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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27화 (27/96)

〈 27화 〉 모텔로 유인 (3)

* * *

내가 손을 뻗은 것은 손을 좀 더 뻗으면 닿을 만한 전기충격기 쪽이었다.

싸이코 교수는 전기충격기를 내 주변에 내려놓았다.

그는 나에게 마취제를 주사하기 위해서 테이저건과 전기충격기를 양손에 들고 있다가 그 중에서 전기충격기를 내려놓았고, 그 덕분에 내 주변에는 전기충격기와 칼이 널브러져 있다.

전기충격기를 내 쪽에 놓고 간 것은 싸이코 교수의 방심일 거였다.

'닿아라……. 섹스……!'

나는 나 자신의 정신과 싸웠다.

싸이코 교수가 주사한 마취제로 인해 정신은 막 끊어질 듯 몽롱했고, 실 바이러스의 증세가 격해져가는 것에 따라 그나마 남은 정신도 존나 섹스 생각으로 가득찰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마지막 힘으로 간신히 전기충격기에 손을 댈 수가 있었다.

'닿았……. 으으윽! 시발! 섹스!'

존나 짜릿했다.

내가 손을 댄 곳은, 다름아닌 전기충격기에서 전기가 흘렀던 곳이었다.

나는 일부러 그곳에 손을 가져다 댄 것이다.

전기충격기는, 한 번 쓰고 나면 잔류가 전기가 흘렀던 곳에 남아있다.

원래는 안전상 이곳에 손을 대면 안 되는 거지만, 나는 그것을 역으로 활용하기로 한 거였다.

나는 그것으로 내 정신을 깨우려고 했으니까 말이다.

스위치까지 누를 만한 정신은 없다.

간신히 손을 뻗어 전기충격기에 닿을 정도도 흐려져 가는 정신으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스위치를 눌러 전류를 발생시키면, 전기충격기의 소리가 나게 되기도 하고 또 전류가 당연히 잔류보다는 셀 수밖에 없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잔류라면 잠깐 좆같을 수는 있겠지만 아까처럼 정통으로 제대로 흐르는 전류를 맞았을 때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으으으으윽!'

나는 잔류가 남는 곳에 손을 가져다 대어 감전됐다.

나는 이를 악물고 소리를 내는 것을 참았다.

그리고 전기충격기의 잔류로 몸을 일시적으로 깨우고, 전기충격기를 집어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윽…….

'헉……. 헉……. 씨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싸이코 침대 쪽을 보았다.

싸이코 교수는 문수경의 목을 조르고 있느라 자신의 뒤에서 전기충격기를 들고 일어나는 나를 보지 못했다.

"죽어어어어어어!"

"으으으으으!"

문수경은 여전히 손발을 발버둥치고 있었지만 싸이코 교수의 힘을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나는 그런 싸이코 교수의 뒤쪽에서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다가갔다.

내가 일어났다는 걸 발각되면 싸이코 교수는 정장 안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테이저건을 다시 꺼내들어 나한테 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전기 공격을 한 번 더 당하는 건 사양이었다.

나한테 전기충격기를 쓰고 거기다가 문수경까지 존나 괴롭히고 있는 싸이코 교수를 보자, 존나 빡이 쳤다.

'씨발 새끼……!'

싸이코 교수가 문수경의 목을 조르고 있기 때문에 교수와 문수경이 닿아 있지만, 이렇게 닿아 있는 것으로 내가 교수에게 전기충격을 가한다고 해서 두 사람 모두에게 전기가 흐르지는 않는다.

전기충격기는, 전신에 충격이 느껴지기 때문에 전신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사실 일부 범위에만 전기충격이 가해지게 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을 몰랐다면 전기충격기에 이어서 다시 칼도 집어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는 전기충격기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수경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온전하게 싸이코 교수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싸이코 교수에게 접근해서 그와 가까워졌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파워를 최대한으로 맞추고는 확하고 싸이코 교수의 등에 전기충격기를 지져 버렸다.

­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전기충격기가 작동했다.

나는 싸이코 교수의 등에 전기충격기를 지지며 소리쳤다.

"크흐흐흐흐흐! 씨발 섹스! 네가 나한테 했던 그대로 갚아 주마! 섹스!"

나는 처음에 내가 칼로 싸이코 교수를 위협만 하려고 하다가 당한 것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교수에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전기충격을 가해서 이전에 적당하게 위협만 하려던 것에서 제대로 그를 조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전기를 지졌다.

­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트!

싸이코 교수는 내가 당했을 때처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고통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끄아아아……! 어어어어억……!"

그의 고통을 보는 것이 곧 나의 기쁨이었다.

나는 평화주의자이지만, 나한테 좆지랄을 먼저 한 씨발 새끼한테는 갚아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한참 싸이코 교수에게 전기충격을 지지고는 전기충격기를 뗐다.

