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40화 도시 내습
* * *
“나는 하나도 안 반갑다. 개새끼야.”
반사적으로 욕설로 대답해주고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놈의 험악한 인상이 당황으로 구겨졌다. 꼴좋군. 하지만 그 당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녀석은 내가 다가가는 동안 피식 웃고 있었다.
저벅저벅저벅저벅
거침없이 걸어간 나는 서로의 주먹이 딱 닿을 정도에서 멈췄다. 가까이에서 보니 보이는 것이 늘었다. 신장은 191cm. 구두를 포함하면 194cm. 나보다 약 1cm 정도 크다. 그런데 팔의 길이는 나보다 5cm는 길었다. 나도 팔이 긴 편인데 이 녀석은 나보다도 더 긴 팔을 가지고 있었다.
장갑을 끼지 않은 주먹은 상처투성이다. 뼈가 부러지고 붙은 흔적이 나보다 못하지 않았다. 크기도 10%는 더 컸다.
온몸을 빈틈없이 채운 근육은 두꺼운 옷 밖으로도 드러났다. 골밀도와 체지방량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최소 130kg 이상의 몸이다. 그래도 체중은 나보단 덜 나가겠지.
전체적으로 나보다 두껍다. 목도 팔도 다리도 허리도 어깨도. 하지만 둔한 몸은 아니다. 오히려 대호大虎가 연상 되었다.
타고난 몸을 극한으로 단련한 짐승.
강해.
시선이 부딪친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이번에도 놈이었다.
“생각보다 입이 험하군. 뭐,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 나도 이번 의뢰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어.”
사람의 흥미를 돋우는 말로는 최상급이군. 표정과 목소리에서 거짓말이나 기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진심으로 지금 상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게 보였다. 만약 이게 연기라면 이 새끼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연기자일 거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나도 네 면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런, 믿지 않는 건가.”
“아니, 믿어. 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개소리다.”
“…뭐?”
“네가 지금 이걸 마음에 들어 하든 말든 어쨌든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잖아? 경비원들을 죽이고 강도질을 하는 건 네가 아닌가 보지?”
지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쩌자는 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지 말았어야지. 적극적으로 가담해 놓고선, 사실 나는 이런 일 마음에 들지 않아! 라고 말하면서 죄책감이라도 덜려는 건가?
하여간, 이런 새끼들이 제일 문제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으면 조금은 이해를 해줄 텐데, 이 새끼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위에서 시키는 일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따르는 건, 다른 일은 마음에 들기 때문이지. 자기가 원하는 일도 주니, 마음에 안 드는 일을 줘도 그냥 할 뿐인 새끼. 일말의 죄책감도 이딴 말로 얼버무리려는 새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타입 중 하나다.
“……크, 크크크! 크하하하하하!!!”
내 말에 잠시 말을 잊고 있던 녀석이 재수 없게 웃기 시작했다. 이때 기습이라도 날려볼까 했지만,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데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런 실력자가 무더기로 있다면 조금 자신감이 사라지는데.
“아, 이거 참!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 나도 참 너저분한 말을 했네! 한심한 일이야!”
“이제야 자신의 한심함을 깨닫다니. 똑똑하시구만.”
“크흐흐! 뭐, 그렇지. 머리가 나쁘다는 얘기는 자주 들어. 거 참. 그래도 나름대로 사나이답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 같은 남자에게 그런 지적을 들어 버릴 줄이야. 흐음. 뭐, 좋아. 앞으로 안 하면 되겠지.”
“너한테 앞이 생각하냐.”
최대한 차갑게 말했지만, 녀석은 오히려 피식 웃었다.
“당연히 있지. 애초에 너도 나랑 여기서 끝장을 볼 생각은 아니잖아?”
“시체를 하나 만들 생각은 있지.”
“이미 내가 두 개 만들었으니까, 그거로 봐줘. 나도 이런 곳에서 너랑 결판을 내고 싶지는 않다고.”
녀석은 너스레를 떨면서 손에 쥐고 있던 푸른색 구체를 내게 던졌다. 빈틈을 보이지 않으면서 태연한 얼굴로 그걸 받은 나는 곧바로 위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번개 같은 앞차기.
