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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15화 (15/96)

〈 15화 〉 낮술 (4)

* * *

유소은은 두 손으로 나의팔을 잡으면서 잔뜩 부끄러워하며 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만약에 유소은이 나를 제지하지 않고 이보람이 더 나를 도발했다면 진짜로 테이블에 올라가서 이보람에게 딸쇼를 보여줬을 지도 모른다.

저 센 척 하는 처녀 빗치년도 내 자지를 막상 보고 나면 지금까지처럼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박히면 꼼짝도 못할 거면서, 어딜 감히!

뭐 그래도, 이번에는 유소은이 말리니까 참아 준다.

나는 벗으려고 좀 내리기 시작했던 바지를 다시 입었다.

내가 바지를 다시 올리는 동안 유소은은 이보람 쪽을 보면서도 한 마디를 했다.

"이보람, 너도 그러는 거 아니야, 상훈이한테 왜 그렇게 외모로 인신공격을 하고 그래, 그게 뭐가 중요해?"

"유소은, 너 지금 김상훈 편 드는 거야?"

"어?"

"너 혹시 김상훈 좋아하냐? 말리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아까부터 은근히 김상훈 편 드는 것 같은데?"

"어유, 진짜."

이보람은 또 이상한 소리를 해댔고, 유소은은 그녀의 헛소리를 그냥 일축했다.

이렇게 나와 이보람의 싸움은 일단락이 됐다.

나하고 이보람만 있었으면 잘하면 하루 종일도 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유소은이 있으니까 나름대로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유소은은 잠시 테이블의 빈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냐, 한민국 교수님을 막아야 된다고. 거기에 관해서 힘을 합쳐야 돼."

"그건 그렇지. 소은아, 잔 비었다. 한 잔 하면서 힘을 합쳐 보자."

유소은은 잔을 들며 이보람의 말에 대답했다.

"그러게. 맨정신으로는 진짜 이 어이없는 한민국 교수님 사건을 어떻게 생각해야 될 지 모르겠어."

이보람은 녹색 소주병을 들어 유소은의 잔에 천천히 따랐다.

유소은이 조금 취기가 돌기 시작하는 듯해 보여서인지, 이보람은 소주잔의 한 70% 정도까지만 투명한 소주를 채웠다.

이보람은 유소은의 잔을 채워 주고는, 다시 병을 테이블의 옆쪽에 내려놓으며 툴툴거렸다.

"아, 어쩌다가 내가 저 김상훈 같은 애랑……. 존잘남이면 좋을 텐데."

이보람이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는 됐다.

이보람은 누가 봐도 눈에 띌 만한 존예녀이기 때문에, 그녀의 말대로 진짜 존잘남하고 잘 되면 하나의 화보가 따로 없는 그림을 그냥 만들 수도 있을 거였다.

그치만 대놓고 나를 까는데 내가 또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이보람에게 이죽거리며 말했다.

"존잘남은 너같은 애 안 만나지. 넌 섹스도 안 해 주는데 존잘남이 왜 만나겠냐?"

이보람은 자신이 처녀임을 나에게 밝혔었다.

그녀가 말하기 전부터 나는 알고 있던 거였지만.

그 말은 즉슨, 이보람은 남자하고 지금까지 섹스를 안 해 봤다는 거다.

진짜로, 존잘남이면 섹스하지 않는 여자를 만날 이유는 전혀 없기도 한 것이다.

내가 말을 받아치자 이보람이 다시 내게 공격해 왔다.

"와, 어쩜 저렇게 머릿속에 섹스밖에 안 들어 있을 수가 있지?"

"무슨 소리야? 너도 섹스로 태어났는데. 섹스가 가장 중요한 건데, 섹스가 머릿속에 안 들어 있으면 되겠어?"

물론 질 수 없다.

나는 섹스가 인류와 생명의 근원이 된다는 관점에서 이보람에게 반격했고, 이보람은 또다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게 지랄을 해 왔다.

"꺼져, 병신아! 아, 진짜, 더러워!"

"네 입이 더 더러워! 차라리 자지 물고 있는 입이 더 깨끗하겠다!"

"소은이 앞에서 그게 무슨 미친놈같은 소리야!"

"너도 지금까지 자위 이야기하고 개지랄 다 해놓고 무슨 미친년같은 소리야!"

나와 이보람은 휴전되었던 때가 언제였냐는 듯이 또 이렇게 투닥거리게 되었다.

나와 이보람이 이렇게 서로 지랄병들을 하고 있자, 유소은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소주잔을 들어서는 한 잔을 확 원샷으로 털어넣었다.

"하아……. 진짜……!"

유소은은 입가를 손등으로 닦았다.

그런 다음이었다.

유소은은,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유소은의 표정이 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던 때에, 유소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흑……. 흐응……! 나 갈래!"

유소은은 살짝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소은은 진짜 울고 있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나와 이보람이 다투는 게 유소은에게 상당히 스트레스를 유발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지금 상황은 싸이코 교수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유소은이 상당히 심란한 상태이기도 하고 말이다.

유소은은 일어서서 울며 말했다.

"흐어어어어엉! 이게 뭐야, 교수님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너무 무서운데, 너네들은……. 너네들은……! 엉엉!"

