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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32화 (32/96)

〈 32화 〉 추가 조사 (2)

* * *

"물론입니다.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군인 간부는 나와 민혜지를 따라오게 했고, 우리를 따르던 여자 군인 한 명과 남자 군인 두 명도 나와 민혜지를 뒤따랐다.

군인 간부가 우리를 인도한 곳은 행정반이라는 팻말이 문 위에 있는 곳이었다.

행정반에 들어오자 한가운데에 큰 책상이 있었다.

그리고 사이드 쪽으로 두 개의 컴퓨터가 있었고, 그 옆으로 여러 통신 장비들이 있었다.

군인 간부는 그 장비들의 앞쪽 의자에 앉아 있는 병사 한 명을 보고는 말을 했다.

"야, 진석아."

군인 간부가 병사를 부르자, 통신 장비 앞에 앉아 있던 병사가 일어났다.

"병장박진석……. 부르셨슴까."

그는 까맣게 탄 얼굴에 체구는 마른 편이었다.

"지금 이분들이 찾으시는 자료가 있으시다고 하니까, 찾아 드려라. 최대한 원하시는 만큼 자세하게 알아봐 드리고,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군인 간부가 말을 하자 병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잠깐 서서 간부에게 대답을 했다.

"예, 알겠습니다."

군인 간부는 부드러운 인상으로 나와 민혜지에게도 한 마디를 했다.

"얘한테 궁금하신 거 다 물어봐 주시면 되고요, 혹시나 좀 더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저한테 오세요. 여기 옆으로요."

옆쪽을 보니, 행정반과 붙어 있는 문에 중대장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네. 고맙습니다."

나와 군인 간부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병사는 몇 걸음을 걸어가서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온다.

통신 장비 앞에는 의자가 두 개가 있었는데, 병사하고 나, 민혜지까지 해서 세 사람이기 때문에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온 거였다.

곧 나와 민혜지는 병사의 옆쯕으로 줄지어 앉게 되었다.

병사의 옆자리인 나는 병사에게 말을 건넸다.

"격리소에 들어온 사람이면 전부 조회 가능한가요?"

"예, 가능합니다."

병사가 말을 이었다.

"이쪽 격리소는 생긴 지가 그렇게 오래 되진 않지만, 일단 지역에 따라서 가까운 인원들은 전부 이쪽으로 오시게 됩니다. 같은 격리소의 같은 전파자시면, 직접 대면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그리고 다른 지역의 격리소에 있는 실 바이러스 전파자 분의 경우에는 격리소를 옮긴다든지 해서 만나실 수는 없지만, 격리되고 있는지 여부 정도는 바로 확인하실 수 있으시고요. 물론 개인정보 보호가 있으니까 깊은 것까지 말씀드리는 건 안 되는데, 찾으시는 분 간략한 정보 정도 찾는 건 바로 됩니다."

나는 솔직히 좀 놀랐다.

'존나 친절하네.'

병사는 보기에는 좀 뭔가 별로 성의없어 보이는 듯한 인상이었지만, 역시 군인이란 매뉴얼을 중시하기 때문인지 막힘없이 술술 나에게 실 바이러스 전파자에 관해 내가 궁금했던 것에 관해 말했다.

그는 나에게 대답하고는 컴퓨터에 뭔가 화면을 띄우고는 익숙하게 키보드를 입력했고, 곧 어떤 사이트로 화면이 바뀌었다.

보니까 그가 방금 띄운 것이 실 바이러스 전파자에 관한 사이트인 듯했다.

나는 그에게 바로 물었다.

"문수경이라는 사람 한 번 찾아봐 주시겠어요?"

내가 병사에게 묻자, 키보드를 자연스레 입력하던 그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그 병사는 내 쪽을 보고는 말했다.

"문수경 씨라고 하셨나요?"

"네."

내가 대답하자 병사가 말했다.

