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2화 (2/96)

〈 2화 〉 처녀 빗치 (1)

* * *

모래시계의시간제한이 끝나기 전에, 나는 빠르게 컴퓨터 책상 앞 의자로 와서 앉았다.

­우당탕!

'급하다, 급해! 씨발.'

나는 자리에 앉아 바로 키보드를 안쪽으로 당겨 꺼냈다.

그리고 나는 상체를 숙여본체 쪽으로 손을 뻗어 부팅 버튼을 누른다.

­찰칵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한 손을 키보드에, 한 손을 마우스에 올리고는 고개를 잠깐치켜올렸다가 다시 모니터를 보고는 부팅 시간을 기다렸다.

부팅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는 나는 책상 위에 있는 여러 물건들을 훑어보았다.

지갑, 테이프, 자명종, 비상약, 차 티백 상자 등등.

그 중에서 내 눈에 띄인 것은, 컴퓨터 책상의 우측에 놓인 네모난 탁상거울이었다.

탁상거울을 내 쪽으로 돌려 각도를 맞추어 보니 내가 비춰 보인다.

­꿀꺽

나는 거울 속에 보이는 내 얼굴을 보고는 다시금 현실감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부팅은 금방 됐고, 곧 윈도우 화면이 떴다.

"이제 선택지에서 골랐던 대로야동이 있는 폴더를 찾아서 정리를 해야겠지."

야동이 있는 폴더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거의 숙련된 조교급으로 야동 폴더를 찾아낸 다음 흐뭇해했다.

"역시 여기 있나. 바로 나오네. 직박구리 폴더."

­딸깍, 딸깍…….

나는 마우스를 클릭해서 폴더에 들어갔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서 이어폰을 꼈다.

그리고 야동들을 하나씩 눌러 보면서, 나는 그 야동들을 장르별로 분류해 나갔다.

­딸깍, 딸깍…….

내가 야동 정리를 하고 있자 모래시계가 흐르던 선택지가 사라졌다.

'휴우……. 일단 한 숨 돌린 건가. 시간제한으로 죽는 건 면했다.'

선택지에서는 야동 정리와 자위를 하는 내용이었지만 중간에 선택지가 지나간 건 다음 스토리 때문일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내가늦은 밤야동 정리를 하던 도중에, 이보람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모래시계의 시간제한은 꽤 긴 편에 속하는 것이었지만, 이후에 나올 수 있는 선택지는 몇 초 정도로 짧은 것도 있을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나는 이 세계의 게임 진행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쨌든 원코인으로 진엔딩을 봤으니까.

­드르륵!

"야! 김상훈!"

역시.

내가 야동을 정리하고 있을 때, 창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창문 너머에서 나를 부른다.

'이보람이 왔다.'

내가 기다렸던 선택지가 녹색 홀로그램의 글씨로 떴다.

이번에도 선택지의 우측 아래 모래시계에서는 모래가 부스스떨어져 내린다.

나는 선택지를 확인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보자고 한다]

[무슨 일이 있는 듯하니 일단 방으로 들인다]

그리고, 나는 선택지 우측 아래의 모래시계에서 모래시계가 떨어져내리는 스피드를보고는 깜짝 놀랐다.

'시발, 이번에는 시간이 엄청 짧은데? 몇 초야, 이거?'

역시나 빠른 판단이 필요한 일에는 시간이 짧다.

선택지 시간제한에 목숨을 날릴 수는 없기에, 나는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기로 했다.

나는 내 자취방 창문을 마음대로 열고는 실실 쪼개고 있는 이보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야, 이보람! 밖에서 뭐 해! 들어오는 게 어때?"

그녀에게 말하고 나서 나는 야동 화면을 띄워 놓았던 플레이어, 그리고 정리하던 폴더를 둘 다 끄고는 인터넷을 대강 띄웠다.

두 귀에 꽂았던 이어폰도 뺐다.

이것은 거의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 열어!"

"어! 알겠어."

이보람은 나를 채근했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선택지는 사라졌다.

이번에도 시간제한을 당하는 것은 잘 넘겼다.

'후우, 좋아. 할 만 해, 할 만 해.'

나는 선택지를 잘 넘긴 것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방문을 열기 위해 걸어갔다.

"빨리빨리!"

"오냐~."

이보람은 창문을 열어놓은 채로 창틀을 탁탁 치며 채근했고, 나는 그런 이보람을 등진 채로 우선 방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곧 하숙집의 방문을 열고 나가서 현관에서 슬리퍼를 끌고 나가서, 하숙집에 찾아온이보람을 마주하게 되었다.

