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42화 구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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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빡쳐서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내게 인내를 강요하게 만들다니. 생각할수록 개빡치는 새끼들이다.
…후. 일단, 길드로 돌아가자. 가서 시르의 얼굴을 보고 위안받아야겠다. 아아. 시르. 나의 빛이자 태양.
그 전에 궁금한 거 몇 가지만 물어봐야지.
“그런데 여기 중요한 곳 아닙니까? 지키는 인원이 두 분뿐이었던 건, 밖의 습격 때문입니까?”
“그것도 있지만… 우리도 놈들이 천공탑을 노리는 이유가 마력생성기 때문일 거라 예상은 했소. 그래서 일족 중에서 한 손에 꼽는 실력자들을 배치했는데….”
“안타까운 일이군요.”
“이렇게 죽을 젊은이들이 아니었소…. 후.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설마, 그 자주랑???이라니….”
“자주랑?”
자주색 늑대? 아니, 짐승 쪽이 더 가까운가. 실제로 짐승 같은 새끼였고. 그런 별명이 붙을 정도면 유명인사겠군. 뭐, 실력을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모르시오?”
“네. 다만 짐승 같다는 인상은 받았습니다. 머리도 기운도 보라색이었고.”
“…하긴, 드래곤 슬레이어는 동방 출신이고 이쪽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몰라도 이상할 것 없지. 놈이 이름을 떨친 게 벌써 10년 전이니…. 나도 이름을 듣지 못했다면 그놈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거요.”
“빌쟈크.”
“그렇소. 한때 왕국 전체를 뒤흔들었던 이름이지. 지난 10년 동안 어디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만, 갑자기 이런 짓을 벌이다니….”
보통 유명한 게 아니었군. 당연히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한 거겠지. 테러조직에 가담하고 있는 새끼이니 당연하다.
“범죄자들의 생각을 저희처럼 선량한 사람들이 어찌 알겠습니까? 그래도 다음번에는 팔이 아닌 머리를 박살 내죠.”
“실로 믿음직스럽소! …허. 만약, 내가 직접 보지 못했다면 믿지 못했을 거요. 그 자주랑이 당신처럼 젊은 사람에게 패배하다니….”
“나이가 많나 봅니다?”
“10년 전에 24살이었으니, 지금은 34살일거요.”
…씨발. 동갑이냐? 아니, 괜찮아. 지금의 나는 25살이니까. 9살이나 어리다. 후후. …후, 허무하군.
“아직 젊군요. 그런데 10년 전에 대체 무슨 악명을 떨친 겁니까?”
“자주랑의 별명 중 하나가 패륜권사요.”
“…패륜?”
이게 내가 아는 패륜이 맞나? 중년 천인은 혐오감을 감추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놈은 12년 전에 자신의 스승과 사제들을 모조리 죽였소. 놈의 유파는 대륙의 3대 무술로 여겨지는 파산절해류?山??였소. 그곳의 그랜드 마스터를… 그것도 고아였던 놈을 어렸을 때부터 키워준 부모 같은 스승을 죽였으니, 그 강함도 강함이지만 인륜을 저버리는 행태에 왕국은 경악했지.”
“…허.”
생각보다 더한 그레이트 씨발놈이었다.
“그 뒤로 2년 동안 갖은 행패를 부리며 많은 악명을 뿌렸지. 기사 살육자, 테레피르트의 악몽, 사지분쇄기, 귀족목수집가 등. 결국, 왕국에서 토벌대를 파견했고 궁지에 몰리자 절벽에 투신했다고 들었소. 그게 10년 전이지.”
“그러고 다시 나타나서 한 게 도시 습격?”
“그렇소. …정말 사악한 종자요.”
중년 천인은 이를 갈았다. 나도 기가 찼다. 거 참. 거하게도 사고치셨구만. 그래 놓고선 갈 때 나한테 그렇게 해맑게 인사를 했단 말이지?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쳐죽여주마.
내 첫 살인은 일단 너로 예약이다.
“그 거울을 쓰는 마법사는 모르십니까?”
“…음. 그자는 모르겠소.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하고 흑마법사는 아닌 것 같았으니, 최소 7위계 이상의 마법사일 텐데…. 후. 그런 자가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거울 놈은 유명하지 않나 보군. 뭐, 패륜짐승이든 마법사 새끼든 간에 전부 쳐죽여도 되는 새끼들이다. 다음번에는 도망치기 전에 박살을 내주마. 그렇게 다짐하면서 방에서 나왔다.
