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낮술 (3)
* * *
이보람은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싸이코 교수와의 대화 내역을 띄웠고 곧 폰을유소은의 앞에 내려놓았다.
유소은의 자리가 가운데여서였다.
이보람이 유소은 앞쪽에 폰을 내려놓고나서는 그녀는 손으로 터치를 해서 스크롤을 넘기며 자신의 대화내역을 보여주면서 말을 했다.
"봐 봐."
"음……."
이보람에게도 싸이코 교수의 협박 문자가 와 있었다.
싸이코 교수의 협박 문자는,약간의 차이는 있었어도 내용 자체는유소은이 내게 보여 줬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이보람이 대화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동안 우리의 시선은 이보람의 폰 화면에 고정됐다.
이보람은 대화 내역을 보여 주고 나서는 중간에 있는 동영상을 화면에 잡히게 했다.
그리고는 잠시 손가락을 멈췄다.
"그리고 영상도 한 번 틀어 볼게."
"여, 영상도?"
유소은은 조금 당황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선배들의 적나라한 섹스 장면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유소은이 조금 당황해하기는 했지만 이보람은 주저없이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멈춰 있던 화면은 재생 버튼이 눌림과 함께 움직이게 됐고, 화면에 나오는 알몸의 여대생은 싸이코 교수의 좆으로 보이는 것에 그곳을 존나 박히고 있었다.
아, 아! 아앙! 교수님! 아아, 아! 너무 좋아요! 아, 더 깊이 박아 주세요! 으으읏! 교수니임! 아아아!
영상 속에서, 여대생은 자신의 벌린 두 다리를 스스로의 손으로 잡고 있었고음부에 좆을 강하게박히는 중이었다.
싸이코 교수의 모습은 박고 있는 좆만 빼고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다.
여대생은 격정적으로 신음하며 교수에게 더 좆을 박아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이보람은 거기까지 본 뒤에 영상을 멈추었다.
그리고 싸이코 교수의 이런 만행이 분한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이 씨발 새끼. 이런 나쁜 새끼야말로 진짜 경찰에 끌려가야 되는데."
그렇게 되뇌이고는, 이보람은나를 보았다.
상당히 진지한 눈빛이었다.
"야. 김상훈. 근데,너 이거 보고혹시 이상한 거 느낀 건 없어?"
"이상한 거?"
내가 되묻자 이보람이 나를 바라보는 그대로 입술을 뗐다.
"너, 이거, 협박받아서 섹스하는 것 같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었다.
악당 그 자체인 싸이코 교수, 그는 협박을 통해서 여대생들과 존나 떡을 치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확실히 이상하다.
동영상 속 여대생들은, 하나같이 존나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나 또한 원작을 플레이했었을 때 이보람이 현재 의문을 가지는 것과 같이이 상황에서 의구심을 품었었다.
나는 여러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그녀들 중에는 정말 싸이코 교수와 합의해서 학점을 대가로 해서자의로 섹스를 한 여대생도 있을 수도 있을까?
그건 빡세다 싶었다.
아무리 학점이 좋다고 해도 섹스까지 저렇게 할 리는 없고,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저렇게까지 즐겁게 섹스를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른 건, 어쩌면 싸이코교수는 실 바이러스를 활용해서 여대생들을 벗기고 다니는 짓을 하고 다닐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싸이코 교수가 실 바이러스를 여대생들에게 사용하고 다닌다고 봐도 의문점은 존재한다.
실 바이러스 특성상 상대방 여대생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켜서 섹스를 했다면, 싸이코 교수도 감염이 될 텐데?
그리고 감염된 여대생은 끊임없이 섹스를 갈구할 거고 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실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본다면, 한 번 감염되면 죽을 때까지 섹스를 갈구하게 되기 때문에 싸이코 교수나 선배 누나들이나제대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그러나 다들 멀쩡하다.
