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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36화 (36/96)

〈 36화 〉 새로운 시작 (2)

* * *

내가 비상계단 쪽에서 일어나자, 선택지가 떴다.

'어?'

이번 선택지는 시간제한 모래시계의 시간은 꽤 길었다.

[문수경을 자취방에 데려다놓는다]

[신경쓰지 않는다]

문수경이라면 지금쯤 실 바이러스에 전파된 채로 과사무실에 있을 텐데, 그녀를 내 자취방에 데려다놓을지, 그냥 무시하고 시나리오를 진행할 지를 결정하는 선택지였다.

이것도 내가 존나 이전 회차에서 어디까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추가되는 선택지인 것 같았다.

내가 유소은의 루트로만 바로 왔다면, 나는 문수경이 지금 실 바이러스에의 감염자라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전 회차에서 나는 김아영 루트로 가려다가 문수경 루트로 오게 돼서 그녀가 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 이 선택지인 문수경을 따로 빼돌려 놓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내가 문수경이 실 바이러스 감염자라는 것을 알 때에만 비로소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추가되는 선택지로 보였다.

즉 선택지의 표현은 좀 순화되어 있어서 문수경을 데려다놓는다고 돼 있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를 감금시키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유소은의 루트로 진입한 뒤에, 이렇게 문수경을 신경을 써주는 게 맞는지 아닌지에 관해 잠시 생각했다.

'문수경의 처분에 관한 이 선택지는 그렇게 결정적인 선택지는 아니지 않을까? 문수경 루트를 한 번 갔다 와야 유소은을 클리어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지금 선택지는 문수경 루트를 한 번 갔다 와야 볼 수 있는 유소은 루트 중의 선택지인 것은 분명하다.

문수경 루트를 한 번 갔다 와야 유소은을 깰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이 선택지는 큰 의미는 없을 거였다.

그러니까 지금 보면, 문수경을 구해도 되고, 안 구해도 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문수경을 구할까, 말까.

잠깐 생각했다.

나는 그래도 이전 회차 때의 옛정을 생각해서 특별히 구해 주기로 했다.

"그래도 뭐, 구해 줘볼까, 수경 누나. 일단, 가보자."

나는 내가 자취하고 있는 자취방인 하숙집 쪽으로 가기로 했다.

비상계단 쪽에서 복도 쪽으로 나는 우선 들어오게 됐다.

복도를 지나칠 때에는 나는 문수경에게 전화를 걸었고, 문수경은 바로 내 전화를 받았다.

­어, 상훈이구나!

문수경의 목소리가 반갑게 느껴졌다.

나는 걷는 길에 심심하지 않게 문수경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게 돼서 좋았다.

"네, 누나. 저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무슨 일이야?

누나는 기억나지 않겠지만, 회귀 전에 나는 문수경에게 조금 과격한 방식으로 지켜 주겠다고 말을 했었다.

선택지가 뜨지 않았어도 나는 어쩌면 문수경을 구했을 지도 모르겠다.

"다름이 아니고요, 저희 집 놀러오실 수 있으신가 해서요."

­너희 집에?

"네. 지금 과사무실 아니세요?"

­어? 어, 그렇지.

"제가 사는 하숙집이 학교에서 엄청 가까워요. 아직 식사 안 하셨을 것 같은데, 마침 집도 가까우니까 여기서 메뉴 잠깐 이야기하고 가면 어떨까 해서요."

­아,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할까?

문수경과의 약속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쉽게 잡혔다.

이전 회차의 경험상 문수경은 이전부터 나에게 호감이 있는 상황인 데다가, 지금은 실 바이러스에까지 전파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나를 원하고 있기 때문일 거였다.

나는 문수경에게 말했다.

"네, 그럼 주소 찍어드릴게요. 저 잠깐 이 앞에 편의점 좀 갔다올 테니까, 방 위치까지 알려드릴게요."

­응, 그래!

나는 문수경과 통화를 마치고 바로 그녀에게 주소와 방 위치를 찍어줬다.

걸어가면서 그녀와 통화를 하고 내 자취방 하숙집의 주소를 찍어주는 동안 나는 강의실이 있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건물 밖은 오전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걸어갔다.

­저벅, 저벅…….

목적지를 향해 가는 중간에 건물을 빠져나와 대학교의 캠퍼스를 걸어가는 동안에는, 나는 이번에는 꽤 여러 쌍의 커플들을 보게 됐다.

말이 좋아서 커플이지 사실은 씨발 그냥 섹스 존나 하고 다니는 거다.

존나 다들 즐거워 보였다.

나는 그들을 보며,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울 때는 바로 이렇게 대학교에 다닐 때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적게는 20살, 많아도 20대 초중반의 여대생들이 엄청 많고, 그녀들과 잘 엮이면 언제든 섹스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 그것이 대학교 때가 아닌가 싶다.

나이를 조금만 더 먹어도 직장에 따라 계급이 나눠지고, 현실에서의 나처럼 변변치 못하게 살아가면 그냥 좆밥이 된다.

