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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55화 (55/96)

〈 55화 〉 싸이코 교수 후계자 루트 (1)

* * *

한민국 교수의 말에 나는 바로 대답을 했다.

"이후 일정은, 흠, 지금 좀 생각중이기는 합니다."

뭘 생각하냐면, 네 컴퓨터 본체를 빼돌려서 실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자를 더이상 나오지 않게 막을 생각을 하고 있다, 씨발놈아.

그렇지만 그건 현재로서는 마땅히 방법이 없다.

거기에 선택지로 인한 큰 분기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 조금 기다리면서 여러 경우의 수를 살피기도 해야 될 것 같다,

나는 나의 일정에 관해 묻는 싸이코 교수에게, 일단 조금 전에 의사가 내게 말했던 것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아, 오늘은 이제 좀 돌아가도 괜찮을 것도 같네요, 교수님. 소은이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고요, 안정을 취하면 내일 정도에는 다시 원래대로……."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 병원 대기실의 의자에 나와 나란히 앉은 싸이코 교수는 나를 보며 대답을 했다.

"껄껄껄! 내가 그런 것에 신경쓰는 것 같아 보이나?"

그가 말을 이었다.

"그 학생은, 내가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서 잠시 보호자 노릇을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돼. 내가 그 애 부모인가? 아니지 않나. 부모가 해야 될 걱정을 왜 내가 해야 돼. 그 학생이 죽든 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말이야."

과연 싸이코 교수다운 말이었다.

"아……. 예."

내가 적당히 대답하자 그가 말했다.

"실은 말이야. 오늘 아주 좋은 모임이 하나 있어. 그 자리에, 내 특별히 자네를 초대하려고 하네만."

싸이코 교수의 말을 듣고 나는 중요한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모임이요?"

"그래."

싸이코 교수는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자네한테 상담을 해 주면서, 내 이 마음속에, 뭔가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네. 잊혀졌던, 아니, 어쩌면 잊혀지지 않고 가슴 속 깊은 곳에 있었던 그 무언가가 말일세."

싸이코 교수는 자신의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한 번 움켜쥐며 그렇게 말했다.

과연 내가 싸이코 교수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선택지를 존나 기가 막히게 고르기는 했던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성과가 나다니.

피도 눈물도 없는 싸이코를 감동시킬 정도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존나 대단한 것 같다.

나는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유소은이 컴퓨터를 빼돌리는 동안의 시간을 존나 끌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안간힘을 쓰면서 선택지들을 골랐었는데…….

그 때의 나의 선택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었다.

싸이코 교수는 자신의 학생이 죽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런 그임에도 나에게서는 마음속의 알 수 없는 감동을 강하게 느낀 듯했다.

싸이코 교수는 다시 자신의 손을 풀며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이번 모임에 자네를 초대하는 것으로, 또 하나의 일을 시작해 보려고 하네."

"그 일이라는 것은……. 뭡니까, 교수님?"

내가 묻자 싸이코 교수가 잠시 다른 쪽을 보고 한 번 웃었다.

"크크……."

그리고, 그는 다시 나를 보고는 말했다.

"그건 바로, 이 세상에 복수하는 일이야."

"세상에 복수를요?"

"음."

교수가 내게 대답했다.

"이 세상은 아주 시궁창 같지. 젊었을 때는 외모가, 그리고 나이를 좀 먹었을 때는 돈이, 그런 것들이 충분하지 않으면,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곳……! 그게 세상이야. 불쌍한 자를 보면 동정하기는커녕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갑질로 풀려고 개지랄을 하고,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조금만 높아도 설설 기면서 비열하고 꼴같잖은 애교를 떨지……. 크크크……. 참……. 좆같잖아. 그렇지 않나?"

싸이코 교수가 내게 그렇게 말하고, 간만에 선택지가 떴다.

[그렇다. 세상은 썩었다.]

[아니다. 세상은 아름답다.]

여기서는 뭐라고 해야 될까.

시간제한의 모래시계는, 이번에는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짧은 시간 고민하고, 빠르게 대답해야 된다.

제한시간 초과로 죽는 어이없는 결말은 사절이니까 말이다.

우선, 2번 선택지처럼 세상은 아름답다고 대답하면서 여기서 싸이코 교수에게 반발했을 때에는, 그와 틀어져서 혼자 집으로 돌아가게 되기가 쉬울 것 같다.

1번 선택지에 따라 세상이 썩었다고 그에게 동의하는 것이 여기서 더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유소은과의 합동 작전으로 그의 컴퓨터를 빼내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옆에 있어야 다시 한 번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시도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나는 재빠르게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는 싸이코 교수에게 답했다.

"맞습니다, 교수님. 세상은 썩었습니다."