"그 분, 오늘 부대에 찾아오셨다고 들었던 분 이름 같은데요? 가라고 해도 엄청 안 가시던……. 어쩌면 지금도 부대 앞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하고 있을 수도 있겠는데요. 격리소 분들은 규정상 면회가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고집 부리시더라고요."

격리소 사람과 바깥 사람이 면회가 불가능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격리소의 사람은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이고, 전파자의 경우에는 멀쩡해 보여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섹스를 하려고 하거나 죽이려고 한다.

따라서 격리소의 사람과 외부인을 만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위험이 있는데도 문수경은 격리소까지 왔다고 한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정신을 완전히 잃기 전에 나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어 달려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번 회차에 문수경에게 최대한 더 알 수 있는 것을 알고 가겠다고 생각하며 병사에게 말했다.

"면회는 안 될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통화라도 연결해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병사는 나에게 대답한 즉시 무전기를 들어 채널을 맞췄다.

"후, 아. 여기는 행정반."

­위병소. 송신.

"아까 면회 요청하던 문수경 씨, 지금도 부대 앞에 있는지."

­그렇다고 보고.

"잠깐 나가서 전화번호 받아올 수 있는지. 용도는 격리자 전화연결."

­아, 양호.

곧 병사는 문수경의 전화번호를 적어놓고는, 행정반 옆의 중대장실로 가서 열려 있는 문을 형식적으로 노크했다.

­똑똑

"병장박진석.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 그래. 들어와."

병사는 중대장실에 들어갔고, 문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격리자 전화연결 요청으로 휴대폰 좀 써도 되겠습니까."

"음! 내 거 가져가."

"병장박진석. 쓰고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어, 그래. 충분히 쓰게 해 드려."

"예, 알겠습니다."

병사가 나오는 동안 옆자리의 민혜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문수경이라는 분은 누구에요, 상훈 씨? 혹시 여자친구?"

나는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미소지었다.

"여자친구였어도 괜찮았을 텐데, 친한 누나라고 할까요?"

"와, 근데 이렇게 격리소까지 바로 찾아온 거 보면, 상훈 씨 좋아한 거 아니에요?"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서로 좋은 감정은 있었죠."

"어떡해……!"

민혜지는 실 바이러스가 갈라놓은 한 커플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두 손을 모아 입을 가렸다.

나와 민혜지가 잠깐 대화를 나누는 동안 병사는 중대장의 핸드폰으로 보이는 듯한 스마트폰을 가져왔다.

내 옆자리로 와서 다시 앉은 병사는, 방금 받아놓은 문수경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격리자 분 통화요청으로 연락드렸습니다. 바로 연결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병사는 문수경과 전화 연결이 되자마자 안내를 한 뒤 바로 내게 폰을 넘겼다.

나는 문수경에게 연결된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상훈아!

문수경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뭔가 씨발 이거 격리소긴 한데 군부대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마치 군대에 갇혀있는데 여친이 전화를 해 와서 애절하게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문수경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흑흑……. 상훈아……. 어떡해…….

문수경이 나를 걱정하며 울어주는 목소리를 전화를 타고 들을 수 있었다.

이건 면회온 여친을 뛰어넘어서, 전쟁 나가는 남친한테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문수경에게 말했다.

"누나, 누나하고 같이 슬픔의 마지막 전화로 뭔가 좀 애틋한 엔딩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누나."

­응……? 그게 뭔데……?

문수경이 전화기 너머에서 내게 물었다.

그녀도 격리소의 시설 안에 있고 나도 시설 안에 있는데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통화라도 된 게 존나 다행이었다.

"치료제가 아무리 하나밖에 없어도 그렇지, 좀 너무한 거 아니야? 혼자서 그렇게 치료제 써서 살아남고."

­뭐?

내가 추궁하자 문수경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그런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치료제가 하나밖에 없었다니!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저는 격리소에 오게 되고, 누나는 안 오게 됐는데. 그러면, 누나는 그냥 갑자기 혼자서 치료가 됐나?"

