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변수의 변수 (1)
* * *
그는 내게 더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내가 바이러스로 인한 힘이 생긴다면 그 힘을 내가 지배하고 싶다고 하자 거기서 연계되는 싸이코 교수의 질문이 있었고, 나는 그것에 대한 선택을 또 하게 됐다.
[최강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싶어서]
[세상이 나에게 해준 것이 없으므로]
[공짜로 환원해도 이득이 없으니까]
이번엔 선택지들이 다들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나는 싸이코 교수와 손을 잡고 바이러스로 인해 가질 수 있는 힘을 지배하겠다는 말이니까 말이다.
이전의 선택지인 힘을 가질 경우의 선택지가 상당히 중요해 보였던 것에 비해서, 왜 힘을 가지고 싶냐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선택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선택지 중 적당한 것을 골랐다.
"세상이 나에게 해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말을 이었다.
"이 세상은 제가 잘 됐을 때에는 득달같이 저의 소득을 공유하려고 달려듭니다. 그렇지만 제가 망한다면 평생 그렇게 살아야 됩니다. 여자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가 망해도 아무도 저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망했을 때는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있는데 잘 됐을 때 굳이 그 힘을 마다하고 대가없이 그걸 사회에 환원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싸이코 교수는 내 말을 듣고 웃음을 지었다.
"끌끌……. 그래……."
그리고 싸이코 교수는, 무언가 생각을 좀 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합격일세."
합격?
무슨 말인가 했다.
좀 생각해 보니까 바로 저네 일단 질문 하나를 해 보고 자신의 전속 조교로 나를 받아들일지 결정한다고 했었던 게 바로 떠올랐다.
"아, 그럼……."
"내 전속 조교가 된 걸 축하하네."
싸이코 교수는 그 말과 함께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나는 테이블에 마주앉은 싸이코 교수가 손을 뻗어 오는 것에 따라 두 손으로 싸이코 교수와 악수를 햇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악수를 마친 뒤에 싸이코 교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자네는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될 거야. 끌끌……. 자네 말이야. 지금까지 서럽지 않았나?"
"어떤 면에서 말씀이십니까."
서럽지 않았냐는 교수의 말에 어떤 분야에서인지 내가 되묻자 교수가 말했다.
"못생겼다는 면에서 말일세. 고통스럽지 않았나? 늘 여자를 수없이 많이 만나고, 오입질하는, 그 잘난 놈들 사이에서, 극도의 부익부 빈익빈을 몸소 체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무수히 느끼며, 서럽지 않았냐는 말이야."
나는 조금은 과장되어 보일 정도로 교수에게 동조를 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교수님. 가슴을 에일 듯이 서러웠습니다."
"음."
교수는 이번에도 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내게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앞으로, 자네의 그 서러움을, 깨끗하게 사라지게 해 주겠네. 조건 하나만 이행한다면."
본격적으로 손을 잡자는 말이었다.
그런데 거기 걸려 있는 조건이 있다고 해서, 나는 뭔지 궁금해서 물었다.
"조건이 궁금합니다."
교수는 자신의 손목을 한 번 풀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별 것 아니네. 비밀유지서약서. 그거 하나면 되네. 자네의 사상은 어차피 나의 사상과 거의 같아. 만의 하나를 대비해서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서 하나만 쓰면, 바로 내 조교로 등록시켜 줄 뿐더러, 자네의 지금까지의 삶과는 전혀 다른, 최고의 삶을 살게 해 주겠네."
싸이코 교수는 상당히 내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말이 전속 조교지, 사실상 자신의 하렘 왕국 건설에 있어서 나를 후계자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싸이코 교수는 실 바이러스를 가지고 그 힘의 권력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와중에 그 힘의 권력을 나에게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그동안 선택지를 정답을 잘 골라서 존나 싸이코 교수의 입맛에 맞게 모두 선택을 해서이고, 그래서 지금 나는 싸이코 교수의 신임이 존나 두터운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내가 인사하자 싸이코 교수가 웃음을 지었다.
"크크……."
교수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싸이코 교수의 심리상태를 생각해 봤다.
'싸이코 교수는 외로웠을 것이다.'
싸이코 교수는 사실 엄청난 수재인 것은 맞다.
화학과 생물 두 가지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재로서 미친 바이러스까지 혼자서 손수 제작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그의 옆에는 가족이 없다.
존나 즐기며 섹스하고 다니고 있지만 그는 지금 늙었고, 혼자라는 게 외로울 것이다.
그런 싸이코 교수의 앞에 내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답을 하는, 바로 내가.
그런 나를 보고 교수는 판단한 것이다.
비밀유지만 된다면, 나를 후계자로 삼기로.
싸이코 교수는 나와 그런 이야기가 오간 뒤에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지. 지금 작성하러 가 보세."
"지금요?"
"음. 교수실로 가서 프린트 하나만 하면 되는데, 어려울 것도 없지."
교수가 원하는 대로 선택지를 맞춰가며 다 잘 고른 건 좋은데, 이건 생각 밖이었다.
그와 어떤 이야기를 더 나누는 것으로서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내가 시간을 더 끄는 것이 되니까 괜찮은데,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가 교수실이 되게 되면 유소은이 작전을 진행하는 동안 내가 시간을 끄는 것은 끝이다.
"지금, 지금 바로요?"
"어."
"어……."
교수는 먼저 테이블의 자리에서 일어나서, 걸어가기 시작하려고 하다가 멈춰 서서는 내 쪽을 돌아보고 말했다.
"일어나세."
