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추가 조사 (1)
* * *
"우물우물……."
나도 민혜지를 따라 방금 데운 떡갈비를 먹어 봤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양념에 잘 재워진 돼지고기의 육즙이 입안을 채운다.
떡갈비를 먹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다음에는, 구입한 과자 중에서 참치를 올려먹는 크래커도 먹었다.
안주거리로 좋은 음식들이 많았다.
"민혜지 씨는, 어쩌다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된 건가요?"
나는 민혜지에게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물었다.
민혜지는 가운 한 겹만 입고 있어서인지 잔잔한 인상임에도 섹시해 보였다.
내가 이런 미소녀의 보지에 박았다니.
"하, 진짜, 그거 생각하면 저도 미치겠어요……!"
민혜지는 그 말을 하고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탁 내려놓았다.
상당히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왜요?"
"전……. 처음이었어요. 방금 김상훈 씨하고 섹……. 그걸, 한 거요."
"그런 것 같긴 했어요."
"근데 왜 제가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됐는지, 전 진짜 모르겠어요."
민혜지가 그렇게 말을 했지만, 분명 이유는 있을 거다.
"그날 있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일 있었던 건 없나요?"
내가 물어보자 민혜지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는 듯했다.
잠시 초점을 좀 다른 곳을 향하며 전파자가 되기 직전의 때를 떠올리던 민혜지가 대답했다.
"진짜 없어요. 혼자 빈 강의실에 남아서 공부를 했었고, 아무도 만나지도 않았어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문수경도 그렇고, 민혜지도, 딱히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
내가 원래 알고 있었던 전파 경로인 섹스, 그것을 통한 실 바이러스의 감염은 내가 문수경을 통해서 몸대 몸으로 확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외에 다른 전파 경로가 있는 건지, 거기에 관해서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혼자, 빈 강의실에서, 공부……. 혹시 빈 강의실에서 섹스했어요?"
"안 했어요! 상훈 씨하고 했던 게 처음이라고요!"
"하하, 알고 있어요. 그냥 한 번 놀리고 싶어서 물어봤어요."
나는 민혜지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러면서 내 마지막 식사에 해당하는 음식들도 먹었다.
민혜지가 했던 말, 혼자, 빈 강의실, 공부, 이 세 가지에 관해 전파될 만한 요소가 있는 지를 더 생각해 봤지만 결국 떠오르는 건 없었다.
"이 상황에서 장난이라니, 덕분에 웃네요. 한 잔 해요, 상훈 씨, 짠!"
민혜지는 내 쪽으로 맥주캔을 내밀었다.
보자마자 섹스한 여자.
나는 어쩌면 이 군부대 같은 곳에서 탈출을 선택했다면 민혜지와 같이 도망가는 전개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맥주캔을 마주 들어 부딪쳤다.
"그래요, 짠 하죠!"
나와 민혜지의 맥주캔이 부딪치고, 우리는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들이키며 느껴지는 탄산 가득한 맥주의 목넘김이 좋았다.
"여기는 어떻게 잡혀오게 된 거에요?"
나는 민혜지에게 더 물었다.
감염되던 당시에 관해서는 혼자서 빈 강의실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밖에 없었는데, 그 뒤로 혹시라도 다른 특이한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공부를 하다가 기분이 이상해져서 나왔었는데요."
"음. 네."
"나와서, 다른 여자를 봤어요."
"네."
"그러니까 막 흥분이 되고……! 그리고 저도 모르게 막 그 여자를 덮치고 죽인다고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딱히 감염된 경로를 알 수 없는데, 민혜지가 말한 내용들은 분명 실 바이러스에 전파가 된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민혜지에게 더 묻는 나의 시선은 민혜지가 입고 있는 한 겹 가운의 봉긋한 가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하면 다행일지, 마침 멀리 있던 두 명의 남자들이 달려와서 저를 제지하고 경찰에 신고했어요."
"아, 그렇게 됐군요."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민혜지의 쇄골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몸이다.
얼굴도 정말 예쁘고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경찰에 체포돼서 마취가 되신 거고요?"