퍽!
“휘유~!”
하지만 내 기습은 녀석의 손에 가뿐히 막혔다. 무겁다. 그리고 단단하다. 상당한 힘을 실었는데 놈의 몸은커녕 손조차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충돌의 반동을 이용해 곧바로 발을 뺀다. 녀석은 손을 움켜쥐었지만 내 발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그걸 보고 휘파람을 부른다. 여유가 느껴진다.
…역시 강하군.
쉽게 쓰러트릴 수 없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다음 행동에 나서고 있었다. 채찍처럼 휘둘러진 발끝이 놈의 무릎을 노린다. 녀석은 재빨리 다리를 뒤로 빼서 공격을 피하곤 앞으로 뛰면서 옆구리를 노린 일격을 날린다.
짐승 같은 미소다. 이곳에서 결판을 낼 생각이 없다고 해놨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싸움을 진심으로 즐기는 자의 미소다. 잘 알고 있다.
나도 자주 지었던 미소니까.
발을 회수하는 대신 오히려 몸을 돌리면서 앞쪽으로 뺀다. 동시에 천둥으로 놈의 인중을 노렸다. 천둥의 장점 중 하나는 오로지 어깨와 손으로만 사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하체가 불안전해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퍽!
“크흐~!”
하지만 천둥은 녀석의 손바닥에 막혔다. 내 공격을 미리 안 것 같은 반응. 전투경험이 풍부한 녀석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회전하면서 돌려차기를 날렸다.
쾅!
다리와 다리가 부딪쳤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굉음이 터진다. 공기가 진동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충돌한 부위는 서로의 종아리. 의도한 건 아니다. 서로 노리는 곳이 비슷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충돌의 반동을 이용해서 빠르게 다리를 회수하고 그 운동에너지를 역으로 이용해서 앞으로 달려들었다. 녀석은 나와 같은 기술은 쓸 수 없는지 회수가 한 박자 늦었다.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나를 보는 녀석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 재수 없는 면상을 향해 번개를 꽂는다.
진괘?? 뇌격?
쾅!
“크윽!”
치이이익!
양팔을 교차해서 뇌격을 막은 녀석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구두 밑창이 바닥에 갈리며 연기를 냈다. 하지만 뼈가 부러지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강한 반탄력에 곧바로 추격할 수가 없었다.
쯧! 특수한 기공이라도 쓴 건가?!
만약 내가 운동에너지를 다루는데 능통하지 않았다면 되려 내 손이 박살 날 수도 있었다. 호신강기? 하지만 겉에는 아무런 티도 안 났는데.
아직 기공을 익히지 못한 게 이럴 때 아쉬웠다. 자존심은 제쳐두고 시르에게 가르침을 청할 걸 그랬나? …일단, 쓸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충격을 해소하고 곧바로 달려들었다. 녀석도 양팔을 내리고 제대로 된 자세를 잡는다. 맹수처럼 웃는 눈가와 찢어지듯이 올라간 입가가 거슬렸다. 누구 마음대로 싸움을 즐기는 거지? 나도 즐기지 못하고 있는데!
분노 속에서도 냉정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해 연타를 날린다. 강력한 한두 방으론 이 놈을 쓰러트릴 수 없다. 빈틈을 찾기 위해선 연타가 최선이다.
쏟아지는 펀치와 킥은 녀석은 자신의 주먹과 발로 거칠게 받아쳤다. 결코, 공격을 흘리거나 피하는 법이 없었다. 육체와 육체를 맞부딪치면서도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몸에 육중한 타격이 쌓이고 있을 터인데도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강렬한 충돌은 내 몸에도 착실하게 데미지를 쌓았다. 그게 얼굴에 나오거나 동작에 나오지 않았다. 고통을 참는 훈련은 매일 같이하던 거다.
순식간에 열아홉 번의 공격을 교환했다.
거리는 더욱 가까워져서 박치기가 닿을 수 있는 수준까지 되었다. 하지만 나나 이놈이나 그런 조악한 공격을 할 수준은 아니다. 의표를 찌를 수도 있겠지만, 성공해도 타격이 별로인데 실패 시 리스크는 너무 크다.
