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조교 누나 루트 (2)
* * *
"새로운 선택지가 있다……?"
아직 진엔딩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건가?
이번 선택지도 시간 여유가 좀 된다.
나는 비상계단 앞 바닥에 앉아서는, 찬 바닥에 손바닥을 올려놓은 채로 좀 더 생각했다.
"어떤 걸 고를까……."
[밤에 유소은과 동행한다]
[밤에 이보람과 동행한다]
[문수경에게 가서 김아영의 행방을 묻는다]
선택지는 세 개다.
그 중에서, 세 번째 선택지가 내가 자명종을 던져 버려서 바뀐 상태다.
원래는 세 번째 선택지는 김아영과 만났었을 경우에는 김아영과 같이 싸이코 교수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는데, 김아영을 만나지 못하고 그녀를 찾아 헤메는 상황이 되자 문수경에게 김아영의 행방을 묻는 선택지로 바뀌었다.
이것은 아마도 나처럼 2회차 이상의 플레이어가 갈 수 있는 루트일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1회차라면 김아영을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지금 김아영의 행방을 묻기 위해 문수경에게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 번째 선택지는, 이렇게 김아영을 만나지 못한 상황에서 김아영을 찾는 것 자체가 2회차 이상 플레이어를 위한 루트로 진행이 되는 것이라는 걸 보여 준다고 볼 수 있을 거였다.
이런 선택지가 뜨는 이유는, 어쩌면 내가 김아영이 있어야 될 자리에서 이렇게 그녀를 존나 찾고 있기 때문일 수 있었다.
어쨌거나 세 번째 선택지, 문수경에게 김아영의 행방을 묻는다…….
이 선택지의 루트를 따라가면 다시 김아영을 찾을 수 있는 걸까?
문수경은 학과의 조교 누나다.
과사무실에서 학과의 일이나 교수가 시키는 잡무를 하는 일을 하며 과사에 상주한다.
그녀는 조교 누나이지만 상당한 동안이다.
원작에서는 문수경이 졸업생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생과 구분이 되지 않는 외모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플레이어였을 때 주인공과 문수경은 딱 한 번 마주친 적도 있었다.
나는 김아영과 같이 낮에 싸이코 교수를 만나러 갔었다가 교수실에 아무도 없어서 과사무실에 들렀었다.
과사무실에서 나는 문수경에게 한민국 교수의 행방을 물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정보를 얻어서 한 교수가 수업시간을 마친 이후의 시간이 되었을 때에, 나는 김아영과 같이 가서 교수를 만날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플레이어였을 때에는 그녀는 잠깐 마주쳤던 일종의 정보통이었다고 할까?
"그래, 유소은이나 이보람하고 동행해서 싸이코 교수하고 내가 모르는 길에서 승부를 하는 것보다는, 역시 내가 클리어해봤던 대로 김아영으로 가는 게 낫겠지."
나는 바닥에서 일어났다.
"김아영한테 가는 길이 쉽지 않더라도 말이야."
바닥에서 일어난 나는, 일단 비상계단에 오기는 왔으니까 비상계단 1층 정면의 철문 정도는 열어 두기로 했다.
끼익.
나는 그러고 나서 곧장 4층으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 중앙계단을 통해 나는 4층으로 올라갔다.
시원한 건물 내부의 공기로 인해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4층에 도착하고 나서는, 중앙계단에서 좌측으로 가면 바로 오른쪽에 과사무실이 있다.
과사무실 앞에서는 잠시 망설인다.
아직도 선택지의 시간제한은 조금 남아 있었다.
그래도 나는 결정을 했고, 바로 문을 노크했다.
똑똑
"누나, 저 들어가도 될까요? 김상훈입니다."
문 너머에서 문수경이 나에게 대답했다.
"어! 들어와."
케이블 방송의 진행자처럼 톤이 잘 잡혀 있는 듯한 깔끔한 여자 목소리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고 과사무실로 들어갔다.
철컥
과사무실로 들어가니 내가 플레이어였을 때 봤던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한 쪽은 빼곡한 책장이 서 있다.
그 책장 옆으로는 문수경의 책상이 있다.
정면으로는 커다란 창이 있고,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는 응접용 소파와 테이블이 있다.
커다란 창은 좀 열려 있고, 과사무실 안은 환기가 잘 되는 편이었다.
그리고 과사무실 안은 조금 특이한 방향제 냄새가 났다.
모과향……. 아니, 조금 다른가?
저벅, 저벅…….
나는 들어와서 다시 문을 닫고는 조교 누나 쪽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문수경 또한 내가 원작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다.
아니, 그 모습 그대로이긴 한데, 문수경 또한 내가 다른 히로인들을 실제로 봤었을 때처럼 훨씬 더 끌어당겨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어, 상훈이 왔니?"
문수경이 의자를 회전시키며 내 쪽을 봤다.
문수경은 과연 조교 누나이면서 신입생으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동안이었다.
하얀 피부에 약간 웃음기가 감도는 얼굴에, 짙은 눈매에 오똑한 콧날.
그리고 흰 치아가 눈에 띈다.
