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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33화 (33/96)

〈 33화 〉 추가 조사 (3)

* * *

­역시……. 없었어, 치료제라고 할 만한 건.

전화상으로 느껴지는 문수경의 목소리는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문수경만 실 바이러스가 치료됐는 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일단은 지금까지 문수경과의 대화로 봤을 때 그녀의 말이 진짜임을 알게 된 나는 문수경한테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

"오케이. 알았습니다. 음, 누나, 근데 말이에요, 누나한테 먼저, 한 가지 사과 좀 할게요."

­어? 사과?

"네. 아무래도 다음 회차에는 누나 엔딩은 좀 어려울 것 같아서요, 흠, 일단은 어쨌든 제가 누나를 찾아가는 게 늦어서 감염자 상태이실 테니까, 좀 거칠게 감금해도 이해 좀 해 주세요."

나는 이제는 다음 회차를 생각했다.

문수경 루트로 왔을 때 나는 거의 끝까지 왔고 싸이코 교수까지 쓰러뜨렸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답을 내지 못했고, 다른 히로인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 좋은 판단일 듯했다.

그리고 내가 다른 히로인의 루트로 간다고 하면, 내가 김아영을 늦게 만나게 돼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염이 되는 문수경은 미리 내 자취방에 가둬 놓든지 해야 실 바이러스의 발작으로 날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였다.

내가 그런 생각으로 말을 하자, 문수경은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서, 통화는 여기까지 하게요. 그래도, 즐거웠어요, 누나. 누나가 유인 작전에 잘 참여해 준 덕분에 싸이코 교수 그 씨발 새끼, 전기로 존나 지질 수 있었어요. 누나하고 같이 했던 시간, 그래도 즐거웠어요."

그래도 이번 회차에서 나는 싸이코 교수한테 한 방을 제대로 먹일 수는 있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좋았다.

엔딩을 완벽하게 이끌어내는 방식에 관해서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루트에서도 이렇게 한 번 제대로 붙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이번 회차로 인해서 나는 여러 추가 정보들을 얻게 되기도 했다.

실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가 섹스 말고 다른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치료제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치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내가 문수경과 함께 한 시간이 즐거웠다고 말을 하자 문수경은 울먹이며 말을 했다.

­나야말로 너무 고마워, 상훈아. 네 덕분에……. 흑……. 살았어……. 근데 어떡해, 너는……. 내가 치료제를 찾지 못해서……. 흑흑…….

문수경은 내가 격리소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에 의해 존나 슬퍼했지만, 나는 그래도 이번 회차는 자신감 상승과 정보 획득 외에도 또 괜찮았던 점이 더 있어서 좋았다.

그것은 바로 문수경, 민혜지와의 섹스도 있었다.

이전 회차에서는 나는 존나 오연주한테 기습을 당했었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오연주도 잘 처리했고, 그 다음으로도 내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선택지를 잘 찾아간 것 같다.

나는 울면서 나와 통화를 하는 문수경을 달래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저는 목숨이 4개라서. 울지 말고, 누나도 들어가면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래요. 저는 여기서, 뭐 비싼 것들은 아니지만, 또 좋은 사람도 만나서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그랬거든요."

­상훈아, 흑……. 그래, 시간이 얼마 없구나. 어떡해…….

나는 문수경과 마지막 통화를 하며, 그녀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졌으면 해서 웃으며 그녀와 작별 인사를 했다.

"하하, 뭘 어떡해요. 이제 저하고 통화도 했으니까 면회 시켜 달라고 떼 그만 쓰시고, 들어가시고, 맛있는 거 사 드시면 돼요. 그럼 끊습니다!"

­그래, 상훈아! 치료제, 찾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그렇게 나는 문수경과의 통화를 마쳤다.

역시나 확신이 들었다.

문수경은, 확실히 혼자서 치료제를 쓰지 않았다.

만약 혼자서 치료제를 썼다면, 그녀가 했던 말대로 어차피 1인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왔다고 해도 자신이 혼자 썼을 것이라고까지 하는데 구태여 나한테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할 이유는 정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나는 이제 다음 회차로 넘어가며 회귀를 할 텐데, 이 격리소까지 나를 보기 위해 달려온 문수경이 그래도 남은 시간 만큼은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있었으면 해서 나는 그녀를 달래려고 한 것에도 스스로 잘 했다 싶었다.