그래도 여기서 여대생들이 스스로 교수와 박으려 한 것이 아닌 실 바이러스와의 연관 쪽에조금 더 힘을 실어서 더 생각해 본다고 하면, 두 가지의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싸이코 교수는 실 바이러스를 약한 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원작을 플레이했을 때, 어쩌면 싸이코 교수가 완전 미쳐버리는 실 바이러스의 정도가 아닌 그보다는 좀 약한 바이러스를 써서 자신과 여대생들을 비교적 강하지 않게 감염시겨 섹스와 생활을 병행시키는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둘째로는, 싸이코 교수가치료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실 바이러스는 싸이코 교수가 만들었다.
그가 실 바이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치료제까지 같이 만들어 낸 거였다면?
그러면, 싸이코 교수는 여대생들에게 실 바이러스를 써서 존나 섹스를 즐겁게 하게 한 이후에도 자신과 해당 여대생들로 하여금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할 수 있다.
원작을 플레이하며 진엔딩을 봤을 때, 나는 어느 쪽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었다.
지금도 궁금한 느낌은 있다.
싸이코 교수는 약한 버전의 실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치료제를 몰래 만들어 뒀던 걸까?
내가 봤던 진엔딩에서는 그런 정보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도 존나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나는 내가 플레이어였을 때처럼 완벽한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진엔딩을 봤던 그대로 착실하게 가고 있으니까.
이보람이 나에게 물어본 것으로 인해서는 선택지가 발생했다.
[협박당해서 하는 게 맞다]
[협박당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잠깐 생각을 기울였다.
'원작에서 내가 골랐던 선택지는 두 번째 거다. 여대생들은 섹스할 때의 모습으로 봤을 때 왠지 그 상황 자체가 협박당해서 박는 것 같지는 않았고, 싸이코 교수가 그녀들에게 실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던 건아닐까 하고 의심을 했었지.'
그래서 나도 이보람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선배 누나들이 섹스하는 모습이 협박당하는 당시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대답을 나는 하기로 했다.
"그러게, 보람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쩐지 협박당해서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내 생각엔……."
"실 바이러스?"
"어. 근데 한민국 교수도 그렇고 이 영상 속 선배들도 학교는 잘 다니고 있잖아? 실 바이러스 감염자라면 그럴 순 없을 텐데?"
"그러게. 정말 이상해."
이보람과 적당히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다시 탕수육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현실판을 클리어하고 나면 두 번 다시 느껴볼 수 없는 맛인가.
어쨌든 존나 맛있었다.
내가 다시탕수육을 먹고 있는 동안에는 내 우측으로 이보람과 유소은이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 씨발, 한민국 교수, 이 늙다리 미친 영감탱이가 대체 무슨 수로 과 언니들을, 그것도 존나 이쁜 언니들만 골라서 존나 쑤시고 다니는 거야?"
"진짜. 너무 이쁜 언니들인데……. 다들 남친도 있구. 근데 어쩌다 그렇게……."
"그래? 수아 언니는 최근에 헤어지지 않았었나?"
"응. 맞아. 근데 바로 다시 생겼었어. 체육교육과 훈남."
"대박. 진짜? 운동하는 남자야?"
이보람과 유소은의 대화가 이어지다가, 내가 탕수육을 맛있게 먹다가 소주를 한 잔 따라 마시려고 할 때 이보람이 나를 보고 말했다.
"하아, 그러고 보면 우리 과만 남자들이 왜 이렇게 물이 안 좋냐, 누가 우리 과에 실 바이러스 말고 얼굴 맛탱이 가는 바이러스라도 뿌렸나?"
이보람이 막말을 하자 유소은이 이보람의 옷자락을 잡았다.
"보람아, 왜 그래? 가만히 있는 상훈이한테."
"쟤가 솔직히 얼굴이 심각한 건 맞잖아, 저렇게 못생긴 애는 진짜처음 봐."
"아이, 그 정돈 아니야."
이보람이 나한테 못생겼다고 하는데 유소은이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니까 왠지 좀 감동이었다.
그런데 이보람 이 씨발년은 주둥이를 멈추지 않았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유소은. 솔직히, 김상훈의 얼굴을 상중하로 나누면, 하하하하하하하 아니냐?"
