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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25화 (25/96)

〈 25화 〉 모텔로 유인 (1)

* * *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문수경은 연기를 꽤 잘 했다.

나는 치료제를 빼앗기 위해 싸이코 교수를 모텔로 유인해 내는 연기를 전화통화를 통해 완벽하게 하는 문수경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문수경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스피커폰에 집중을 하느라고 폰만 보고 있었는데, 그 동안 나는 문수경을 보며 그녀의 뒷목의 선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문수경이 괜찮아 보인다면 지금까지는 시간이 좀 있는 것 같다.

실 바이러스의 효과가 몸에 완전히 퍼지게 되면 한 번 섹스한 이성과는 섹스하지 않고 싶어지고, 쿨타임만 돌면 다른 이성하고 섹스를 존나 하고 싶어하게 된다고 알고 있다.

싸이코 교수는 문수경의 섹스하고 싶다는 거짓말에 대답을 했다.

­그래. 크크, 모텔 먼저 잡아 놓고 위치 찍어서 보내.

"네, 교수님!"

문수경이 통화를 마치고 나는 그녀의 옆자리에서 오른손을 들었고,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문수경과 나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문수경의 얼굴은 평상시의 모습처럼 잠시 미소를 되찾았다.

"꺄아, 됐어!"

나와 문수경은 소고기도 다 먹었겠다 곧장 가게를 나와 대학교 주변 모텔촌을 향해 걸었다.

가게 밖의 날씨는 약간 흐렸다.

구름이 좀 끼었는데, 덕분에 조금 시원했다.

밖에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이 친구들이나 선후배, 혹은 커플들끼리 모여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나는 문수경과 함께 그들의 사이를 지나 대학가 쪽에서 후미진 뒤쪽의 골목을 향해 들어갔다.

후미진 골목이라고 해도 낮 시간이기 때문에 밝았다.

싸이코 교수에게 오라고 했던 모텔에 도착한 나는 문수경과 같이 모텔로 들어왔다.

"들어가죠."

대학가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지만, 모텔 골목은 다른 데도 그렇듯 사람이 거의 없다.

모텔 안에서는 여러 방들에서 밤이든 낮이든 존나 떡치는 커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텔 가는 걸 별로 보여지고 싶지 않은 커플들은 은밀하게 함께 모텔로 들어가고는 한다.

모텔 안으로 들어가자 잠깐의 로비가 있고, 그리고 안쪽으로 카운터가 있다.

"대실 하나요."

나는 모텔비를 계산하고 문수경과 함께 키에 적힌 번호의 호실을 향해 가기 위해 그녀와 같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윽……. 섹스……! 하필 다른 커플의 여자가 이 때……!'

문수경과 같이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에 여자를 봤다.

다른 커플의 여자.

그 여자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나는 문득 그녀와도 떡을 존나 치고 싶었다.

히로인은 아니지만, 내가 충분히 섹스하고 싶고 남을 만한 정도였다.

실 바이러스의 효과가 점점 강해지는 듯했지만 나는 최대한 참아 냈다.

"괜찮아?"

엘리베이터에서 상단 모서리에 부착된 광고용 TV의 소음 속에서 문수경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실 바이러스로 인해 내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게 된 다른 커플의 여자와 존나 박고 싶은 것처럼, 문수경 또한 그 커플의 남자와 박고 싶을 거였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생각하며 문수경에게 말했다.

"누나야말로 조금만 더 참아요. 거의 다 왔으니까."

내가 문수경에게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을 앞의 커플도 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커플은 내가 문수경에게 참으라고 한 말을 내가 문수경의 보지에 곧 내 자지를 박아줄 테니까 방까지 가는 동안만 참으라는 말로 들었을 것 같다.

문수경도 내가 그녀에게 한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다르게 들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는지 내 손을 잡은 채로 쿡쿡 웃었다.

본의 아니게 맞은 이상한 상황 덕분에 잠깐 긴장감이 덜어졌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우리가 마주친 커플은 다른 호실로 가고, 우리도 우리의 호실로 들어오게 됐다.

모텔 안으로 들어오자 모텔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흥분감 때문인지 섹스가 더 하고 싶었다.

나는 문수경과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좆 됐어요. 나, 누나하고 이렇게 단둘이 모텔에 있는데도 누나랑 섹스가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고 아까 그 다른 커플 여자만 존나 생각나면서 걔하고 존나 떡 치고 싶거든요? 아무래도,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말을 하며 문수경을 보았다.

문수경도 호흡이 조금 거칠어져 있고 두 손을 각각 꼭 쥐고 있는 걸로 봐서 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게. 이제 호실도 정해졌으니까 호실 알려 주고, 한민국 교수한테 최대한 빨리 와 달라고 독촉도 할게!"

문수경은 곧바로 폰을 꺼내 톡을 보냈다.

싸이코 교수한테 모텔의 호실을 찍어 주고, 그리고 교수에게 지금 너무 급하다고 빨리 오라고 하는 메시지도 전송하는 것을 나는 옆에서 지켜봤다.

문수경은 톡을 보내고 나서 뜨거운 호흡을 흘리며 말했다.

"어떡하지? 나 진짜……."

"조금만 더 참아요, 누나. 이제 곧 교수가 올 거에요."

"정신 놓을 것 같아……!"

"계획을 구상해야 돼요, 누나."

나는 섹스로 물들어가는 머릿속을 애써 진정시키며 말했다.

"싸이코 교수가 오면, 일단 누나 혼자 있는 척 하는 거에요."

"응."

"현관에서 욕실 앞을 지나서 들어오는 길은 좁죠. 이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나오는 순간, 벽 뒤에 숨어 있던 제가 튀어나와서 기습할 거에요."