시간은 늦은 밤.

멀찍한 곳에서 비추는 가로등 불빛에 비친 이보람의 모습은 그냥 서 있는 것도 아름다웠다.

나는 그녀를 보고는, 눈을 한 번 비비고 다시 그녀를 보았다.

'근데 얘가……. 이렇게 예뻤나?'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게임을 할 때에는 이보람은 그냥 히로인 중 한 명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그녀를 마주하다 보니, 나는 그녀가 상당한 미소녀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그……. 이 쪽으로 올래?"

"응."

나는 앞장서서 하숙집의 현관 쪽으로 걸었고 이보람이 내 뒤를 따랐다.

나는 살짝 돌아보며 이보람에게 말했다.

"이렇게 반가울 때가 없네."

"호호, 뭐야? 나 기다리기라도 했어?"

딱히 그렇게 기다렸다까지는 아닐 수도 있는데, 그녀를 보니 안도감이 드는 건 맞았다.

이 목숨을 건 게임에서 뭔가 아는 사람을 만나 마음에 약간 안정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할까?

현관문을 여는 내 옆으로 다가오는 이보람의 모습이 예뻤다.

이보람은 전반적으로는 귀여운 타입의 미인형이다.

귀여운데 예쁜 스타일.

거기에 유방과 키도 크다.

그녀와 이렇게 둘이서 함께 가까이에 있는것만으로 성적 흥분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보람은 짙은블랙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쇄골 위쪽과 팔 쪽은 시스루도 섞여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귀여운데 화장도 하고 잔뜩 꾸미고 있었고, 적당한 굽의 구두를 신고 있기도 했다.

게임으로 볼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현실로 만나니까 주변에서는 마주치기 꽤 어려운 미소녀다 싶었다.

"이쪽으로 와."

"응."

­또각, 또각…….

이보람은현관에 들어서서는현관에 구두를 벗어 신발장의 조금 높은 층에 넣어놓고는 나를 따라서 내 방으로 따라오게 되었다.

그녀는 현관에서 내 방까지 오는 동안은 늦은 시간이고 하니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내 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고나와그녀의 둘만의 시간이 되자마자, 그녀는 곧바로방바닥에 앉아서는 스스럼없는 투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야. 김상훈. 뭐 해?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나는 방금까지 펼쳐져 있던 이불을 들어 옆으로 치워서 방바닥의 공간을 더 확보하면서 그녀에게 답했다.

"어? 아니, 그냥, 뭐. 컴퓨터 좀 하고 있었지."

나는 이불을 치우고는 이보람의 앞으로 와서 앉았다.

그러자 이보람이 나에게 나를 관찰하듯 보면서 말했다.

"흥. 컴퓨터 좀 하고 있기는. 너, 야동 봤지? 눈이, 방금 전까지 야동 본 눈이야."

"하하, 아, 아냐! 야동은 무슨."

나는 한 손을 방바닥에 짚고 다른 한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그래. 이보람, 이런 성격이었지.'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에서, 이보람은 상당히 쾌활한 성격으로 등장한다.

좋게 말하면 쾌활하고, 다르게 말하면 좀 막나가는 타입이다.

이보람은 블랙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한 손으로 슥 누르면서한 쪽으로 모아 꿇은 다리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나를 보고 말했다.

"풋, 야.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컴퓨터 하고 있는데 야동 본 게 아니라고? 웃기시네, 적당히 봐, 미친놈아! 뼈 삭아!"

이보람은 이렇게 보통의 여자와는 좀 다른 막나가는 유형이고, 원작에서의 주인공은 이보람에게 우물쭈물하며 수많은 언어 공격을 당하고는 한다.

나는주인공과는 달리야동을 작작 보라는 이보람의 말을 웃으며 받아쳤다.

"야, 씨발, 내가 아무리 야동을 존나게 봐도, 맨날 남친이랑 실전 야동 뛰는 너만큼 뼈가 삭겠냐?"

이보람은 어차피 섹드립을 밥 먹듯이 치기 때문에 나도 그녀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딱히 문제없을 말을 한 거였다.

역시나 이보람은 웃으며 아랫입술을 살짝 한 번 깨물었다가 떼며 나에게 말했다.

"지랄. 너야말로이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있는 거 보면, 최소 네 좆대가리, 한……. 세 번은 흔들었냐? 아니, 네 번? 네 꼬추가 너무 불쌍하다. 네 꼬추는 주인 손에서 다 쓴 치약처럼 짜지고 있을 때, 다른 꼬추들은 훨씬 더 좋은 곳에서 미끄럼 타고 놀겠지."

