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5화 (5/96)

〈 5화 〉 유혹 (1)

* * *

­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윽!'

자명종 소리가 울렸다.

잠을 단번에 깨워버리는 소리였다.

잠에서 깨어남과 거의 동시에 눈앞에 선택지가 나타났다.

[자명종을 끈다]

[자명종을 집어던진다]

이것도 선택지 자체는 그리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시간제한, 모래시계의 시간제한이 지나가면, 목숨 하나가 날아간다.

'시간제한!'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의 진원지로 갔다.

컴퓨터 책상 오른쪽 모서리, 거기에 있는 자명종의, 대가리 위의 종이 좌우로 쳐지고 있다.

­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나는 자명종을 거칠게 잡아서 행거 쪽으로 던져버렸다.

­퍼퍽!

자명종은 행거에 걸린 옷 속으로 쳐박혔고, 내가 자명종을 조금 세게 던져버린 탓에 건전지가 빠진 건지 맛이 간 건지 소리는 멈췄다.

나는 한 손으로 컴퓨터책상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머리를 쓸어넘기며 안도했다.

"와, 시발, 존나 어이없는 데에서 뒤질순 없지. 이 정도야 여유롭게……."

목숨을 위협하는 선택지의 시간제한은 사라졌다.

자명종을 끄거나 집어던지거나, 둘 중 하나를 내가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데에서 목숨을 날릴 수는 없었다.

진짜로 큰 위기는 잠시 뒤에 나를 찾아올 것이다.

바로 이 아침에, 나는 맞게 골라도 목숨이 위태로운 선택지를 골라야 된다.

"아침에 슈퍼 앞에서일어날선택지를 생각하면 벌써 쫄리긴 하네. 흠.설마, 그래도 그 때도맞는 선택지를 고르면……. 죽진 않겠지?"

긴장이 됐다.

그래도 일단 진행해야 한다.

­꼬르륵…….

배도 고프고.

나는 학교 갈 준비를 해서 시간표에 맞춰 가방을 메고는 문을 나섰다.

­철컥

바로 향하는 곳은 하숙집의 식당이다.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주인공은 식사가 모두 제공되는 하숙집에 산다.

하숙집의 식당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맞추어 하숙집 아줌마가 식사를 준비해 놓는다.

당연히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원작의 표현에 의하면 주인공이 대략적으로'하숙집의 식사는 생각보다 꽤 맛있는 편으로, 전에 살던 하숙집은 김치 6종 세트가 나왔지만 이곳은 메뉴가 좋아 충분히 하숙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라고 했었다.

나는 아침을 먹으러 하숙집의 식당으로 왔다.

식당에 오자 아무도 없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는시간은 꽤 길다.

그래서 시간대에 따라 아줌마 혹은 다른 대학생들을 만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일단 내가 왔을 때에는 아무도 없고, 하숙집 아줌마가 차려놓은 반찬들이 식탁에 차려져 있으니 밥은 내가 알아서 퍼먹으면 될 것 같다.

­턱

나는 가방을 잠시 내려놓고는 씽크대 쪽에서 그릇을 하나 집어들어 전기밥솥 쪽으로 왔다.

밥솥을 여니 확 하고 흰 쌀밥 위로 모락모락 김이 나온다.

나는 먹음직스러운 밥을 적당히 한 그릇 펐다.

그리고 그릇을 하나 더 가져다가커다란 냄비에 끓여져 있는 국도 뜨도록 한다.

국은 된장찌개다.

의자 하나에 자리를 잡은 나는 밥과 국을 올려놓고는, 반찬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후릅……. 우물우물……."

주인공의 정보대로, 국을 한 입 떠 먹자 꽤나 맛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된장찌개가 아니다.

우삼겹의 담백함과냉이나물의 향긋함이 감칠맛을 더해주는, 확실히 하숙집의 메뉴라고 하기에는 퀄리티가 있는 음식이었다.

나는 반찬들도 집어먹어 보았다.

계란말이도 있고, 먹기 좋은 사이즈로 알맞게 만들어진 작은 김치전들도 수북하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맛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메인 반찬이…….

뭐야, 이건. 오뎅?

나는 고추장 양념이 되어 있는 오뎅 같은 것을 젓가락으로 집어먹어 보았다.

"음! 오뎅 아니네!"

오뎅인 줄 알았던 것은 알고 보니 고추장양념닭구이였다.

닭구이를 잘게 잘라 해 놓았기 때문에 내가 오뎅으로 착각을 한 것이었다.

"우물우물……. 개꿀이네. 씨발……. 닭구이 존나 맛있잖아?"

현실에서보다 더 식사는 잘 하게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국과, 반찬과, 메인 요리가, 모두 맛있었다.

그렇게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식당으로 오고 있는 인기척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보았다.

한 미녀가 식사 준비를 위해 밥솥에서 밥을 뜬다.

나는 그녀 쪽으로 시선을 따라갔다.

'왔다. 오연주.밥하고 국을 떠서내 옆으로 오겠지?'

그녀의 이름은 오연주.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에서의 그녀는 딱 이날 아침에만 등장하는 단역이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오연주를 '여러 하숙집을 전전했지만, 하숙집에서 동거했던 사람들 중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미모'라고 했었다.

주인공은 '나는 보람이를 좋아하지만, 오연주 정도면 고백을 받아들일 의향도 있다' 라고 했을 정도까지다.

내가 봐도 단역치고 비주얼이 남달랐기에 그녀의이름도 기억하고 있었기도 하다.

'존나 예쁘긴 하네.'

