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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50화 (50/96)

〈 50화 〉 상담을 받다 (2)

* * *

내가 얼버무리듯 말을 하고 나서였다.

싸이코 교수는 눈을 크게 뜨며 내게 말했다.

"호오, 그래? 이성에 관한 문제라니! 내가 또 그쪽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학생이 먼저 그 쪽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온 건 이번이 처음이군. 허, 무슨 일인가? 내가 아주 제대로 상담을 해 줘야겠어. 끌끌."

싸이코 교수는 그렇게 말을 하며, 음험한 웃음을 지으면서 내 쪽을 보는 동시에 찻잔에 티스푼을 몇 바퀴 돌린다.

나는 전략이 완벽하게 먹혀들어갔음을 알게 됐다.

'인생하고 이성 중에서 고민하다가 이스엥이라고 했는데……. 이게 된다고? 나이스다.'

이스엥이라고 내가 한 말에 대해 교수는 이성으로 알아들었고, 그리고 교수는 거기에 관해 나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싸이코 교수는 이전에 복도에서 내가 아부를 연발할 때처럼 존나 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내게 물었다.

"자네 나이 대에는 또 한참 주변 선후배들이나 동기들하고 어울리면서 이성한테 호기심이 왕성할 때지. 뭐, 최근에 잘 안 된 경우라도 있는 건가."

나는 일단 이성 문제에 관한 고민으로 싸이코 교수와 주제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다음에 구체적인 걸 물어왔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 지는 바로 또 생각을 해 봐야 됐다.

"그게 실은……."

내 고민을 덜어주려는 듯, 이번에도 선택지가 등장했다.

[학과 퀸이 말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좋아하는 동기가 거세남 취급한다]

[소개팅을 부탁해도 아무도 안 해준다]

[그냥 존나 섹스하고 싶다]

선택지는 존나 가관이었다.

네 개의 선택지 모두 원작인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에서 주인공이 실제로 겪어왔던 시나리오들이었다.

[학과 퀸이 말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학과 퀸이 말상대조차 해주지 않았던 시나리오는 원작에서 잠깐 등장을 했었는데, 다른 잘생긴 남자 학우들과는 밥도 잘 먹고 잘 놀기도 하는 학과 퀸 최수아는 주인공은 존나 개무시를 했다.

최수아는 이후에는 유소은과 이보람이 내게 보여줬던 협박 동영상에서 나오는데, 그 동영상에서 볼 수 있는 최수아의 상태는 싸이코 교수의 육노예의 모습 그 자체였다.

[좋아하는 동기가 거세남 취급한다]

이건 이보람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보람의 보지에 자지를 존나 박고 싶어하지만, 이보람은 다른 남자들은 존나 만나면서 주인공은 만나지 않는다.

이보람은 섹스는 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주인공과는 세계가 멸망해서 아포칼립스가 된다고 해도 섹스를 하지 않을 기세다.

[소개팅을 부탁해도 아무도 안 해준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주변의 여학우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했었다.

좋아했던 이보람이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주인공은 자신도 여자친구를 만들어보려고 했던 것이다.

다들 주변에서 찾아보겠다라고 주인공에게 형식적인 답을 하기는 했는데, 결과적으로, 딱 1명도 주인공에게 여자를 소개해 준 주위 여학우는 없었다.

[그냥 존나 섹스하고 싶다]

이 선택지는 솔직하긴 하지만 교수한테 말하기에는 조금 제정상이 아닌 것 같아 보일 수 있다.

여기서 선택지로 고르기에는 당연히 부적합하다.

때로는, 문제 속에 답이 있는 법이다.

이런 원작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선택지들 속에서, 나는 교수가 "최근에 잘 안 된 경우라도 있는 건가."라고 물어본 것에 관한 답을 하기로 했다.

1번과 3번 선택지인 최수아 이야기와 소개팅 이야기는 최근에 잘 안 됐다기보다 그냥 아무런 희망 자체가 없는 이야기다.

교수가 내게 질문한 최근에 잘 안 된 경우에 대해서는, 나는 2번 선택지인 이보람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가는 게 맞겠다 싶었다.

"제가 좋아하는 동기가 있는데, 그 동기는 전혀 저를 남자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이코 교수는 내가 이보람과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해 오자 역시나 관심을 보였다.

"그럐? 어떤 일이 있었나?"

나는 이보람 시나리오에 관해 더 이야기를 했다.

"겹치는 수업도 많기도 해서 이야기를 나눈 기회가 많았습니다. 저는 접근해 봤지만, 저하고는 절대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남자는 만났습니다. 그 애한테 저는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남자를 만나고 저는 만나지도 않을 거면서도, 술값 빌려 달라, 택시비 내 달라, 만나면 뭐 사 달라, ……. 그 동기는 저를 마치 지갑처럼 썼습니다."

