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58화 마탑의 마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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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시청에 불려갔을 때, 시르를 두고 갔던 것 때문에 크게 혼났던 나는 그 뒤로 어디 갈 때는 반드시 시르와 함께 가거나 허락을 받기로 했다.
하아. 그래도 설마, 테르시아 영애와의 식사 자리에서 그렇게 화를 낼 줄이야. 나를 대단한 영웅으로만 생각하던 테르시아 영애는 시르에게 꼼짝도 못 하는 나를 굉장히 신기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지. 그래도 나중에는 그걸 오히려 재미있어했던 걸 보면 딱히 실망한 것 같지는 않다.
여차하면 크게 이용할 수 있는 귀족과의 연줄은 돈독히 해두는 편이 좋지. 다행히 시르는 내가 테르시아 영애에게 잘 대해주는 것을 딱히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귀족이어서 그런지 시르도 테르시아 영애를 깍듯이 대했지. 테르시아 영애도 시르를 굉장히 대우해줬다.
아. 테르시아 영애는 아직도 이 도시에 있다.
몇 번 그녀의 영지에서 사람이 찾아왔고, 심지어 이틀 전에는 자작까지 직접 찾아왔는데, 그녀는 어째서인지 아직도 영지로 돌아가지 않았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이틀 전에 온 테르시아 자작도 아직 집으로 안 돌아갔다. 딸을 설득할 때까지 버티고 있을 생각인가.
덕분에 안 그래도 바빴던 시청은 이제는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빠졌다. 뭐, 그것들의 고생이야 나의 기쁨이니 아무래도 좋은… 아니, 더더욱 고생해줬으면 하는 일이지만. 밑에 있는 직원들은 조금 불쌍하지만, 어쩌겠어. 댁들이 선택한 직장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지.
어쨌든 그런 이유로 여관까지 손님이 직접 찾아왔다 해도 시르와 함께 해야 했다. 덕분에 손님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15분 뒤에야 내려갈 수 있었다. 기절한 시르를 깨우고 회복시키고 깨끗이 씻고 섹스의 여운도 날려버리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두 명의 손님들은 식탁에 앉아 주인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준 간식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오! 시르 님. 이쪽입니다. 이쪽.”
“아. 죄송. 조금 늦었네요.”
“아하하. 괜찮습니다. 오히려 따로 연통도 넣지 않고 찾아온 저희 잘못이죠. 아. 반가워요. 이틀 만인 가요? 시그 님?”
“하하. 저도 반갑습니다. 노엘 씨.”
사람 좋게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한 건 보라색 장발의 미녀였다. 왼쪽 눈 아래의 눈물점이 머리 색깔만큼이나 인상적인 그녀는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이었는데, 헐렁헐렁한 로브로도 감출 수 없는 거대한 가슴이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음.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훌륭한 가슴이야. 시르의 가슴이 저거의 반 정도만….
어이쿠! 이 무슨 양쪽에게 실례되는 추잡한 망상을…! …아, 안 들켰지? 슬쩍 눈치를 보니 시르는 내 생각을 알아차린 기색이 없었다. 다만, 마법사의 가슴을 보고 미소가 조금 어두워졌다. 아니, 괜찮아. 시르의 가슴도 훌륭하니까. 오히려 한 손에 들어와서 나는 더 좋은데? …라는 말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자. 잘못하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는 말이다.
그런 생각을 깊숙한 곳에 박아 두고 나는 그녀의 뼈있는 말에 쓴웃음을 지어줬다. 말은 저렇게 해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내 쪽이다. 아니, 정확히는 암묵적인 합의를 오늘 아침의 섹스로 잊어버렸다는 편이 알맞다.
