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38화 (38/96)

〈 38화 〉 계획 수립 (2)

* * *

"옆으로 가도 되지?"

"어? 응!"

나는 유소은의 옆자리로 갔다.

유소은과의 작전 회의에서 종이와 펜을 쓰면서 바로 옆에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유소은은 카페의 2인용 그네 의자에서 엉덩이를 오른쪽으로 들어 옮기며 말했다.

"안쪽으로 좀 들어갈게!"

"어."

나는 그렇게 유소은의 옆자리로 가게 됐다.

궁전풍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그네 자리에 이렇게 나란히 딱 붙어 앉아 있으니까, 왠지 유소은하고 커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유소은과 존나 섹스하고 싶기도 했다.

하얀 셔츠에 붉은 가디건을 걸쳐서 좀 크게 입고 있는 유소은의 모습이 예뻤는데, 그녀 자체가 원래 얼굴도 예쁘고 가슴도 크기 때문에 옷빨도 잘 받아서 더 괜찮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몸이지 않을까 싶다.

유소은은 냄새도 좋았다.

예쁜 여자들한테서는 이런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존나 섹스하고 싶은 좋은 향기다.

나는 유소은과 존나 섹스하고 싶기는 했지만, 유소은과의 섹스는 어차피 그녀의 루트로 가면 자연스럽게 하게 될 거였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있는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은, 야겜이다.

야겜에서 섹스는 당연한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만약 유소은 루트로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루트에서도 나는 미소녀들하고 섹스를 존나 할 수 있게 이미 되어 있다.

첫 회차에서 오연주와 섹스를 할 수 있었는데 그건 내가 안 한 거고, 그리고 이전 회차에서는 문수경, 그리고 민혜지하고 2명하고나 섹스를 존나 했었다.

따라서 이런 야겜에서, 지금 당장 섹스를 걱정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그냥 진행하다 보면 박게 되는 게 야겜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나는 옆자리의 유소은의 보지에 자지를 박는 생각도 하기는 했는데, 일단은 작전 회의를 해야 되기 때문에 사뭇 진지하게 펜을 잡고는 종이를 폈다.

주머니에 넣고 있었어서 꺼내서 보니 종이는 좀 접혀 있다.

상관없다.

내용이 중요하니까.

나는 종이를 대강 펴서, 나는 여러 가지 색을 쓸 수 있는 펜을 잡고 검정색과 빨간색을 쓰면서 종이에 작전도를 그리며 유소은과의 회의를 하게 됐다.

"자, 소은아. 잘 봐봐. 여기가 4층이야. 4층, 이쪽에 이렇게 교수실 있고, 여기 과사무실."

"응."

4층.

중앙계단에서 올라와서 왼쪽으로 돌았을 때, 오른쪽 라인에는 교수실과 과사무실이 있다.

"이쪽은 강의실이지? 가운데 창고, 그리고 강의실 옆에 학회실."

중앙계단에서 올라와서 왼쪽으로 돌았을 때의 왼쪽 라인에는 강의실들과 창고, 그리고 학회실이 있다.

오른쪽 라인이 교수실과 과사무실, 왼쪽 라인이 강의실, 창고, 학회실……. 여기서 우리가 가랴 될 곳은 오른쪽 라인 끝에 있는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이다.

"이중에 한민국 교수가 있는 교수실이 여기잖아? 맨 끝."

"응."

나는 싸이코 교수의 교수실에서 그를 유인한 유소은이 나와서 가야 될 경로를 알려줬다.

"네가 할 일은, 여기서, 이렇게. 복도를 통해서 쭉 나간 다음에, 1층 자판기에 좋아하는 음료수 있다고 음료수 먹으면서 이야기 하면 안 되냐고 해서, 한민국 교수를 데리고 1층으로 가는 거야."

간단하다.

유소은이 해야 될 일은, 4층에서 1층 중앙까지 싸이코 교수를 유인해서 내려가 음료수라든지 커피 한 잔을 하는 것.

유소은은 내가 그려주는 작전도에 집중하며 대답했다.

"어."

유소은의 이동 경로는 4층에서 복도, 중앙계단을 거쳐 1층으로 가는 게 끝이고, 그 다음은 소요시간이다.

"복도를 타고 계단으로 내려가서 1층까지 가는 시간이, 빠른 걸음으로는 2분이 좀 안 걸리는데 천천히 가면 여기서도 3분 이상 끌 수 있을 거야."

유소은이 싸이코 교수를 유인해서 1층까지 가는 시간만 하면 3분.

그리고 1층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추가한다.

"1층으로 간 다음에, 거기서 5분만 더 끌어. 총 8분. 그러면 돼. 그 안에 다 끝낼 수 있어."

8분이면 충분하다.

유소은이 그 정도 시간만 끌어 줘도, 나는 교수실에서 컴퓨터 본체를 빼돌려서 비상계단으로 내려가 컴퓨터를 1층 정도에 내려놓은 다음 다시 올라가서 싸이코 교수와 유소은이 갔던 길을 그대로 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진다.

