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16화 (16/96)

〈 16화 〉 낮술 (5)

* * *

"한민국 교수의 컴퓨터를 노리자고?"

이보람이 내게 물었다.

유소은과 이보람의 시선은 나에게 완전히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

[생각난 대로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훔치는 계획에 관해 말한다]

[다른 계획을 더 생각해 본다]

나는 교수의 컴퓨터를 훔치는 계획에 관해 말해 보기로 했다.

원작에서도 이렇게 갔고 말이다.

나는 컴퓨터를 훔치는 선택지로 가기로 했고, 제한시간의 모래시계는 여유가 있는 가운데 곧바로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노려야 되는 이유에 관해 유소은과 이보람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민국 교수는 매일 늦게까지 교수실에 있어. 그 말은 뭐냐 하면……!"

나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집에서 파일들을 관리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 있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걸 고려해 봤을 때 학교에 있는 컴퓨터에 그가 말했던 '콜렉션'을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 원작의 싸이코 교수는 매일 밤늦게 학교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떠도는 말로는 그가 연구에 관한 열정이 진짜 남다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싸이코 교수의 연구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

그랬기 때문에, 아마도 웬만한 과학자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그런 궁극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겠지.

싸이코 교수는 화학을 주로 강의하지만, 그는 사실 화학과 생물, 이 두 가지에서 해당 분야에서는 이름이 꽤나 알려졌을 정도로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싸이코 교수는 아마도 그런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생·화학적 연구를 했다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매일같이 학교에 남아서.

지금 같은 경우에는 싸이코 교수는 실 바이러스는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거기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느라 늦게 집에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실 바이러스를 활용해서 여대생들을 자신의 교수실로 불러들여 섹스를 존나 하기 위해서 밤늦도록 학교에 남아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싸이코 교수가 교수실에 있는 시간은 그의 시간의 대부분이고, 그렇다면 그의 교수실 컴퓨터에 그가 학생들을 협박할 때 전송했던 영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수 있다.

싸이코 교수의 모습이 모자이크가 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내가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빼돌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유소은이 손을 가볍게 말아쥐고는 자신의 다른 손바닥을 탁 쳤다.

"맞아. 한민국 교수는 거의 온종일 학교에서 지내는 걸로 유명하니까, 진짜 그 컴퓨터 안에 자료가 다 있을 수도 있어."

유소은이 나에게 동감하는 사이 이보람도 눈을 크게 뜨며 나에게 말했다.

"그거 대박인데? 거기에는 다 있을 거 아니야, 협박 문자에 들어있던 동영상의 원본들! 그 원본들에는 한민국 교수의 모자이크되지 않은 모습들도 다 담겨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이보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일단 컴퓨터를 까 봐야 알겠지만, 온종일 교수실에 붙어 있다면 그 컴퓨터에 파일들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꽤 될 거야. 패스워드가 걸려 있다 한들, 컴퓨터를 통째로 빼돌리면 그만이지 않겠어? 본체가 무거운 것도 아니고."

유소은은 크게 숨을 내쉬며 나에게 말했다.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상훈이 너는, 옛날부터 느꼈던 거지만 머리가 정말 좋은 것 같아."

유소은이 그렇게 말했고, 옆에서 이보람도 내키지 않는다는 말투였지만 그녀의 뜻에 동조했다.

"흥……. 인정하긴 싫지만, 좋은 생각이네."

나는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를 빼돌린다는 계획에 맞춰, 그것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관해서도 그녀들에게 좀 더 이야기를 했다.

"무턱대고 힘으로 컴퓨터를 훔쳐서 도망가는 건 변수가 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최대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 내가 생각해 본 게 있는데 말이야."

나는 소주잔을 들어 반샷 정도를 하고는 잔을 든 채로 유소은과 이보람에게 말했다.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싶어. 나하고, 그리고 너네 둘 중 한 명이 같이 교수님한테 일단상담을 받으러 가는 거야. 이건 충분히 가능한 거겠지?"

