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모텔로 유인 (2)
* * *
나는 벽 뒤에 숨어있다가 쿵 소리가 나도록 발을 굴러 뛰쳐나가 바로 칼로 한민국 교수를 위협하려 했다.
트드드득!
그 순간 나는 전혀 느껴본 적 없는, 통증이라고 하기에 나무 숨막히고 갑작스러운 좆같은 느낌을 느끼게 되었다.
마치 전신이 경직되며 온몸이 뒤틀리듯 튕기는 듯한 기분이었다.
'크헉……!'
나는 맥없이 풀썩 쓰러졌다.
몸 전체를 일시적으로 쥐어짜는 듯한 강렬한 기분이 이어졌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쓰러진 상태에서 신음소리를 낼 수 있는 게 전부였다.
"으……!"
싸이코 교수는 방금 주머니에서 꺼낸 듯한 무기들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왼손에는 전기충격기, 오른손에는 테이저건.
싸이코 교수는 전기충격기의 스위치를 눌러 트득거리는 소리를 한 번씩 내면서, 테이저건을 문수경에게 겨누었다.
"이야, 문 조교, 이거 보기에는 세상 순진해 보이는데, 안되겠구만? 이런 애송이 놈을 동원해서 교수님을 위협하려고 하다니 말이야."
싸이코 교수는 문수경에게 테이저건을 겨누는 상태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면 바로 쏠 거야.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이거, 카트리지 하나에 6만원이란 말이야. 크크……. 아니, 뭐, 소리를 질러도 모텔이니까 너무 좋아서 지르는 소리라고 생각하려나?"
경직된 직후라 움직일 수 없는 내 시야에서는 볼 수는 없었지만, 문수경이 싸이코 교수에게 다가오려고 발을 떼며 소리시는 것이 들렸다.
"한민국!"
문수경의 그런 행동에 싸이코 교수는 문수경 쪽을 보며 말했다.
"어어? 다가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게 더 아픈 거야! 한 번 맞아 보고 싶어?"
싸이코 교수는 그 말과 함께 전기충격기를 내려놓고 테이저건만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는 정장 상의 안에서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그는 주사기의 끝의 얇은 덮개 플라스틱을 이빨로 물어 뽑아서는 옆쪽에 뱉어 냈다.
그리고 싸이코 교수는 그 주사기를 내 목에 주사했다.
"큭……."
따끔했다.
교수는 나에게 주사를 하는 동안 잠깐잠깐 문수경 쪽을 주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교수는 나에게 주사를 한 다음 한 손으로 바닥을 짚어 일어나며, 여전히 테이저건의 총구를 문수경 쪽으로 향했다.
"문 조교, 너무 걱정할 건 없어. 방금 이 녀석의 목에 주사한 건 그냥 의료용 마취제니까. 내시경 할 때도 쓰는 거라고. 흠……! 조금 더 세게 넣기는 했지만. 크큭……."
싸이코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수경을 위협하는 것을 보며, 나는 그를 따라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기충격기를 맞아서 받은 충격도 충격이었지만, 그 충격이 가신 다음에는 정신이 점차 몽롱해져 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방심……. 하진 않았는데……. 준비를 분명, 잘, 했는데……. 어떻게…….'
나는 칼을 들고 싸이코 교수에게 맞서려고 했다.
칼 또한 그냥 주어진 것도 아니고 이벤트 아이템이었다.
칼만 준비한 것도 아니고 선택지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들까지도 충분히 고려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을 했고 남은 것은 싸이코 교수에게 치료제를 뺐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교수의 방비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양손에 총들고 온 정도로 근거리 무기인 전기충격기에, 원거리 무기인 테이저건까지 들었고, 내가 숨어 있을 것도 어느 정도 대비한 모습이었다.
저걸 이길 방법은 애초에 존재했을까?
아니, 하긴, 싸이코 교수의 무기 종류를 미리 알았다면, 나 또한 그에 맞춤으로 다른 무기를 준비했다면 이겼을 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이전에 생각했었던 유성추 같은.
나는 싸이코 교수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로 칼을 선택했다.
그것이 어쩌면 나 스스로를 불리하게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살상용으로 든 칼은 전기충격기를 이길 수 있지만, 위협용으로 드는 칼은 바로 꽂혀들어오는 전기충격기의 공격에 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길 수 있기는 했다.
만약 내가 교수를 바로 찔렀다면 내가 이겼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싸이코 교수를 위협을 하려고 칼을 들이대려고 했지 죽이려고 한 건 아니었어서 전기충격기에 맞은 거다.
그렇다고 싸이코 교수를 바로 담가 버릴 수는 없었다.
만약 싸이코 교수를 해치워 버렸는데 치료제를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숨겨 놓고 다니는 거라면?
만약 싸이코 교수가 치료제가 있다고 해도, 당장 차를 조금 멀찍이 받쳐 놓고 차 안에만 깊숙하게 숨겨 놓았다고 하면 나는 치료제를 찾기 전에 실 바이러스가 몸에 퍼지게 되는 시간을 맞이할 것이다.
치료제를 찾기 전에 실 바이러스가 퍼지면 이전에 봤던 그 알몸의 여자처럼, 알몸으로 뛰어다니며 지나가는 여자를 덮치거나 남자를 죽이려고 하게 되겠지…….
나는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싸이코 교수를 죽이지는 않고 위협만 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위협만 하니까 이렇게 되고 말았다.
