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45화 (45/96)

〈 45화 〉 서민의 욕심 (2)

* * *

"자, 그러면 변경된 작전 나가신다!"

유소은과 알몸으로 마주앉아 나는 수정된 작전에 관해 이야기했다.

유소은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는 채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작전은 이렇게, 1층의 비상계단에 컴퓨터 본체를 놓고 다시 중앙계단으로 올 계획이었지? 그렇게 해서 나하고 다시 만나서 교수를 1층에서 따돌리고 둘이서 돌아가는 거였고."

유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다음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네가 이 컴퓨터를 가지고 혼자 돌아가는 걸로 한다면, 나는 적당한 선에서 교수하고 이야기하는 걸 마무리를 하고 혼자서 돌아가야겠지. 최대한 시간은 많이 끌어야 될 것 같고. 나도 교수하고 하루종일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네가 좀 멀리 갔을 때 나한테 컴퓨터를 들고 갔다는 걸 알려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소은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전화로?"

"어."

유소은이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건 좋을 것 같은데, 전화를 받아서 통화를 하는 것보다는 통화는 하지 않고 신호만 받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최대한 수상한 점을 보이지 않으려면 전화는 받지는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진동으로 해 놓을 테니까, 컴퓨터를 들고 나와서 교문 앞, 거기까지 나가면 나한테 전화해. 진동 오면 네가 컴퓨터를 잘 빼돌렸다는 신호로 알고, 그 다음에 바로 나는 적당히 교수하고 헤어질 테니까."

유소은이 조금 놀라며 내게 물었다.

"교문 앞까지 컴퓨터 가져갔을 때 전화하라고? 그 때까지 시간 끌어 준다는 거야?"

"음."

나는 시간은 내가 최대한 더 노력을 하면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가 상담교수하고의 상담 시간은 길다.

내 작전 시간은 최소한의 시간을 염두에 뒀고 말이다.

"웬만하면 시간은 완전 충분하게 끌어줄게. 반대로, 만약 싸이코 교수가 나하고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아서 먼저 가려고 하면, 너한테 전화 걸면서 내가 무력으로라도 막아 볼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서, 나는 이렇게 유소은이 컴퓨터를 빼돌리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완성했다.

요는, 유소은이 컴퓨터를 잘 빼돌리면 나한테 연락하고, 교수가 예상보다 빨리 올라갈 것 같으면 내가 유소은에게 연락을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시간을 잘 끌어주느냐이다.

내가 시간만 잘 끌면, 유소은이 컴퓨터 본체를 들고 도망가는 시간 정도는 충분하게 벌 수 있다.

내가 수정된 작전에 관해 그렇게 다 이야기를 하자 유소은은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상훈아."

"어."

유소은은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다가왔고, 내 수정된 전략이 마음에 드는 듯 속삭이는 것처럼 내게 말을 했다.

"사랑해……."

유소은은 웃으면서 반 장난으로 나한테 이야기를 하는 거였지만, 존나 예쁜 애가, 이불로 가렸다고는 하지만 옷을 다 벗은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하면서 가까이 들이대 오니까 기분이 좋았다.

나는 조금 동요가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유소은에게 말했다.

"왜 뽀뽀 하려다 말아?"

그녀의 말처럼 나도 장난 반이었는데, 유소은이 대답했다.

"하, 진짜. 알겠어."

유소은은 작전이 마음에 들어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쪽."

나는 볼에 유소은의 뽀뽀를 받고는, 내 쪽에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해 주기도 했다.

"쮸릅……. 쯀끕……."

유소은과는 조금 전에 섹스를 했기 때문에 이런 키스에 대해서도 확실히 자유로웠다.

누군가는 이성간의 섹스를 관계의 끝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성간의 관계의 처음이 섹스라고 생각한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상대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껴야 섹스를 한다.

나는 그래서 섹스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이성적인 매력을 서로가 느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따라서 나와 섹스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나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러한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서 돈과 시간과 마음을 바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유소은과 시작된 것이다.

키스를 하고 나서 나는 유소은이 가리고 있는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젖을 한 번 만지고는 말했다.

"좋은데?"

중의적인 말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나의 작전을 듣고 해준 뽀뽀, 함께 나눈 키스, 그리고 그녀의 젖의 감촉, 이러한 것들 중에 어떤 것을 좋다고 내가 말한 건지 명확하진 않게 답했다.

사실 다 좋았다.

유소은이 존나 예쁘기 때문이었다.

유소은은 이불을 조금 더 끌어당기고는 말했다.

"모, 몰라! 잘 끌어줘, 시간이나."

"맡겨 둬. 시나리오대로 가면, 시간은 잘 끌 수 있을 테니까."

유소은은 나를 완전히 믿는다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조금 떨구고는 살풋 웃었다.

"흐음. 후련해."

"그래?"

"네가 이렇게 나한테 완전히 맞춰 줄 줄은 몰랐어. 난 사실, 이 작전 그냥 깨버린다는 생각으로 말한 거거든. 근데 네가 이렇게 나한테 컴퓨터를 주는 쪽으로 해 줘서, 으음……. 그게……."

유소은은 조금 주저하다가 내게 말했다.

"고마워."

쑥스러운 듯이 말하는 유소은이었다.

뭐,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까 괜찮지만.

"음."

나는 유소은에게 말했다.

"그럼 이걸로 수정 완료. 아, 근데 소은아."

