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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21화 (21/96)

〈 21화 〉 박아주면 정보 줄게 (3)

* * *

문수경은 약속했던 대로 정보를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

이제 다시 진엔딩 쪽으로 가까워져 가는 걸 수도 있다.

자명종 씨발새끼때문에 잠시 멀어졌던 김아영을 다시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과사무실에 들어 왔을 때의 모습으로 내 쪽으로 의자를 돌려 앉은 문수경에게 대답하려고 했다.

"제가 찾고 있는 사람은요……!"

내가 문수경에게 대답을 하려고 하자 선택지가 떴다.

[김아영을 찾아달라고 한다]

[둘이서 시간을 보내자고 한다]

[혼자 돌아간다]

있다.

김아영 선택지.

김아영으로 가기로 한다.

살짝 조금 2번 선택지도 눈에 들어오긴 한다.

1번이 김아영 쪽으로 가는 선택지라고 하면, 2번은 문수경 쪽으로 기울어진 선택지다.

문수경이 지금 다시 봐도 존나 예쁜 건 맞는데, 섹스를 하고 난 뒤의 현자 타임이어서 그런지 문수경하고 좀 더 시간을 보내는 선택지보다는 김아영 쪽의 진엔딩으로 접근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어찌 됐든 처음부터 내가 문수경을 만나러 왔던 이유는 김아영을 찾기 위해서였기도 했다.

"이름은 김아영이요! 얘를 좀 찾아주세요."

내 말에 문수경은 웃으며 대답한다.

"김아영? 알겠어. 오케이, 접수!"

문수경은 내 말에 대답을 하고는 발을 굴러 의자의 바퀴를 돌려서는 컴퓨터 책상에 올바로 자리를 잡았다.

화면 보호기가 돌아가고 있던 문수경의 컴퓨터는 그녀가 엔터를 치자 바로 바탕화면이 뜬다.

그리고 문수경은 곧바로 학교 사이트인 듯한 곳에 접속을 한다.

나는 문수경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저벅, 저벅…….

그리고 나는 허리를 숙여 문수경이 만지고 있는 컴퓨터의 화면을 구경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왠지 PC방에서 팀 게임을 하는데 자기 캐릭터가 죽어서 옆자리 친구 컴퓨터를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문수경은 사이트에 접속하고는 잠깐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오른쪽의 컴퓨터 본체를 살짝 밀었다.

­탁­.

세로로 서 있는 스타일의 컴퓨터 본체가 문수경의 손에 밀리고, 컴퓨터 본체 아래에는 손바닥 크기의 절반만한 정도의 코팅된 종이에 뭔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뭐지?'

문수경은 종이의 글씨를 확인하고는, 내 궁금증을 예측한 듯 내 쪽을 잠깐 보고는 나에게 말했다.

"호호, 여기에 교수님들 중에 몇몇 분 아이디랑 비번은 프린트해 뒀거든! 가끔 교수님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뭐 시키실 일 있는 경우도 있어서."

"아, 그래요?"

문수경이 나하고 섹스하기 이전에 말했던 그 편법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의 아이디로도 어느 정도는 교내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좀 더 권한이 있는 아이디를 이용하는 것이다.

문수경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한 번 확인하고는 사이트에 입력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밀었던 컴퓨터 본체를 다시 당겨 원위치시킨다.

그 다음으로는, 문수경은 교내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 나갔다.

­딸깍, 딸깍…….

­타타타타타타탁…….

문수경은 나와의 약속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김아영.

문수경은 학교 사이트로 김아영에 관한 정보를 검색했고, 곧 8명의 김아영이 나왔다.

문수경은 김아영들의 목록을 띄워 놓고는 마우스에 손을 올리며 나에게 말을 했다.

"다 찾았다!"

"오! 네, 누나."

나는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문수경의 옆에서 모니터를 빨려들어갈 듯 쳐다보며 대답했다.

문수경은 첫번째 김아영을 클릭하며 내게 말했다.

"사진이랑 있으니까, 한 번 확인해 봐. 한 사람씩 다 띄워 줄게."

"감사합니다."

­딸깍

첫 번째 김아영은 내가 아는 김아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동명이인인 듯했다.

"음, 이 쪽은 아닌데요?"

"그래? 그럼 다음."

­딸깍, 딸깍……. 딸깍

"그럼 얘야?"

"아뇨, 이쪽도 아니에요."

­딸깍, 딸깍……. 딸깍

"얘가 세 번째 김아영!"

"여기도 아닌데?"

"그래? 그럼 다음 갈게?"

"네."

그렇게 쭉, 나는 김아영들을 보게 되었다.

나는 문수경으로부터 8인의 김아영을 전부 다 확인받게 되었다.

나는 생각했었다.

이 8명 중에, 김아영이 높은 확률로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근데 이 중에 내가 알던 김아영이 없어서, 나는 문수경한테 다시 한 번 봐 달라고 하기로 했다.

"누나, 다시 한 번만 검색해 주시면 안 돼요?"

"응? 어, 알았어!"

문수경이 다시 김아영을 찾아 주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아영이라는 이름은 그 전혀 다른 김아영 8명이 전부였다.

나는 문수경이 찾아준 김아영들을 다시 한 번 보고 또 봤다.

그렇지만 역시나 내가 문수경을 통해 찾으려고 했던 김아영은 없었다.

"하, 없네요, 누나."

"그러게, 뜨질 않네, 어쩌지? 누군데 그래? 전여친?"

문수경이 내게 물어왔고, 나는 컴퓨터 화면을 보기 위해 굽히고 있었던 허리를 펴며 대답했다.

"전여친, 은 아니고, 진 히로인이요."

"응?"