나는 만의 하나의 경우의 수까지 대비하기 위해, 중대장의 폰을 나한테 빌려준 병사에게 다시 폰을 반납하기 전에말했다.

"사건 현장 경찰과도 잠깐만통화 한 통만 할 수 있을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병사는 내게 대답한 뒤에 경찰 쪽에 이리저리 연락을 취해 사건 현장에 왔던 경찰과 연결을 시도해 성공했다.

그는 나의 사건에 관해서도 경찰에게 바로 이야기를 했고 자초지종을 간략하게 전달했다.

병사는 격리소에서 다양한 전화 연결 서비스를 진행하다 보니 숙달이 된 듯했다.

"여기 있습니다. 김상훈 님 사건에 관해서 말씀드렸고요, 바로 용무 전달드리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에는 경찰서의 이름이 자동으로 찍혀 있다.

­예, 말씀하시겠어요!

화통한 목소리의 남자 경찰이었다.

"사건 현장에 관해서 질문드릴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들어가셨을 때 상황과 압수물품들이 어떤 게 있었는지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

남자 경찰은 시원시원한 말투로 답했다.

­마침 그 쪽 주변에 순찰중이었어서,바로 도착했습니다!신고 받고 1분도 안 돼서 도착했나? 특별한 건 전혀 없었어요! 여자 분이 그 상해 용의자교수 소지품들을 뒤지고 있었고, 저희가 도착한 뒤에도 뭐가 더 있을 거라면서 소리쳤던 게 기억에 남네요!

"아, 그렇군요. 특별한 물건은 없었나요?"

­글쎄요? 여자 분은 치료제를 찾아야 된다고 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건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마지막 의문점까지도 조사를 마쳤다.

나는 만에 하나라도 혹시 싸이코 교수가 혹시나 인간 치료제여서 그와 섹스를 할 경우에 치료가 되는 것도 생각했는데, 그것도 절대 아니었다.

문수경의 신고를 받자마자 우연찮게 경찰이바로 도착해버리기도 했을 뿐더러 문수경은 끝까지 치료제를 찾으려 했다.

나는 중대장의 휴대폰을 병사에게 다시 반납했다.

"잘 썼습니다."

"예."

내가 병사에게 폰을 돌려주자 민혜지가 내게 말했다.

"저기요, 김상훈 씨."

"네?"

민헤지는 약간 웃음기 띤 얼굴로 나한테 말을 했다.

"아까 여자 분하고통화 하면서, 좋은 사람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다고 했잖아요, 거기서, 좋은 사람이 혹시 저에요?"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문수경을 달래면서 나는 잘 있다고 한 이야기 중에서 나온 이야기인 듯하다.

나는 민혜지에게 대답했다.

"하하하하, 네. 맞는데요."

"저에 대해서 모르시잖아요! 근데 어떻게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하세요?"

"아무래도, 서브 히로인이니까?"

"네?"

민혜지로서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거였다.

그런데 나로서는 뭐, 민혜지하고 있다 보니 그녀가 서브 히로인이 맞겠다 싶었다.

일단 민혜지는 나하고 섹스를 했는데 처녀였다.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세계관상, 메인 히로인들이나 서브 히로인들의 경우에는 처녀로 이루어져 있고 조연 및 엑스트라들은 비처녀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격리소에서 나름 운명적으로 만난 감도 있다.

나는 따라서 민혜지가 서브 히로인, 즉 히로인의 반열에 포함되는 여자라고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격리소를 탈출하는 선택지 쪽으로 갔다면, 그 이후로 내가 존나 특전사 뺨치게 군부대와 잘 붙었다면, 나는 민혜지의 엔딩을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근데 역시나 쏟아지는 총알에 벌집이 돼서 죽는 엔딩은 존나 사절인 게 제일 컸고, 그리고 군부대가 추격하는데 실 바이러스 증상까지 가지고 도망치는 건 역부족인 게 당연하기 때문에 나는 다음 회차로 가자 싶었다.

나는 그리고 민혜지가 자신을 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에 관한 대답도 해 주기로 했다.

"크흠, 히로인인 것도 있겠지만, 원래, 해보면 좀 느껴지지 않아요?"

"어떤 걸, 해보면요?"

나는 민혜지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

"섹스요."

"네? 그……. 그런가요?"