유소은과 이보람이 대답했다.

"응!"

"맞아. 학생마다 전담 상담교수가 정해져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학과 교수님한테는 협의하에상담이 가능하니까, 되지."

더욱이 싸이코 교수라면 그 상담을 받아들일 것이다.

여대생 한 명하고 나하고 같은 자리에서 교수에게 상담 요청을 하는 전화를 한 뒤에 내가 먼저 잠깐 상담을 받겠다고 하고, 나와 같이 가는 여학우는 좀 더 긴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된다.

그러면 교수는 나와 짧은 상담을 마치고 나서 나를 따돌린 뒤에 남은 여대생과 섹스를 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그런 교수의 심리를 이용해서 내가 먼저 상담을 받는 척 하다가 교수실에서 셋이 만난 뒤에 여학우가 교수를 빼돌려서 밖으로 나가게 하고는, 혼자 교수실에 잠깐 남아있는 동안 컴퓨터를 빼내면 된다.

나는 그러한 계획 실행 과정을 유소은과 이보람에게 말했다.

"나하고너네 둘 중에 한 명……. 편의상 일단 여자라고 할 게. 나하고 여자하고,같이 일단 상담을 핑계로교수실에 같이가는 거야. 그런 다음에 여자가 교수를 유인해서 둘이 밖으로 나가. 장소는 학교 건물 앞쪽 자판기 정도가 좋겠어. 거기서 커피 한 잔 하고.그러면 교수실 안에는 나 혼자 남는 거지. 나 혼자 교수실에 남게 되면, 나는 컴퓨터 본체를 들고 바로 뛸 거야."

우선은 교수실에 나 혼자 남게 된 다음에 컴퓨터를 들고 뛴다.

그 다음은…….

"그 다음으로는 나는 비상계단을 통해 우선 본체를1층에 가져다 놓고, 그 다음으로 1층의 중앙까지 와서 수위 아저씨하고 만나는 거야. 그래서 수위 아저씨를 데리고 교수가 여자와 같이 있는 곳에 가서 분위기를 깨."

그 다음은 컴퓨터를 1층에 숨겨놓고, 교수를 밖으로 유인했던 여학우를 다시 만나서 둘이 일단 집에 가는 척 한다.

"그래서 급한 일이 생겨 상담은 내일 받으러 오겠다고 하고돌아가면 돼. 교수실은 4층이야. 한민국 교수가 자신의 컴퓨터 본체가 없어졌다는 걸 알아차렸을 땐, 나는 이미 컴퓨터를 들고 여자와 도망을 친 지 오래일 테고."

마지막으로, 교수가 4층으로 돌아가는 사이에 1층에 숨겨놓은 컴퓨터를 들고 여학우와 같이 튄다.

이렇게 하면 완벽하게 계획이 실행된다.

유소은은 나의 계획을 끝까지 다 들은 다음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 마디를 했다.

"후우, 내가 할 수 있을까? 좀 떨리네."

유소은이 말하자 옆에 있던 이보람이 유소은을 보며 말했다.

"할 만 하지 않을까? 김상훈이 컴퓨터 빼내고 올 동안에, 잠깐 교수하고 1층 입구에서 믹스커피 한 잔만 먹으면 되는 거잖아?"

"그치만……."

유소은은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을 생각하니 좀 긴장이 되는 듯해 보였고, 이보람은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내 입장에서는 계획을 실행할 때 딱 세 가지만 하면 된다.

여학우가 교수를 유인한 동안 컴퓨터를 빼돌린다.

빼돌린 컴퓨터를 1층에 숨겨놓고 경비 아저씨를 데려가서 교수와 여학우가 있는 곳으로 가 분위기를 깬다.

그리고 다음에 온다고 하고 교수를 4층으로 다시 보내고 컴퓨터를 1층에서 찾아 도망친다.