나는 일부러 문수경을 떠보기 위해서 좀 세게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 했다.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문수경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그녀가 내게 말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진짜 그냥 치료가 됐어. 내가 한민국 교수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다 뒤지자마자 경찰이 왔어. 한민국 교수는 체포되고, 내가 다 뒤져서 꺼내 놓은 한민국 교수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들은 경찰 측에서 다 가져갔어. 치료제로 보이는 건 없었고. 상훈이 네가 검색하면 인터넷 뉴스에서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난 진짜, 치료제 같은 건 안 먹었어. 그런데 나, 너, 한민국 교수, 이렇게 셋 다 실 바이러스 검사를 했는데, 상훈이 너만 바이러스가 발견됐어. 그렇게 된 거야. 만약……. 치료제가 1명이 사용할 것만 있었다면, 그래. 너한테 미안하지만 내가 썼을 거야. 그렇지만……. 없었어.

"그럴 수가 있나……? 그냥 치료가 됐다고요?"

그게 말이 되나?

그냥 치료가 될 수가 있다고?

문수경의 말에 의하면 치료제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문수경이 나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문수경은 1명이 사용할 치료제만 있었다면 자기가 썼을 것이라고까지 솔직하게 말을 하는데, 굳이 있는 치료제를 없었다고 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경찰 측에서 싸이코 교수의 모든 소지품을 걷어갔다면 치료제를 썼다고 했을 때 그 흔적이 남을 것이다.

이를테면 약봉지라든가, 주사기 앰플이라든가.

그렇지만 그런 것도 발견되지 않은 듯하다.

나는 문수경에게 말했다.

"하. 어쩔 수 없네. 실은, 궁금했어요. 누나가 왜 실 바이러스에 전파되지 않았는지. 그래서 일부러 마음에도 없는 추궁을 했던 거고요. 미안해요."

­아냐……. 네가 미안할 건 없어. 내가 미안하지. 나는 이렇게 아무 일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됐는데……. 상훈이 너는…….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더 떠올라 문수경에게 말했다.

"누나. 그럼 혹시 여분의 치료제를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민국 교수가 지금은 치료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분명히 보관하는 데가 있을 거에요. 차 안이라든지, 교수실이라든지, 집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곳이라든지."

문수경이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찾을 수는 없어. 한민국 교수는 나하고 너에 대한 상해 혐의로만 회부된 거야.

"네?"

­실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자로서 걸린 게 아니고, 단순 상해라고. 실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자가 한민국 교수라고 해도,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 실 바이러스하고 한민국 교수에 대한 연관성이 물증으로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면……!"

­그래. 한민국 교수가 가지고 있을 지 모르는 치료제에 대해서는, 경찰도 더 조사할 수 없어. 이번 상해 사건 같은 경우에도 초범이고 하니까 금방 풀려날 거고.

"하하……, 그렇게 됐군요."

싸이코 교수에게 전기충격기를 지지고 쓰러트린 다음, 나는 그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치료제만 찾아내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다음으로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교수가 치료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긴 했는데, 그 상황에서어떻게 나하고 문수경 둘 다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인데, 문수경만 치료가 되고 내가 치료되지 않을 수가 있는 걸까?

일단 결국에는 그게 필요한 것 같다.

싸이코 교수가 실 바이러스에 아주 완벽하게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

이번에는 내가 한껏 기지를 발휘한 유인, 그리고 무기 싸움으로 교수를 잡았기는 하지만, 내가 더 크게 잡혀 버렸다.

그리고 나는 원작의 주인공이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어쩌면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빼돌리는 것이 답인가 하고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게 됐다.

그것도 그렇고, 문수경이 혼자서 치료된 이유도 나는 궁금했다.

나는 문수경에게 재차 물었다.

"아, 누나, 진짜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보면 안 돼요? 누나도 실 바이러스가 퍼지던 상태라서 좀 환란스러운 때였어서 기억이 조금 흐려진 걸 수도 있잖아요, 누나, 치료제,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볼래요?"

문수경이 전화기 너머에서 대답했다.

­으음……! 알겠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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