중요한 시설이기도 하고, 계속 피 냄새가 나는 심란한 곳에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년 천인은 나를 부축해주려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누구 좋아라고 땀내 나는 남자랑 살을 맞대야 하나. 시르가 여기 없는 게 이토록 아쉽다니!
1층으로 내려가자 몇몇 천인들이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 중년 천인을 보고 힘차게 경례했다. 나를 보는 두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존경심 같은 게 보였다.
…음. 이 오만하다는 종족들이 이러니 조금 많이 그러네.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천공탑을 나가려고 했다. 천신교의 신부를 모셔온다고 했는데, 치료는 시르에게 받아도 된다. 이 정도 부상은 시르도 충분히 회복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길드로 돌아갈 생각이시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아직 모든 게 끝난 게 아닙니다. 치료는 제 동료가 해 줄 수 있으니, 동족들을 돌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허! 이토록 숭고한 정신이라니…!”
빨리 시르를 보고 싶어서 한 말인데 멋대로 곡해해서 듣고 앉았다. 나한테도 나쁠 게 없는 오해라서 정정 대신 옅은 미소로 무언의 긍정을 했다. 중년 천인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감격하는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다고 해도 은인을 이렇게 보낼 수 없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시오!”
뭐, 굳이 도와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지. 그런데 지금 당장 도와줄 만한 게……….
“시그니이이이이임!!!!”
있군.
나는 마침 천공탑 안으로 들어오는 아리야를 가리켰다.
“그녀를 잠깐만 빌려주시겠습니까? 위험한 일은 안 시키겠습니다.”
“허허허. 그런 거라면 굳이 부탁하실 필요 없소. 얼마든지 빌려드리외다. 그거 외에는 없소?”
“흠. 없군요. 뭐,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럴 수는 없소. 우리는 은원을 확실시하오. 나중에라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시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감사드리오.”
그렇게 우리가 하하호호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느닷없이 내게 삿대질을 당한 아리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뿐이었다.
좋아. 짐꾼 겸 이동수단 CET!
아리야를 이용해 빠르게 길드로 복귀한 나는 아리야를 계속해서 부려먹기 위해 대기를 명령하고(어째서인지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곧바로 시르를 찾아갔다.
모험가 길드는 근처에서 발생한 환자들과 겁에 질려서 피난해 온 시민들을 치료하고 지키느라 분주했었다. 테러는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느닷없는 테러에 놀란 시민들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다수의 모험가가 화재 진압이나 시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길드를 비웠고, 일부 모험가들만이 그런 시민들과 환자들을 상대했다. 그중에서 가장 활약한 것은 당연히 시르였다.
내가 찾아왔을 때 시르는 사람들의 중심에 있었고 시민들은 연신 그녀에게 감사와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모험가들도 시민들을 치료하고 방어마법으로 길드를 보호하는 모습을 경외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훗. 그래. 내 연인 개쩔지? 여러모로 개쩌는 연인이지. 너희들은 밖에서만의 개쩌는 모습만 볼 수 있겠지만 말이야!
그런 저열한 우월감을 한껏 즐기면서 시르에게 다가가자 나를 발견한 시르는 반색한 얼굴로 내게 달려오다가, 이내 내 오른팔이 부러진 걸 확인하고 동공에서 생기가 사라졌었다.
에? 어째서?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야…?
예상치 못한 사태에 공포 비슷한 감정마저 느끼고 있을 때 터벅터벅 걸어온 시르는 천천히 손을 뻗어서 내 오른팔에 손을 살짝 얹었다.
“………시그 님.”
“어, 응. 시, 시르. 음. 그러니까, 이게 말이지….”
분명 잘못한 게 없는데도 사과하고 변명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이, 이럴 수가! 내가 비웃었던 수많은 남자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니! 하지만, 나의 천재적인 두뇌로도 지금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왠지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우왕좌왕 거릴 뿐이었다.
시르는 내 변명을 듣지 않았다.
그저 황금을 호수 속에 가라앉히고 나를 올려볼 뿐이었다.
“괜찮으… 십니까?”
목소리에 물기가 담겼다.