나름 괜찮은 작전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원작에서 차분한 편에 해당하는 주인공이 유소은과 이보람과의 술자리 중에서 곰곰이 생각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계획으로 빼돌린 컴퓨터에서 싸이코 교수의 모자이크 되어있지 않은 모습들을 존나 건지기만 한다면, 여론전으로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거다?"

내가 확인하듯 말했다.

그러자 이보람이 말했다.

"그럼 우리 둘 중에 누구하고 같이 갈 거야? 두 명 다 같이 가면 오히려 컴퓨터 회수한 다음에 도망칠 때 어려워질 수도 있을 텐데."

이보람이 내게 누구와 함께 가겠냐고 묻자 선택지가 떴다.

[유소은]

[이보람]

[둘 다 필요없다]

[좀 더 생각해 보고 내일 알려주겠다]

"음……."

원작을 플레이했었을 때 나는 여기서, 좀 더 생각해 보고 내일 알려주겠다를 선택을 했었다.

처음에는 나는 어쩌면 내일이 오기 전에 또다른 이벤트가 발생을 하면서 유소은이나 이보람 두 명 중에서 한 명에게 내가 호감이 더 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판단을 하루 미루기로 했었다.

그런데 막상 원작에서 내가 내일을 맞았을 때, 나는 진 히로인인 김아영을 만나게 됐다.

싸이코 교수를 만나러 가는 파트너로 나는 김아영을 선택하게 됐고, 그러면서 나는 유소은이나 이보람과는 동행하지 않아도 됐다.

나는 그래서 누군가를 선택하는 선택지를 굳이 깊게 고심해서 고를 필요가 없었다.

내일 김아영과의 동행을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시간제한이 시작되자마자 원작과 동일한 선택지, 즉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것을 고르기로 했다.

"좀 더 생각해 보고, 내일 알려줄게."

내가 말을 하자 이보람이 답했다.

"음, 그래, 그럼. 생각해 봐."

그리고 유소은은 나에게 물어 왔다.

"한민국 교수 만나러는, 내일 언제쯤 가는 게 좋을까?"

어차피 나는 김아영하고 같이 갈 거라서 유소은과 같이 싸이코 교수를 찾아가지는 않겠지만, 일단 물어보니까 대답은 해 주기로 했다.

"교수를 만나러는 아무래도 밤에 가는 게 좋겠지?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까……. 그 편이 너나 보람이가 교수를 은밀하게 불러 내서 밖에서 시간을 잠깐 끌기도 더 쉬울 거고, 그리고 나도 컴퓨터를 훔쳐서 도망칠 때 좀 더 좋을 테니까."

유소은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어, 응! 좋아, 상훈아. 그럼 생각해 보고 내일 알려줘!"

"알겠어, 소은아. 그럼, 너하고 보람이하고 둘 중에 누구하고 같이 갈 지 오늘 쭉 생각 한 번 해 볼게."

내가 말을 하자 이보람이 술병을 들었다.

"후우, 그래, 내일이 결전의 날이네? 그럼 오늘은 일단, 달려 볼까?"

이보람은 나와 유소은의 잔을 채우고는, 술병을 이어 받은 유소은에게 자신의 잔을 채우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셋은 소주잔을 부딪쳤다.

"한 잔 하자!"

"짠!"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한 긴장감을 잊으려는 듯, 우리는 일단 즐겁게 낮술을 마셨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도 괜찮기도 했다.

내일이 되면 김아영과 같이 싸이코 교수를 만나러 가서, 그 뒤로 이어지는 쉬운 선택지 몇 개만 고르는 것으로 나는 또 진엔딩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낮술을 실컷 마신 다음에는 오후 4시 6시 수업이 있어서 그걸 듣고, 하숙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이후로 밤 시간에는 원작에서도 했었던 대로 집에서의 혼자만의 술파티를 존나 하고는 잠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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