"그렇죠."
"저도 마취제를 맞기는 했어요. 경찰한테 맞은 건 아니지만."
나는 경찰이 아닌 싸이코 교수에게 마취제를 맞고 헤롱거리며 겨우 그를 쓰러뜨렸다.
하마터면 좆될 뻔한 상황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서 싸이코 교수에게 지져버렸던 전기충격기의 진동, 그리고 그 소리가, 지금 다시 떠올려도 너무 통쾌하다.
"네? 그럼 누구한테 마취가 되신 거에요?"
민혜지가 육포를 하나 씹으며 내게 말했다.
그녀가 내게 말해줬듯이 나도 나한테 있었던 일들에 관해 대답하기로 했다.
"한민국 교수라고 있어요. 실 바이러스의 근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사람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민혜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이러스의 근원이요? 그럼 그 사람이 실 바이러스를 퍼뜨린 거에요?"
그렇긴 한데, 물증을 확보하는 것까지는 닿지 못했다.
클리어를 해 봤던 입장으로서 심증은 확실함 그 이상이지만 결국 내가 이렇게 격리소로 오게 된 이상 답을 내는 건 거의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네. 그렇지만 증거는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그 사람이 실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자라고 아시는 거에요?"
"예지력……?"
"헐……!"
나와 민혜지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 여유인 것이다.
격리소로 왔지만 이번에도 분명 얻은 건 있다.
가장 큰 건 실 바이러스가 섹스 이외의 다른 경로로 감염될 수 있는 게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나는 섹스를 통해서만 실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문수경처럼 섹스를 통해 감염되지 않았던 경우가, 극히 예외의 경우일 지도 모른다고 봤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여기서 민혜지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 또한 섹스가 아닌 경로로 실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섹스가 아닌 다른 경로로 감염된 사람이 문수경 하나라고 한다면 문수경이 특이한 예외 케이스일 수도 있는데, 섹스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여기서 더 만나게 되니까 다른 가능성을 나는 더 크게 열고 보는 것이 일단 가능해졌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더 여기서 알아갈 것이 있었다.
문수경은 치료제를 찾은게 아닐까?
PX에 오는 동안에 복도를 걸어오면서 나는 여자들이 묶여 있는 생활관 안쪽도 창을 통해서 확인을 했다.
그런데 문수경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문수경이 실 바이러스의 감염자 상태였다고 한다면 경찰한테 걸리지 않을 수가 없다.
경찰의 출동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정말 문수경은 딱 싸이코 교수에게서 치료제를 찾아내는 시간 정도밖에 벌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격리소에 와 있는 것을 봐도 경찰은 아주 제대로 출동을 한 것을 알 수도 있다.
문수경이 순식간에 출동하는 경찰에게 붙잡힌다고 하더라도 그냥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은, 그녀가 실 바이러스의 감염자가 아니라고 뜨는 것밖에는 없다.
문수경이 치료제를 찾은 게 아니라면 그건 불가능하다.
일단 나한테 실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람이 문수경이었고, 그녀가 치료제를 찾지 않은 한 이곳에 붙잡혀 오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역시 문수경은 치료제를 찾은 걸까?'
나는 거기에 대한 대답은 PX에서 민혜지와 같이 맥주 한 캔의 여유를 보낸 다음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배가 부를 때까지 맥주와 다양한 데운 음식들을 안주로 잘 먹은 다음에, 나는 문수경에 관한 것을 확인하기 전에 잠깐 소화를 시킬 겸 민혜지와 같이 주변을 좀 돌았다.
여군 하나와 남군 둘이 총으로 무장한 채로 나와 민혜지를 감시하며 우리보다 살짝 뒤쪽에서 걸으며 따라왔다.
군인들은 우리가 실 바이러스에 대한 발작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친절했고, 식후 산책 정도는 충분하게 가능한 정도였다.
물론 요즘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민원 제기니, 인권 보호니, 이런 것들이 그래도 맨정신일 떄는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서 그럴 거였다.