나와 이보람은 유소은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제서야 서로간의 싸움을 멈추고 양쪽에서 유소은을 붙들고 그녀를 달래게 되었다.

"하하하! 왜 그래, 소은아! 알았어, 알았어! 제대로 회의하자!"

"유소은! 울지 마! 아, 진짜, 내가 미안해!"

나와 이보람은 앞다투어 유소은을 달랬다.

유소은이 가려는 것을 말리는 동안 그녀의 울먹이는 모습도 청순한 그녀의 본판 덕에 상당히 예뻐 보였다.

그리고 그녀를 달래느라 팔을 잡는 등의 스킨십이 자연스럽게 된 것도 기분이 좋았다.

유소은에 대한 그런 좋은 생각들은 마음속으로만 생각을 하도록 하고, 나는 유소은, 이보람과 같이 회의를 하게 되었다.

중간 전개는 원작과 약간 차이는 있었다.

원래의 주인공은 숙맥에다가 호구에 속하는 캐릭터이다.

따라서 술집에서 다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인공은 이보람과 싸우는 일은 전혀 없고 일방적으로 그녀에게 털리는 편이다.

조용한 편인 유소은처럼 차분하게 자리에 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다같이 진중한 회의의 시간을 가지는 상황이 된 것은 내가 플레이어였을 때나 지금과 같이 주인공일 때나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나는 유소은과 이보람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이보람은 성격상 애써 밝은 척 하고는 있지만, 그녀 또한 싸이코 교수의 협박 문자를 받았기 때문에 속마음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임은 확실하다.

여러 논의를 하던 도중에는,이보람이 의견 하나를 내기도 했다.

"한민국 교수 말처럼, 지금 상황에서 경찰에 넘겨 봐야 수많은 피해자들 영상만 더 뿌려질 뿐이야.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는 해야 될 것 같아. 음, 그건 어떨까?"

"어떤……."

"교수를 납치하는 거야. 사람을 고용해서. 고용이 정 어려우면 김상훈 네가 기절시켜서 끌고 가도 되고. 교수를 납치한 다음에는, 역으로 협박을 하는 거지."

이보람의 말에 유소은이 고개를 저었다.

"경찰에 끌려가게 될 경우에 대한 안전장치로 영상들을 뿌리는 걸 대비해 뒀는데, 납치를 한다고 해도 위험요소가 있지 않을까?"

나도 이보람의 의견은 무리가 있다는 유소은의 의견에 동감이었다.

"그래. 그것도 그렇고, 납치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거야. 납치 인터넷강의를 듣지 않는 한 교수를 납치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좀 더 생각을 하다가, 이번에는 유소은이 의견을 냈다.

"부탁해 보면 어떨까?"

유소은은 그렇게 말을 떼고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나쁜 일이니까, 이제 더이상 그런 일을 하지 말고 제대로 살면 안 되냐고 진심으로 부탁하면, 어쩌면 들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이보람이 얼음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유소은에게 반대의 의사를 전한다.

"지금 하는 일이 나쁜 일이라고 그만둬 달라는 부탁을 들어줄 위인이었으면, 우리한테 그런 말도 안 되는 협박 문자를 보냈을 리도 없었을 거야."

이보람은 부탁 따위 한민국 교수가 전혀 들어줄 리 없다고 보고 있다.

아마 내가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보람과 같은 생각을 했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러나 사실 내가 봤던 진엔딩에서는, 골때리게도이 부탁이라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물론 그 부탁을 하는 사람이 김아영이어서 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을 하지만 말이다.

나는, 김아영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는 부탁이 먹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면에서는 나는 이보람과 생각을 같이 한다.

그래도 부탁이라는 것이 쓰기에 따라서는 괜찮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러한 두 가지 생각을 정리해서 유소은의 의견에 답했다.

"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탁을 해 보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은 해. 그런데 그게, 지금 우리로서는 어려울 것 같아."

유소은이 내게 되물었다.

"지금 우리로서는, 이라면, 다른 누군가가 부탁을 하면 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야, 상훈아?"

나는 유소은을 보며 대답했다.

"그렇지. 만약에 말야, 지나가는 들개가 우리한테 목이 마르다고 혀를 헥헥거린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 주지는 않는다고. 그런데 상대가 돈이 없는 꼬마아이이고 목이 마르다고 울고 있으면, 어쩌면 근처 편의점에서 물을 사 줄 수도 있겠지. 아닐수도 있겠지만."

나는 유소은과 이보람 쪽에 시선을 한 번씩 주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는 한민국 교수하고 동등한 입장이 아냐. 협박을 받는 입장인 데다가, 더 위험요소가 있을 수 있는 점이 하나 더 있지."

"더 있을 위험요소?"

나는 이보람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가 어떤 무기라도 숨기고 있을 지 모른다는 점이야.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그가 혹시라도 가지고 있을 무기에 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리고 계획적으로 맞서는 편이 좋겠다고 봐."

이보람과 유소은은 내 의견에 수긍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이보람과 유소은에게 답을 알려줄 차례였다.

"나도 생각을 해 봤는데 말야, 음,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 교수한테 맞설 수 있으면서도 위험하지 않은, 꽤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이보람이 물었다.

"어떤 방법인데?"

나는 씨익 웃으며 이보람에게 대답했다.

"한민국 교수의 컴퓨터를 노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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