민헤지는 처음에는 그녀 쪽에서 내게 조금 장난을 걸어오는 것처럼 말을 했었지만 막상 내가 섹스 이야기를 하자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민혜지의 반응이 귀여워서 그녀를 좀 더 놀려 보기로 했다.

"몸을 통해서 느껴지는 그, 마음이 있잖아요. 혜지 씨하고 할 때, 몸에서 느껴지더라고요. 아, 좋은 사람이구나."

"뭐에요! 호호! 그런 게 어딨어요!"

"어찌나 느낌이 좋던지. 이게 운명 아닌가요? 실 바이러스가 맺어준 인연?"

"호호호호! 아, 정말 무서운 인연이네요. 다른 걸로 인연이 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

민혜지는 내 농담에 웃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지만, 나는 문수경도 그렇지만 민혜지도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첫인상은 어땠나요?"

"상훈 씨 첫인상이요? 음……!"

민혜지가 조금 생각했고, 나는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예쁘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하얀 가운 차림으로 그녀는 내 옆자리에서 내 첫인상에 관해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했고, 나와의 섹스 후에 씻고 나왔음에도 전혀 손색 없는 얼굴로 그녀는 내 첫인상에 관해 생각하다가 나에게 대답했다.

"아, 상훈 씨."

"상훈 씨는 저를 칭찬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저한테는 상훈 씨, 첫인상은 좀……!"

역시나인가……!

역시 외모는 만국 공통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한테 있어서 외모는 만국 공통이라기보다 만국 고통이 더 적합할 듯했다.

현실에서나 이곳에서나, 때로 나는 내가 존나 존잘남이어서 섹스 존나 하고 다니면서 개 즐겁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 번씩 들고는 한다.

"하하하! 아! 됐어요, 거기까지!"

내가 웃으면서 손을 내젓자, 민혜지는 솔직하게 말을 하면서도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내게 팔짱을 끼고 들어오며 조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해 왔다.

"아앙, 솔직하게 첫인상은 그렇게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볼수록 괜찮은 사람 같다고 하려고 했다고요. 썸녀한테 하는 것도 그렇고."

민혜지가 이야기하는 썸녀는 아마도 문수경을 말하는 것 같았다.

"제가요?"

"네. 격리소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 지 알 텐데 애써 씩씩한 척 하시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긴 하겠네요."

나는 대답한 뒤에 민혜지에게 말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실 바이러스가 또 발작을 일으킬 거에요. 저는 그 전에 이번 생은 마감하려고요."

이제 다음 회차로 간다.

이번 회차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결심을 실행하기로 생각한 뒤 민혜지에게 말했다.

"혜지 씨는 어떻게 하실 거에요?"

"저도,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민혜지는 여전히 내 팔을 두 손으로 감싸 잡고 있는 상태에서 내게 말을 했다.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죽을 때까지 그걸 하는 게, 조금 두려워서요."

"죽는 게 더 두렵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거기는 제가 온전한 정신인 상태로 같이 갈 분이 있으니까요."

민혜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팔짱을 더 깊숙하게 끼며 내게 안기다시피 했다.

나는 잠시 그런 민혜지를 마주 안고, 그녀의 머리를 좀 쓰다듬어 주었다.

옆자리에 병사 한 명이 앉아 있고 저만치에 여자 군인 하나와 남자 군인 둘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나는 민혜지를 좀 안고 있었고, 우리는 잠시동안은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조금 뒤에, 민혜지가 몸을 일으키며 옆자리에 있는 병사에게 말했다.

"저도 전화 좀 써도 될까요? 마지막으로 가족들이랑 주변 사람들하고 이야기 좀 하려고요."

옆자리의 병사는 민혜지에게 바로 중대장의 휴대폰을 넘겼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실 것 같아서 핸드폰을 좀 더 가지고 있었는데……. 통화 시간은 길게는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 영향을 받을 시간이 거의 다 됐지 말입니다."

병사가 말을 했고, 민혜지는 병사에게 되물었다.

"네! 간단하게 하고 올게요. 잠깐 나갔다 와도 되죠?"

"예, 그렇습니다. 시간만 지켜 주십쇼. 같이 가는 애들이 안내해 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민혜지는 폰을 들고 행정반을 나섰다.

민혜지를, 두 명의 남자 군인이 따라나갔다.

실 바이러스 감염자의 경우 발작이 일어나면 동성을 죽이려고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성의 군인들을 붙이며 경계를 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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