가운에 슬리퍼 차림으로 민혜지와 함께 군부대 주변을 걸으면서, 나는 한 쪽에서 병사들이 기합을 받고 있는 것을 마주치게 되었다.
나와 민혜지는 잠시 멈춰 서서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흡연장으로 보였고, 계급이 높은 듯한 사람이 화가 난 듯 서 있고 병사들로 보이는 이들은 제각각의 각도로 엎드려 있었다.
병사들의 숫자는 언뜻 대여섯 명 정도였다.
"중대장은 오늘 너희에게 실망했다. 지금 여기가, 너네들만 있는 공간이야?"
서서 기합을 주는 군인 앞쪽에서는 맨땅에 엎드려 있는 병사들이 끙끙대듯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 아임다……."
다시 군인 간부로 보이는 이가 서서 허리에 손을 올린 채로 말했다.
"우리는 지금 격리소에 파견 나와 있고. 어? 민간인들 많잖냐? 그런데 지금 이 흡연장 상태를 보면, 너네들이 침 탁, 탁, 뱉어 놓은 것 때문에 아주 엉망이야. 니네가 보기엔 안 그래?"
간부가 말을 하자 다시 병사들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병사들이 대답하자 간부가 짧게 말했다.
"기상."
병사들은 간부의 한 마디에 다들 빠르게 일어났다.
"깨끗하게 치워 놓고 들어가라. 그리고 다음에 또 이러면, 흡연장 폐쇄한다."
그의 말에 병사들은 일어난 뒤라 씩씩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예!"
그리고 몸을 돌린 간부와, 나, 그리고 민혜지가 마주치게 됐다.
방금까지 병사들에게 기합을 주던 간부였지만, 우리의 모습을 보니 금방 표정이 누그러졌고 그는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관계 마치고 나오시는 중이신 것 같은데, 불편사항은 없으신가요?"
"네."
나는 그리고, 그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것을 곧바로 물어보았다.
"문수경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격리소에서 못 봤던 것 같아서요, 다시 한 번 확인차 알아봐 주실 수 있으신가요?"
〈 31화 〉 추가 조사 (1)
* * *
"우물우물……."
나도 민혜지를 따라 방금 데운 떡갈비를 먹어 봤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양념에 잘 재워진 돼지고기의 육즙이 입안을 채운다.
떡갈비를 먹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다음에는, 구입한 과자 중에서 참치를 올려먹는 크래커도 먹었다.
안주거리로 좋은 음식들이 많았다.
"민혜지 씨는, 어쩌다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된 건가요?"
나는 민혜지에게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물었다.
민혜지는 가운 한 겹만 입고 있어서인지 잔잔한 인상임에도 섹시해 보였다.
내가 이런 미소녀의 보지에 박았다니.
"하, 진짜, 그거 생각하면 저도 미치겠어요……!"
민혜지는 그 말을 하고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탁 내려놓았다.
상당히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왜요?"
"전……. 처음이었어요. 방금 김상훈 씨하고 섹……. 그걸, 한 거요."
"그런 것 같긴 했어요."
"근데 왜 제가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됐는지, 전 진짜 모르겠어요."
민혜지가 그렇게 말을 했지만, 분명 이유는 있을 거다.
"그날 있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일 있었던 건 없나요?"
내가 물어보자 민혜지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는 듯했다.
잠시 초점을 좀 다른 곳을 향하며 전파자가 되기 직전의 때를 떠올리던 민혜지가 대답했다.
"진짜 없어요. 혼자 빈 강의실에 남아서 공부를 했었고, 아무도 만나지도 않았어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문수경도 그렇고, 민혜지도, 딱히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
내가 원래 알고 있었던 전파 경로인 섹스, 그것을 통한 실 바이러스의 감염은 내가 문수경을 통해서 몸대 몸으로 확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외에 다른 전파 경로가 있는 건지, 거기에 관해서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혼자, 빈 강의실에서, 공부……. 혹시 빈 강의실에서 섹스했어요?"
"안 했어요! 상훈 씨하고 했던 게 처음이라고요!"
