 그러한 입장이 당장에는 나에게 유리한 것 같았다.
선뜻 돕겠다고 했다가 그녀가 자신의 생각대로 싸이코 교수에게 공격을 하려고 했을 때에 나까지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돕지 않겠다고 했다가 서유정이 돌발적인 행동을 했을 때 내가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 카드키를 빼돌리는 것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그녀에게서 이야기를 더 들어보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 좀 더 이야기를 듣고 나자 서유정은 나에게 말했다.
"너한테 직접 듣고 싶어. 난 지금 너를 믿는다기보다,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어. 너는, 정말 한민국 교수의 편이야? 난 잘 모르겠어서 그래. 네가 그 정도의 악당 같아 보이지는 않아서."
그녀가 말을 하고 또 선택지가 발생하게 되었다.
[교수의 편이 맞다고 한다]
[교수의 편이 아니라고 한다]
[나를 믿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한다]
나는 그녀를 도울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선택지에서 중립을 택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한 나는 중립적인 답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야말로 아직 서유정을 믿을 수 없다.
경계는 충분히 한다.
그렇다고 일단 목적이 같아 보이는 서유정을 경계하고만 있기도 좀 그렇다.
힘을 합치면, 어쩌면 싸이코 교수를 물리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이번에도 교수의 편이 맞다, 아니다로 답하는 것 대신, 그녀의 대안이 이것밖에 없지 않냐는 중립적인 대답을 하기로 했다.
"저를 믿든 그렇지 않든,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 자체가 일단 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어서일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선배는 일단 저를 믿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는 것 아닌가요?"
내 말에 틀린 것은 없다.
그리고 서유정은 나를 믿을 수밖에 없지 않냐는 나의 말에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건……!"
그리고 조금 뒤에, 다시 서유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내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알겠어……. 전부 말할게."
정면에 있는 커다란 노래방 기계 앞에서는 여전히 싸이코 교수는 최수아, 전혜경의 나신의 몸을 만지고 있었다.
최수아와 전혜경의 쭉 뻗은 몸매가 눈에 들어오기는 했다.
섹시한 허리, 그리고 싸이코 교수가 주무르는 그녀들의 엉덩이…….
엉덩이가 눈앞에서 아른아른거리고, 싸이코 교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술기운이 더 올랐는지 그런 그녀들과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노는 것을 지속하고 있다.
최수아와 전혜경의 엉덩이가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서유정과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서유정의 말을 경청했다.
"난……. 일단 교수가 시키는 대로 다 할 거야. 네 술시중을 들면서 그것도 빨고, 또……. 그런 것도 하고……. 다 할 거야."
"그런 건 딱히 시킬 생각은 없는데요."
"하게 해 줘."
"네? 아니, 저는 별로 생각이 없다니까요?"
"그래야 교수가 나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나……. 처음이야. 혼전순결 하고 싶었는데……. 나도 나 나름대로 결심한 일이야. 하게 해 줘."
"아니, 뭐, 그렇게까지……."
서유정은 일단 싸이코 교수 앞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충신으로 위장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자지를 빨고 섹스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진짜 딱히 그런 걸 시킬 생각은 없는데 서유정이 원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녀는 처녀라고 하기도 한 만큼 처녀를 나에게 쓰면서까지 싸이코 교수의 방심을 유도해서 그를 처치하겠다는 강한 결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싸이코 교수의 틈을 노린다는 생각은 나나 서유정이나 비슷한데 그 방식은 달랐다.
거기에 있어서는 나는 어쩌면 그녀의 뜻에도 따라 주는 한편으로 나의 원래 플랜대로 또 교수의 틈을 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서유정은 나에게 말을 이었다.
"일단 시키는 대로 다 하면서 내가 교수의 말에 복종하고 이 모임에 완전히 들어온 것처럼 하고, 마지막에 교수를 죽일 거야."
"음……."
서유정은 목적을 확실히 했다.
악당 그 자체인 싸이코 교수를 자신의 손으로 처치하겠다는 것을, 그녀는 내 앞에서 또 확실히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혼자서 싸이코 교수를 처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왜냐하면 싸이코 교수는 무기들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도 싸이코 교수는 운동을 좀 한 듯 나이에 비해 힘도 어느 정도 되는데, 거기다가 그는 좀처럼 벗지 않는 정장 속에 전기충격기와 테이저건, 그리고 주사기까지 가지고 다닌다.