"응?"

시선을 조금 내렸던 유소은이 나를 다시 바라봤고, 나는 유소은에게 말했다.

"너 혹시 사채 썼어?"

"어?"

"돈이 뭐가 그렇게 필요해?"

내 말에 유소은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 머리 위에 얹고는 휘저었다.

"필요하지. 사채 같은 거 아니어도, 이 세상에서 나이와 성별을 다 떠나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어린 자식."

나는 눈썹을 조금 매만지며 그녀에게 말했다.

"뭐가 어려? 우리 동갑이잖아."

유소은은 내 머리에서 손을 다시 내리고는 말을 했다.

"근데 생각은 네가 훨씬 더 어리잖아."

그녀는 살짝 위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돈이 있어야 된다고."

그렇게 말하는 유소은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녀는 잠시 뒤에 다시 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실은 나, 언니가 있어. 나이 차이가 11살 나는."

"아, 그래?"

언니라…….

나는 유소은의 말을 듣고 한 여자를 떠올렸다.

유소은의 톡 화면 프로필 사진들에 있던, 유소은하고 나이대도 비슷해 보이고 외모도 왠지 닮은 구석이 있어 보였던 존나 예쁜 여자.

그런데 11살 차이라고?

씨발, 유소은도 존나 예쁘지만, 유소은의 언니도 존나 방부제 미모다.

"혹시, 그 분인가? 네 프로필 사진에 있는?"

"어? 어. 봤어? 너 나 염탐해?"

"무슨 소리야? 보라고 올려 놓은 거잖아."

우리는 장난을 주고받았고, 유소은이 웃으며 말했다.

"후후, 그래. 근데 언니를 보면, 정말 힘들어 보이거든."

유소은은 언니를 떠올리는 듯했다.

"언니는 날마다, 회사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일이 꼭 생겨. 퇴근하고 오면 진이 다 빠져서는, 집에서 술 마시면서 매일 죽을 상이야."

사진으로 봤을 때는 즐거워 보이던 유소은의 언니지만, 실제로는 힘들었던 듯했다.

유소은이 말을 이었다.

"그 일들은 정말 다양해. 엄청 다채로운 일들이 벌어지더라고, 회사라는 곳에서는. 그래서 언니가 회사를 옮기기도 해 봤는데, 별 차이 없어. 여기도, 저기도, 미친년놈들은 있더라고. 언니를 보고, 나는 결심했어. 아, 나는 진짜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나는 유소은의 말을 경청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미친놈들은 어디에나 있다.

참 신기하다.

그런 놈들이 없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이 한층 더 올라갈 텐데.

"언니는 많이 바뀌었어. 옛날에 그렇게 맑게 웃고, 순수하게 나하고 놀아 주면서 즐거워했던, 그런 모습이 다 사라졌어. 언니는 매일 힘들고, 매일 아침마다 초조해하고, 두려워해.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대."

유소은의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녀에게 말을 했다.

"근데 일을 안 하고 살려면, 돈이 있어야 되잖아."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 않냐는 내 말에, 유소은은 간절한 눈빛으로 나에게 말을 했다.

"그래서 난 돈이 필요해. 정말 일하고 싶지 않아. 내 성격은 언니랑 놀면서 이미 순수함을 다 잃어버렸지만, 내 처지는 적어도 언니같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 같이 매일 죽을상을 하고 나가는 출근을 하고 싶진 않아. 자기 일에 만족하는 사람은 부럽지만, 적어도 언니가 다녀 본 몇 군데 회사는 다 힘들어 보였거든. 높으신 분들은 다들 신나게 사는데, 서민은 평생 좆같애. 나도 금수저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고. 나같은 서민이 금수저로 살아보고 싶은 건, 지나친 욕심일까?"

아니.

나는 유소은의 욕심을 응원한다.

같은 사람인데, 왜 금수저 물고 태어나면 평생 다른 사람들을 따까리로 부려 먹으면서 존나 잘 사는 게 존경받을 일이고, 금수저 안 물고 태어나면 평생 고위층의 따까리로 부려 먹히면서 존나 어렵게 사는 게 올바른 삶의 역군의 자세인가?

좆같은 소리다.

뒤집어라.

유소은.

"그래, 뭐. 세상. 좆같지. 응원할게, 너의 일하지 않고 살아가게 되는 삶."

"응."

나는 유소은에게 손을 내밀었고 유소은은 나의 손을 마주잡으며 우리는 악수를 했다.

나는 악수를 한 손을 놓을 때쯤 말했다.

"근데 소은이 너, 성격이 언니랑 놀면서 순수함을 잃어버렸다고 했잖아?"

"어."

유소은이 대답한다.

그녀는 유방 이하를 이불로 가리고 있지만, 나는 이불 위로 보이는 윳은의 윗유방 쪽을 보면서 그녀에게 말을 했다.

"근데 나하고 섹스한 게 처음이었다니……. 성격은 순수함을 잃어버렸지만, 보지는 순수함을 잃어버리지 않았었네. "

나의 장난에 유소은은 한 손으로 이불을 잡으며 나에게 덮쳐들어왔다.

"죽을래 진짜­!"

"으헉!"

수정된 작전은 완벽해 보였고, 나와 유소은은 모텔에서 섹스를 한 다음 이렇게 작전 시간 이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좀 휴식을 취하게 됐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