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1화 (1/96)

* * *

〈 1화 〉 프롤로그 : 존나 쉽던데요?

* * *

"다 됐다."

­탁

엔터를 치니, 내가 적은 리뷰가 올라갔다.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19)]

[리뷰 작성자 김상훈]

[개인적으로 플레이 자체는 재밌게 했습니다. 역시 야겜은 그냥 떡만 치는 것보다 스토리 속에서 떡을 치는게 좋네요. 설정도 나름 특이하고, 또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스릴러하고 좀 결합된 형태여서 좋았습니다. 음.. 다만 난이도가 존나 쉽네요. 공략은 안봤고요, 아니, 볼 필요가 없었네요.사람들이 그냥김아영 루트가 진엔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김아영하고 만난 다음에, 선택지 고를때 조금 머리써서 하니까 그냥 다 성공하고 엔딩 ㅋㅋㅋ 그래도 뭐 나름 추천은 합니다. 게임 내용은 괜찮으니, 존나 허섭스레기같이 쉬운 난이도로 만든 게임이라도 상관없으시면 한번 해보세요]

내가 리뷰를 적은 그대로였다.

게임은 재밌는 편이었다.

근데 난이도가 존나 쉬워서, 운영자가 난이도 조절에 좆망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씨발, 안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게임에 미쳐 있는데 고작 이정도 난이도로 될 것 같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적어놓은 리뷰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리뷰를 적고 나서 이마를 긁다 보니 컴퓨터 책상에 올려놓은 로또 용지가 눈에 띄었다.

나는 로또 용지를 집어들었다.

"이번 주에는 당첨 되자, 친구야."

5,000원어치를 사서 다섯 줄의 숫자가 적혀 있다.

지금까지 최고 당첨액은 가장 좆밥 당첨금인 오천원이 최고였지만, 언젠간 1등이 될 거라는 희망, 그게 유일한 삶의 낙이다.

"어?"

그런데 내가 잠깐 로또 용지에 한눈을 팔자마자,컴퓨터 화면에는 마치 실시간 채팅처럼 순식간에 답글이 달렸다.

"뭐야? 이렇게 빨리?"

나는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바로 그 답글을 확인했다.

[absolute892]

[그래요?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이 그렇게 쉽진 않을 텐데.. 뭐 평을 전체적으로 좋게 해주셔서 저도 웬만큼 호의적인 생각은 있어요. 그래도 난이도가 허섭스레기같이 쉬운 난이도라는 건, 글쎄요.]

상당히 빨리 답글이 달리는 걸로 봐서 GM이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는 것 같았다.

그가 댓글을 상당히 빨리 달아서, 나도 바로 대댓글로 응수했다.

[진엔딩히로인 김아영 떡씬이 공략집없이 원코인으로 끝나는데 뭔소리임? ㅋㅋㅋ 보아하니 개발자님 같은데 이럴시간에 난이도 밸런스 조정이나 하시죠?? 사람들 이게임모든케릭 공략없이 원코로 다끝내고 바로 다른게임 하러갈듯 ㅋㅋㅋ]

이번에도 바로 대댓글이 달린다.

[음.. 다른 캐릭터 공략하는 건 조금은 난이도가 있을 수도 있는데. 너무 하나만 보고 판단하시는 건 아닐까요.]

GM 앱솔루트 빠구리는내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말을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이기기 위해댓글을 또 달았다.

[ㄴㄴ 하나해보면 감이옴 나머지케릭도 그냥 원코임 ㅋ]

[자신만만하시네요.]

[ㅋㅋ 그럼 처음부터 어렵게 만드시던가요]

[그럼 다른 캐릭도 그렇게 쉬운지 진짜 한번 해보실래요?]

원래 하려고 하긴 했다.

나는 그래서 즉답했다.

[ㅇㅋ요]

그러자 앱솔루트 빠구리라는 이름의 GM도 나의 대답에 곧바로 또 대댓글을 달았다.

[그럼 건투를 빌게요. 아, 다른 캐릭터는 원코인으로 못 깨실 것 같아서, 특별히 라이프는 5개로 준비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1개면 된다니까요]

내가 자신있어하자 absolute892이 대댓글로다시 답했했다.

[음.. 그래도 재미있다고 좋은 말씀도 해 주신 김상훈 님에 대한 제 작은 호의로 라이프는 넉넉하게 드리겠습니다. 만약 나쁜 평만 해 주셨다면.. 저도 홧김에 라이프를 1개로 해드렸을 지도 모르지만요.]