주먹과 발의 교환이 팔꿈치로 무릎의 교환으로 전환된다.
서로의 팔꿈치와 무릎이 충돌하는 일은 없었지만, 공격의 횟수는 압도적이었다. 팔꿈치가 팔뚝에 막히고 날아오는 반격을 옆구리에 끼우면서 무릎으로 고환을 노린다.
놈은 그 공격을 무릎으로 종아리를 쳐서 궤도를 틀고 팔꿈치로 아래턱을 노린다. 목을 옆으로 틀어서 공격을 피하고 보답으로 턱을 노리자 놈은 다시 팔뚝으로 공격을 막고 내 발등을 밟았다. 발을 틀어서 공격을 피하고 무릎으로 슬개골을 노리자 곧바로 발을 빼고 손날로 목을 찌르고 들어 왔다.
실수했군! 내가 바라지 않았던 공격이다!
곧바로 손목을 붙잡아서 궤도를 억지로 틀었다. 목에서 상당히 벗어난 곳을 찌른 놈의 간을 뇌창으로 찌른다. 녀석의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떠지고 다급히 손이 내려왔지만, 그것보다 내 공격이 더 빨랐다.
푸욱!
“큭!”
손날이 놈의 갈비뼈 사이를 파고 들어간다. 하지만 내가 노리던 곳은 아니다. 녀석은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서 급소는 피한 것이다. 파고 들어간 깊이도 내 예상보다 훨씬 얕다.
오히려 강력한 반탄력에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았다.
젠장! 또 그 기묘한 기공이냐! 이대로 억지로 밀어 넣을 수도 있겠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 이를 악문 녀석의 눈빛에서 위험한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자 내 목이 있던 곳에 보라색 선이 그어졌다. 그것이 놈이 손날을 검처럼 휘두른 거라는 걸 깨닫는 순간 놈의 발이 갑자기 커졌다.
다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앞차기를 피하고 곧바로 반격으로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하지만 내 공격보다 더 빠르게 놈은 공중으로 몸을 날려서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날아 차기로 내 얼굴을 노렸다. 이런! 이건 못 피해!
결국, 손을 들어올려서 발차기를 막았다. 막강한 충격에 몸이 절로 뒤로 밀려났다. 그 순간 놈이 손바닥으로 허공을 후려쳤다. 그러자 마치 그곳에 벽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놈의 몸이 튕겨져 나가더니, 그대로 내 어깨를 노리고 발을 내리찍었다.
왠지 그런 공격이 날아올 것 같은 예감을 느꼈기에, 미리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났다. 놈의 내려찍기는 허공을 가르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콰직!
금속으로 덧씌워진 바닥에 놈의 발이 깊게 박혔다. 이곳의 바닥 강도를 생각하면 엽기적인 위력이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팔 하나를 못 쓰게 되었을 것이다.
겁먹지는 않는다.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알겠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태을천강 전투복의 가동률은 50%에 불과했다.
네 녀석도 이제야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으니, 이쪽도 100%로 싸워주마.
파지지직!
벨트에서 시작된 막대한 전류가 온몸으로 퍼지고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살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던 놈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다음 순간 내 주먹이 놈의 머리가 있던 곳을 관통했다. 몸을 틀어서 공격을 피한 놈이 곧바로 명치에 반격을 가한다. 그것을 팔꿈치로 내리찍어서 튕겨내고 훤히 그러난 얼굴에 천둥을 먹인다.
쾅!
“큭!”
놈의 머리가 뒤로 크게 젖혀진다. 하지만 머리를 부수긴커녕 코피조차 흐르지 않는다. 또다시 기묘한 반탄력에 주먹이 평소보다 더 뒤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겪어본 현상이다. 대응책이 마련하지 않았다면 내가 천재이겠는가?
반탄력을 이용해 더욱 빠른 로우킥을 날렸다. 녀석은 다급히 다리를 뒤로 뺐지만, 허벅지를 가격당하고 균형이 흔들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왼손으로 어깨를 잡아 몸을 고정하고 곧바로 명치를 가격했다. 녀석의 몸이 크게 흔들렸지만, 또 묘한 반탄력에 주먹이 튕겨 나갔다. 이번에는 그 힘을 역이용해 무릎으로 명치에 한 방 더 먹였다.