그녀의 눈과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깨닫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느낀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시르를 걱정시켰다.
나는 멀쩡한 왼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웃어주었다.
“응. 괜찮아. 이 정도 부상은 별거 아니야. 그래도 미안. 걱정 끼쳐서 미안해.”
“…아닙니다. 시그 님이 어떤 격전을 벌였는지… 부상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오히려 제가 시그 님에게 걱정을 끼쳤습니다.”
다시 눈에 생기가 돌아온 시르는 자조했다. 그게 마음에 들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시르의 새하얀 볼살을 잡아당겼다.
“아, 흣! 시, 시그으니이임?!”
“어휴. 이 사랑스러운 공주님을 어찌하면 좋을까. 응? 너무 어여뻐서 이대로 납치해버리고 싶네. 진짜.”
“우, 우우웃! 가, 가아압자아기이이 그으러어언…!”
단숨에 귀까지 빨개진 시르가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눈물이 고인 황금으로 나를 올려봤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키스하고 싶었지만, 장소가 장소다 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후. 내가 아무리 타인의 눈치를 안 본다지만, 이런 곳에서 연애짓을 할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았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걸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시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야. 물론, 그렇다고 남처럼 대해달라는 건 아니고. 그저 나를 조금 더 믿어줘. 지금의 신뢰를 내가 절대로 죽지 않고 반드시 이기는 사람으로까지 확장해줘.”
“……네, 네… 아게스니다아.”
눈물이 고였던 시르의 눈에 미소가 떠오른다. 하지만 기껏 신뢰에 가득 찬 말은 여전히 손을 놓지 않은 나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 시르도 뒤늦게 그걸 깨닫고 부끄러워졌는지 다시 얼굴이 폭발적으로 빨개졌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계속 볼을 잡고 있고 싶었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에 볼을 놀 수밖에 없었다. 시르의 볼을 찹살떡 같네. 후우. 이거 앞으로 이 볼따구를 만지지 않으려면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겠는데?
“저기, 길드에서 그런 걸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런 게 뭔데요?”
“애정행각이요.”
천연덕스러운 반문에 마찬가지로 천연덕스럽게 대단한 사람은 접수원이었다. 분명 본명이 히… 뭐시기였는데. 뭐, 접수원은 접수원이다. 그걸로 됐어.
“자중하죠. 그래도 좀 봐줘요. 내 유일한 오아시스란 말이에요.”
“사막도 아닌데 오아시스는 왜 찾는지…. 아, 비유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별로 존중하고 싶지 않은 비유네요.”
“너무 날이 선거 아니유?”
“동방 사투리인가요? 그리고 날이 선게 아니라 당연한 반응이죠. 주변 분위기 좀 보시겠어요?”
여전히 영업용 미소를 지우지 않은 접수원의 말에 따라 주변 분위기를 살피는 소인배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뭐, 어때. 키스하지 않은 게 어디냐.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의 연애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길드나 도시의 높으신 분들은 어찌 됐답니까. 소동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기는 한데.”
“…말 돌리기는. …후. 하지만 도시를 구하신 영웅님에게 계속 잔소리를 하는 것도 올바른 일은 아니겠죠.”
도시를 구한 영웅님이라니. 비꼬는 거는 아니다. 오히려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느껴지는군. 그렇겠죠. 자기가 픽업한 모험가가 실시간으로 떡상 중인데 기분이 나쁠 리가 있나.
조금 전의 잔소리는 할 만한 말이었고, 주변에 나와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한 일환 중 하나겠지. 나는 이렇게 계산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부분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아, 당연하지만 연애적인 의미는 아니다. 내 사랑은 시르뿐이니까.
“그래서 지금 상황은?”
“…그건 위로 올라가서 얘기하시죠. 여기서 나누기에 적절한 말은 아니네요. 시그 님이 천공탑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도 궁금하고. …그런데 그 팔, 괜찮으신 거 맞죠?”
마지막 말은 시르의 눈치를 보면서 한 말이다. 접수원의 지적에 나와는 달리 주변 분위기를 살피고 홍당무가 되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르는, 나와 접수원의 대화가 점점 무르익어가자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을 나는 보지 못했고 볼 생각도 없었지만, 접수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다친 사람 걱정하는 것도 허락맡고 해야해? 여친님. 너무 염격하신 거 아닌지.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태연하게 대답했다.
