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 천재가 가면-81화 (81/93)

〈 81화 〉 81화 귀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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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용사가 아닌 것을 밝힌 건 에밀리아 때문이었다.

다른 사제들과 성기사는 대놓고 나를 용사라고 부르지 않았으나, 그럴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나도 내가 용사라고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오해할 수 있을 만한 언행을 했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만든 착각에 의한 애매한 상황이 내게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그들과 달리 대놓고 나를 용사라 부르며 찬양했기에 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놔두면 나중에 거짓말이었다는 게 들통나거나 진짜 용사가 되거나, 선택지가 둘 중 하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약간의 이득을 위해 신뢰를 잃거나 명성에 묶이는 바보 같은 짓은 할 수 없지. 그래서 에밀리아의 기세에 올라타서 나는 용사가 아니고 너희들이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다. 라고 대놓고 밝힌 것이다.

그 얘기는 식사가 끝나고 각 교단으로 퍼져나갈 거고, 이제 교단 사람들은 내가 용사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인연으로 아이르세르를 만나고 칼에 축복을 받고 악신의 추종자들과 싸우게 된 건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전처럼 용사로서 받는 호감도 사라지겠지만… 뭐, 그래도 괜찮다. 애초에 교단의 호감은 부수적인 이익에 불과했으니까.

내가 그들에게 호감을 갈구할 필요는 없다. 교단들에게 호감을 받으면 앞으로 편해지겠지만 절실한 건 아니다. 거대 세력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어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못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았을 때보다는 당연히 힘들지만. 뭐, 어때. 삶에 그 정도 어려움은 있어야지. 나는 고난을 즐기지는 않지만,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예상이 틀린 게 있다면, 용사가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에밀리아와 각 교단의 호감도가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나를 견제하는 태도를 보였던 사제 중 상당수가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용사 에밀리아의 호감도가 천원돌파 해버렸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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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조용했지만 속은 시끄러웠을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천신교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에밀리아는 특유의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보면서 난리를 피웠다.

“시그 님! 이 도시의 명소들을 제가 소개해도 되겠습니까! 저, 여기에 자주 와봐서 볼만한 곳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네.”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하지만 시그 님은 바쁘신 몸! 이런 일로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럼 제가 숙소까지 모시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지금 당장 숙소로 돌아갈 것도 아니고. 밥도 먹었겠다, 남은 일을 처리해야지.”

“어앗! 그랬지요! 맞습니다! 악신의 추종자들! 그 썩어빠진 놈들을 처단해야죠!”

자기는 나름대로 진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귀여운 표정을 짓고 허공에 쉭쉭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보니 얘가 정말 용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악신의 칼날을 잡은 거 맞아? 부활하는 놈을 몇 번이나 죽여서 고기 조각으로 만들었다며?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그런 거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너무 천진난만하고 순수해. 이 세계의 20대 초반 맞냐고.

눈과 표정으로 상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내가 상세히 살펴보아도 에밀리아에게선 어두운 기색을 조금도 읽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해맑은 성격에 나까지 정화될 것 같았다. 아니, 이러면 내가 오염된 것 같잖아?

어쨌든 에밀리아는 귀여운 아이였다. 그런데 23살로 내 설정상… 아니, 마음의 나이보다 고작 2살 어렸다. 이 나라가 16살부터 성인인 걸 생각하면, 막 성인이 된 해에 악신의 칼날을 잡은, 꽤 화려한 성인식을 치른 젊은이였다. 아니, 이러면 내가 늙은이 같잖아?

“자아. 그럼… 사제 님?”

“피리우레스라고 불러주시지요.”

쉐복질을 하는 에밀리아를 무시하고 계속 얼굴을 맞댔던 고위 사자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는 물어보지도 않은 이름을 밝혔다. 아니, 필요 없어. 애초에 알고 있었고. 나는 친한 사람이 아니면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주의야.

하지만 고위 사제, 피리우레스의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을 보니 이제는 이름으로 불러줘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용사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에밀리아와 친근하게 지내주니 그의 태도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견제하는 느낌이 완전히 사라지고 오히려 나를 굉장히 배려해주려는 티가 낫다.

그렇게 태도가 변한 건 피리우레스만이 아니었다. 다른 고위 사제들도 호감도가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견제하던 사제들도 내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지경이었다. 그들은 내가 용사가 아닌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흐음. 다른 종교의 용사보다는 아닌 쪽이 더 낫다는 걸까? 그야, 종교끼리 사이가 좋을 리는 없지만. 용사를 견제하는 건 좀 더 노골적인가 봐? 하지만 대다수 사제와 성기사는 용사에게 큰 호감을 보이니 정치도 해야 하는 고위 사제들에 한정된 반응일 거다. 놀라운 건 내가 용사가 아니라는 말이 전해졌음에도 일반 사제와 성기사들의 호감도도 떨어지지 않은 점이지.