나는 그와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GM 앱솔루트 빠구리의 말을 듣다 보니 조금 이상한 감도 있었다.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에 라이프 제한이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그냥 세이브 로드로 했던 것 같은데?

[이거 근데 라이프 제한 있는 게임인가요? 세이브 로드로 되는거 아닌가?]

[PC판은 그렇고요, 현실판은 세이브 로드 기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목숨을 잃었을 때 이전의 중요 구간에서 게임이 재개됩니다.]

현실판?

그건 뭐야.

진엔딩 클리어하면 나오는 특전 모드 그런 건가?

나는 그런 모드는 못 봤는데.

나는 어쨌든 다시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다른 히로인을 깨러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에게 리뷰의 대댓글을 또 남겼다.

[세이브 안된다고요?? 처음 알았네 너무 좆밥같이 쉬워서 그냥 한큐에 다깨지길래 세이브 기능 있는줄도 몰랐습니다 ㅋㅋㅋ 그럼전이만]

나의 마지막 말에도, GM 앱솔루트 빠구리는 곧바로 답을 했다.

[예. 말씀드렸다시피 목숨은 총 5개입니다. 그리고 현실판에서는목숨을 모두 소모하시면 지금 김상훈님도 죽게 됩니다. 다만,남은 목숨당 꽤 큰 보상이 있으니, 자신만만하신 만큼목숨을 최대한 많이 남겨서 클리어해 주시면 되겠니다. 아, 물론 좆밥같이 쉬운 게임이니 5목숨 모두 남기시겠죠?]

게임 라이프를 모두 소모하면 지금 내 목숨이 죽는 건 무슨 소리야?

5목숨은……. 지금 잠수함 패치라도 해서 세이브 로드 기능을 없애고 라이프 제한을 하겠다는 건가?

그리고, 남은 목숨당 꽤 큰 보상? 구매자 한정 치킨 이벤트라도 하는 건가?

뭔가 중간중간에 조금씩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았다.

­스으으으…….

"뭐야?"

그런데 그 때갑자기 방 안에 보랏빛 연기가 전체적으로 퍼져 나왔다.

그 짙은 보라색의 연기는, 마치 나를 감싸쥐는 듯 나의 몸을 휘감았다.

"어……?"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나는 눈을 꿈뻑꿈뻑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일어나 보니 이불 속이었다.

불은 켜져 있었다.

부드러운 극세사 질감의 연보라색 이불을 손으로 잡아서 조금 옆으로 걷어놓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야 이거……."

방은 지극히 평범한 자취방이었다.

컴퓨터 책상이 있고, 그 옆으로 창문이 있고, 그리고 모서리에는 옷들을 걸어놓을 만한 행거가 있다.

미니냉장고, 그리고 작은 욕실도 딸려 있는 듯한 문도 있다.

나는 잠시 멍하게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아! 이거 꿈이구나? 난 또 뭐라고."

자각몽인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이불을 걷어낸 뒤라 잘 때 입었던 듯한 편한 바지를 입고 있는 나의 다리를 후려쳤다.

­퍽!

"끄악!"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이 때린 다리를 문질렀다.

"윽! 씨발……! 아픈데? 뭐야, 이거."

꿈이 아니었다.

나는 이게 현실임을 깨닫고 깨어나기 전을 떠올렸다.

분명 나는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GM과 이야기를…….

"그, 그래! 여기는 바로!"

나는 다리를 문지르며 주위를 좀 더 둘러보았다.

어쩐지 낮이 익은 자취방이었다.

이곳은 바로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의 주인공이 사는 자취방으로 나오는 곳이었다.

맨 처음 설정에 의하면, 주인공은 야동을 정리하려고 하다가 잠깐 피곤해서 이불 속에 들어가 쪽잠을 청하는데……. 생각보다는 조금 더 잠들게 돼서이른 새벽 시간 정도에 일어나게 된다.

불이 켜져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나는 이곳으로 내가 빙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오싹해졌다.

"시, 시발, 뭐야. 그럼 그게 진짜라고? GM 앱솔루트 892가 말했던 것처럼, 여기서 5목숨을 잃으면 난 여기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고 싸늘한 시체가 되는 거야?"

나는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서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잡은 손을 풀어주먹을 쥐고는 두 손으로벽을 두드렸다.

"씨발! 꺼내줘! 으아아악!"

손도 아팠다.

이것은 현실임에 틀림없었다.

­털썩…….

