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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12화 (12/96)

〈 12화 〉 낮술 (1)

* * *

[상훈아]

[혹시 지금 약속없으면나랑 단둘이 낮술한잔 할수있어??]

[다른사람한테 말하지 말구..!!]

유소은에게톡을 받았다.

2교시 수업까지 마치고 하숙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나는 메시지를 기다리며 폰을 들여다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 씨발. 역시 내 기억력 오진다니까? 유소은이 이때 주인공을 불렀지."

유소은의 메시지를 받자 선택지가 떴다.

[유소은을 만나러 간다]

[거절한다]

원작에서 내 선택은 유소은을 만나러 가는 거였다.

나는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하기로 하고, 걸어가면서 유소은에게 답장했다.

[어 술집 찍어줘 나갈게]

답장을 하고 나서도 폰을 들고 걷다가, 진동을 느끼고 걸으면서 술집을 확인했다.

장소를 확인한 나는 그쪽을 향해 걸어가게 됐다.

­저벅, 저벅…….

"간만이네. 낮술이라."

원래 세계에선 여자랑 같이 술을 먹어본 지도 꽤 됐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보람에 이어서 유소은까지벌써여자 두 명째 같이 술을 먹게 됐다.

나는 캠퍼스의 잔디밭 옆으로 쭉 난 길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아, 씨발, 현실에서는 여자 한 명 만나기도 존나 빡센데. 싸이코 교수만 아니면 여기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나는 캠퍼스를 걸으며 이번에도 지나가는 많은 여대생들을 구경했다.

정문까지는 등교할 때도 내가 갔던 길이니까 일단 잘 갔고, 그리고 정문 앞에서휴대폰을 한 번 더 확인해가지고 가야 될 술집을 다시 확인해서 그 쪽으로 가게 됐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는 골목이지만 휴대폰 네비게이션은 편리했다.

곧 도착한술집은 대학교 정문에서멀지 않은한 룸식 술집이었다.

웬만한 술집은 저녁에 오픈해서 새벽까지 하는 곳도 많겠지만, 이곳은 낮부터 영업을 하는 듯했다.

나는 건물로 들어섰다.

술집이 위치한 곳은 2층.

나는 계단도 있기는 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술집에서 내렸고, 로비에서 유소은에게 전화를 해서 그녀가 있는 룸 넘버를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유소은이 있는 룸으로 들어가게 된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유소은을 보며 인사했다.

"어, 소은아. 이게 얼마만이야?"

낮 시간대여서 그런지 제법 큰 룸이 배정됐다.

한 9명은 앉아도 될 정도의 디귿자형 의자로 되어 있는 방으로, 내부는 좀 어두운 편이었다.

"안녕……!'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유소은도 자리에 앉아 웃으며 나에게 마주 인사를 해 왔다.

유소은은 상당히 청순한 스타일이다.

사실 단발머리가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유소은에게는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피부는 뽀얗고, 얼굴은 순진하게 생겼다.

내가 뭔가를 가르쳐 줘야 될 것 같은 착하고 순수한 인상이면서도 존나 예쁘기도 하다.

피부도 좋고, 눈빛도 맑고, 입술도 키스하고 싶게 생겼다.

옷은 얇은 디자인의 파란 상의를 입고 있어 가슴의 굴곡이 눈에 띄었고, 바지는 검은색이었는데 바지도 다리에 좀 붙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룸에 들어와서는 자연스레 유소은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유소은도 상당한 미소녀이기 때문에, 가까이 앉자 그녀와 떡을 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기는 했다.

나는 그런 나의 마음을 당연히 티내지 않고 메뉴판을 집어들며 말했다.

"뭐 좀 시킬까?"

"응? 응! 그래. 저, 상훈아, 오늘은 내가 살게."

유소은이 말하자 선택지가 떴다.

[알겠다고 한다]

[내가 계산한다]

특별한 선택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진짜 네가 사는 거야? 뭐 그래도 되는데, 그럼 나 먹고 싶은 거 시킨다?"

"응, 뭐든 시켜!"

"너는 뭐 먹고 싶은데?"

"난 아무거나 괜찮아."

나는 유소은과 잠시 이야기한 끝에 메뉴를 고르게 됐다.

점심식사 시간의 낮술이기도 하겠다, 나는 뭔가 이대학가 술집에서 소주를 한 잔 하려고 하니까 탕수육이 문득 존나 땡겼고, 소주 세 병에 탕수육, 그리고 매콤오뎅탕인지 뭔지 하는 메뉴를 하나 더 시켰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다른 메뉴를 시켰었다.

그렇지만 당연히이런 식사 겸 술안주 메뉴 하나가 게임에 영향을 미칠 리는 없었다.

나는 메뉴가 나오기 전에 옆자리의유소은에게 물을 한 잔 따라 주며 말을 걸었다.

"별일이네? 네가 나한테 단둘이 술을 먹자고 하고."

"아, 그런가?"

유소은은 투명한 물잔을 한 번 만졌다가, 생각난 듯이 수저와 젓가락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나는 물을 다 따른 다음 유소은 쪽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치. 평소에는 뭐, 보통 술 먹고 그러면 서너 명이서 같이 먹었잖아. 무슨 일 있어?"