나는 누운 채로 몽롱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싸이코 교수를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그런데 그 마지막 생각마저도 실 바이러스에 잠식되어지고 있었다.
'섹스……. 으으……. 씨발……. 섹스하고 싶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실 바이러스의 효과가 몸에서 더 퍼져감에 따라 몽롱함 속에서 섹스까지 존나 하고 싶은 상태가 되면서 잠이 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안돼…….'
나는 그래도 최대한 눈을 부릅뜨려고 하며 누운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했다.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싸이코 교수가 주사한 마취제로 인해 잠에 빠질 거였다.
"……."
내가 힘겹게 고개를 조금 돌리고 싸이코 교수 쪽으로 시선을 가져가자, 싸이코 교수는 테이저건을 두 손으로 들고 천천히 문수경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누구지?"
싸이코 교수가 물었다.
누가 누구냐는 걸까.
나는 그 말을 들어서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나는 흐려지는 정신을 붙들며 몸을 움직이려 애쓰면서, 모텔 방바닥에 누운 채로 싸이코 교수 쪽을 보았다.
싸이코 교수는 천천히 걸어서 어느새 문수경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테이저건을 그녀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싸이코 교수가 그렇게 위협적으로 나오는데도, 문수경은 기죽지 않는 얼굴이었다.
문수경은 싸이코 교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싸이코 교수는 문수경의 바로 앞에서 테이저건을 들이대며 그녀에게 더 말을 했다.
"나한테 함정을 파라고 한 년이 누구야?"
"……."
문수경이 싸이코 교수를 쨰려보기만 할 뿐 대답이 없자 싸이코 교수는 문수경의 이마에 테이저건을 딱 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말 해, 이 년아. 문수경, 네 년은 나한테 아무런 원한도 없을 텐데 이런 일을 꾸밀 이유가 없잖아. 누구야. 어떤 년이 내가 동영상으로 협박한다고 너한테 일러바친 거지?"
문수경은 결연한 눈빛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싸이코 교수의 말을 들은 순간 크게 눈빛이 흔들렸다.
원래는 저항감이 깊게 어린 듯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분노와 놀람이 일어난 모습이었다.
"미친 놈……! 여학우들을 협박까지 했었다고? 네가 사람 새끼야? 이런 미친 씨발놈!"
문수경이 말을 하자, 싸이코 교수에게도 당혹감이 어렸다.
"뭐……?"
싸이코 교수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을 거였다.
교수는 문수경이 협박받은 여학우들을 대신해서 자신을 치려고 한 걸로 생각을 한 줄 알고 문수경을 추궁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싸이코 교수가 여학우들을 협박한 줄은 모르는 것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짝!
"꺅!"
문수경이 대들자 싸이코 교수는 오른손으로만 테이저건을 잡고는 왼손으로 문수경을 후려쳤다.
문수경은 침대 위로 쓰러졌다.
싸이코 교수는 테이저건을 자신의 안주머니에 챙겨넣으면서, 문수경의 위에 올라타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이런 씨발년! 그러면 나한테 왜 그런 거야! 원하는 게 뭐야! 돈이야?"
문수경은 싸이코 교수가 목을 조르는 것에 의해 잠시 괴로워했다.
그러다가 교수가 손에 힘을 조금 풀자, 문수경이 말했다.
"치료……. 제……."
"……!"
문수경에게서 치료제라는 말을 듣자, 싸이코 교수의 표정은 당황함을 넘어 충격에 가까워진 얼굴이 되었다.
"방금……. 뭐라고……?"
싸이코 교수가 문수경의 목을 조른 힘이 조금 약해지는 것 같았고 문수경은 목을 조금 약하게 졸리는 상태에서 교수에게 다시 말했다.
"치료제……. 내놔……. 실 바이러스……."
싸이코 교수는 이번에는 문수경의 말을 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
교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였다.
싸이코 교수가 치료제를 만들어 놨을 지 그렇지 않을 지는 모르지만, 문수경이 그에게 실 바이러스의 치료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문수경은 교수가 실 바이러스와 연관돠어 있다는 걸 안다고 말하는 것이다.
싸이코 교수는 제정신을 차리고는 격분했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실 바이러스라니! 누가 대체 네년한테 그런 말을!"
교수는 문수경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너 말고 또 누구야, 실 바이러스에 내가 연관돼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어? 당장 말 해. 도대체, 어떻게……!"
싸이코 교수는 문수경을 위협했다.
그러나, 문수경은 싸이코 교수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퉷!"
누워서 침뱉기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위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침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싸이코 교수는 손으로 문수경의 침을 닦으며 분노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실 바이러스에 연관한 걸 아는 사람에 관해 알아내는 것보다 얼굴에 침을 맞은 것에 대한 화가 더 큰 듯 다시 두 손으로 문수경의 목을 잡고 졸랐다.
"이 씨발년! 그래, 누가 실 바이러스에 관해서 너한테 말해 줬든, 너 먼저 뒤져 버려! 으아아아악!"
"으으윽!"
침대 위에서 목을 졸리는 문수경이 팔과 다리를 바둥거렸다.
바닥에 누운 나는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이제는 한계였다.
'아……. 섹스…….'
그렇지만, 나는 눈앞에 있는 하나의 물건을 발견했다.
손을 한 번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이제 마지막이었다.
정신이 너무 몽롱해져 갔기 때문에, 딱 한 번 손을 뻗고, 간신히 물건에 닿을 수 있을 정도의 힘만을 쥐어짜낼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누운 채로 그것을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해서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