나는 그를 보며, 그가 면접관이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말을 이었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갑의 위치에 있을수록,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아랫것들의 재산을 털어가고 좆밥을 만들면서 자기만 배를 불릴까를 궁리해서, 자신이 가진 힘과 부하 엘리트들을 통해 끊임없이 실행을 합니다. 남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생긴 남자나 예쁜 남자가 갑의 위치에서 어장을 관리하며 다른 이성을 유린하고 자신은 즐길 것 다 즐기다가 유리한 쪽으로 결혼하는 곳. 그것이 이 썩어빠진 세상입니다. 세상은 보다 더한 악이 늘 승리하는 악마의 소굴 그 자체이며, 또한 아무리 울부짖어도 아무도 가여이 여기지 않는 외로운 곳입니다. 그러한 오물같은 세상에 교수님께서 복수를 한다는 의지를 가지신다면……. 그것이야말로, 빛나는 정의 그 자체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습니까."

씨발…….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나도 최대한 해 보기는 했는데, 이 정도면 진짜 누가 나한테 혹시 아부 학원이라도 다녔냐고 물어볼 정도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이런 대답에, 싸이코 교수는 엄청난 만족 이상의 만족을 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젖히면서까지 큰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병원의 복도에 그의 목소리가 가득 울려퍼졌다.

병원이라는 장소에서 이렇게 대소를 한다는 것이 어색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따금씩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교수의 웃음에 그렇게 신경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그는 광기어린 웃음을 짓다가, 웃음기 띤 얼굴로, 그리고 커진 눈으로 다시 나를 보았다.

"그래! 바로 그거야! 역시 내가 사람을 완벽하게 잘 봤어!"

싸이코 교수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름진 손.

그러나, 나는 그가 손을 내게 뻗었을 때 그가 의외로 꽤나 운동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굳은살이 박힌 데다가 제법 굵은 손에, 또한 핏줄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내가 이전 회차에서 그와 정면에서 맞상대하기 어려웠던 것은 그의 무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크기는 했지만, 그가 관리를 상당히 해온 것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 회차에서의 나는 정장 차림의 늙은 교수인 데다가 지능케라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그가 힘도 좀 된다라고는 예기치 못했던 것이다.

싸이코 교수는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네처럼 훌륭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야말로, 내 후계자로서의 적임의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네만."

"예……?"

"나와 손을 잡으면, 이 더러운 세계에서 당하는 인간이 아닌 그 더러움을 지배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어. 그게 어떻게 가능한 지는, 내 차차 보여 주도록 하겠네."

그가 내 옆에서 악수를 청하는 순간 또다시 선택지가 떴다.

[교수와 손을 잡는다.]

[거절한다.]

[생각해 본다고 하고 보류한다.]

이번에도 선택지에서의 시간제한의 모래시계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게 맞나?'

뭔가 이거 내 느낌상으로는, 좀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분명 메인 히로인인 유소은의 루트에서 클리어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건 왠지 싸이코 교수와의 친분이 갈수록 더 깊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과사무실에서 싸이코 교수에게 상담을 받을 때부터 해서, 유소은의 자결 시도로 인해 병원에 이렇게 같이 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싸이코 교수와 존나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것도 나를 후계자로 삼고 싶다고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어떡할까.'

뺀다면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몰랐다.

자신의 후계자로 나를 생각한다는 싸이코 교수의 의견을 수락하고 나면, 어쩌면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교수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에, 나는 어떻게 해야 되지?

교수의 제안을 거절한 다음 유소은이 휴식을 취하고 난 뒤인 다음날까지 이 병원에서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서 잠을 자다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서 문수경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 될까?

그렇지만 그렇게 유소은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승부를 다시 뒤집을 수 있을까?

나와 유소은이 함께 결행했던 작전인 상담을 핑계로 교수를 유인한 다음 컴퓨터 빼돌리기 작전, 그 큰 그림은 이미 무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쩌면, 유소은의 사정을 듣고 나서 다시 힘을 합쳐 봐야 늦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되면, 어쩌면 이번 엔딩은 실 바이러스가 전역에 퍼져서 나와 유소은 또한 섹스를 부르짖으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존나 박다가 격리소로 잡혀가는 엔딩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 유소은과의 작전이 무산된 지금으로서는, 역시 일단 싸이코 교수의 근처에서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는 싸이코 교수가 내민 손을 받았다.

"좋습니다."

싸이코 교수는 나와 악수를 하면서 손을 흔들며 웃었다.

"껄껄껄껄껄껄껄껄! 잘 생각했네."

한바탕 웃으면서 악수를 한 싸이코 교수는, 손을뺀 다음에는 나에게 말을 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같이 가도록 하지. 아까 말했던, 나의 모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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