"그게……."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내게 말했다.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해도 될까?"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곧바로 대답했다.

"어. 그래, 편할 대로."

사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알고 있다.

유소은은, 싸이코 교수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고는 있는데, 일단 술자리를 하면서 또 차차 들어 보기로 한다.

탕수육, 그리고 매콤오뎅탕은 나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소주를 까고 그녀와 같이 잔을 채운 뒤 술 한 잔을 같이 시작하게 되었다.

"자, 원샷!"

"응!"

술을 한 잔, 두 잔……. 그리고 한참 먹다 보니 어느새 둘 다 각 1병 정도 소주를 마셨을 때였다.

그제서야 유소은은, 조금은 취기가 도는 채로 나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기……. 김상훈."

"음."

유소은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서 나와 가까운 쪽에 내려놓았다.

­탈칵

그리고 유소은은 호흡을 고르며 내게 말했다.

"하아……. 실은 나, 한민국 교수님한테 말도 안 되는 문자를 받았어."

"어떤?"

"그게……."

유소은은 조금 더 망설였다.

약간 고개를 숙이고가만히 있은 이후에서야,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을 켜서 뭔가를 찾았다.

그리고는 그녀는자신과싸이코 교수의 대화내용을 띄워서는 테이블 위에 폰을 올려놓았다.

"이거야."

"이건……."

싸이코 교수가 유소은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유소은 학생도 선배들을 본받아서, 할 건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나한테 듣는 수업에서 세 번만 하면 무조건 A+이에요.]

[서로가 좋은 거 아닐까요?]

유소은은 싸이코 교수와의 대화내역이 떠 있는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렸다.

그러자 아래쪽으로는 여자들이 알몸으로 박히고 있는 동영상들이 있었다.

재생을 누르기 전이라 멈춰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분명 선배 여대생들의 섹스 동영상들이었다.

"나 진짜 이거 보고 너무 놀라서,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어……. 최수아 언니, 전혜경 언니, 차미진 언니, 이렇게 다 동영상이……."

"이거 진짜 재생 누르면 나오는 동영상 맞아?"

"응……."

유소은은 싸이코 교수가 보내온 동영상들 중 맨 위에 있는 하나씩 눌러 보았고, 셋 다 재생되는 동영상이 확실했다.

­앙! 아앙! 앙! 아앙! 아아앙! 교수님! 더 세게 박아주세요! 아아아앙!

유소은이 켜 보인 세 개의 동영상 중 하나에서는 하이라이트 중이었는지 갑자기 강한 신음이 출력되었고, 유소은은 민망한지 덜덜 떨리는 손을 더듬어빠르게 동영상을 껐다.

원작에서 주인공의 표현에 의하면, 각 학년에서 가장 미소녀인 여대생선배들만 골라 싸이코 교수가 섹스를 한 것이고 그 손아귀가 이제 우리 학년에까지 닿게 된것이라고 했었다.

그 말대로, 확실히 유소은이 보여준 동영상들의 여자들은 다 예뻤다.

유소은이 내게 동영상을 보여주자 선택지가 떴다.

[경찰에 신고하자고 한다]

[내가 해결방안을 생각해 보겠다고한다]

[외면한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세 번째 선택지인 외면한다 선택지가 가장 끌리긴 한다.

나 또한 유소은처럼 일개 학생의 입장이다.

이 사건을 내가 직접 처리할 이유는 없다.

이런 일들이 있으니까, 악당들을 잡기 위해 경찰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플레이어였을 때이곳의 선택지에서는[경찰에 신고하자고 한다] 선택지를 골랐었다.

근데 씨발 뭐 어차피스토리상 경찰에 신고하자고 해도 결국에는 내가 맡게 되거나 아니면 외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것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리고, 나는 내일 만나게 되는 김아영과 함께 이 일을 완벽하게 해결하게 된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번 선택지는 내가 원작에서 골랐던 때와 동일하게 가기로 했다.

"소은아, 당장 경찰에 신고하자. 이런 문제는 학생이 해결하기보단, 경찰에 도움을 청해야지?"

나의 말에 유소은이 고개를 저었다.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상훈아."

유소은은 대화창을 더 아래쪽으로 내려보았다.

그러자 싸이코 교수의 말이 더 있었다.

[아, 혹시나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만약에 유소은학생이 나를 신고하면]

[내가 가진 모든 영상들이 다 뿌려지게 돼 있어]

[이 몇 명은 일부에 불과하고, 훨씬 더 많은 콜렉션이 있다고]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합의된 관계이고 말이야..]

[신고자가 되면 그녀들에게 아주 깊은 원한을 사는 것도 너야]

[무사할 수 있을까?]

유소은은 싸이코 교수의 말을 보고 눈물을 지었다.

"흑흑……. 나 어떡해……."

유소은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나는 원작의 주인공이 했던 것처럼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나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탕 내리치며 소리쳤다.

"싸이코 교수 아니야! 이 나쁜 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유소은은 청초한 얼굴로 내옆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고, 내 눈앞에는 선택지가 떠올랐다.

[내가 해결방안을 생각해 보겠다고한다]

[외면한다]

방금 전의 선택지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빠진 선택지로, 내가 직접 해결하려고 하거나 외면하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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