…왜 그런지 짐작하는 게 몇 가지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내게 불이익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호감이 독이 되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피리우레스가 원하는 대로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네. 피리우레스 사제 님.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이 만남을 주선하기 위함만은 아니시겠죠.”

“허허허. 그렇습니다. 주목적은 그렇지만… 그 부분은 이루어졌으니, 다른 문제도 해결을 해야지요.”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가 예상하던 얘기를 꺼냈다.

“악신의 추종자들을 돕던 악적들의 심문이 끝났습니다. 다들 의지가 약해서인지 아주 입이 가볍더군요.”

“애초에 악신 같은 걸 믿는 것들이니까요. 그런 쓰레기들에게 강한 의지가 있을 리가 없죠.”

“허허허. 그렇습니다. 역시 잘 알고 계시는군요. 아. 그리고 혐의가 애매한 상단 직원들이 굉장히 협조적이었는데, 시그 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다더군요.”

피리우레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나는 그 안에 숨겨진 비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헤에. 그래도 아예 견제를 포기한 건 아니라는 거지? 뭐, 용사가 아닐 뿐이지 내가 악신의 칼날들을 조질 수 있는 강한 무력과 명성을 가지고 있는 건 변함 없으니까. 이래서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피고하면서도 재미있다니까.

나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본인은 관여하지도 않았는데, 태도 문제로 괜한 협의를 받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니까요. 겁에 질린 태도보다 각오를 다지고 솔직하게 말하는 태도가 의심과 오해를 덜 받지 않겠습니까? 교단이 억울한 사람들을 함부로 벌주는 곳도 아니지 않습니까?”

“허허허. 그렇습니다. 시그 님께선 굉장히 사려 깊고 자비로운 분이시군요.”

반박이 나올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말을 마치자 피리우레스는 자신은 그럴 의도가 눈곱만큼도 없었다는 태도로 말했다. 뻔뻔하기는. 물을 부분이 있었으면 깨물었을 거면서.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그 직원분들의 처분은 어떻게 결정되었습니까? 그들에겐 죄가 없습니다.”

“시그 님 말씀처럼 저희는 억울한 사람들에게도 벌을 주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적극적인 협조도 있어서 대부분은 혐의를 벗었습니다. 다만, 아직 확인할 것들이 있어서 당분간은 구류하고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만….”

“그건 어쩔 수 없죠. 그 기간이 길지만 않다면 다들 이해할 겁니다. 악신의 추종자와 엮인 이상 혐의를 피하기는 힘드니, 그런 식으로라도 무죄를 증명할 수 있다면 따를 수밖에 없죠. 정당한 행동에는 정당한 행동으로 보답받는 법. 그들에게 잘못이 없다면 누가 그들을 핍박하겠습니까? 그런 건 악신을 믿는 자들이나 하는 짓이죠.”

“…허허허. 그렇지요. 시그 님은 실로 옳은 말씀만 하시는군요. 그 정의롭고 강인한 마음이야말로 시그 님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시겠지요.”

“큰 자산인 건 맞지만, 가장 크지는 않죠. 저를 높게 봐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저는 매우 개인적인 이유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숭고한 사명감이나 정의감과는 거리가 멀어요.”

“하지만 악신의 칼날 같은 거악과 싸우시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죠.”

이런저런 가벼운 견제 끝에 나온 본심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놈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뿐입니다.”

“…………허.”

잠시 멍하니 있던 피리우레스는 이내 황당 반 경탄 반의 헛웃음을 흘렸다. 눈에 약간이지만 광인을 바라보는 빛이 보이는 것이, 마냥 감탄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리 멋진 말은 아니야. 오히려 아주아주 오만하고 제멋대로다. 저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내 마음에 안 든다면 그 누구라도 박살 내겠다는 소리나 다를 바 없으니까.

뭐, 본질적으로 다른 말은 아니지. 다만, 내가 세워 놓은 기준은 일반적인 선악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들은 힘이 부족하거나 용기가 부족해서 하지 못하는 일을 나는 마음껏 저지를 수 있을 뿐이다.

그건 지구나 이세계나 마찬가지다.

잠시 말을 고르던 피리우레스는 이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시그 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자들이 아닌 한, 저희는 최선을 다해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고마운 말씀이네요. 잘 부탁드리죠.”

거기서 대화가 잠시 끊겼다. 그때 즈음에는 쉐복을 하던 에밀리아도 진지한 눈으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시르가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역시 시그 님! 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잠깐 끊어진 대화를 이어간 것은 나였다.

“그런데 말씀하실 건 그것뿐인가요? 그렇다면 굳이 신전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하하. 당연히 아닙니다.”

피리우레스는 너스레를 떨더니 돌연 표정을 바꾸고 진지하게 말했다.

“시그 님이 생포한 악신의 칼날이 조금 전에 깨어났습니다.”