씨발 처녀 빗치년…….

이야기를 꺼내니까 새삼 또 빡이 치는 것 같다.

내가 상담에 관련한 최근에 잘 되지 않은 사례에 관해 말하자 싸이코 교수는 고개를 한 번 절레절레 젓고는 내게 말했다.

"그런…….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겠군. 여자친구한테라면 돈을 쓰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다른 놈을 만나면서 만나는 놈한테나 사달라고 하지 남자로 생각도 하지 않는 자네한테 지갑 취급을……. "

내가 이성 문제에 관해 상담을 하자, 싸이코 교수는 놀라울 정도로 내 말을 주의깊게 들으며 진짜 상담을 하는 교수처럼 행동을 했다.

그 모습이 좀 놀랍긴 했다.

내가 기존에 알던 싸이코 교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여대생들의 보지에 섹스만 하려고 하는 미친놈 그 자체였다.

그런데 싸이코 교수와 상담을 하면서 그는 여대생의 보지와는 관련이 없는 주인공의 좆된 흑역사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상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왜?

싸이코 교수는 왜 나의 이런 좆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인가?

이유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한다.

현재의 나의 1목적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나는 일단 싸이코 교수에게 나,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주인공이 이보람에게 겪은 수모에 관한 것을 더 말을 하며 시간을 벌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냥, 대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저하고 사귀느니 차라리 솔로가 낫겠다고요. 그런 대화가 오고가는 게 한두 번이 아니고 일상적입니다."

"자네하고 만나느니 차라리 솔로가 낫다……?"

싸이코 교수는 나의 말을 듣고는 눈을 부라렸다.

이건 마치…….

정말 나를 공감해 주는 듯한 표정.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그와는 역시 너무 다른 모습이다.

인정사정없이 전기충격기와 테이저건을 휘두르며 나와 맞섰던 지난 회차의 그의 비웃는 듯한 표정이, 그 때와는 전혀 다르게 내 앞에서 녹차를 마시고 있는 현재의 싸이코 교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이 새끼, 왜 이렇게 바뀐 거야? 아니……. 원래 상담은 친절하게 해 주는 편인가?'

의아했지만 나는 이보람에 관한 것을 좀 더 풀었다.

"예. 그런 말을 들으면 저도 장난식으로 똑같이 '너하고 만나는 것보다 리얼돌을 사귀겠다'라고 하기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저는 전혀 남자 취급도 받지 못하는 것에 있어서 자존심이 많이 상합니다."

"그렇지……. 충분히 자존심 상할 만 하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싸이코 교수는 녹차를 한 모금 홀짝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잔을 내려놓고는 나에게 말을 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야. 나이 어린 여자들은 말야,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현재 자신이 현재 권력이 정말 높을 때이고, 위치가 아주 대단한 시절이라는 걸 말이야."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자네처럼 당하는 일들은 자주 일어나지. 그렇지 않아도 남자는 20대에 재산 형성도 되지 않은 때라 약한 존재인데, 더군다나 자네같이 못생기고 가진 것 없으면, 더욱 빈번하게 치욕스런 무시를 당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단 말이야. 그렇지 않은가?"

그는 나의 이야기에 대신 화를 내 주듯이 말을 했다.

"아닌가? 한 번 말해 보게. 자네가 지금, 뭐가 부족해서 여자들에게 무시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또다시 선택지가 떴다.

[돈]

[권력]

[외모]

[부족함이 없다]

싸이코 교수의 질문은 내가 뭐가 부족해서 무시를 받느냐는 말이었다.

여기서는 뭐라고 해야 될까.

싸이코 교수는 나에게 흥분해서 말하던 도중 '못생기고 가진 것 없으면, 더욱 빈번하게 치욕스런 무시를 당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싸이코 교수가 봤을 때 내가 무시받는 이유는 두 개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못생겻고, 가진 것이 없다는 것.

'음, 맞는 말이기도 하고 나를 위로하는 거기도 한데, 왠지 팩트 폭격을 맞아 좀 좆같기도 하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돈, 권력, 외모, 부족함이 없다, 4가지 선택지 중에 외모를 답했다.

"외모입니다."

싸이코 교수는 나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대학생이다.

그렇다면, 가장 직접적으로 제일 먼저 이야기를 할 만한 것은 외모다.

내가 외모라고 답하자 싸이코 교수가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자네한테 제일 부족한 것, 그것은 바로 외모지!"

교수는 조금 웃는 얼굴같은 표정이 됐고, 녹차를 한 모금 또 마시고는 말했다.

