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소고기 사주는 예쁜 누나 (3)
* * *
나는 내 스스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러고 보니 나도, 아까부터 왠지 자꾸 섹스라는 말을……!"
문수경은 아직도 물기가 있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금 잠시 정신이 멍했다.
이럴 리가 없다.
문수경은 분명히 나하고 처음 섹스를 했다.
애초에 실 바이러스는 섹스로 전파된다.
"누나, 혹시 저 오기 전에, 한민국 교수님도 만났나요?"
싸이코 교수는 내가 진엔딩을 봤을 때에 9시에서 11시까지 수업이 있어서 그 이후에서야 김아영과 함께 만나러 갈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교수는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문수경과 만날 틈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혹시나 해서 문수경에게 물었다.
문수경이 내게 대답헀다.
"아니, 교수님은 만난 적 없어. 아까 너한테 말했다시피, 처음 보는 여자, 기범이, 해성 오빠……. 이렇게 세 사람이야. 네가 오기 전에 과사무실에 왔던 건."
그러면 김아영,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두 명의 남자, 그들한테 실 바이러스의 또다른 전파의 단서가 있는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역시나 그건 문수경이 처녀를 바친 것은 나였기 때문에 단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러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좀 더 생각했다.
문수경은 실 바이러스에 도대체 왜 전파된 것인가?
어쩌면 문수경은 실 바이러스에 전파되지 않은 건 아닐까?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문수경은 칼을 가지고 다니며 동성을 죽이려 하고, 이성을 만나면 섹스를 하고싶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나를 보자마자 섹스를 하려고 했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 이런 씨발, 부정하고 싶지만, 내가 이미 감염되었다고 치자.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이대로 손놓고 격리소 엔딩을 맞이할 수는 없다.
뭔가 방법이…….
내가 그렇게 문수경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음 방법을 생각하자, 내 시야에 녹색 홀로그램으로 선택지가 떴다.
[한민국 교수에게 직접 전화한다]
[문수경을 시켜 교수에게 전화한다]
[둘이서 조용한 곳으로 도피한다]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정말 반가운 선택지였다.
모래가 다 떨어지면 죽어버리는 시간제한의 모래시계도 이번에는 시간을 충분하게 주고 있었고, 내가 이 다음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는 충분했다.
'아직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아영을 찾지 못하고 문수경으로 가게 되는 것에서도 느꼈지만, 여기서도 2회차 이상의 선택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회차라면 한민국 교수에게 전화를 걸 생각은 할 수 없으니 최소 2회차 이상의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먼저 선택지를 나누어 보면, 크게는 두 부류로 나눌 수가 있었다.
싸이코 교수에게 전화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렇게 두 가지를 나누어서 어떤 선택지가 최상의 선택지인 지를 판단해 보기로 한다.
싸이코 교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내가 직접 전화하는 것.
다른 하나는 문수경에게 전화하도록 하는 것.
이 둘 중에서 싸이코 교수에게 전화를 한다면 어떤 쪽이 더 좋을까?
나는 그것은 단연 2번이라고 생각했다.
싸이코 교수는 섹스에 미쳐서 이런 좆같은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씨발놈이다.
따라서 그 미친 새끼의 성향은 여자한테는 존나 잘하면서 남자한테는 개새끼처럼 구는 일부 좆같은 종자에 속하는 씹새끼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전화를 한다면 물론 내가 직접 거는 것보다 문수경에게 전화를 하게 해서 유인을 하든 뭘 하든 하는 편이 훨씬 더 전략적이다.
그리고 전화를 하지 않는 선택지도 두 종류가 있다.
문수경과 둘이서 조용한 것으로 도피하는 것과,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
여기서 4번 선택지인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악이다.
4번은 그냥 다 포기하고 최후를 맞는 선택지일 확률이 높다.
선뜻 판단이 되지 않는 건 3번이다.
문수경과 같이 도망친다?
이건 야겜의 관점으로 본다면 약간 도 아니면 모 선택지 선택지다.
좋게 생각을 하면 문수경과 같이 최후를 보내기 위해서 조용한 곳으로 떠난다는 건 그만큼 히로인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되어 존나 좋은 진행 방향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좆같이 되는 경우에 '도망'이라는 건 결국 좆되는 엔딩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1, 2, 3, 4번 선택지를 나는 단숨에 분석해 냈다.
와, 씨발, 아무리 나지만 순식간에 이렇게 선택지들을 분석하다니…….
야겜을 존나 했던 게 이렇게 목숨의 위기에서 나에게 빠른 판단력을 제공할 줄은 몰랐다.
'결과적으로, 4개 중에 해볼 만한 선택지는 딱 2개다.'
나는 좀 더 선택지를 째려봤다.
[한민국 교수에게 직접 전화한다]
[문수경을 시켜 교수에게 전화한다]
[둘이서 조용한 곳으로 도피한다]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선택지를 존나 집중해서 바라보자, 내 쨰려보는 눈빛이 자신을 향한 것인 줄로 생각한 듯 문수경이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눈빛으로……. 흑흑……. 정말 미안해, 상훈아……!"
문수경은 눈물을 쏟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는 일단 그녀를 달랬다.
"아, 누나! 그런 거 아니에요, 잠깐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섹스!"
이런 씨발…….
존나 중요한 순간에도 입에서 섹스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한민국 교수에게 직접 전화한다]
[문수경을 시켜 교수에게 전화한다]
[둘이서 조용한 곳으로 도피한다]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어쨌거나 이 선택지에서 쓸만한 건 2번, 문수경을 시켜서 교수한테 전화를 한 다음에 교수를 유인하는 것, 그리고 3번, 둘이서 도망가는 것.