웨이브진 까만 머리칼도 아름다웠다.
옷은 옅은 하늘색 블라우스에 흰색 치마를 입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녀의 웃는 얼굴이 상당히 어려 보였고, 나는 문수경을 보면서 그녀가 존나 예뻐서 잠시 멈칫할 정도였다.
야겜이니까 문수경 또한 미소녀 캐릭터인 게 당연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문수경의 치마를 걷어올린 다음 팬티를 벗기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녀에게 차분하게 대답했다.
"예."
"이 시간 수업 있지 않아? 아까 아침에 너네 동기 애들 수업 들으러 가는 것 같던데."
"늦잠을 자서요."
"그래?"
문수경은 친절했다.
그녀는 동안인 반면에 키도 크고 젖도 좀 있어서, 그냥 신입생으로 보이는 게 아니고 잘 빠진 신입생으로 보인다.
나는 그래서 문수경의 블라우스를 벗기고 젖을 주무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역시 경찰청 엔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제하도록 한다.
나는 차분함을 유지하며, 앉아 있는 문수경의 앞에 서서 그녀에게 말을 했다.
"누나, 저 근데, 혹시, 사람 하나만 찾아주실 수 있나요?"
"응? 갑자기 웬 사람?"
의자에 앉은 채로 되물어보는 문수경을 약간 내려보며 나는 그녀에게 말을 했다.
"김아영이라고, 제가 좀 급하게 찾는 사람이 있거든요?"
"아, 그래?"
문수경의 눈빛이 빛나는 듯했다.
하여튼 미소녀들은 다 이렇다.
그냥 한마디 말만 나눠도, 눈빛만 봐도 존나 사람을 홀리는 그런 게 있다.
'생각해 보니까 문수경도 히로인 중에 한 명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을 플레이하기 전에 공략은 안 봤고 그냥 게임 홍보 영상 같은 건 몇 개 봤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문수경이 메인으로 뜨는 걸 얼핏 봤던 것 같다.
그러니까 문수경 또한 히로인 중에 한 명이고, 그녀 역시 주인공, 즉 나로부터 처녀막이 찢기길 애타게 기다리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문수경하고 떡을 치는 것보다도 김아영을 찾아서 진엔딩을 뚫는 게 최우선이었다.
"누나가 또 교내 정보나 이런 것에 능하시잖아요. 꼭 좀 부탁드리고 싶어요."
"흠……."
문수경은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그녀는 조금 뒤에 손을 내리고는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교내의 학생에 관련한 정보라면, 내 선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있기는 한데 한정적이야."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내가 재차 묻자 문수경이 대답했다.
"그게, 좀 편법을 쓰면 가능은 한데."
"해주세요! 누나. 어떻게 하는 건데요?"
문수경은 그 편법이라는 것에 관해 내게 말했다.
"실은 내가, 교수님들 아이디를 몇 개 가지고 있어. 다른 학교는 이게 안 되는 데도 있는데,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교수님 아이디로 접속하면 다른 과 학생들 연명부 기록도 다 볼 수 있어."
문수경의 말을 듣고 나는 희망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높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진짜요? 부탁드릴게요."
내가 그런 말을 하는 동안 문수경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를 보는 것이 좋기는 했다.
왜냐하면 문수경은 미소녀이기 때문이다.
나의 부탁에 문수경은 곧 내게 대답을 했다.
"김아영이라……. 한 번 찾아봐 줄게. 근데, 조건이 있는데……."
나는 그녀에게 바로 물었다.
"뭔데요?"
"그게 여기서는 조금……. 말하기 그런데."
문수경은 눈을 살짝 내리깔며 손톱을 깨물었다.
그녀는 망설였다.
나에게 김아영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조건, 그것이 어떤 것이길래 문수경이 주저하는 건지는 몰라도, 일단 나는 급했다.
원작에서는, 김아영 루트를 탔을 때에는 바로 오늘 낮에 김아영과 같이 싸이코 교수를 만나러 갔었다.
만약 김아영을 일단 만나기만 한다면 시간에 관계없이 싸이코 교수를 만나러 가게 돼서 진엔딩을 달성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시간에 따른 변수가 있어서 김아영을 만났더라도 원작과 비슷한 시간대에 싸이코 교수를 만나야지만 진엔딩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그러한 것 때문에 김아영을 최대한 낮 시간 이전에 최대한 빨리 보기를 원했다.
그래서 나는 다급한 마음으로 문수경을 한 번 더 채근했다.
"누나, 말씀해 보세요, 그 조건, 뭐 비싼 거에요? 부담 갖지 말고 여기서 바로이야기 해 주세요, 일단 말씀을 해 주셔야 제가 듣고 생각을 해 볼 수도 있고 하니까요."
내가 문수경에게 원하는 게 어떤 거냐고 한 번 더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문수경은 좀 더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돼서 내가 조금 더 기다리고 난 뒤에서야 문수경은 입술을 뗐다.
"저기……."
"네, 누나."
문수경은 결심한 듯 내 쪽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하고 싶어, 나. 너하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