"교수님? 저……. 잠시만……!"
"왜. 더 이야기할 거 있나?"
"예! 조금 더 상담드릴 내용이……!"
"그건 교수실로 가서 이어서 하도록 해. 서약서 뽑고 쓰면서도 충분히 더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싸이코 교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더 말을 했다.
"흠……. 그러고 보니 여학생이 하나 더 있었지. 오늘은, 그 여학생은 일단 집에 보내기로 하는 게 좋겠어. 우리 둘이 이야기를 더 하도록 하고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고, 싸이코 교수는 먼저 테이블 쪽에서 걸어가서는 과사무실의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나도 싸이코 교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저기……. 저기, 교수님……!"
싸이코 교수가 먼저 과사무실을 나서고 내가 뒤따르자 그는 내게 열쇠를 건넸다.
"문단속 하게."
"예."
나는 열쇠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싸이코 교수가 나에게 말했다.
"그럼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문단속 하고 천천히 따라오게."
존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혼자 교수실로 간다고?
그건 말도 안 된다.
"자, 잠깐만요! 열쇠 빨리 놓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내가 열쇠로 잠그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 과사무실 앞에서 문단속을 하려고 하면서 다급하게 말을 하자, 다행히도 싸이코 교수는 바로 출발하지는 않고 웃었다.
"음? 후후, 그래. 밤이라 무섭기라도 한 건가? 자네, 의외로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군. 기다려 주지."
나는 혹시라도 싸이코 교수가 교수실로 먼저 출발하기라도 할까봐 최대한 빨리 문단속을 하고는 4.5층에 있는 화분 아래에 열쇠를 존나 빠르게 넣어 놓고 다시 교수 쪽으로 합류했다.
내가 복귀하자 싸이코 교수는 복도를 걷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옆에서 걸어가게 됐다.
교수실로 걸어간다.
아직 유소은으로부터의 연락은 없다.
나는 복도를 걸으며 싸이코 교수에게 아무말 대잔치를 존나 했다.
"저……. 저, 교수님."
"음."
"날씨도 좋은데, 산책 좀 하고 오시는 건 어떠십니까?"
"이 밤중에 말인가."
"그게……."
산책이 통하지 않아서 나는 또 다른 걸 한 번 던져 보기도 했다.
"저, 교수님, 제가 강의실 옆에 있는 창고 방, 저기서 엄청 괜찮은 책을 찾았는데요, 혹시 잠깐 보시겠습니까?"
"굳이 지금 무슨 책을 보자는 말인가."
아무말 대잔치는 내가 생각해도 좆같은 이야기였고, 이대로는 복도를 지나 교수실로 향하는 싸이코 교수를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씨발……. 이대로는……!'
교수실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때 선택지가 떴다.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걸지 않는다]
나는 유소은과 미리 이야기를 했었다.
가장 최후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만약 유소은이 아직 컴퓨터 본체를 빼돌리기 전에 나와 싸이코 교수가 교수실로 돌아오게 되면, 내가 싸이코 교수를 뒤에서 붙잡고 유소은이 교수를 칼로 찌르기로 했다.
"교수님, 이제 폰 좀 켜겠습니다."
"음, 그러게."
나는 교수실에 가까워지면서 유소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싸이코 교수는 이번 상담으로 인해 나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졌고, 나는 주머니 속에서 미리 켜져 있는 폰을 꺼내서 곧바로 유소은에게 전화를 거는 동시에 다시 폰을 집어넣었다.
이러면 유소은은 나에게서 온 전화에 의해 통화 진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전화를 내가 했을 때 소은이가 아직 교수실에 있다면……. 내가 뒤에서 교수를 잡고 소은이가 교수를 찔러야 되는 최후의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유소은이 전화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단지 나는 유소은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다.
유소은이 잘 도망쳤다면 유소은이 나에게 신호를 주고, 유소은의 신호를 받기 전에 내가 교수와 함게 교수실로 오게 된 경우에는 내가 신호를 주기로 했다.
어떻게 된 거냐.
'소은아, 벌써 본체 가지고 날랐어? 시간은 많이 끌었는데……. 갔으면 갔다고 나한테 전화를 먼저 줘야지,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잘 한 거야, 만 거야?'
내가 싸이코 교수에게 시간을 끌기 위해 복도에서 몇 번 던져 봤던 아무말 대잔치의 시간이 지나갔고, 나와 싸이코 교수는 복도 맨 끝의 교수실에 도착하게 됐다.
"들어갈까."
그가 익숙하게 카드키 인증을 하고 들어간다.
교수실은 과사무실과 달리 카드키를 썼다.
"예……. 예, 교수님."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대답을 하면서도 이 유소은 루트에서 격전의 타이밍을 맞이할 이 순간에, 그를 뒤에서 잡는 상황이 올 지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될 지를 생각하며 심장이 존나 뛰었다.
'유소은이 교수실 안에 있다면 소은이가 칼을 쥐고 있는 걸 보자마자, 싸이코 교수를 뒤에서 잡아야 된다……! 유소은이 이미 컴퓨터를 가지고 갔다면……. 난 튀어야겠지……!'
유소은은 교수실에 있을까?
이미 컴퓨터를 가지고 날랐을까?
두 상황에 따라 나는 교수를 뒤에서 잡느냐, 튀느냐, 이 두 가지의 극단적으로 다른 행동을 취해야 했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교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싸이코 교수의 뒤를 바짝 쫓아 붙었다.
그리고, 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 어……?"
그리고 그것은 싸이코 교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