나는 이부자리 위로 다시 주저앉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나는 갑자기 일어난 이 당혹스러운 일에 정신이 반쯤 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 앉아서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이내 GM 앱솔루트 빠구리가 말했던 사실 하나를 또 떠올릴 수가 있었다.

"그래. 내가 여기서 꼭 죽는 것만은 아니야. 오히려 내가 5목숨 중에 1목숨 이상으로 살아남기만 하면, 큰 보상을 준다고 했지……."

나는 자리에 앉아 손톱을 깨물며 생각했다.

이건 오히려 어떤 기회가 아닐까?

어차피 씨발, 존나 살기 팍팍하고 좆 같았다.

어렸을 때 생각했던 평범한 회사에 다니며 평범한 아버지가 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체감하기에는 너무나 머나먼 꿈에 불과하다.

알바. 자소서 쓰기. 이것들이 아주 쥐 앞의 고양이처럼 매일 나를 후려친다.

이게 인생이라면, 어차피 이렇게 살아야 될 거라면, 그래.오히려 좋다.

그 뭔지 모를 보상이라는 것에 한 번 걸어보는 것도.

게다가 이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은, 내가 1회차 플레이로 김아영의 진엔딩을 바로 봤을 만큼 난이도가 존나 쉽다.

GM 앱솔루트 빠구리와의 승부, 받아들인다.

"그래……! 오히려 좋다!"

가슴이 뛰었다.

오랜만이었다.

개 같은 세상에서365일 을로 달리면서 여기저기 존나 털리는 삶만 살아오는 동안나는 가슴 뛰는 일이라는 게 잊혀져 있었다.

이건 그런 나의인생을 송두리째바꿀 수 있는 기회다.

그런 생각이 들자 심장 박동이 거세지는 것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조금 뒤에야 냉정을 되찾은 나는 곧바로게임에 관해 생각했다.

"게임은 시작됐고. 음……. 처음 이 게임이 시작되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났더라?"

내가 그렇게 잠시 「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을 플레이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였다.

­슈슉­!

주저앉아 있는 나의 눈앞에, 녹색의 홀로그램으로 선택지 글씨가 떠올랐다.

[그냥 다시 잔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잔다.]

[컴퓨터를 켜서 야동 정리를 하고 정리가 어느 정도 되면 자위한다.]

'선택지?'

분명 앉아 있는 이부자리에서 맞은편으로 보이는 것은 하얀 벽밖에 없는데도, 내 눈앞에는 선명한 녹색의 글자가 분명하게 떠 있었다.

그리고 이 선택지를 보니 떠올랐다.

이 선택지는, 내가「싸이코 교수와 여대생들」을 플레이하며 가장 처음 만났던 선택지였다.

나는 눈앞에 떠 있는 선택지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선택지들의 우측 아래로는 모래시계의 모래가 흘러내려간다.

그리고 맨 처음 선택지를 고르기 이전에 처음 한 번만 나오는 안내 메시지가 출력된다.

[각 선택지마다 모래시계의 속도는 다릅니다.]

[모래시계가 다 흘러내리기 전에 선택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

"뭐야, 이거. 안내 메시지는좀 다르잖아? 시간초과되면 랜덤선택이 되는 게 아니라 죽는다고?"

원작에서는 모래시계가 다 흘러내리기 전에 선택하지 않으면 랜덤 선택지로 픽이 된.

그런데 여기서는 시간 내에 선택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한다.

원래 나는 게임을 존나쉽게 클리어했었고, 나는 게임 도중에모래가 전부 흘러내리게 둔 적이 한 번도 없기는 하다.

그래서원래라면 이러한 것도 전혀 문제는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된 지금은, 시간이 왠지 엄청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그래서최대한 즉각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나는 그 때…….'

나는 그 때, 세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컴퓨터를 켜서 야동 정리를 하고 정리가 어느 정도 되면 자위한다.] 는 선택지.

사실 별 생각은 없었다.

1번과 2번 선택지는 어쨌든 그냥 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3번 선택지의 경우에는 자지 않고 뭔가 활동을 하는 선택지여서 골랐다.

'시발……!'

이렇게 쫄리는 게임이었나?

게임으로 할 때에는 분명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고를 수 있는 선택지였다.

그 선택지를 고른 이후에도 전개가 잘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목숨이 걸리자 이 맨 처음에 나오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에서도 나는 그 때처럼 바로바로 선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 시발!고르자!'

나는 다시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났다.

일단, 컴퓨터를 켜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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