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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34화 (34/96)

〈 34화 〉 추가 조사 (4)

* * *

나의 경우에도 처음에 섹스를 외치며 발광할 때 생활관에 처음 들어온 건 여자 군인이기도 했고, 섹스 직후여서 발작의 시간적 여유가 꽤 남아있던 경우에서야 남자 군인이 나를 PX로 안내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민혜지가 전화를 하기 위해 두 명의 남자 군인과 행정반에서 나가고 나니, 선택지가 떴다.

[여군을 제압하고 탈출한다]

[그대로 있는다]

나는 다시 뜬 선택지를 보며 골때린다는 생각을 했다.

'와, 씨발, 아까 PX갈 때 탈출하는 건 함정인 것 같고, 지금 탈출하는 게 진짜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행정반에서 지금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여군 단 한 명이었다.

그것도 내가 앉아있는 곳과 그녀가 서 있는 곳은 거리가 좀 됐으며, 그녀는 경계근무 지도 같은 것을 보며 시선이 다른 곳에 있었다.

하지만 존나 생각해도 지금 내가 탈출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렇게 승산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대로 있는 것을 선택했고, 조금 뒤에 전화를 마친 민혜지가 두 명의 남자 군인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민혜지를 보고 말을 걸었다.

"통화는 잘 했어요?"

"어, 네!"

"그럼, 갈까요?"

내 가자는 말을, 민혜지나 아니면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다른 군인들이나 모두 알아들었을 것이었다.

나는 민혜지가 전화통화를 하기 전에 섹스를 존나 하다가 돈이 떨어져서 굶어죽는 것이 아닌 편히 가는 것을 택한다는 말을 했었고, 그것은 민혜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일어난 다음 여군에게 말을 했다.

"안내 부탁드려도 될까요? 편하게 보내주시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녀는 내게 바로 대답했다.

"네, 지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자 군인이 앞장서고 그 뒤를 나와 민혜지가 따랐다.

그리고 남자 군인 두 명이 우리의 뒤에서 걸어왔다.

복도를 걷는 동안에는 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섹스에 미친 사람들의 난교 소리가 문을 뚫고 어느정도 울리고 있다.

­아앙! 아앙! 아아아앙! 아앙! 아앙! 아아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하윽! 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그 섹스 소리들을 의식한 것인지, 민혜지는 자신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섹스를 했던 나의 팔짱을 더 꼭 끼고 걸어갔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게 됐고, 여자 군인을 따라가며 민혜지가 내게 말했다.

"뭔가 이렇게 가니까, 저승사자 따라가는 것 같네요."

나는 앞을 보고 걸으며 답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떠나게 되니까요?"

돌아오는 민혜지의 되물음에 나는 다시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것도 그렇죠. 근데 그것보다, 다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제가 바꿔드릴 테니까 걱정 마시라는 거에요."

나는 다음 회차로 갈 것이다.

그리고, 바꿀 것이다.

민혜지는 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겠지만, 내가 다시 회귀해서 싸이코 교수를 물리치고 치료제를 손에 넣으면, 이 격리소의 단체 인원들 모두 구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 일부 돈이 많은 부자의 경우에는 실 바이러스 격리소에서 수많은 여자들하고 존나 섹스하면서 먹고, 자고, 떡 치고를 무한으로 즐겁게 할 수도 있으니 일부 아쉬운 사람들도 있으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계단을 오르면서 민혜지에게 말했다.

"아마도 혜지 씨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꼭 바꿀 겁니다."

"환생, 말하는 건가요?"

"비슷해요."

내가 다음 회차로 가는 것은 회귀에 가깝지만 환생이라고 봐도 비슷할 것이다.

계단을 올라 다시 복도를 걸어 복도 끝에서 나와 민혜지가 여자 군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우리가 섹스를 했던 생활관보다는 규모가 좀 작은 곳이었다.

그 곳 안에는 커다란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수천만원짜리 게이밍 체어처럼 보이는 의자는 엄청 큰 좌석에 위쪽으로 투명한 덮개가 올라가 있어 그것을 오르내리게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 의자에 들어가서 뚜껑이 닫히면 공기 중의 질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고통없이 잠들듯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걸 나는 마지막 식사를 하러 가던 도중에 병사가 건넨 종이에서 봐서 알고 있었다.

여자 군인은 건조한 말투로 나와 민혜지에게 말했다.

"여기 들어가시면 됩니다. 들어가시기 전에 이쪽에 서류, 먼저 작성해 주시고요."

"네."

나는 짧게 대답하고는 바로 서류 작성을 시작했다.

실 바이러스에 관련한 동의서 같은 거였다.

나는 바로 회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별로 생각없이 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민혜지는 바로 서류를 선뜻 작성하지 못했다.

삶에 대한 집착은 어느 사람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민혜지는 여자 군인을 향해 물었다.

"정말 이렇게, 죽는 거에요?"

여자 군인이 민혜지에게 대답했다.

"그건 본인 선택으로 하시면 됩니다. 저희 쪽에서는 희망자에 한해서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드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장례 같은 경우에는, 실 바이러스가 현재 시신에 의해 감염된 사례는 없어서 가족으로 시신이 되돌려져서 바로 통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고요."