그녀, 마탑의 마법사인 노엘 실리버는 내가 초대한 손님이나 다름없다. 지난번 머쉬 드래곤의 거래와 이번 토론토라의 재앙… 야천랑의 거래를 담당한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머쉬 드래곤의 판매는 전적으로 길드에게 의탁했지만, 그래도 당사자인 나는 거래 담당 마법사와 얼굴을 맞댈 일이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인연이 이번 야천랑의 소재와 마석 판매 및 매직 아이템 제작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 야천랑. 놈은 죽기 전까지는 세상에 해악만 끼치던 녀석이었지만, 죽은 뒤에는 세상에 큰 이익을 남기는 놈이 되었다. 가죽부터 시작해서 힘줄에 뼈에 발톱에 눈알에 뇌에… 비싸지 않은 부위가 없었다. 이놈의 모든 소재를 판매하면 머쉬 드래곤보다 몇십 배는 더 값이 나올 정도였다.
이미 도시에서 한 손에 꼽히는 부자가 된 내가 단번에 최고의 부자가 될 수준이었다. 마탑이 판매대금을 전부 마련하지 못해서 은행이나 다른 도시의 마탑에 손을 빌려야 할 정도로 막대한 액수였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그런 단순한 돈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야천랑을 단순히 돈으로만 바꾸는 건 지나치게 비효율적인이다. 비싸다는 건 그만큼 유용 하다는 소리다. 마침, 쓸만한 장비가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발톱, 뼈, 외피의 일부는 내가 쓰기 위해 쟁여두었다.
그 외의 부분도 마탑에 판매하기보다는, 일부를 주는 대가로 매직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받는 거로 처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야천랑의 가치가 워낙 높아서 마탑에 추가적인 요구까지 할 수 있었다.
마탑은 장사 상대로 굉장히 좋은 곳이었다.
보통은 가격을 후려치는 게 기본인데 얘네들은 되도록 정가로 처리하려고 하더라고. 거기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장사 상대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결과로 오늘 노엘이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본래는 길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사랑에 열중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만. 아니, 나는 애초에 시간을 명확히 정해 놓지 않았다고. 준비되면 길드에 오라고 했는데, 얼마나 준비가 빨랐던 거야?
뭐, 이런 거래가 있는 날에는 거래 장소에 되도록 일찍 나오는 게 암묵적인 합의지. 장사하려면 이런 사소한 부분도 잘 지키는 게 좋다. 다행히 나는 이 정도로는 크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실적과 명성이 있으니, 큰 문제까지 되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전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또 다른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노엘과 함께 온 마법사. 그녀는 내가 마탑에 요청한 거래 중 하나였다.
“…………!”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마법사는 화들짝 놀라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낯가림이 심한 타입일까? 뭐, 덩치만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인상은 그렇지 않았는데.
그처럼 마법사는 아주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추정 신장 140cm. 시르보다도 한참 작다. 그나마 시르는 몸이라도 성인 같은 느낌인데, 이 마법사는 아무리 로브를 입었다지만 굴곡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유아체형이었다. 어쩌면, 실제로도 어릴지도 몰랐다. …뭐, 그렇게 어리지는 않겠지. 마탑이 그런 식으로 날 엿 먹일 리도 없고.
귀를 덮는 수준의 푸른색 단발머리와 그에 어울리는 푸른색 눈동자를 가진 얼굴은 귀엽기보다는 날카로웠다. 특히 두 눈에는 아마,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독기가 느껴졌다.
저것은 탐욕스럽게 탐구하는 자의 눈이다.
내가 거울을 볼 때마다 보는 눈이기에 아주 잘 안다.
뭐, 유아체형인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예쁘장한 소녀였다. 시르에게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지만. 조금만 더 성장한다면 뭇 남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겠지. …옆에 이미 불을 지르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리 인상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나를 꺼리는 느낌은 조금 충격이네.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 얼굴을 맞댈 상대인데 말이야. 내 인상이 무섭나? …지구에서 그런 얘기를 몇 번 듣기는 했다. 주로 내가 적대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니 적대 의사를 보이지 않은 지금 그런 반응을 받는 건 조금 억울했다.