서유정이 싸이코 교수를 기습하려고 했을 시에, 찰나의 순간에 그녀는 전기충격기에 지져져서 쓰러질 수 있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생각만 하면서도 전부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고 간단하게만 서유정에게 대답을 했다.
"불가능해요."
"가능해."
서유정은 다시 한 번 더 싸이코 교수 쪽을 봤다.
싸이코 교수는 여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유정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보니까 저 늙은이, 술을 꽤 많이 마셨어. 조금만 더 술에 취하면, 그 때는 기습할 수 있어."
"쉽진 않을 텐데……. 근데, 그러면 선배가 처음에 말했던 도와 달라는 말은, 저한테 교수를 기습할 때 협공을 해 달라고 하는 건가요?"
내가 묻자 서유정은 내 쪽에 가까이 붙어서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틀려. 내가 할게. 나 이래봬도, 유도 유단자야."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유도 한 것 치고는 너무 여리여리한 거 아니에요, 선배? 몸무게 40킬로대일 것 같은데요."
"그건 맞는데, 아버지가 유도학원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배운 적 있어. 싸우는 거라면 지지 않아."
"그렇다고 해도 교수한테는 장담하실 수 없을 걸요."
"자신 있어."
무기에 관해서도 말을 해 줘야 할까.
그런 생각도 들기도 해서 나는 좀 고민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무기에 관해 말을 해 버리면 싸이코 교수를 적대시한다는 것을 서유정에게 털어놓는 것이 된다.
지금 나로서는 서유정 또한 이제 막 만난 사이인데 그런 그녀에게 나 또한 싸이코 교수를 처치하려고 한다는 것을 직접 밝힐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고민의 결과 나는 중립적인 쪽의 선택지들을 연속해서 선택해 왔고, 역시 지금까지처럼 나 혼자서만 정보들을 가진 채로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고 그렇게 가기로 했다.
내가 잠시 고민을 할 무렵 서유정이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 부탁은……. 내가 행동했을 때 나를 말리지만 말아 달라는 거야. 아무리 나라도, 앞뒤로 남자 두 명을 상대하는 건 어려우니까."
서유정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자신을 말리지 말아 달라…….
그러면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된다.
서유정이 내게 부탁하고 난 직후에는 또다시 선택지가 나타났다.
[수락한다]
[거절한다]
[중도적으로 대답한다]
이 선택지에서는 딱히 수락해도 관계없을 것 같았다.
서유정의 부탁을 수락해도 어차피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니까.
그렇지만 나는 기존에 이미 중립적인 입장의 선택을 두 번 했다.
그녀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을 때, 그리고 내가 진짜 싸이코 교수와 한패냐고 했을 때.
나는 나의 확실한 의중을 밝히지 않고 중립적으로 대답을 하면서 서유정으로부터만 정보를 입수하는 방식으로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래서 기왕 중립적으로 간 김에 이번에도 서유정의 부탁에 대해 직접적으로 수락이나 거부의 의견을 밝히는 대신 중간의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
"나한테 해가 온다면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나한테 피해가 없다면……. 고려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걱정 마. 내가 싸울 거니까. 그 전까진……. 교수를 최대한 방심시키려고 할 거고."
"흠……."
나와 서유정의 대화는 거기까지 이어졌다.
서유정은 나에게 싸이코 교수를 습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 전까지는 교수를 최대한 방심시키겠다고 하는데, 그 수단으로 일단 싸이코 교수가 처음에 말했던 대로 나의 자지를 빨고 나와 섹스를 하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일단 우리의 대화는 일단락이 됐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싸이코 교수는 실컷 노래를 부른 뒤에 다시 알몸의 최수아와 전혜경을 양쪽에 부둥켜안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뭐야. 자네들은 아직도 그러고 가만히 앉아 있나? 편하게 다 벗고 놀지 않고 말이야. 우리 모임은 아주 자유롭게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싸이코 교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전혜경의 어깨에 자신의 한 손을 올린 채 다른 손으로는 최수아의 유방 쪽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젖을 또 자연스럽게 주무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