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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17화 (17/96)

〈 17화 〉 조교 누나 루트 (1)

* * *

다음날 눈을 떴을 때, 나는 시원하게 푹 잤다는 느낌이 들었다.

"으음……."

부스스 이부자리에서 손을 짚고 몸을 일으킨다.

눈을 뜨니 창으로 햇빛이 들어온다.

하숙집의 창은 채광이 제법 잘 되는 편이다.

나는 잠들기 전에 이부자리의 얼굴 옆쪽에 두고 잤었던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스윽…….

나는 앉으며 휴대폰을 켰다.

이제 오늘이다.

내가 귀환할 날이.

곧 나는 김아영을 만나게 될 것이고, 4목숨이 남아 있는 상태로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현실판인지 뭔지를 클리어하게 될 것이었다.

앱솔루트 빠구리와의 내기에서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몇 시냐……."

그런데 내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을 때, 나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

시간이…….

아침 9시 52분.

"……?"

이럴 리가 없었다.

자기 전에, 나는 분명 휴대폰을 아침 8시에 맞춰 놓고 잠들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부자리 속에 들어앉아 있는 채로 다급하게 폰으로 알람 어플을 켜 보았다.

그러자 알람 어플은 어젯밤에 봤던 것과 달리 접속이 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앱을 다시 설치해 주세요]

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런……. 씨발……! 이게 뭐야? 알람이 안울렸다고?"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고, 나는 휴대폰을 자취방 모서리의 행거 쪽으로 던져버렸다.

­타닥!

"이 씨발! 이건 아니잖아!"

나는 이마를 감싸쥐고 문질렀다.

좆 됐다.

그것도, 엄청나게 좆 됐다.

나는 이날 아침, 김아영을 만나야 됐다.

그런데 김아영을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일찍 학교로 갔어야만 나는 진 히로인인 김아영을 만날 수가 있었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이날 일찍 학교에 갔다.

학교에 일찍 간 주인공은, 학교를 좀 돌면서 밤에 있을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한다.

학교는 주인공에게 상당히 익숙한 곳이겠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한 번 더 체크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컴퓨터를 들고 나온다고 했을 때 교수실에서 비상계단으로 뛰어가는 시간이라든지, 시야, 발소리, 이런 것 등을 테스트를 해 보기 위해서.

그 외에도 주인공은, 1층에 있는 경비 아저씨한테 건물의 문이 닫히는 시간, 그리고 학교에 있는 시간 등을 확인하기도 한다.

주인공과 김아영과의 만남은 그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장소는…….

"건물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 중앙계단 1층. 철문 안쪽!"

아침에 학교에 일찍 가서 사전답사를 이것저것 하던 주인공은, 비상계단을 점검하던 도중 바깥쪽에서 비상계단의 문을 열어 보았을 때 열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정면의 철문이 잠긴 걸 미리 열어놓기 위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잠긴 철문 안쪽의 앞에 앉아서 울고 있는 김아영을 만났었다.

다만 내가 원작을 플레이했을 때와의 큰 차이점은, 지금은 시간이 한참 늦어버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1시간을 넘겼는데?

이런 씨발!

"씨발! 설마 아직도……. 있으려나?"

나는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도 일단 가봐야 된다! 무조건 김아영을 만나야 돼! 만약에 김아영을 못 만나면……!'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을 플레이하면서 유일하게 클리어했던 루트는 바로 김아영 루트다.

그런데 내가 김아영 루트로 가지 못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야 내가 아는 미래가 모두 펼쳐졌기 때문에 원작과 똑같이 가는 방향으로 게임을 완벽하게 끌고 왔지만, 그 다음은 전혀 모르게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확신이란 게 없어져 버리고 만다.

내가 존나 쉬운 게임이라고 봤던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에서, 최악의 경우에 나는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김아여어어어엉!!!"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외출복을 허겁지겁 아무거나 걸쳐 입었다.

그리고 거의 옷을 입는 동시에 나가듯이 하숙집을 빠르게 뛰쳐나갔다.

하숙집에서 대학교의 건물까지, 나는 쉬지않고 존나 달렸다.

­탁탁탁탁탁탁탁탁!

이렇게 달려본 것이 얼마만인가?

고딩때 오래달리기 했었을 때?

아니, 씨발, 오래달리기도 이렇게 전력질주로 처음부터 끝까지 뛰지는 않는다.

나는 하숙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목적지인 건물에 도착을 할 때까지 전혀 쉬지않고 뛰었다.

"헉……. 헉……! 헉……! 헉……!"

중간중간에 숨이 존나 차서 달리기를 멈추고 맥빠진 걸음으로 좀 걸을까 하는 유혹도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뛰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목표 건물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달렸다.

혹시라도, 진짜 간발의 차이로 김아영을 놓쳐 버린다면?

내가 뛰었으면 만날 수 있는데 걸어가게 돼서 만날 수 없게 된다면 그것보다 좆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나는 죽을 것 같아도 마지막까지 뛰었다.

그렇게 나는 학교 건물에 도착해서 1층의 끝으로 갔고, 1층의 복도 끝에서 비상계단 쪽으로 가게 되었다.