"저기 숨겠다는 거야?"

문수경이 손으로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바뀌는 직각 구간의 벽을 보고 말했고,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시선으로 따라가며 대답했다.

"네. 저기서 벽에 등 대고 있으면 절대 안 보여요. 간단한 네 가지만 신경쓰면 될 것 같네요."

"어? 그건 뭔데? 네 가지를 신경써야 된다고?"

"네."

모텔방 안의 기물들을 관리하는 선택지는 나올 지, 그렇지 않을 지, 지금으로서는 확신은 서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택지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내가 하숙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왔었을 때, 나는 자물쇠를 고르지도 않고 빌린다는 명목으로 자물쇠를 입수했었으며 선택지 없이도 오연주를 하숙집 식당 안에 감금을 시켜 버려서 내가 오연주에게 죽는 것을 막았다.

선택지가 중요한 분기를 이어지는 것은 당연히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선택지가 아닌 곳에서도 전략을 쓰고 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고 말이다.

"가장 먼저 제 신발 먼저 이쪽 수납장 안에 넣어 놔야 돼요. 그 다음은 창문요."

"창문은 왜?"

"이쪽에 숨어있는 제 모습이 창문으로 비춰요."

"아……!"

"거울 같은 경우에는 각도가 안 맞으니까 상관없는데, 창문은 비출 수도 있으니까 블라인드를 내려야 돼요."

"알겠어. 지금 할게!"

나는 신발을 숨겼고, 문수경은 블라인드를 내렸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TV를 틀고, 욕실 문을 열어 놓으면 돼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리모컨을 집어들어 TV를 바로 켰다.

문수경은 내가 하는 말에 따라 욕실의 문을 열고 오며 나에게 말했다.

"욕실 문은 왜?"

"의심의 여지를 없애는 거에요. 욕실 문이 열려 있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면서 들어오면, 더 마음이 풀어질 테니까요."

"와……!"

문수경은 욕실 문을 열고 오면서 나한테 감탄했다.

나는 최대한 빨리 생각한 것들이었다.

섹스 생각이 머리를 더 지배하기 전에 말이다.

지금이라면 늦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네 가지의 벽 뒤에 숨기 위한 행동을 모두 마쳤을 때였다.

나는 문수경으로부터 소고기 가게에서 회수했던 칼을 떠올렸다.

교수는 내가 힘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칼이 있으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내가 칼의 존재를 생각하자 선택지가 떴다.

[칼을 지닌다]

[칼을 지니지 않는다]

나는 선택지를 확인하자마자 가방 쪽으로 가서는 칼을 꺼냈다.

"이 칼은, 가지고 있는 편이 낫겠죠? 치료제 달라고 위협할 때 괜찮을 것 같은데."

역시 아이템은 일단 가지고 있으면 어디엔가는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칼에만 선택지가 뜬 걸 보면, 다른 내가 관찰했던 다른 기물보다도 칼의 사용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와, 그걸 이렇게 쓰네?"

"그러게요."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는, 현관부터 방 안에 들어오는 도중의 중간에 위치한 사각의 벽에 등지고 몸을 숨겼다.

"준비는 다 됐어요, 누나. 한민국 교수, 어디쯤 오고 있는지 확인 좀 해 주세요."

"알겠어!"

문수경은 모텔방 한가운데에 서서 폰을 들어 스피커폰을 켜고 싸이코 교수에게 전화했다.

"교수님, 지금 어디세요? 아, 저 진짜……. 한계에요……!"

­거의 다 왔어. 지금 엘리베이터야.

"아, 네, 알겠습니다!"

거의 다 온 한민국 교수는 전화를 끊었고, 곧 그의 발자국이 우리 방 쪽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뚜벅, 뚜벅…….

방음이 나름 되는 편이었는데, 모텔 방문 너머로 작게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는 했다.

그리고, 싸이코 교수가 모텔의 방문을 두드렸다.

­쿵쿵

"문 조교야, 나 왔다."

문수경은 싸이코 교수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현관으로 내달렸다.

"네, 교수님!"

싸이코 교수가 도착하고 선택지가 떴다.

[칼로 위협한다]

[맨손으로 싸운다]

[문수경을 배신하고 교수에게 붙는다]

나는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대로 칼로 위협하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김아영이라면 싸이코 교수와 말이 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루트에서는 그와 말이 통할 것 같지는 않다.

맨손보다는 일단 칼이 더 위협적일 것 같기도 하다.

세 번째 선택지의 경우에는, 이것도 리스크가 큰 선택지다.

악당이 되는 나름 괜찮은 듯 그렇지 않은 듯한 엔딩의 루트가 있을 수도 있는데, 만약 악당 루트가 없으면 배드엔딩 직행 특급열차를 타는 것과 같은 선택지가 문수경을 배신하는 선택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칼로 위협하는 선택지를 실행하며 벽 뒤에서 칼자루를 쥔 채로 숨을 죽였다.

선택지는 스르르 사라진다.

현관으로 맨발로 달려간 문수경은 모텔방의 철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밖에서 싸이코 교수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린다.

"이런, 그렇게 급했어? 우리 문 조교."

"아하하, 네, 교수님."

"나를 그렇게 기다렸다니. 크크……. 그래서 나도 여기까지 최대한 빨리 왔지."

"바로 침대로 가요, 교수님."

"그래야지."

철컥 하고 철문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문수경은 앞장서서 먼저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들어오는 싸이코 교수.

그는 지금 모텔방의 침대 위에서 문수경을 벗기고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박을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할 것이었다.

'지금이다……!'

나는 싸이코 교수가 다가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칼을 들고 내 최대한의 속도로 접근했다.

­타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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