민혜지는 죽는 것이 두려운지 울기 시작했다.

"아……. 네……. 흑……."

민혜지는 여자 군인에게 안내를 받고는 다시 서류 앞으로 왔다.

고통없이 보내주는 의자를 사용한다는 의자에 서류를 작성하는 민혜지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흘러 서류 위로 툭하고 떨어지기도 했다.

"흑흑……."

나는 민혜지를 보며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지금 마지막 목숨이었다면, 나도 민혜지와 같은 기분일까?

하긴, 마지막 목숨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총을 맞고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격리소에서 탈출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서류를 쓰다가 눈물을 또옥똑 흘리는 민혜지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요, 진짜. 말했잖아요, 내가 바꿔준다고."

민혜지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나를 바라봤다.

"정말, 바꿔주셔야 돼요!"

민혜지로서는 환생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내 말이 터무니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말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민혜지의 어깨를 감싸안은 채로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네."

나는 서류를 먼저 휘리릭 작성하고는 민혜지가 서류를 작성할 동안 옆에서 좀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민혜지도 서류 작성을 마쳤을 때에는, 나는 의자로 걸어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 여자 군인에게 물었다.

"저, 혹시 이 의자, 같이 들어가도 되는 건가요?"

여자 군인은 내게 바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실 바이러스 전파자 분들 중 희망자에 한해 사용되시다 보니까, 관계를 하시면서 함께 떠나시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신경쓰지 마시고 편히 하시면 됩니다."

나는 의자에 같이 들어가도 되냐고만 물어봤는데, 여자 군인은 지금까지의 다른 실 바이러스 전파자들 중에 섹스를 하며 마지막을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을 종종 봐왔는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여자 군인의 말에 수긍했다.

"하긴 뭐, 여기 있으신 군인 분들, 아까도 제가 그 난리 치면서 혜지 씨하고 섹스할 때도 다 보신 분들이긴 하죠."

나는 민혜지 쪽을 보며 말했다.

"같이 들어가요, 혜지 씨."

내가 말을 하자, 방금 여자 군인이 마지막 섹스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생각했는지 민혜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그치만 아까는 바이러스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멀쩡한데……."

나는 부끄러워하는 민혜지에게 말했다.

"따로 들어가도 돼요. 혜지 씨 생각대로 해요."

내가 민혜지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조금 망설였다.

"으음……."

그리고 조금 뒤에, 민혜지는 결심을 굳힌 듯 내게 말했다.

"좋아요. 같이 들어가요."

나는 먼저 의자 쪽으로 와서는 말했다.

"저 먼저 올라갈게요."

슬리퍼를 벗고, 커다랗고 긴, 그러면서도 해변가에 있는 의자처럼 상체를 눕는 것에 가까운 정도로 앉아 편한 자세를 잡아주는 의자에 나는 올라가게 됐다.

존나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건지 의자는 진짜 편했다.

나는 의자에 올라와 자리를 잡은 뒤에 민혜지에게 말했다.

"이제 올라오시겠어요?"

"아……. 네!"

민혜지는 조금 주춤했지만 곧 총총걸음으로 제법 귀엽게 의자 앞으로 와서는 내 위로 올라왔다.

나는 의자에 반쯤 누운 상태였고, 민혜지는 나를 보며 올라탄 모습이 됐다.

의자와 투명 지붕 같은 것의 안쪽 공간은 넓어서 충분하게 두 명이 이렇게 들어올 수가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문 닫습니다! 조금 뒤면, 졸리실 거에요."

여자 군인의 그 말과 함께 리모컨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민혜지가 들어와 있는 의자 위의 투명한 덮개가 천천히 내려왔고 우리는 곧 밀실 속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였다.

민혜지는 나를 올라타 있는 상태에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상훈 씨, 상훈 씨가 말하는 대로,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다음이 있다면."

"그러도록 하죠."

그리고 나와 민혜지는 함께 키스했다.

"쯀끕……."

"움……. 쮸릅……."

민혜지는 키스를 하며 눈을 감았고, 나는 내 위에 올라탄 민혜지의 가운 아래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나는 그녀의 보드라운 엉덩이를 주물렀고, 그대로 민혜지의 가운 아래쪽을 좀 더 위쪽으로 올렸다.

그리고 나는 내 자지를 민혜지의 보지에 맞추어 갔다.

실 바이러스가 더 퍼지게 됐다면 한 번 섹스했던 사람과는 섹스를 피하려고 하게 되기 때문에 나와 민혜지는 서로 섹스를 하지 않으려고 했겠지만, 아직 바이러스가 나와 그녀를 완전히 지배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마지막 섹스를 나눌 수 있었다.

나와 민혜지의 가운 아래로 섹스를 앞두고 발기된 내 자지가, 내 위에 올라탄 민혜지의 보지로 점점 박혀들어갔다.

­찌걱…….

나는 민혜지와 키스를 하면서 아랫도리의 각도를 맞추어 들어올리며 자지를 민혜지의 보지 속에 더욱 깊숙히 박아갔다.

그렇게 나와 민혜지는 섹스를 나누었고, 우리는 섹스를 하며 잠들듯이 이번 생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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