­철컥

그렇게 내가 1층의 복도 끝의 철문을 열어 그 바깥쪽, 그러니까 1층의 복도 끝에서 나온 자리와 외부와 연결되는 비상계단으로 들어가는 철문, 그 사이에 도착했을 때였다.

"헉……. 헉……. 헉……! 헉……! 헉……! 헉……!"

너무 쉬지 않고 달려서 거의 토할 것 같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전력으로 달려왔지만…….

"헉……! 헉……! 헉……! 헉……!"

김아영이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어야 될, 복도 끝 철문 바깥쪽과 1층 비상계단 입구 사이의 공간…….

이곳의 얕은 몇 개의 계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털썩…….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씨바아아아알!!!"

나는 그 공간의 말끔한 돌바닥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

차가운 돌바닥의 한기가 전해져 그동안 좆빠지게 뛰어오느라 탈진할 것 같은 몸이 쉬게 되는 건 좋았다.

근데……. 김아영이 없다.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씨발?

나는 위쪽을 올려다보며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이 조금 고르게 되었을 무렵에서야 나는 평평한 돌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켜 앉은 다음 나는 이마에서 식어버린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원작에서는 분명히 나는 알람을 듣고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나와서, 교수의 컴퓨터를 훔쳐내는 사전답사를 하다가 김아영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는 생각했다.

뭔가 이유가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

그런데 내가 잠시 생각을 하고 있자, 머릿속으로 뭔가가 번뜩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이런……. 씨발……! 그거야? 그 좆같은 것 때문에 내가 김아영을 만나게 되지 못하는 거라고……?"

'그 좆같은 것'

그것은 바로, 자명종이었다.

떠올랐다.

원작을 플레이했었을 때, 나는 이틀 연속으로 주인공이 아침에 자명종으로 일어나는 게 조금 기억에 남았었다.

왜 쟤는 굳이 자명종을 쓸까?

그렇게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았었다.

아, 그냥 자명종이 폰 알람보다 존나 더 시끄러우니까 일어날 때 더 효과적이어서?

그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알람 어플이 오류가 있어서 자명종을 썼던 거였다.

그런 사소한 정보는 원작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왔다고 해도 씨발 기억이 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자명종을 전날 일어날 때 빡이 쳐서 옷걸이 행거 쪽에다가 그냥 존나 던져버렸고, 밧데리가 빠졌는지 고장이 났는지 자명종은 그 때 꺼졌었다.

원작을 했었을 때에는,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선택지에서 당연히 자명종을 그냥 껐지 굳이 던져버리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잠을 깨우는 그 미친듯이 시끄러운 소리에 나는 무심코 자명종을 던져 버렸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그 좆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단순한 선택지 하나가 진엔딩을 가는 걸 가르는 선택을 나누는 결정적인 것 중 하나였다니, 나로서는 존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와, 나, 미치겠네. 이렇게 됐는데……. 이걸 더 해야 돼? 아니면……."

나는 김아영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냥 씨발 죽고 다시할까도 생각했다.

아직 4목숨이 남았기 때문에 1목숨을 잃어도 3목숨이 남는다.

그런데 죽는 건 웬만하면 배제하고 싶다.

확실하게 죽지 못하면 고통스럽기만 존나 고통스럽고 좆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다치기만 하고 살면 진짜 미친듯이 아플 것이다.

음독 등 또한 마찬가지다.

그나마 내가 1번 죽음을 겪었던 오연주에게서의 기습은 씨발 교살이어서 존나 단시간에 죽었기 때문에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근데 내가 만약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잘못할 경우에 진짜 고통만 받고 좆되기 때문에 그걸 실행할 수는 없었다.

"아니, 씨발! 이전 중요 분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자살은 절대 못해, 씨발!"

불가능하다.

존나 살고 싶다.

나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선택지가 떠올랐다.

"어! 선택지……!"

원래는, 선택지는 주인공이 학교 수업을 한참 듣고 있었을 때 나왔었다.

원작을 내가 플레이했었을 때는, 아침에 김아영을 만난 다음에 그녀와 같이 싸이코 교수를 만나겠다는 생각을 이미 굳혔을 때였고 선택지에는 세 여자가 나왔었다.

유소은, 이보람, 김아영, 이렇게.

주인공은 아침에 사전답사를 하던 도중 만난 김아영과의 대화로 인해 누구와 함께 한민국 교수를 만나러 갈 지를 조금 일찍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원래는 밤에 한민국 교수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지만 김아영이 일찍 교수를 만나러 가자고 한다.

따라서 원래 선택지는 이렇게 3개였던 걸로 기억한다.

밤에 유소은과 한민국 교수를 만나러 가는 선택지.

밤에 이보람과 교수를 만나러 가는 선택지.

그리고 낮에 김아영과 교수를 만나러 가는 선택지.

나는 선택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어……?"

나는 비상계단의 철문 앞으로 보이는 녹색 홀로그램 글씨의 선택지를 보며, 내가 원래 했던 것과 선택지가 하나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밤에 유소은과 동행한다]

[밤에 이보람과 동행한다]

[문수경에게 가서 김아영의 행방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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