"소은이 네가 시간을 버는 동안 나는 교수실에서 컴퓨터를 분리할 거야. 컴퓨터를 분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1분이 채 안 걸려."

나는 교수실에서 내가 할 일을 먼저 말하고는, 중앙계단과 반대쪽에 있는, 사이드 쪽의 비상계단의 경로를 펜으로 그으며 표시해 줬다.

"그리고 나는 분리한 컴퓨터를 들고 비상계단으로 내려가서 1층에 가져다 놓는 거지. 존나 뛰어가면, 교수실에서 비상계단을 뛰어갔다 오는 건 1분 안에 가능해. 테스트도 해 봤어. 교수실은 중앙계단에서는 멀지만 비상계단에서는 가장 가깝거든."

유소은이 시간을 끄는 동안 내가 할 일을 말해 주자, 유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을 했다.

"컴퓨터 분리하는 데 1분, 비상계단 타고 1층에 컴퓨터 가져다 놓는 데 1분, 다시 돌아서 중앙계단으로 가는 데 2분? 총 4분이니까……. 내가 8분을 끌면 무조건 중간에 상훈이 네가 오겠네?"

나는 유소은의 말에 답했다.

"어. 중앙계단으로 가는 것도 진짜 빠르게 가면 1분이면 되는데, 뛰어가면 뭔가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 2분 잡은 거야."

비상계단으로 컴퓨터를 1층에 미리 갖다 놓고 올 때는 빨리 갔다와도 되는데, 다시 올라와서 중앙계단 쪽을 타고 내려갈 때는 존나 뛰어서 내려가면 싸이코 교수가 의심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때는 내가 조금 여유로운 척 하면서 내려갈 것이다.

싸이코 교수와 유소은을 마주친 다음에는 일이 있는 듯 유소은을 데리고 돌아가는 척 하면서, 싸이코 교수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1층 비상계단 쪽에 있는 컴퓨터를 챙겨서 튈 거고.

나는 유소은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집에 갈 세팅 다 된 거지. 나는 다시 빈손으로, 교수실을 지나서, 복도, 그리고 이번에는 중앙계단을 거쳐서 1층으로 온 거잖아? 여기서 무슨 모임 급하게 있다고 한다든지 적당히 둘러대고, 상담은 다음 번에 꼭 받는다, 너무 상담 받고 싶다 하면서 교수로부터 소은이 너를 넘겨받고 돌아가겠다고 하면 끝."

나는 우리가 도망치기 시작하게 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유소은에게 말을 했다.

"교수가 혼자서 다시 교수실로 가서 컴퓨터 본체가 없어졌다는 걸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중앙계단을 올라가서 복도를 지나 교수실까지 다시 도착해야 되니까……. 빠른 걸음으로는 2분, 보통 걸음으로는 3분 이상 걸려."

싸이코 교수가 4층 교수실에 가서 컴퓨터가 없어지는 걸 알아채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그가 다시 건물 1층으로 내려오는 시간까지 하면, 우리가 도망가기에는 아주 충분한 시간이 남게 된다.

"교수가 3분 후에 교수실에 도착하고 자기 컴퓨터 본체가 없어졌다는 걸 알아채고, 그리고 2분 정도 뒤에 1층에 다시 내려왔을 땐, 우리는 이미 5분 정도 충분히 도망가고도 남을 시간이 있겠지?"

여기까지다.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 본체를 빼돌려서 존나 이 게임을 끝내는 작전은, 내가 봤을 때 지금으로서는 완벽하다.

내가 이전에 술집에서 말한 적 있던 계획을 구체화해서 유소은에게 말해 주자, 유소은도 내 말을 잘 경청했다.

나는 이번 계획을 작전도까지 해서 유소은에게 알려 주고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이 됐다.

"완벽하지 않아? 하하하하!"

그런데 내 기분과는 조금 다르게, 유소은은 뭔가 약간 평소보다 더 차분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네."

원래 유소은은 평소에도 착하고 차분한 편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나는 조금 드는 것 같기도 했다.

어차피 지금 시간이 내가 유소은에게 일방적인 작전 오더를 내리는 것도 아니고, 함께 회의를 해 보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유소은의 의견도 한 번 물어보기로 했다.

"왜, 소은아? 할 말 있으면 해도 돼. 뭐 이 계획에 있어서, 내키지 않는 점이라도 있어?"

내가 묻자, 유소은은 조금 주저했다.

"실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듯한 유소은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빨고는 조금 더 망설였다.

"……."

그리고 유소은은 내 쪽을 보며 입술을 뗐다.

"상훈아."

나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음?"

그리고 유소은이 말했다.

"우리 둘이 역할을 바꾸면 안 돼?"

나로서는 뜻밖의 말이었다.

역할을 바꾼다고?