과연 오연주는 히로인 중 하나인 이보람과 비교를 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흑발의 긴 생머리에, 대학생이면서도 커리어우먼의 섹시함이 풍기는 듯한 스타일이었다.

오연주는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만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가밥을 주걱으로 뜨고 있을 때에 나는그녀의 청바지를 입은 엉덩이와 골반 라인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저 청바지를 팬티하고 같이 내려버리고 뒤에서 존나 박고 싶다……. '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이런 미녀인 오연주는, 조금 뒤에 나와 섹스를 하자고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개이득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오연주가 나한테 박아달라고 한다고 내가 박아줄수는 없다.

오연주는…….

지금 그녀는, 실 바이러스의 감염자다.

오연주는 주인공에게 이전부터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실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해 마음 속에서섹스를 하고 싶어서 발정이 난 상태이다.

따라서 오연주는 나를 유혹해서내게 섹스를 하자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내가 지금 오연주와섹스를 하게 되면 그녀에게 실 바이러스에감염되어 나도 감염자가 될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주인공은 바로 알지는 못하고 조금 뒤에 한 사람이 더 등장하게 되면서 실랑이를 하다가 알게 된다.

­탈칵

오연주는 곧 내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 옆자리에 앉는군.'

주인공은 이 즈음에서 콜록거리며 헛기침을 했었다.

평소에 주인공은오연주와는 단 한 번도 옆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유별나게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시간대여서 오연주가 옆에 와 앉으니까 성적 흥분으로 긴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오연주는 경계해야 될감염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연주가 옆자리에 와서 앉으니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와, 시발……. 예쁘긴 존나 예쁘긴 하네. 꿀꺽……. '

일단 얼굴이 예쁘다.

그냥 무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음에도 섹시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게다가 하얀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어서그녀의 봉긋 솟은 가슴이 도드라진다.

그 아래로는 청바지를 입고 있는, 벗기고 싶은 그녀의 아랫도리……. 그것은 정말 유혹적이었다.

확실히 게임에서 봤을 때와, 내 옆에서 직접 봤을 때와는 그 격이 다르다. 이보람을 실제로 만났을 때처럼.

나는 오연주가 나를 유혹하기 전부터 그녀와 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니야, 정신차리자, 씨발, 감염자가 돼서 좆 되는엔딩은 사절이다.'

나는 애써 오연주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 때, 오연주의 유혹이 시작됐다.

"저기……. 뭘 그렇게 봐?"

"네? 아니……. "

내가 우물쭈물하며 오연주를 돌아보자, 그녀는 일부러 더 보란 듯이 의자의 등받이 쪽으로 몸을 더 기대며 가슴을 펴고 나에게 유방의 라인을 보여주려 했다.

"방금 봤잖아. 내 가슴."

오연주는 그 자세로, 살풋 웃으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름이, 김상훈이라고 했나? 나보다 한 살 아래였지?"

"네, 맞아요."

"내 이름은 기억하나?"

"오연주 누나. 맞죠?"

오연주는 웃음을 지었다.

"호호! 응. 기억하네? 저번에 하숙집 사람들 회식 하러 갔을 때 한 번 이야기해 본 것 같은데."

오연주의 말대로, 오연주와 주인공의 인연은 딱 거기까지였다.

하숙집에서는 정말 가끔씩 열리는 단체 회식이 있는데, 주인공은그 때 한 번 술자리를 같이한 이유로 단 한 번도 그녀와의 접점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적당히 대답했다.

"이름 정도야, 뭐. 단기 기억력은 좀 좋은 편이어서요."

내가 대답하자, 오연주는 의자에 기대고 있던 몸을 앞으로 당겨서는, 나에게 몸을 가까이 해 오며 나에게 살짝 팔짱을 껴 오는 듯 하면서 말했다.

"식사도 거의 다 한 것 같은데, 누나랑 같이 올라갈래?"

오연주가 바로 옆에서 느껴졌다.

다 큰 성인의 여자, 그것도 가장 아름다울 시절인 여대생의, 그것도 상당한 미소녀가 나에게 팔짱을 끼며 유혹을 해 오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이 상황에서 나는 당연한 판단을 했었다.

전날 이보람이 이 근처에도 실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서 단서를 줬었다.

그게 아니라도 여기에 주인공과 아무런 접점도 없는 미소녀가 다짜고짜 섹스를 하자고 들이대 오는데만약내가 수락을 한다면 그것은 무뇌 인증이고,두말할 나위 없이 사망 플래그 확정 사전예약 등록이다.

그렇지만 나는 오연주의 몸을 뿌리치는 게 어려웠다.

이렇게 직접 맞닿아 있으니, 그녀가 나의 팔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은밀한 곳에도 닿아 보고 싶고, 그녀의 그곳에 나의 육봉을 박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뿌리쳐야 했다.

그러나 뿌리칠 때 뿌리치더라도, 조금 더……. 조금만 더, 그녀의 이 달콤한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

아직 선택지가 뜨지 않았으니까.

그녀를 뿌리치는 건, 선택지가 떴을 때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잠깐 동안만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네?"

오연주는 나에게 밀착한 그대로 내게 가까이에서 말을 해 왔다.

"누나가……. 실은 요즘 좀 외로워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인상도 좋았고, 이야기 좀 해 보고 싶었어."

나는 오연주의 밥과 국을 보며 말했다.

"누나도 식사하셔야죠."

"난 오늘 좀 입맛이 없네?"

오연주는 수저를 다시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가자……!"

그리고 선택지가 발생했다.

[오연주를 따라 그녀의 방으로 간다]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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