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메인 히로인과 섹스 선택 (1)
* * *
유소은과의 키스는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그녀의 입술과 혀를 끊임없이 갈구하게 된다.
이유는 알고 있다.
그녀가 예쁘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와의 키스는 왜 이렇게 다른 걸까, 라는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그녀와의 산뜻한 구강의 교합에 나는 홀린 듯 빠져든다.
그녀의 입술과 나의 입술이 만나고, 그녀의 혀와 나의 혀가 뒤섞인다.
나의 더러운 욕망은 그녀의 깨끗한 성스러움에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미친듯이 키스하는 동물적 감각과 함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있는 동안 그 시간과, 그 시간을 함께 걷는 키스가 주는 쾌락이, 좀 더, 좀 더 걸어가자고 나에게 말을 건네 온다.
그러면서 키스는 더 오랫동안 이어져 갔다.
"하아……. 하아……."
키스를 마친 뒤에는 나는 호흡이 거칠어져 있고, 내 자지는 바지 속에서 발기돼 있다.
"……."
옆자리의 유소은은 부끄러운 듯 입가에 말아쥔 손을 올리고 살짝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러고 보니 카페다.
카페를 돌아보니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테이블에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나와 유소은이 존나 키스하는 모습을 다들 봤을 것이다.
그렇지만 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유소은이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는 때로 남자에게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할까.
예쁜 여자는 때로 나에게 이 세상에 그녀와 내가 주인공인 듯한 생각을 하게 하고, 그녀 이외의 다른 것들을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남자가 예쁜 여자를 찾는 것은 그렇게 예쁜 여자의 몸과 만났을 때 그렇게 내 몸이 그녀를 만나 정화되고 내 마음이 그녀를 만나 특별하게 변화하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유소은과 키스를 마친 뒤에 조금은 부끄러워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자, 선택지가 뜬다.
[섹스하러 나간다]
[더 회의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성적으로 선택지를 골라야 되는데, 내 자지는 유소은의 팬티를 벗기자고, 그 팬티 속 보지에 발기된 자지를 꽂아주자고 소리친다.
나는 잠깐 눈을 감고 눈 언저리에 한 손을 올린다.
침착하게 생각한다.
선택지……!
이번 선택지는 두 개로 돼 있다.
하나는 유소은과 섹스하러 가는 거고, 다른 하나는 더 회의를 하는 것이다.
일단 시간적으로는 둘 다 가능하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나와서 회의를 하다 키스를 나눈 거기도 하고, 이 근처에서 어딘가를 갈 때의 동선은 다들 짧다.
대학가 술집, 모텔, 강의실이 있는 건물, 다 이 근처에 위치해 있다.
침착하게 생각을 해 보니까, 유소은하고 섹스를 해야 될 것 같다.
이전 회차에서의 섹스들을 돌아보면 문수경과 민혜지와의 섹스가 있었는데, 이번에 유소은과의 섹스는, 두 섹스 중 문수경과의 섹스에 가깝다.
문수경과의 섹스에는 내용이 있었다.
문수경은 예전부터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나와 섹스하고 싶어했다.
반면에 민혜지와의 섹스에는 내용이 없었다.
민혜지와는 단지 실 바이러스의 감염자로서 랜덤 선택으로 교배되어지듯 섹스하게 된 거였다.
내용이 있는 섹스는 시나리오를 진행시킨다.
이 경우에는 섹스를 하지 않을 경우에 오히려 클리어에서 멀어질 수 있으며, 섹스를 안 하면 노멀 엔딩이나 좆되는 엔딩에 가까워질 수 있다.
내용이 없는 섹스는 사망 플래그와 멀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지금의 유소은과의 섹스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유소은은 자신의 절친인 이보람과 나와의 관계를 신경써 왔고, 사실 나한테 호감이 있었지만 베프의 남자라는 생각 때문에 나한테 접근을 쉽사리 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바로 그런 나와 유소은과의 경계는 딥키스를 나누며 허물어져버린 것이다.
이 때는, 반드시 섹스를 해야 된다.
내가 진짜 유소은의 보지속에 자지를 박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런 원리에 의해 섹스를 하는 것이 오히려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데에 다가가는 것이 되기 때문에 유소은과 섹스를 하려는 것이다.
"소은아."
나는 유소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유소은은 자신이 나하고 혀를 존나 돌리면서 존나 키스했던 게 많은 사람한테 보여진 게 부끄러운 듯 내게 좀처럼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나는 그래서 한 번 더 그녀를 불렀다.
"음, 소은아?"
"응……."
내가 그녀에게 한 손을 올린 채로 얼굴을 좀 더 들이밀면서 한 번 더 그녀를 부르고 나서야 그녀는 내 쪽을 돌아봤다.
'응…….'이라는 짧은 말소리였지만, 유소은의 목소리에서는 분명 평소의 목소리가 아닌 섹스 이전의 여자가 내는 그 콧소리와 애교가 섞인 특이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나는 주저없이 유소은과 섹스한다로 가는 선택지를 고르기로 한다.
"시간 여유도 아직 좀 있고……. 너랑 같이 나가서 자고 싶어."
"으응……?"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유소은은 섹스 전의 여자가 가느다랗게 내는 목소리를 또 냈다.
예쁜 여자가 이렇게 존나 섹스를 예감하는 목소리를 내니까, 더 빨리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존나 꽂아넣고 싶어진다.
나는 자지가 존나 꼴렸고, 유소은의 어깨의 손을 둘렀던 손을 내려 그 손으로 유소은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며 말했다.