문수경은 그게 뭐냐는 듯한 귀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하하,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누나. 일단은, 이렇게 되면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될 지 좀 생각을 해 봐야겠어요."

나는 문수경의 컴퓨터 쪽에서 나와 뒤쪽으로 걸어갔다.

조금은 서재의 분위기와 가까운 과사무실.

김아영을 존나 찾아야 되는 것만 아니면 이곳에 꽂혀 있는 책을 보면서 차라도 한 잔 하고 싶은 곳이다.

소파로 걸어간 나는 일단 좀 편하게 앉아서 다음 계획을 구상하기로 했다.

조금 전에 문수경과 섹스를 하면서 그녀의 피가 소파의 가운데 자리에 묻어버려서, 일단은 아까 뒤처리를 할 때 문수경이 그 쪽 자리만 일단 급한 대로 방석을 하나 올려서 가려 놓았다.

나는 그 왼쪽의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김아영은 아마도, 다른 학교인가 보지? 그것도 물론 염두에 두기는 했다.'

거기까지도 생각은 했었다.

문수경이 사용하는 건 교내의 사람들에 한해 정보를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만약 김아영이 다른 학교라면 그녀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라고, 어렴풋이 염두에 두고는 있었다.

그래도 문수경에 의해 김아영을 찾을 확률이 더 높다고는 생각했었다.

내가 김아영을 이번에 바로 찾을 수 있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김아영에 관한 선택지가 추가적으로 나왔다는 것이 있었고,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김아영을 만난 건 어쨌든 이 학교였으니까 같은 학교의 여대생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다.

문수경의 정보로 김아영을 찾지 못했기는 하지만, 나는 어차피 내 계산 범위 내였기에 그렇게까지 혼란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 봤자 씨발 좆밥 게임이지. 내가 못 깰 것 같냐? GM 앱솔루트 빠구리?'

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다음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일까를 떠올려 봤다.

솔직히 쫄리는 것도 있다.

오연주한테 당했을 때, 슈퍼 할머니한테 칼을 들고 지랄하던 미친년을 마주쳤을 때, 존나 빡세긴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일단 자신감을 가지려고 생각은 해 보기로 했다.

김아영 클리어가 압도적으로 더 좆밥인 건 사실이지만, 만약 김아영 루트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나는 내 실력이라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을 가져 보기로 한다.

쫄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쫄릴수록 더 자신감을 가져 보려고 나는 생각하는 거였다.

생각을 좀 더 해 보니, 여기서는 판단을 해야 하겠다 싶었다.

어떻게든 김아영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더 생각해 보느냐, 아니면 이제는 김아영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문수경 루트에서 클리어할 방법을 고심해 보느냐, 둘 중에 어떤 루트로 확 들어가서 거기서 더 좋은 판단을 하느냐를 생각하는 편이 게임의 클리어 방향에 다가가는 길이다.

"흐음. 어느 쪽이 나을까."

지금까지 쭉 선택해 온 김아영으로 밀어 붙이느냐, 그 씨발놈의 자명종 때문에 오게 된 문수경 루트에서 실력으로 한 번 깨 보느냐, 나는 그걸 좀 더 생각했다.

나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입 위에 오른손을 올리고는 그런 생각들에 잠겼다.

우선 김아영 쪽을 미는 것도 장점이 있고, 문수경 쪽으로 가는 것도 장점이 있다.

과사무실에 온 뒤로 나는 꾸준히 김아영을 찾았고, 다음 선택지가 나왔을 때도 김아영을 찾아 보는 게 충분히 일관성이 있다.

클리어까지 가는 데에는 분명 일관성 있는 플레이가 도움이 된다.

그 일관성은 김아영 쪽을 미는 것에 관한 장점이다.

반대로 문수경 쪽으로 가는 것의 장점은, 일단 지금 내 눈앞에 문수경이 있다는 것이다.

야겜 특성상 일단 눈앞에 그 캐릭터가 있다는 건 적어도 아직 이 캐릭터의 공략에 내가 좆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문수경 앞에서 지금까지 시종일관 김아영, 김아영, 존나 하기는 했지만, 내 직감으로 봤을 때는 아직 문수경 루트 엔딩도 날아간 건 아닌 상황으로 보인다.

내가 소파에서 김아영이냐, 문수경이냐, 그걸 좀 더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문수경은 김아영을 찾아주지 못한 것 때문인지, 의자를 내가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돌리고 있는 상태에서 조금은 미안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상훈아?"

나는 입 언저리에 올렸던 손을 내리며 문수경에게 대답했다.

"네, 누나."

문수경이 말했다.

"그……."

문수경은 조금 망설이다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아침, 혹시 먹었어?"

그러고 보니 김아영을 찾아서 좆나 뛰어오느라 아침은 냄새도 못 맡았다.

어제는 꽤 괜찮은 편인 하숙집 밥도 먹고, 유소은이 사준 탕수육 등도 존나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뭘 먹은 건 없고 토할 것 같을 때까지 달리기, 그리고 그런 다음에 문수경하고 섹스, 이렇게 존나 운동만 개 열심히 했더니 허기지긴 했다.

"아뇨, 그러고 보니까 좀 배고프긴 한데요?"

내가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하자 문수경이 말했다.

"으음, 누나가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은데, 같이 아점 먹으러 갈래?"

"아, 아점요?"

"어.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줄게. 먹고 싶은 거 이야기 해 줄래?"

문수경이 내게 묻자 선택지가 떴다.

[돈까스]

[소고기]

[떡튀순]

'어?'

김아영이냐 문수경이냐, 고민을 하던 나는 선택지를 보고 존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씨발, 김아영하고 문수경을 선택하는 선택지가 나오는 게 아니고 메뉴판이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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