"하하, 알고 있어요. 그냥 한 번 놀리고 싶어서 물어봤어요."
나는 민혜지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러면서 내 마지막 식사에 해당하는 음식들도 먹었다.
민혜지가 했던 말, 혼자, 빈 강의실, 공부, 이 세 가지에 관해 전파될 만한 요소가 있는 지를 더 생각해 봤지만 결국 떠오르는 건 없었다.
"이 상황에서 장난이라니, 덕분에 웃네요. 한 잔 해요, 상훈 씨, 짠!"
민혜지는 내 쪽으로 맥주캔을 내밀었다.
보자마자 섹스한 여자.
나는 어쩌면 이 군부대 같은 곳에서 탈출을 선택했다면 민혜지와 같이 도망가는 전개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맥주캔을 마주 들어 부딪쳤다.
"그래요, 짠 하죠!"
나와 민혜지의 맥주캔이 부딪치고, 우리는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들이키며 느껴지는 탄산 가득한 맥주의 목넘김이 좋았다.
"여기는 어떻게 잡혀오게 된 거에요?"
나는 민혜지에게 더 물었다.
감염되던 당시에 관해서는 혼자서 빈 강의실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밖에 없었는데, 그 뒤로 혹시라도 다른 특이한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공부를 하다가 기분이 이상해져서 나왔었는데요."
"음. 네."
"나와서, 다른 여자를 봤어요."
"네."
"그러니까 막 흥분이 되고……! 그리고 저도 모르게 막 그 여자를 덮치고 죽인다고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딱히 감염된 경로를 알 수 없는데, 민혜지가 말한 내용들은 분명 실 바이러스에 전파가 된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민혜지에게 더 묻는 나의 시선은 민혜지가 입고 있는 한 겹 가운의 봉긋한 가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하면 다행일지, 마침 멀리 있던 두 명의 남자들이 달려와서 저를 제지하고 경찰에 신고했어요."
"아, 그렇게 됐군요."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민혜지의 쇄골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몸이다.
얼굴도 정말 예쁘고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경찰에 체포돼서 마취가 되신 거고요?"
"그렇죠."
"저도 마취제를 맞기는 했어요. 경찰한테 맞은 건 아니지만."
나는 경찰이 아닌 싸이코 교수에게 마취제를 맞고 헤롱거리며 겨우 그를 쓰러뜨렸다.
하마터면 좆될 뻔한 상황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서 싸이코 교수에게 지져버렸던 전기충격기의 진동, 그리고 그 소리가, 지금 다시 떠올려도 너무 통쾌하다.
"네? 그럼 누구한테 마취가 되신 거에요?"
민혜지가 육포를 하나 씹으며 내게 말했다.
그녀가 내게 말해줬듯이 나도 나한테 있었던 일들에 관해 대답하기로 했다.
"한민국 교수라고 있어요. 실 바이러스의 근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사람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민혜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이러스의 근원이요? 그럼 그 사람이 실 바이러스를 퍼뜨린 거에요?"
그렇긴 한데, 물증을 확보하는 것까지는 닿지 못했다.
클리어를 해 봤던 입장으로서 심증은 확실함 그 이상이지만 결국 내가 이렇게 격리소로 오게 된 이상 답을 내는 건 거의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네. 그렇지만 증거는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그 사람이 실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자라고 아시는 거에요?"
"예지력……?"
"헐……!"
나와 민혜지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 여유인 것이다.
격리소로 왔지만 이번에도 분명 얻은 건 있다.
가장 큰 건 실 바이러스가 섹스 이외의 다른 경로로 감염될 수 있는 게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나는 섹스를 통해서만 실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문수경처럼 섹스를 통해 감염되지 않았던 경우가, 극히 예외의 경우일 지도 모른다고 봤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여기서 민혜지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 또한 섹스가 아닌 경로로 실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섹스가 아닌 다른 경로로 감염된 사람이 문수경 하나라고 한다면 문수경이 특이한 예외 케이스일 수도 있는데, 섹스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여기서 더 만나게 되니까 다른 가능성을 나는 더 크게 열고 보는 것이 일단 가능해졌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더 여기서 알아갈 것이 있었다.