"나가자."
나는 유소은과 같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소은과 카페에서 일어나서 걸어가는 동안에는 카페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조금 전까지 유소은과 카페에서 대놓고 물빨을 존나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을 무심코 보는 것일 뿐인데 내가 유소은과 키스를 존나 했어서 스스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금방이다.
카페에서 걷는 잠깐의 시간 따위는, 유소은과 키스를 존나 했을 때의 쾌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카페를 나와서, 유소은과 같이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건물의 출입구로 나왔다.
"갈까?"
나는 손을 잡고 있는 유소은에게 말했다.
유소은은 건물 출입구 앞을 나온 직후에 잠시 멈춰 섰다.
내가 그녀를 보자, 그녀가 나를 보았다.
"저……."
"응?"
"어디로?"
어디?
아.
그러고 보니, 일단 나오기는 했는데, 섹스를 할 장소를 정해야 될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선택지가 발생했다.
[내 자취방]
[모텔]
[호텔]
[대학교, 작전이 있는 건물 뒤]
유소은이 내게 어디서 섹스할 거냐고 물어보면서 뜨게 된 섹스 장소의 선택지는 4개다.
하나하나 생각해 본다.
내 자취방은 일단 불가능하다.
거리로는 내 자취방이 가장 가깝다.
그런데 내 자취방의 작은 욕실 안에는 지금 학과 조교인 문수경 누나를 감금……. 아니, 보호시켜 두고 있다.
유소은이 만약 존나 테이프로 묶여 있는 문수경 누나의 모습을 보고 내게 묻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실 바이러스 감염자라서 보호시켜 두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사실대로 말을 한다 해도 유소은이 믿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내가 납치범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두 번째 선택지인 모텔이 제일 적합해 보인다.
내 자취방에 비하면 모텔 골목이 살짝 더 거리가 있지만 별 차이는 없다.
존나 가깝기 때문에 섹스를 존나 해도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할 것이다.
세 번째인 호텔은 거리가 좀 된다.
호텔에서 섹스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섹스 시간과 왕복 시간을 계산하면 작전 시간이 늦춰지거나, 그렇게 됐을 경우 싸이코 교수가 집으로 먼저 가버리거나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네 번째인 대학교 작전이 있는 대학교의 건물 뒤편은…….
야외 섹스를 하는 것 자체는 그렇다쳐도, 시나리오상 당연히 대학교 내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변수를 만들기 더 좋기 때문에 좀 그렇다.
이를테면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이 4층이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나하고 유소은이 존나 섹스하는 걸 볼 수도 있다.
혹은 학교는 다른 히로인 등을 만나기가 좋은 장소여서 서브 히로인으로 루트 이전이 될 수도 있고……. 여러모로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불리한 섹스 장소다.
나는 그래서 4개의 선택지 중에서 2번 모텔로 섹스 장소를 정하기로 했다.
"모텔로 가자, 소은아."
"상훈아, 그, 여기서 너네 자취방 엄청 가깝지 않아? 돈도 아낄 겸……."
"괜찮아."
나는 유소은과 모텔 골목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나와 유소은이 갔던 카페는 원룸촌 방향에서 가까운 술집 골목이 시작되는 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술집 골목을 지나쳐서 그 뒤편에 있는 모텔 골목까지 걸어가려면 거리는 조금 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방 갈 수 있을 만큼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기는 하다.
나는 유소은의 손을 잡고 모텔 골목이 있는 곳까지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지나쳤다.
그들은 이따금씩 유소은을 안 쳐다보는 척 하면서 흘끔 쳐다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유소은의 외모는 눈에 띈다.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기는 어려운데, 유소은은 정말 완벽하게 단발머리가 어울린다.
거기다가 유소은은 젖도 크고 몸매도 좋다 보니, 그런 유소은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만 해도 나는 존나 가오가 산다.
커플을 존나 부러워했던 나…….
씨발 저 커플들도 섹스 존나 할 텐데 나는 씨발 섹스도 존나 못하고 뭐하고 사는 걸까 하고 PC방만 존나 다니던 나…….
그랬던 내가, 존나 예쁜 여자와 섹스를 하러 손을 잡고 가고 있었다.
존나 좋았다.
유소은과 섹스를 하러 같이 걸어가는 동안, 나는 아무도 부럽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많은 사람들이 반대로 나를 보고 유소은하고 섹스를 하게 되는 걸 존나 부러워할 거였다.
그런 우쭐함을 느끼며 나는 유소은과 밤거리를 걸어 모텔 골목에 도착했다.
모텔 골목은 주로 붉은 네온사인으로 되어 있고, 혹은 간혹 흰색이나 파란색의 깔끔한 네온사인 장식이 되어 있는 곳도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조금 큰 모텔로 들어가기로 했다.
선택지가 따로 뜨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모텔을 잡는 것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해도 무관한 듯했다.
모텔가는 한적했다.
술집 골목에 이어지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북적거리는 술집 골목에 비해 모텔 골목은 쥐새끼 하나 보이지 않는……. 아, 쥐는 원래 잘 안 보이지.
사람 새끼 하나 없었다.
나는 모텔 앞까지 와서 유소은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모텔로 들어섰다.
띠리리리리리리리.
모텔에 입장할 때의 짤막한 출입구에서의 전자음이 울리고, 나와 유소은은 모텔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모텔의 건물 안으로 유소은과 함께 들어간 순간, 나는 모텔 내부의 모습을보고는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