나는 그 두 가지의 비교적 괜찮은 선택지 중, 결국 2번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수경이 눈물 젖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가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곧장 문수경의 옆자리 쪽으로 왔다.
내가 홧김에 가버리려고 하는 줄 알았던 문수경은 조금 놀라며 조금 안쪽으로 엉덩이를 옮겼고, 나는 그녀의 옆자리에 붙어 앉았다.
내가 떠나지 않고 옆에 있자, 문수경은 조금은 감동했다는 표정이었다.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시간제한의 모래시계는 아직 흐르는 중이었다.
나는 2번 선택지로 결심을 굳히기로 하고 문수경에게 말했다.
"누나. 제가 하는 말 잘 들어요."
2번 선택지는 문수경을 시켜서 싸이코 교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문수경을 통해 교수를 유인해서 치료제를 얻어내는 것으로 엔딩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지금 표면적인 선택지만 봐서는, 그냥 싸이코 교수에게 전화를 하는 것만이 뜬다.
그렇지만 저 선택지로 진행을 하고 나면, 분명 치료제를 획득할 수도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본다면 일단 싸이코 교수를 유인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고 말이다.
싸이코 교수는 학과 내 여러 여대생들에게 실 바이러스를 전파시켜 그녀들과 존나 섹스를 하지만 그와 일부 여대생들은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다닌다.
그것 것으로 봤을 때, 그것으로 인해 나는 이전에 두 가지의 가정을 했었다.
하나는 싸이코 교수의 실 바이러스가, 약화된 모델이 있어서 그것으로 전파를 시킬 수도 있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실 바이러스의 치료제가 있어서 그것을 투약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의 케이스인 치료제가 있는 것에 희망을 걸고, 문수경에게 전화를 걸게 해서 싸이코 교수를 유인해 낸 다음 치료제를 빼앗으면 현재의 루트에서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려면 문수경에게 일단 실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자가 한민국 교수라는 것 등의 내가 아는 사실들을 이야기해 줄 필요성이 있었다.
나는 옆에 앉아 있는 문수경 쪽으로 좀 더 붙으면서 그녀의 살냄새를 맡으며 이야기를 했다.
"누나. 누나가 어떤 경로로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분명하게 아는 건, 바로 한민국 교수가 최초의 실 바이러스 전파자라는 거에요."
"뭐? 한민국 교수님이? 아니, 어떻게 그렇게……! 어떤 증거라도 있어?"
문수경이 놀라며 목소리를 낮춰 되물었다.
"한민국 박사가 최초 전파자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요, 누나. 그런데 지금은 거기까지 말하기에는 길어요. 누나, 나 믿죠?"
내가 묻자 옆자리의 문수경은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게 한민국 교수가 실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자라는 뚜렷한 물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진엔딩을 봤던 나는 그 어떤 물증보다도 더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건 맞았다.
나는 나를 믿는다고 하는 문수경에게 말했다.
"우리,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한민국 박사한테서 치료제를 입수하면, 우린 완벽하게 치료될 수도 있어요."
"진짜? 치료제가 있어?"
"아마도요. 그리고, 휴대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요. 실 바이러스 감염자하고 섹스를 한 뒤에 바로 자신은 회복을 하려고 할 테니까요."
"그럴 수가……!"
"그러니까 한민국 교수한테 연락을 한 다음에, 누나가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지금 너무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척 하면서 교수를 모텔로 유인해 내시면……, 그 다음은 제가 교수를 잡아서 치료제를 뺏는 걸로 하죠."
이제 2번 선택지, 문수경을 통해 한민국 교수를 유인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나는 문수경에게 말했다.
"그럼, 바로 전화해요, 누나. 한민국 교수는 내 전화는 받지 않거나 무성의하게 받을 거에요. 그렇지만 누나가 전화를 하면, 존나 기뻐하면서 전화를 받을 거고요."
"진짜? 교수님, 평소에 그렇게 차별을 하는 사람은 아니기는 했는데……."
"누나가 모르는 곳에 그런 차별은 존나 많아요. 자기가 힘 좀 있다고 생각하는 씨발놈 스윗남들은, 자기 아래의 남자들한테는 좆같이 하면서 여자들한테는 친절한 씹새끼들이 많죠."
나는 문수경에게 말을 이었다.
"그럼 일단, 한민국 교수한테 지금 바로 연락해 봐요."
"알겠어……!"
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수경은 폰을 들어 한민국 교수의 번호를 찾았다.
싸이코 교수의 번호를 찾는 문수경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은 문수경은 자신과 나의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에, 주저없이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스피커폰으로 교수와의 통화를 시작했다.
발신음이 두세 번 정도 울린 다음에 곧바로, 싸이코 교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어! 수경이구나, 무슨 일이지?
싸이코 교수가 전화를 받자, 선택지가 떴다.
[교수를 모텔로 유인하게 한다]
[치료제를 달라 사정하게 한다]
[직접 협박한다]
선택지가 뜬 순간, 나는 내가 진행하려는 그대로의 선택지가 있어서 몸에 전율을 느꼈다.
문수경은 내 쪽을 한 번 보았고, 나와 문수경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문수경은 옆머리를 넘기며 테이블 위에 놓은 전화의 스피커폰에 입을 조금 가까이 가져가며 말을 했다.
"아, 교수님! 저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앙……! 교수님하고 너무 하고 싶은데……. 혹시 제가 모텔 찍어드리면 지금 거기로 오실 수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