그런 내 심정을 안 걸까? 노엘이 고개를 숙인 소녀를 탓하는 어조로 말했다.
“뭐하니? 어서 인사드리지 않고.”
“…안녕하세요. 저는 마탑 소속 마법사인 라냐입니다. 만나 뵈어서 반갑습니다. 시그 님.”
소녀, 라냐의 목소리는 조금 작았지만 힘이 있는 목소리였다. 내게 조금 위축되고 있을 뿐이지, 겁을 먹은 목소리는 아니다. …음. 그저 낯을 조금 가릴 뿐일까? 오히려 지금 나를 보는 두 눈에는 조금 전에 봤던 탐욕스러운 탐구심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훗. 그래도 마탑이 제대로 된 마법사를 보내준 것 같군.
나는 친근감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라냐 씨. 나도 만나서 반가워요.”
“네, 네… 그, 말은 편하게 하셔도 돼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요….”
첫 만남부터 나이 차이를 얘기하다니! 내가 지금 나이를 속이고 있지 않았다면 조금 충격이었을 발언이야! 뭐, 그래도 나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애에게 존대를 계속하는 것도 영 불편했기에 제안을 받아들기로 했다.
“그래. 알았어. 라냐. 그런데 몇 살이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참고로 나는 아직 25살이다. 여기 시르도 25살이고.”
나이를 강조하면서 말하자 라냐는 조금 움찔했지만, 이내 작게 헛기침을 한 뒤에 덤덤하게 대답했다.
“저는 저번 달에 17살이 되었습니다. 두 분보다는 한참 연하이죠. …그, 저 제 말이 불쾌하셨다면….”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런데 열일곱이라…. 상당히 유망한가 보군요?”
마지막 말이 향한 건 속 모를 미소를 짓고 있던 노엘이었다. 노엘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네. 당연하죠. 누구 의뢰라고 대충 뽑아올까요? 후후. 이렇게 말하면 자랑 같지만, 라냐는 제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일 뿐만 아니라 마탑에서 가장 유망한 아이랍니다?”
역시 제자였나. 그런데 17살 제자가 있다면 노엘의 실제 나이는…… 후. 아니다. 나이를 따지는 건 제 얼굴에 침 뱉기지.
“확실히 보통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 시르?”
“네. 라냐 양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실로 놀랍습니다.”
그동안 잠자코 있던 시르는 조금 흥미로워하는 눈으로 라냐를 보면서 대답했다. 스승과 우리들의 칭찬이 조금 부끄러웠는지 라냐의 볼에 홍조가 떠올랐다.
“위계로 따지면… 최소 4위계 이상입니다. 어쩌면 5위계에 도달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후후. 역시 요정공주님이시네요. 바로 맞추셨어요!”
이어진 시르의 말에 노엘이 손뼉을 치면서 웃었다. 시르는 얼굴을 살짝 붉혔는데, 아마 저 부끄러운 이명 때문일 거다. 응. 나는 시르의 모든 걸 긍정하고 좋아하지만, 요정공주는… 조금 그래. 최근에는 몇몇 사람들에게 요정성녀로 파워업한 별명은 이세계 사람들의 센스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네. 우리 라냐의 현재 위계는 4위계이지만, 이미 벌써 5위계 마법도 일곱 개나 쓸 수 있답니다. 조만간 5위계에 올라가는 건 확정이죠. 10대에 5위계에 올라간 마법사는 극소수인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최고다! 우리 라냐!”
“스, 스승님! 시, 식당에서는 조용히 해주세요!”
흥에 겨워서 손을 마구 흔들면서 제자를 칭찬하는 노엘을 라냐가 다급하게 말렸다. 나잇값 못하는 주책맞은 스승에 작지만 어른스러운 제자인가. 클리셰라면 클리셰지만, 직접 보니 상당히 즐겁다.
이거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이 좋은 사제분들이십니다. …저는 아직 조금 아쉽습니다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때 시르가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 말에 해줄 대답이 궁해서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시르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시르도 내 뜻을 알아듣고는 찬란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등을 쓰다듬었다.