“멀쩡한 건 아닌데, 치료받으면 몇 시간 내로 회복될 수준이죠. 아. 계속 말만 하다가 까먹었네. 시르. 피곤하겠지만, 내 팔도 치료해줄 수 있겠어?”
“…죄, 죄송합니다! 시그 님! 제가 이런 실수를…!”
계속 접수원을 보던 시르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고는 아예 눈물까지 머금고선 다급히 내 팔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오른손에 녹색 문양이 떠오르고 녹색 빛이 내 팔을 휘감는다. 동시에 부러진 뼈와 찢어진 근육들이 달라붙는 게 느껴졌다.
오오! 회복속도 겁나 빨라!
이 정도로 속도라면 15분 안에 완치될 것 같다. 확실히 이런 외상을 치유하는 데는 판타지 기술이 지구의 과학을 앞선다. 암이나 에이즈 같은 것도 성법이나 마법으로 치료 가능하다면 의학 분야에선 판타지가 압도적으로 앞서는 거겠지만.
…설마, 탈모도 치료 가능할까? 그렇다면 판타지의 압승이다!
몸으로 직접 받는 치료 마법에 감탄하고 있을 때 그걸 잠시 지켜보던 접수원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치료가 완료되면 2층의 길드 마스터 방으로 와주세요.”
“아. 지금 같이 가죠. 시르. 걸으면서도 치료 가능해?”
“물론입니다. 시그 님.”
“…그렇게 급하게 안 오셔도 되는데.”
“지금은 급하게 움직여야죠.”
“……알겠습니다. 상처가 덧나지 않게 조심하세요.”
접수원은 이번에는 시르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걱정했다. 시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오로지 내 상처를 치료하는데만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이다.
아. 꽤 긴 얘기가 될 것 같으니, 지금부터 준비해야겠군.
“아리야아아!”
“네, 네엣?!”
구석에서 눈을 빛내며 우리를 보고 있던 아리야는 화들짝 놀라며 껑충 뛰었다. 언제 봐도 리액션이 좋은 녀석이야. 나는 피식 웃고는 품에서 소은화 다섯 개를 꺼내서 녀석에게 던져줬다. 당황하던 녀석은 다급히 은화를 잡고 황망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나는 방긋 웃어줬다.
“그거로 고기가 잔뜩 들어간 요리 좀 사와줘.”
“네, 네?”
“아침부터 에너지를(여기서 시르가 얼굴을 붉혔다) 좀 많이 썼어야지. 계속 움직이려면 밥 좀 많이 먹어야 하니까, 맛보단 양을 중점으로 좀 부탁해.”
“네, 네?”
“당장 가져오긴 힘들겠지만, 한 시간 내로 왔으면 좋겠어. 잠도 조금 자야 할 테니까.”
“그, 그러니까…!”
“……음. 설마, 못 들어주는 거야?”
내가 실망한 눈빛으로 보자 아리야는 충격받은 얼굴이 되더니 이내 비장감 어린 눈으로 천인식 경례를 했다.
“아, 아니요오옷!!! 얼마든지요오옷!!! 최대한 맛있고 양도 많은 것들로 사오겠습니다아앗!!!”
기운찬 외침을 남기고 아리야는 쏜살같이 길드를 나가더니 날아올랐다. 날아가는 속도가 아까 전보다 더 빠른 것 같은데. 지금 내 말의 어디가 그녀의 의욕을 저렇게나 자극했을까? 참. 모를 일이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시르는 창문 너머로 멀어져 가는 그녀를 보고 툭 내뱉었다.
“…천인님들 중엔 재미있는 분도 계시는군요.”
“뭐, 놀리는 맛이 있는 녀석이지.”
“………….”
지이
피식 웃으면서 한 대답에 시르는 어깨서인지 무감정한 눈으로 나를 봤다. 그 눈빛을 직시할 수도 그렇다고 왜 그러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던 나는 고개를 돌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나는… 나는 겁쟁이야!
다행히 시르의 그 시선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옅은 미소를 지은 시르는 내 팔을 조심스럽게 붙잡고 치료를 진행하면서 옆에서 걸었다.
………그나저나 길드 마스터의 방이라.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이세계에 온 뒤로 내 불길한 예감은 적중률 100%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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