문수경은 치료제를 찾은게 아닐까?
PX에 오는 동안에 복도를 걸어오면서 나는 여자들이 묶여 있는 생활관 안쪽도 창을 통해서 확인을 했다.
그런데 문수경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문수경이 실 바이러스의 감염자 상태였다고 한다면 경찰한테 걸리지 않을 수가 없다.
경찰의 출동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정말 문수경은 딱 싸이코 교수에게서 치료제를 찾아내는 시간 정도밖에 벌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격리소에 와 있는 것을 봐도 경찰은 아주 제대로 출동을 한 것을 알 수도 있다.
문수경이 순식간에 출동하는 경찰에게 붙잡힌다고 하더라도 그냥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은, 그녀가 실 바이러스의 감염자가 아니라고 뜨는 것밖에는 없다.
문수경이 치료제를 찾은 게 아니라면 그건 불가능하다.
일단 나한테 실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람이 문수경이었고, 그녀가 치료제를 찾지 않은 한 이곳에 붙잡혀 오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역시 문수경은 치료제를 찾은 걸까?'
나는 거기에 대한 대답은 PX에서 민혜지와 같이 맥주 한 캔의 여유를 보낸 다음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배가 부를 때까지 맥주와 다양한 데운 음식들을 안주로 잘 먹은 다음에, 나는 문수경에 관한 것을 확인하기 전에 잠깐 소화를 시킬 겸 민혜지와 같이 주변을 좀 돌았다.
여군 하나와 남군 둘이 총으로 무장한 채로 나와 민혜지를 감시하며 우리보다 살짝 뒤쪽에서 걸으며 따라왔다.
군인들은 우리가 실 바이러스에 대한 발작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친절했고, 식후 산책 정도는 충분하게 가능한 정도였다.
물론 요즘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민원 제기니, 인권 보호니, 이런 것들이 그래도 맨정신일 떄는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서 그럴 거였다.
가운에 슬리퍼 차림으로 민혜지와 함께 군부대 주변을 걸으면서, 나는 한 쪽에서 병사들이 기합을 받고 있는 것을 마주치게 되었다.
나와 민혜지는 잠시 멈춰 서서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흡연장으로 보였고, 계급이 높은 듯한 사람이 화가 난 듯 서 있고 병사들로 보이는 이들은 제각각의 각도로 엎드려 있었다.
병사들의 숫자는 언뜻 대여섯 명 정도였다.
"중대장은 오늘 너희에게 실망했다. 지금 여기가, 너네들만 있는 공간이야?"
서서 기합을 주는 군인 앞쪽에서는 맨땅에 엎드려 있는 병사들이 끙끙대듯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 아임다……."
다시 군인 간부로 보이는 이가 서서 허리에 손을 올린 채로 말했다.
"우리는 지금 격리소에 파견 나와 있고. 어? 민간인들 많잖냐? 그런데 지금 이 흡연장 상태를 보면, 너네들이 침 탁, 탁, 뱉어 놓은 것 때문에 아주 엉망이야. 니네가 보기엔 안 그래?"
간부가 말을 하자 다시 병사들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병사들이 대답하자 간부가 짧게 말했다.
"기상."
병사들은 간부의 한 마디에 다들 빠르게 일어났다.
"깨끗하게 치워 놓고 들어가라. 그리고 다음에 또 이러면, 흡연장 폐쇄한다."
그의 말에 병사들은 일어난 뒤라 씩씩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예!"
그리고 몸을 돌린 간부와, 나, 그리고 민혜지가 마주치게 됐다.
방금까지 병사들에게 기합을 주던 간부였지만, 우리의 모습을 보니 금방 표정이 누그러졌고 그는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관계 마치고 나오시는 중이신 것 같은데, 불편사항은 없으신가요?"
"네."
나는 그리고, 그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것을 곧바로 물어보았다.
"문수경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격리소에서 못 봤던 것 같아서요, 다시 한 번 확인차 알아봐 주실 수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