“……오우야.”
“………후아.”
그리고 그 광경을 목도한 두 마법사는 붉어진 얼굴로 우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훗. 이제 이 정도로는 나도 시르도 당황하지 않는다. 애정행각을 보는 관객이 한두 명 있는 것 정도는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고!
“이야,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니 아주… 천생연분이시네요! 천생연분!”
“……스, 스승님! 진정하세요!”
그래도 손뼉을 짝짝 치면서 큰소리로 외치는 반응에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
이 여자 뭐야?! 이런 캐릭터였어? 거래할 때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유쾌하고 주책맞은 정도였는데! 제자를 보고 좀 배워! 안절부절 못하는 게 댁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잖아!
“…흠! 뭐, 고맙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시르는 아예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나도 조금 부끄러워서 애꿎은 볼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이거, 당분간 외부에서 애정행각은 못 하겠네. 시르가 다시 내성을 기르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어. 이, 이런 흉악한 짓을 저지르다니! 노엘! 이 무서운 여자 같으니!
“…그럼 이제 일 얘기로 넘어가죠. …노엘 씨도 박수는 그만치세요. 댁이 물개입니까? 확 손목을 분질러 버릴까 보다.”
이런 실수. 저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 버렸네!
“히익! 그, 그건 참아주세요. 저는 손이 부러지면 마법도 못 쓰고 차도 마시지 못한다고요!”
“허허. 농담입니다. 농담. 그러니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죠.”
“네, 네에.”
가벼운 조크에 사색이 된 노엘은 손을 허리 뒤로 숨기면서 질겁했다. 라냐는 아예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손을 허벅지 아래로 숨겼다.
나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걸 보고 조금 상처받았지만, 이해해주자. 아직 이런 고급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어른인 내가 이해해줘야지.
나도 10대 후반에는 저런 시절이…… 없었지. 조폭의 손목을 분지르고 다니던 시기였으니까. 자주 서비스로 발목도 분질렀었고. 그래도 모가지를 분지르지 않은 게 어디냐.
아련하게 떠오른 추억을 뒤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야천랑의 일부를 거래하는 조건으로 제가 받기로 한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돈이고. 두 번째는 매직 아이템. 그리고 세 번째가 마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모험가 활동도 할 수 있는 마법사.”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면서 제시한 요구에 업무용 미소로 돌아온 노엘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첫 번째는 가격 산출이 완료되는 대로 드릴 예정이지만, 비중이 크진 않죠. 두 번째는 일주일 내로 시그 님이 원하시는 매직 아이템을 전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후후. 설마, 이런 요청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우리 마탑은 최우수 고객인 시그 님의 요망을 확실하게 들어드리기 위해 최고를 준비했습니다!”
“제자 자랑은 많이 들었으니까, 됐고. 라냐의 자기소개나 제대로 시켜주세요.”
“……네엥.”
사기꾼 외판원 같은 말을 바로 끊어버리자 단번에 의욕을 잃어버렸다. 이래도 되는 거야? 최우수 고객이라며? 립서비스가 조금 있다고 해도 이 도시에서 나 정도의 고객이 또 없었을 텐데 이런 사람 보내도 돼? …머쉬 드래곤 거래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말이지.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사람이 확 달라지는 타입이구나.
“…자아, 사랑하는 제자 라냐. 네가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지 이분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렴!”
“스승님… 제발… 좀….”
그런 스승이 너무나도 부끄러운 제자에게 동정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건 시르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따스한 눈으로 라냐를 봤다.
…자아.
어째서 내가 마탑에게 이런 조건을 내세우게 되었을까? 특히 마법을 배우는 건 이미 시르와 약조한 사항인데? 그 알콩달콩하고 행복한 시간을 이런 식으로 날린다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유는 어처구니가 없다.
생각 이상으로 내겐 마법의 재능이 없었고, 시르에게는 가르치는 재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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