이보람은 그 말과 함께, 자신의 한 손을 가볍게 말아 위아래로 왔다갔다하며 육봉을 잡고 자위하는 모습을 나에게 연상케 하며 나를 약올렸다.

"이렇게~."

나는 마음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와 시발. 이보람, 이 정도까지였나.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맨날 수그리니까 이보람도 봐줬던 거로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붙어 보기 전에는 몰랐지만 나도 아무래도 이 년하고 섹드립을 붙어서 이길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뭐, 목숨을 걸어 놓고 하는 게임이라 긴장이 되는데 이렇게 이보람과 친근하게 이야기를하면서 긴장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게 심리적으로는 도움은 될 듯했다.

그리고 이보람은 나를 또 타격해 왔다.

"야. 그리고 나, 남친이랑 아직 한 번도 해 본적 없거든? 내가 말은 이렇게 해도, 응큼한 생각으로 뇌가 가득차 있는 너 따위하고 같은 취급은 하지 말아 줄래?"

이보람이 말을 하기 전부터 그녀가 남친과 섹스를 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히로인은모두 처녀다.

아까 내가 이보람에게 한 말은 그냥매번 주인공을 섹드립으로 괴롭히는 이보람을 내가 한 번 골려줘 볼까 하고 해 본 말이었다.

"알아, 알아. 너 의외로 처녀잖아. 야. 그건 그렇고, 술이나 한 잔 할래? 마침 캔맥주 있는데."

내가 자취방 안에 있는 미니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보람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보람은 나를 올려보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아. 맥주 먹고 싶은 건 어떻게 알았냐고?

그야, 한 번 깼으니까.

내가 지금 미니냉장고를 열면, 휑한 냉장고 속에맥주 두 캔와 그리고 육포 하나가 들어 있을 것이다.

원작 게임에서 이보람은 들어온 뒤에 잠시 앉아 있다가 목이 마르다고 하면서 냉장고에 뭐 없냐고 말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냉장고를 열고 나서야 맥주가 두 개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보람에게 맥주도 괜찮냐고 허락을 구한 뒤 그녀와 맥주를 마시게 된다.

나는 미니냉장고 쪽으로 가면서 이보람에게 적당히 둘러댔다.

"아니 뭐……. 그냥 너 술쟁이니까 한 캔 하는 건 어떻냐는 거지, 딱히 내가 뭐, 네가 지금 맥주를 먹고 싶었을 것이다라고 마음을 읽었거나 그런 건 아냐."

그렇게 말하며 내가 쪼그리고 앉아 미니냉장고의 문을 열자, 이보람이 내게 말했다.

"그거 말고! 나 안해본 거 어떻게 알았냐고! 유소은이 말했어?"

나는 캔맥주 두 개와 육포를 들고 와서는 그녀의 옆으로 와서 앉았고, 그녀의 앞에 차가운 맥주캔 하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아. 맥주 이야기가 아니라 처녀 이야기였냐. 너는 입으로 성욕을 다 싸는 것 같아서, 특별히 네 남친하고 하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

이번에는 내가 한 방 먹였을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캔맥주를 주러 오자 이보람이 몸을 내 쪽에서 피하듯 반대쪽 대각 아래로 숙이며 자신의 코를 잡았다.

"어우, 냄새! 가까이 오지 마! 너. 몸에 정액 냄새 약간 밴 것 같아!"

"큭……!"

그 틈에 이보람은 또 나를 타격해 왔다.

나는 재차 들어온 이보람의 공격을 이번에도 일단은 한 번 받아쳐 보기 위해, 일부러 조금 오버하며 내 옷을 잡고 흔들어대면서 그녀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크큭……! 그래, 이 향기를 너한테도 실컷 묻혀 주지!"

나는 그렇게 몸을 옆쪽 아래로 숙이는 이보람에게 들이댔다.

그 때 나는 쪼그리고 앉은 자세가 무너지며 그녀 쪽으로 쓰러졌고, 곧 이보람의 몸 위를 덮듯 내 몸을 밀착하며 넘어지게 되었다.

"앗!"

"꺅!"

넘어지고 난 뒤에는 나는 한 손은 바닥을 짚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이보람의 유방을 짚고 있었다.

그리고 선택지가 떠올랐다.

[이보람을 덮친다]

[몸을 일으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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