원래 같으면 이보람의 대사를 들으면 빡이 칠 만도 한데, 존나 예쁜 애가 저렇게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까 빡은 별로 치지는 않고 그냥 그녀가 나에 대해 말하고 있는 입에다가 나의 발기된 육봉을 쑤시고 싶은 정도였다.
이보람이 나를 깔 때에는 유소은은 내 편을 좀 더 들었다.
"그 정도는 아니지……!"
"그럼 네가 생각할 때는 김상훈이 상중하 중에 어느 정도 된다고 보는데?"
"내, 내가 봤을 때?"
유소은은 이보람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나는 좀 장난을 쳐 보려고 젓가락을 든 채로 이보람과 유소은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나도 궁금한데, 소은아? 나는 솔직히 내가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거든? 알려줘. 진짜 솔직하게."
유소은은 나의 말에 부끄러워했다.
"아……. 안 돼!"
"괜찮아. 진짜 괜찮아."
이보람도 나를 거들었다.
"유소은! 나는 김상훈한테 하하하하하하하라고 했는데, 설마 이것보다 더 낮지는 않을 거 아냐! 본인도 괜찮다고 하는데 한 번 말해봐!"
나와 이보람은 유소은을 더 채근했다.
양쪽에서 두 명이 야무지게 재촉한 탓에 결국에 유소은은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한……. 중하?"
유소은이 나에게 중하 정도라고 하자 이보람이 미간을 좁히며 유소은에게 말했다.
"너는 애가 왜 이렇게 눈이 낮아? 너 안 되겠다. 너 남친 만들 일 생기면 내가 심사 해야겠어. 저런 썩은 얼굴이 어떻게 중하야?"
"저기 그래도, 그런 말은 좀……. 보람아, 상훈이 그래도, 좋은 애야."
이보람은 거의 나와 싸우자는 것 같았다.
나는 이보람이 신청한 싸움을 받아주기로 했다.
"야, 보람아, 뒤질래? 내 얼굴이 썩었다고? 너야말로 얼굴하고 몸매 보고 왔다가 조금 겪어 보니까 씨발, 남자들이 성격 보고 다 도망가는 거 아냐? 이번에도 그래서 깨진 거 같은데?"
이보람은 역시나 이번에도 내게 지지 않고 맞받았다.
"미친놈이 뭐래? 나는 얼굴하고 몸매 보고 남자들이 오기라도 하지, 김상훈 너한테는 아예 처음부터 아무도 안 오잖아? 호호호! 너는 오른손 여자친구랑 살 부대끼면서 지금처럼 그렇게 평생 행복하게 살아. 그게 네 운명인 것 같아."
나와 이보람은 그렇게 유소은을 사이에 두고 언쟁을 하게 되었다.
"야. 내가 자위하는 거 네가 직접 봤어?"
"그럼 내가 너네집 간 날, 그시간까지 안자고 컴퓨터 인터넷 메인화면만 켜놓고 뭐 했는데? 명상했냐? 김상훈?"
"아! 진짜 존나 억울하네? 야, 자위를 하고 했다는 말을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자위를 안 했는데 했다고 하니까 존나 억울한데? 진짜 한 번 해?"
"어, 그래. 진짜 한 번 해 봐. 여기 테이블 올라와서 네 꼬추 한 번 까 봐."
이보람이 손짓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나는 바지를 벗기 시작하며 이보람에게 말했다.
"야, 까라면 못 깔 줄 알아? 너, 씨발, 내 자지 한 번 보잖아? 그럼 존나 이렇게 큰 자지 처음 봤다고 하면서 나 존나 쫓아다니게 될 걸?"
"지랄을 한다. 그니까 까 봐. 여기서 자위 한 번 해 보면 내가 큰지 안큰지 봐줄게."
"어, 진짜 깐다?"
나와 이보람의 이런 싸움을 말린 것은 유소은이었다.
"그, 그만들 좀 해, 다들!"
유소은은 바지를 내리고 있는 나의 팔을 잡았다.
"으으, 상훈아, 바지 빨리 입어, 진짜 못 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