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위험한 아침 (4)
* * *
오연주가 나를 따라와 죽이는 엔딩을 막기 위해, 나는 곧바로 자물쇠를 하숙집 식당에 채웠다.
찰칵!
자물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유난히 시원했다.
"됐다."
스윽
나는 웃으며 자물쇠의 열쇠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자물쇠를 채우고 나서 혹시나 해서직접문고리를 돌리고 강하게 흔들어보기도 했다.
덜컹, 덜컹
절대 열릴 것 같지는 않다.
문고리는 돌아가지만 자물쇠 고리가 상당히 튼튼하기때문에문 자체가 열릴 수는 없어 보인다.
나는 하숙집 식당의 출입문이 완전히 봉쇄된 것을 확인하고는, 오연주를 약올려 보기로 했다.
'시발년. 이전 회차에서 나를 죽였겠다? 너도 스트레스 좀 받아봐라.'
쿵쿵쿵!
나는 문을 두드리고는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그리고 나는목소리를 높였다.
"아, 오연주 씨! 이거 어떡하죠! 갇히신 것 같아요! 씨발년아!"
내가 소리치자, 오연주가 곧장 문 쪽으로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그녀가 문을 힘으로 열어보려는 듯했다.
덜컹, 덜컹!
나는 웃으며 문 뒤로 조금 물러났다.
오연주는 실 바이러스로 인해 섹스를 위해서라면 몸에 내재하고 있는잠재된 힘이 발현되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튼튼하게 걸려 있는 자물쇠를 부숴 버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녀는 하숙집 식당에 갖혀 버리게 된 것을 분해 하며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쾅쾅쾅!
"야이 씨발 새끼야! 아아아악! 김상훈!네가 가뒀지!"
철컥, 철컥!
오연주는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절규했다.
"야아아아아아아! 죽여버릴 거야! 김상훈! 이 존만한 새끼가아아아! 네가 내 섹스를 방해해!"
나는 문 너머에서차분하게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녜? 죽이신다고요? 이번에는 좀 어려우실 것 같은데요? 거기서 얌전히 갇혀 있다 보면, 곧 신고 받고 사람들 올 거에요. 그러면 누나는 실 바이러스 검사 받으시고, 격리소로 가시면 돼요! 섹스는 집단 격리소에서 실컷 하시고요!"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돌아서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안녕!"
학교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 내 뒤로는, 문이 두드려지며 오연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쾅쾅쾅! 쾅쾅쾅쾅쾅!
"야아아아아아아!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그리고 1층으로 내려와 하숙집 주변에서 골목 쪽으로 내가 나갈 때에도, 오연주가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2층의 하숙집 식당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오연주.
나는 조금 걸어가서는하숙집을 벗어나는 골목에 들어설 때 즈음,2층 하숙집 식당 문 쪽을 잠깐 한 번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기습의 위험은 완전 제거."
나는 다시 학교 쪽으로 걸어갔다.
저벅, 저벅…….
그 다음 나에게 예정된 일은 슈퍼에서의 사건이었다.
'곧 알몸의 여대생 하나가 슈퍼 할머니를 죽이려고 하겠지.'
이번에도 사건은 1회차 때와 동일하게 일어났다.
내가 슈퍼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알몸으로 칼을 들고 슈퍼 할머니에게 괴성을 지르며 뛰어든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콰르르!
소리지르며 칼을 들고 뛰어든 알몸의 여자는 슈퍼 앞쪽 진열장에 몸을 부딪쳐 잠시 쓰러진다.
진열되어 있던 것들이 무너지고, 할머니는 알몸의 학생 쪽으로 다가간다.
"학생! 학생! 왜 이래! 학생!"
나는 그 모습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보게 되었다.
알몸의 여자는 진열되어 있던 물건과 부딪쳐 넘어졌음에도 칼을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할머니를 보며 분노에 가득찬 눈빛을 한다.
"동성은 다 죽인다……! 죽어……. 죽어어어어어어어어!"
그렇게 다시금 소리치며, 알몸의 여자는 칼을 번쩍 들어 할머니를 찌르려 한다.
할머니는 필사적으로 알몸의 여자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지만, 곧 뒤로 넘어진다.
"학생! 아이고!"
그리고 할머니의 위에 올라탄 알몸의 여자, 그리고할며니의 힘싸움이 이어졌다.
"아이고! 살려! 사람 살려!"
이전 회차와 모든 상황이 같았다.
하나를 제외하면.
그것은, 이제는 할머니를 구하지 않아도 내가 죽지 않는다는 것.
지금은 나를 죽일 오연주는 하숙집 식당에 갇혀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시발……!'
선택지가 떴다.
[뛰어들어 할머니를 구한다]
[경찰에 신고한다]
[못본체 하고 등교한다]
나는 선택지를 보는 것과 동시에위기에 처한 할머니를 보고 있게 되었다.
"아이고오오오오오오! 학새애애애애애애애앵!"
할머니는 전력으로 여대생이 자신을 덮친 뒤에 찔러오는 칼을 막기 위해 그녀의 손목을 두 손으로 꽉 쥐고 있지만, 곧 밀릴 것이다.
실 바이러스로 인해 섹스를 하고 싶어맛이 가버린 알몸의여대생은 할머니에게 겨눈 칼날을 물릴 생각이 없다.
"그으으으으으으윽! 죽어어어어어어어! 동성은 다 죽어야 돼!"
나는이번에야말로 선택할 수 있었다.
2번, 경찰에 신고하는 선택지를.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면 나에게는 아무런 위험도 없다.