"후릅……. 음……. 못생긴 남자한테도 욕구가 있단 말이야. 그런데, 그걸 해소할 길이 없어, 왜? 다 몰리니까. 잘생긴 남자한테 다 몰려가 있고, 못생긴 남자는 호구 짓밖에 할 수가 없어!"

교수가 못생긴 남자는 호구가 되기 쉽다고 하면서 선택지가 나왔다.

[맞장구친다]

[반대의견을 표한다]

나는 어렵지 않게 맞장구치는 선택지를 고르기로 했다.

"맞습니다. 못생긴 남자는 호구가 되기 쉽습니다. 기대감을 가지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물어보면, 다 똑같은 말을 하죠. 나는 외모만은 보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잘생긴 남자가 여자 20명 만날 때, 저는 단 1명 만나기도 어려운 마법같은 일이요. 어째서일까요.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일 텐데요."

내가 맞장구를 치자 교수는 더욱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자네, 젊은 친구가 생각이 깊군. 바로 그거야. 사실 외모는 중요한 거야. 남자한테나, 여자한테나. 그런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으니까, 그런 말들에 현혹이 돼서 어느 순간부터 외모는 진짜 중요하지 않은 거였나 싶지. 그러면 이렇게 생각이 들겠지. 외모는 중요한 게 아니니, 나도 돈, 시간, 노력을 들이면 잘생긴 남자처럼 여자를 만날 수 있겠다……! 그런 착각이 드는 거야! 그러면서 다 퍼주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게 돼……! 그렇게 인생을 낭비하다 보면, 결국, 어떻게 되겠나?"

이번에는 외모가 좆같은 남자가 여자를 쫓아다니다가 섹스도 못하고 괜히 시간만 날리면 어떻게 되는가에 관한 질문이었다.

[더 못생겨진다]

[학점 관리가 힘들다]

[취직이 어려워진다]

[경제력이 확립되는 시기가 늦어진다]

3, 4번 선택지가 비슷하기는 했는데, 싸이코 교수가 더 원할 것 같은 답은 4일 것 같았다.

시간 낭비를 했을 경우에 취직이 어려워지는 것도 맞지만 교수는 일반적으로 취직을 해서 하고 있는 직업이 아니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3보다는 4쪽으로 내가 대답을 하는 게 싸이코 교수에게 더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대답했다.

"여자를 쫓아다니다가 시간을 날리면, 경제력 확립이 늦어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못생긴 남자는 잘생긴 남자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 가면서 여자를 만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지는데, 나중에는 그 때 낭비한 시간들이 쌓여서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인생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죠. 따라서, 못생겼다고 판단되면 차라리 20대를 포기하는 게 나을 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나는 안 될 거, 잘생긴 남자들이 노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져서 30대를 노려보는 게 나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을 하자 싸이코 교수는, 오버스러울 정도로 상당히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그는 박수를 다 친 다음 내게 말했다.

"아주 훌륭해."

그는 테이블에 정장을 입은 팔꿈치를 올리면서 나에게 말을 해 왔다.

"그래도 주변에 멘토가 있기는 한가 보군."

나는 곧장 대답했다.

"친한 형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제가 여자한테는 인기가 없지만 남자한테는 인기가 많습니다."

이건 실제의 나나 원작의 주인공이나 공통적인 사항이었다.

남자들과는 존나 잘 어울리지만,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는 거의 답이 없다.

싸이코 교수는 나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껄껄! 그래."

그는 이번에는 녹차를 몇 모금 마시고는 나에게 말을 했다.

"자네 말대로야. 못생기면, 20대에 여자를 만나는 걸 포기하는 게 낫지. 20대에 죽어라고 일하는 거야. 그래서 30대에, 남들보다 돈이나 명예, 권력으로 승부를 해야겠지. 그런데 그렇지 않고 20대를 날려 버린다면……."

그가 잠깐 쉬었다가 말했다.

"그러면……. 미래는 없지. 마음에 드는 여자는,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지. 20대에 여자 엉덩이만 쫓아다니다가 시간을 낭비하면, 30대, 40대, 50대……. 계속 인생에서 앞서나가지 못하고 뒤쳐지게 될 테니까. 그러다가 늙게 되면……. 그 땐, 성공해도 젊고 예쁜 여자를 절대 만날 수는 없다."

싸이코 교수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상당히 진중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예쁜 여자와의 관계가 있었던 적이 없는 인생을 살아 늙어 버린 뒤에 돈과 명예가 충분하다면, 그것은 행복한 인생인가?"

싸이코 교수의 말과 함께 선택지가 나왔다.

[그렇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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