하지만 대학교 때라고 해도 그렇게 섹스가 쉬운 것만은 아니기는 할 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오면 직장과 돈, 경제력 등으로 내 가치가 매겨지는 반면에, 대학교 때는 외모가 내 가치를 좌우한다.

그래서 나는 외모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 20대 초반의 여대생들이 존나 많은 대학교에서조차 섹스를 하기가 어려웠고, 그 이후에는 더 심각해졌다.

그런 나한테는 어쩌면, 이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세계가 섹스를 하기에 더 좋은 곳인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에, 나는 걸으며 웃음이 나왔다.

'씨발, 이 세계가 존나 막 다 죽여버리고, 감염시켜버리고, 미쳐버리고, 이런 세계가 아니라 순애물 세계관이었으면, 차라리 여기 쭉 있는 게 더 좋았을 지도.'

나는 혼자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걸어가는 동안에 캠퍼스를 지날 때에는 나는 지나가는 많은 여대생들을 보게 됐다.

이제 막 성인이 된 그녀들의 몸은 히로인이 아닌 다른 애들이라고 해도 박고 싶은 애들도 꽤 있기도 했다.

커플들이 눈에 자주 띄는 캠퍼스를 나와 나는 하숙집 쪽을 향해 좀 더 걸었다.

대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는 나는 하나 찾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둔기였다.

문수경을 지켜줄 때 필요한 것으로 일단 둔기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마침 나는 오는 길에 한 부서진 구조물을 발견했고, 주변에 있는 공사 현장에서 버린 듯한 각목을 발견해서 하나 챙겨서 걸어왔다.

하숙집은 가까워서 오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숙집까지 오는 길에 지나가는 여자들을 구경하면서 오기도 하다 보니까 더 시간이 빨리 간 것 같기도 했다.

곧 하숙집에 돌아와 나는 내 방으로 오게 됐다.

­풀썩

나는 먼저 내 가방을 내려놓았다.

하숙집에 들어오자 왠지 기분이 편안했다.

그 사이에 익숙해진 건가.

나는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곧장 문수경을 지켜주는 데에 필요한 다른 물건도 챙겨보기로 했다.

"테이프가 있으려나."

내 방에서, 나는 각목과 더불어 필요한 또 한 가지의 물건을 찾아보았다.

그건 바로 테이프였다.

­드르륵­.

­드르륵­.

책상 서랍을 이것저것 열다 보니, 나는 어렵지 않게 청테이프를 찾을 수가 있었다.

나는 청테이프를 들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수경 누나는 일단 이걸로 지켜줄 수 있겠네."

각목, 그리고 청테이프.

이거 두 개면 문수경을 지킬 수 있다.

나는 그 두 가지 물건들 중에 일단 손에 각목을 들었다.

각목을 들고 나는 문 뒤쪽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기다렸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가젤이 지나치기를 기다리는 포식자처럼, 나는 내 방 문을 활짝 열어놓은 다음, 문과 벽 사이에 숨어서 대기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낮에는 얼마든지 하숙집의 방을 열어놓고 환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문을 열어 놓고 있고 방 안에 아무도 없어 보인다 한들 잠시 환기를 하고 자리를 비워 놓은 것이라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흐른 뒤였다.

"여긴가……?"

문수경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나는 문을 열어놓았을 때 문짝과 문틀의 틈새로 문수경을 봤다.

문수경은 내 하숙집 자취방에 들어오려다가 잠깐 방 앞에서 멈추고는 폰을 만졌다.

"상훈이는 어디 잠깐 나갔나……."

나는 순간 조금 쫄았다.

문수경이 전화를 걸면, 내가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이 울려서 내가 숨어있었다는 게 걸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놀래켜 주려고 했다고 하면 될 수야 있겠지만, 지금 내가 준비한 문수경을 지키려는 계획은 조금 틀어지게 된다.

나는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도 문수경은 다시 폰을 껐다.

"아, 맞아. 내 정신 좀 봐. 상훈이, 편의점 갔다 온다고 방에서 기다리라고 했었지? 일단 들어가 있어야겠다."

그렇게 문수경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집 주소를 자세히 찍어준 데다가 방의 호실 및 위치까지 정확하게 찍어준 덕분에, 그녀는 아무런 의심 없이 내 방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거였다.

문수경은 처음 보는 내 방이 신기한 듯 내 방 안에 들어오는 동시에 방을 둘러보았다.

문수경이 방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던 나는, 그녀의 뒤로 기습적으로 뛰어들었다.

­타탁­!

그리고 나는 각목으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빡!

문수경은 신음소리도 없이 풀썩 쓰러졌다.

나는 쓰러지는 문수경을 잘 잡아서 바르게 눕혀 주었다.

그런 다음에 나는 미리 준비했던 청테이프를 들고는, 쓰러져 있는 문수경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에는 제가 지켜드릴게요,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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