내가 봤을 때는 내 쪽에서 컴퓨터를 빼돌려 놓는 게 더 효율적이고, 그리고 유소은 쪽에서 교수를 유인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다.

서로의 효율성에 맞춰서 완벽하게 짜진 계획인 것이다.

그런데 그 역할을 바꾼다고?

유소은의 말은 자신이 컴퓨터를 빼돌려 놓는 역할을 하고 내 쪽에서 싸이코 교수를 유인하는 쪽을 맡는 게 더 좋겠다는 말인가?

나는 그게 맞나 싶어 유소은에게 재차 확인했다.

"역할을 바꾸다니?"

"지금 계획에는, 내가 교수하고 시간을 끌고, 네가 사이드 쪽 비상계단에 컴퓨터를 갖다놓은 다음 다시 중앙으로 오는 거잖아."

"어, 그렇지."

"이걸 바꿔서, 네가 교수하고 시간을 끌고, 내가 비상계단에 컴퓨터를 갖다놓은 다음 다시 중앙으로 오는 거야."

유소은이 역할을 바꾸자는 말을 했을 때 내가 생각한 대로였다.

나는 거기에 관해 유소은에게 말을 했다.

"그렇게……. 바꿀 필요가 있을까? 왜 그래? 소은이 너, 교수가 무서워서 그래?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

유소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유소은에게 처음 내 생각이 좀 더 낫지 않은가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좀 더 했다.

"소은아. 내가 5분 안에 갈 수 있어.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좀만 교수하고 이야기 좀 해 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소은이 내 말을 받았다.

"컴퓨터 분해는 나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어차피 이 계획은 시간이 많이 남는 계획이잖아. 비상계단 1층에 컴퓨터를 가져다놓는 거, 너보다 좀 늦을 수 있어도 내가 해도 충분해."

그렇게 말한다면 유소은이 컴퓨터를 빼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맡는 것도 가능한 게 맞기는 하다.

물론 내가 1층 비상계단까지 다녀오는 시간이 더 빠르겠지만, 유소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한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속도 면에서 내 쪽이 더 유리하고, 싸이코 교수를 유인하는 면에 있어서도 내 쪽보다는 유소은 쪽이 더 유리하다.

물론 교수를 유인하는 것 또한 내 쪽에서 못할 건 없지만, 그래도 원래의 작전이 내가 봤을 때 서로가 더 유리한 쪽을 맡게 되는 건 맞을 듯했다.

나는 그래서 한 번 더 유소은에게 말했다.

"그래도 네가 시간 끌고 내가 컴퓨터 옮기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내가 말을 하자, 유소은이 옆자리에서 내 쪽을 보며 나직하게 나를 불렀다.

"상훈아."

그녀는 내게 물었다.

"그래서……. 안 바꿔주겠다는 거야?"

유소은이 내게 그렇게 물었고, 선택지가 떴다.

[원래대로 밀고 나간다]

[유소은의 뜻대로 역할을 바꾼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원래 내가 처음 생각했던 대로 내 쪽에서 컴퓨터를 빼돌리고 유소은 쪽에서 싸이코 교수를 유인하는 게 1번 선택지.

그리고 유소은의 말대로 작전에 있어서 둘의 역할을 바꿔서 들어가는 게 2번 선택지였다.

나는 시간제한의 모래시계의 여유 동안 좀 생각을 해 봤다.

그런데 역시 내가 생각했을 때는, 컴퓨터 본체의 선을 뽑아 해체를 하는 시간이 비슷하다고 쳐도 컴퓨터를 비상계단에 놓고 다시 올라오는 비상계단의 왕복 시간, 그리고 복도를 달리는 시간, 그리고 여유로운 척 하며 중앙계단을 타고 4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시간이라는 변수에서는 원래의 계획대로 내가 컴퓨터를 빼돌리는 쪽이 더 유리할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원래의 작전대로 하기로 선택했다.

"소은아, 내가 생각해 봤을 때는, 원래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 이미 계획이 완벽한데 굳이 변수를 만드는 건 오히려 불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원래대로 하자, 소은아."

내가 말을 하자, 유소은은 잠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조금 뒤에 그녀는 내게 말했다.

"미안."

그녀는 내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가방을 챙겼다.

"미안해, 상훈아. 나 갈게."

유소은은 자신이 제안한 대로 역할을 바꾸지 않겠다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당황했다.

"어?"

유소은은 가방을 챙긴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며 자신의 옆에 앉은 내게 말했다.

"좀만 비켜 줘. 나, 돌아갈래."

"간다고?"

"응. 역할 바꿔줄 거 아니면, 난 들어가 볼게. 다른 사람 알아봤으면 좋겠어."

유소은은 정말 그냥 돌아갈 기세였고, 유소은이 그냥 가 버리면 내가 생각한 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일단 불러세웠다.

"잠깐만, 소은아!"

이렇게 유소은이 가려고 하는 찰나에, 또 선택지가 떴다.

[유소은을 붙잡는다]

[다른 여자를 알아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