“그래요? 자살 같은 건 하지 않았나 보군요.”

그 말에 내가 별 관심 없다는 투로 대답하자 피리우레스는 물론이고 용사 일행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의외인 대답이야? 조금 전에 내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얘기했잖아. 봐봐. 시르는 이해하고 있잖아? 라냐야 아직 나와 함께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깜짝 놀라고 있지만 말이지.

“그거라면 굳이 제가 볼 필요는 없군요. 각 교단에서 알아서 처분해 주세요. 정보를 얻든, 뭘 하든. 저는 놈의 신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을 겁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피리우레스에게 나는 생긋 웃어주었다.

“악신의 칼날이나 추종자들에 대한 처우는 전적으로 각 교단의 판단에 맡긴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만 나오지 않으면, 그 외의 부분은 아무래도 좋아요. 아까 말한 것처럼, 해야 할 일은 다 했고, 남은 일들은 이곳 사람들이 해결할 문제들뿐이죠. 그러니 일의 경과나 놈들의 정보 등을 굳이 알려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허, 허허허. …정말 자유로우시군요.”

잠시 말을 잃었던 피리우레스는 조금 전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니까, 미친놈을 보는 시선을 보냈다는 거다. 하지만 내 말에는 그 어떤 허점도 없기 때문에 논리적인 반박은 해오지 않았다.

당연하지. 악신의 칼날을 잡은 거? 나다. 악신의 추종자들을 잡은 거? 나다. 놈들이 꾸미던 일을 막은 거? 나다.

그 모든 일을 한 내가 이제 이 뒤는 댁들이 알아서 하세요. 라고 하는데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용사였다면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없겠지만, 일개 모험가에 불과하니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다. 책임질 위치가 아니면 본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

진인사대천명?人????!

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 했으니, 단 한 점의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내 당당한 태도에 피리우레스는 이 이상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쓴웃음을 지었지만, 납득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 에밀리아 말이다.

“자, 잠깐만요! 시그 님!”

“왜?”

“그 말씀은 앞으로 이 일엔 관여하지 않으시겠다는 건가요?”

“응.”

“왜요?!”

“관심없으니까.”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에밀리아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표정이 되었다. 이대로 두면 이상한 오해를 할 것 같아서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보충 설명을 했다.

“뭐, 그렇다고 악신의 추종자 놈들을 무시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야. 그저 이 도시에서 내가 할 일이 끝났을 뿐이지. 거듭 말하지만 나는 일개 모험가이고, 주로 활동하는 곳은 타라스트야. 조만간 꼭 해야 하는 의뢰도 있어서 못해도 내일은 돌아가야 해.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전부 마치고 떠날 거다. 내 일까지 떠넘기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오해 살 부분만 꼭 집어서 말하자 에밀리아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시무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그래도… 사실상 이번 일을 해결한 건 시그 님이시잖아요? 도시 사람들에게 그 업적을 알리고 사흘 밤낮을 칭송 받아도 모자라지 않은 업적인데….”

아니, 이건 또 웬 무시무시한 소리냐! 그런 흉악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호감도가 아무리 높아도 그렇지!

…아니, 설마 천신교에선 이게 당연한 걸까? 불길한 생각에 검사와 사제로 이루어진 용사의 동료들을 봤다. 그녀들은 내 눈빛을 보고 무슨 의도인지 알았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리우레스는 아예 한숨을 쉬었다.

아니구만. 역시, 얘만 이상한 거였어!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면서 말했다.

“그런 요란한 칭송은 이쪽에서 사양이다. 그런 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거북해. 그리고 보답이라면 이미 충분히 받았어. 오히려 지금은 나를 그냥 보내주는 편이 은혜를 갚는 거야.”

“……그렇군요. 아쉽지만, 시그 님이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네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시그 님의 마음 편히 떠나실 수 있도록 뒤처리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피리우레스 사제 님! 저는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오세요! 시그 님도요!”

내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눈을 번뜩인 에밀리아는 이내 힘차게 외치며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정말 바람처럼 사라지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황당함을 담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런 마음가짐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인생이 즐겁겠구만.”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우리는 일단 천신교의 신전으로 가기로 했다. 굳이 악신의 칼날을 만날 필요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도 있었고, 다른 교단과 공직자들, 이곳 영주가 급하게 파견한 감찰사들이 천신교의 신전으로 오기로 했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었다.

내일 떠나더라도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해야지.

그래. 일단, 이것도 물어볼까.

“원래부터 오늘 이 도시로 오기로 되어 있던 거죠?”

아무런 맥락도 주어도 없는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피리우레스는 내 말뜻을 곧바로 알아듯고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예상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악신의 칼날이 셋 씩이나 잠복하고 있었던 이유.

놈들이 준비하고 있던 악마와 키메라.

사악한 제단.

이 모든 것들은 천신교의 용사. 에밀리아와 그 동료들을 죽이기 위한 준비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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