그리고 위험 상황을 보고 못본체 하지 않았다는 도덕적 우월감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경찰에 신고하게 되면 나 자신의 만족은 될 수 있겠지만 저 할머니는 죽을 거라는 걸.
아마도 경찰보다 더 빨리 나온 이 원룸촌의 사람들이 뒤늦게 우르르 나와 보기는 하겠지만, 지금 당장 저 칼날을 할머니가 막을 수는 없다.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전화하는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번호는 쉽다.
112.
1…….
그러나 1을 눌렀을 때, 나는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되뇌었다.
'어차피 나는 안 죽는다.'
중요한 건 나의 목숨이다.
나의 목숨을 위협할 만한 오연주도 사전에 차단해 뒀다.
'어차피 나는 안 죽는데……!'
그런데,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슈퍼 할머니가 죽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 그냥 신고하고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달리게 했다.
나는, 달렸다.
무너져 있는 슈퍼 앞 진열대와 그 앞에 널브러진 과자며 과일들.
그 옆에, 쓰려져서 간신히 감염자의 칼날을 막기 위해 온 힘으로 감염자의 손목을 움켜쥔, 할머니가 있는 쪽으로 나는 전력으로 내달렸다.
"이런 니미랄! 나 원래 이런 스타일 아닌데!"
나는 알몸의 여자가 할머니 위에 올라타 칼을 내리꽂으려 하는 바로 앞까지 달려와서는, 미끄러지듯 앉으며 가방을 풀었다.
그리고 바로 가방을 열어 책들을 다 땅바닥에 쏟았다.
타다다닥!
와르르 쏟아진 책들을 내버려두고, 나는 알몸녀가 아래로 겨누고 있는 칼을 가방에 휙 집어넣듯 가방으로 칼을 감쌌다.
"아이고!"
가방 아래쪽에 할머니가 얼굴을 살짝 맞았지만 빈 가방이라 그렇게는 아프지 않았을 거다.
나는 그렇게 가방으로 칼을 감싸고, 있는 힘껏 가방의 지퍼를 잠갔다.
"됐다, 씨발!"
지이익!
내가 가방으로 칼을 감싸고 지퍼를 닫자, 지퍼에는 칼을 쥐고 있던 알몸녀의 손이 끼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악!"
실 바이러스 감염자로 보이는 알몸녀는, 지퍼에서 손가락을 빼낼 때 칼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바로 내가 원했던 것이었다.
나는칼이 들어있는 가방을 멀리 확 던져 버리고는쓰러져 있는 할머니에게 외쳤다.
"할머니! 어서 피하세요!"
내가 할머니에게 소리치자마자, 난장판 속에서 알몸의 여대생이 체중을 실어나의 어깨를 잡고 밀어 넘어뜨렸다.
"크윽!"
이제는 할머니가 아닌 내가 알몸녀에 깔리게 되었고, 그녀는 나의 목을 조르기 위해 내 목 쪽으로 두 손을 가져왔다.
"이, 씨발 새끼가! 방해하는 거냐!"
나는 두 손으로 각각 그녀의 양손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저지했다.
하지만 힘에서 내가 밀리고 있었다.
"크윽……! 어떻게 이런 힘이!"
나는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런데 그 순간, 원룸촌의 다른 대학생들이 몰려드는 듯 주위가소란해졌다.
"무슨 일이에요!"
"아니! 이게 대체!"
사람들이 몰려오자 할머니가 그들에게 소리쳤다.
"아이고! 저 미친년이 사람을 죽이려고 해! 좀 도와 줘요! 아이고!"
그리고 곧 사람들은 내 위에 올라타 있는 알몸녀를 협동해서 제지했다.
"이야아아!"
"히야압!"
알몸녀는 저항했다.
그렇지만 실 바이러스로 인해 강해진 알몸 여대생도 다굴 앞에서는 역시 장사가 없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너희, 씨발 새끼들! 가만 안 둘 거야! 아아아아악! 섹스하고 싶다고!"
사람들은 힘을 써서 여자를 나에게서 떼어낸 뒤 다같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뭐야, 이거! 옷을 다 벗고……!"
"그거 아닌가요? 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런가 보네!"
나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헉……. 헉……. 하, 씨발……. 뒤질 뻔 했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할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알몸의 여대생은, 이제는 반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깔려 구경거리가 되었다.
곧 경찰이 출동하면 검사가 된 후에 격리소로 끌려갈 것이고 말이다.
나는 안정을 되찾은 슈퍼에서, 쏟아진 물건들을 사람들이 정리해 주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위험천만했던, 내 한 목숨을 앗아갔던 아침을 이것으로 해결하고, 나는 다시 가방을 챙겼다.
나는 칼을 버리고,땅바닥에 널브러진 내 책들을 가방에 다시 넣으면서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하하……."
위험했던 스토리를 넘겼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넘겼다.
이번에도 죽을 뻔한 위기는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좀 더 늦게 나왔더라면, 나는 아마 알몸녀에게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나는 완벽한 싸움을 했다.
할머니를 살렸다.
그리고, 원작의 주인공은 할머니를 살리는 과정에서 팔에 상처를 입었지만 나는 주인공과 다르게 싸우면서 팔에 상처를 입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 그래도, 내가 더 잘 싸웠다. 원작 주인공 새끼보다!"
큼직한 선택지나 흐름 자체를 통째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인 일들은 충분히 바꿀 수 있을 듯해 가방을 방어용 무기로써 본 것이었다.
오연주에게 당했던 때처럼 죽음의 길도 여러 개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경찰에 신고해도 살고, 직접 뛰어들어도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살 수 있는 길도 죽을 수 있는 길처럼 여러 개일 수 있다.
나는 가방을 싸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 때, 내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