싸이코 교수는 문수경의 목을 조르고 있었기 때문에 문수경의 위로 풀썩 쓰러졌다.

싸이코 교수는 기절했다.

아무리 연기력이 좋은 배우라도 풀파워의 전기충격기를, 그것도 존나 길게 맞은 순간에 기절 연기를 할 수는 없을 거였다.

웃음이 나왔다.

"흐흐……! 섹스……!"

내가 이겼다.

놈의 주사에 맞아서 대책없이 당하는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순간까지, 나는 머리를 썼다.

씨발……. 내가 생각해도 존나 천재 같다.

전기충격기의 잔류를 생각해 내다니.

나는 웃으며 한 손으로 전기충격기를 들고 있는 채로, 다른 한 손으로 이마에 손을 짚으며 몸을 비틀거렸다.

"하하, 씨발 새끼……. 다 끝난 줄 알았지? ……. 좆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고. 섹스."

잔류로 인해 몸을 일시적으로 깨운 것은 맞지만, 서서 잠이 들어 버리는 것만 같을 정도로 정신은 또 멍해져 갔다.

일단 교수는 물리쳤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치료제를 찾는 것이었다.

나는 휘청거리는 몸으로 쓰러지듯이 침대 위로 올라갔다.

다시 잠이 들 것 같아서 나는 이번에도 전기충격기의 잔류를 이용해서 나 자신을 전기로 자극하여 또 스스로를 일시적으로 깨웠다.

"으으으으윽! 씨발! 섹스! 존나 따갑네!"

나는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려고 노력하며, 우선 시체처럼 문수경을 덮고 있는 싸이코 교수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깔려 있던, 문수경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하아……. 하아……. 누나. 이제, 누나가 해 줘야 돼요……. 전기충격기 잔류를 나한테 쏘면서 버티고는 있는데……. 이제 거의 한계에요……. 전기를 써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걸 더이상은 막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섹스……."

문수경은 잠시 나를 보았다.

"상훈아……!"

나는 이제 곧 잠이 들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문수경이 치료제를 찾아야 된다.

교수를 쓰러뜨리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시간이 촉박할 것이다.

이제 반반이다.

싸이코 교수가 치료제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거라면 우리는 실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가 있을 것이고, 그가 치료제를 어딘가에 숨겨 놓고 다니는 거라면 나와 문수경은 끝이다.

치료제를 찾지 못하면 나는 싸이코 교수가 주사한 마취제로 인해 잠이 들게 되면 깨어난 이후에 격리소에서 눈을 뜨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수경은 섹스를 하거나 동성을 죽이기 위해 밖을 뛰쳐다니며 발광하다가 경찰에 체포될 것이다.

문수경은 기절한 싸이코 교수를 마저 밀어내고는 일어나며, 눈물 젖은 얼굴로 나에게 바짝 다가와서는 내 손목을 잡으며 말을 했다.

"상훈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문수경은 자신의 목이 방금까지 싸이코 교수에게 졸려서 빨갛게 달아올라 있음에도 나를 먼저 걱정했다.

포근한 기분이었다.

웃음이 나왔지만 웃을 힘은 없었다.

나는 감겨오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며 침대에 누워 문수경에게 대답했다.

"이럴 시간이 없……. 섹스. 치료섹스……. 아니 치료제섹스를……. 찾아……."

문수경은 나를 보며 대답했다.

"하아……. 하아……. 나도 미치겠어……. 너무 하고 싶어……. 시간이 얼마 없는 건 맞는 것 같아……. 일단 나도 정신을 놓을 수도 있으니까, 경찰에 먼저 신고하고 바로 찾아볼게. 치료제."

나는 눈을 반쯤 감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치료제를 교수가 지금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이제 마지막……."

문수경은 폰을 켜고 스피커로 잠깐 전화통화를 해서 경찰을 먼저 호출했다.

경찰은 매우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할 거였다.

경찰이 왔을 때 나와 문수경이 격리소로 보내지고 싸이코 교수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경찰이 왔을 때 나와 문수경이 치료되고 싸이코 교수가 체포되느냐, 그것은 이제 치료제를 찾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결정될 거였다.

나는 멀어져 가는 정신 속에서 문수경이 싸이코 교수의 옷을 뒤지는 것을 보았다.

여러 가지 물건들이 나왔다.

돈이 넉넉하게 들어있는 듯 두툼한 지갑.

싸이코 교수가 문수경의 목을 조르기 전에 품 안에 넣었던 테이저건.

나에게 마취제를 주사하고도 아직 더 남은, 내용물이 미리 채워져 있는 주사기.

외제차 차키.

그리고…….

문수경이 이것저것 싸이코 교수의 소지품들을 찾는 동안,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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