“크윽!”
놈은 입에서 고통이 신음을 흘리면서 곧바로 왼손으로 반격해 들어왔다. 놈의 손날엔 보라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르의 창에 맺혔던 녹색 아지랑이와 동종의 기운. 즉, 검기… 아니, 이 경우엔 권기라고 해야 하나? 나는 아직 쓰지 못하는 이세계의 힘이다.
저 권기가 어느 정도로 날카로운지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방어 대신 회피를 택하고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손날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온힘을 다한 올려차기를 날렸다.
건괘?? 승천??
배를 향해 날아오는 일격에 놈의 안색이 처음으로 변했다. 다급히 몸을 위로 날리면서 양손으로 발차기를 막는다. 실로 놀라운 반응 속도였지만, 녀석도 알 거다.
승부는 내가 이겼다고.
콰앙!
“우오오옷!!!!”
녀석의 몸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단숨에 천장까지 도달한 녀석은 충격으로 튕겨 올라간 양팔로 천장을 부드럽게 밀어서 충격을 해소하며 나에게서 한참을 거리를 벌렸다.
물론,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내가 아니다. 공중에서 아직 충격을 해소하지 못한 녀석에서 회전이 듬뿍 담긴 날아 차기를 먹였다.
건괘?? 용오름
“크아아아앗!!!”
녀석은 내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양손을 뻗고 괴성을 질렀다. 그러자 양손에 보라색 기운이 방패처럼 떠올랐다. 호신강기를 한곳으로 모은 걸까?
계속 느껴졌던 반탄력의 정체라 확신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용오름을 꽂아 넣었다.
쿵!
무거운 소리가 울려퍼지고 놈은 방어막 채로 뒤로 날라갔다.
지금 공격은 때려 부수기가 아니라 날려 보내기다!
슈우우우웅!
쾅!
벽까지 날아간 녀석은 등을 부딪치고 튕겨 나갔다. 벽이 움푹 파였을 정도의 충격이었는데도 녀석은 공중에서 자세를 잡더니 양다리로 똑바로 섰다. 고개를 들은 녀석의 입가에선 한줄기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새 땀투성이가 된 얼굴에는 광기가 느껴지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렇게 처맞고도 웃을 수 있는 거냐. 어처구니가 없는 개마조 새끼다. 애초에 전투광이란 녀석들은 하나 같이 마조 중의 마조다. 개변태 새끼들이다. 그런 개변태가 세상에 존재하는 걸 용납할 수 없기에 나는 달렸다.
단번에 최고 속도까지 도달해 온몸의 힘을 주먹에 모은다. 네놈이 어지간히 튼튼하다는 건 알겠다. 100% 힘을 쓰는 데도 태극팔괘도太????만으로는 완전히 이기긴 힘들다. 이대로 시간을 끌어도 내 승리는 확정이지만… 욕심이 생겼다.
이세계… 아니, 지구를 포함해도 내가 100% 전력을 발휘해서 이렇게 싸우는 건 처음이다. 아주 재수 없는 개새끼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한 놈. 이런 놈과 또 언제 싸워볼 수 있을까?
아쉬웠다. 이대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이기는 게 아쉬웠다. 이왕 이렇게 전력을 다해서 싸우게 된 거,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서 이기고 싶었다. 저 새끼를… 실력 하나는 인정할 만한 놈은 내 주먹으로 쓰러트리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태극팔괘도를 뛰어넘는 기술.
내가 만들어낸, 그야말로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을.
그건 놈도 마찬가지였다.
“크하아아앗!”
웃음인지 고함인지 모를 괴성을 지르면서 녀석이 손바닥을 쫙 펴더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다리부터 보라색 기운이 치솟아 오르더니 오른손에 모였다.
한곳에 뭉쳐서 단숨에 짙어진 보라색 기운은 이내, 마치 금속처럼 단단하게 변했다. 녀석의 오른손 위에 야구공 크기의 보라색 구체가 떠올랐다.
저건……
설마, 강기?
확인할 여유는 없다. 구체를 완성한 놈도 마찬가지로 내게 달려들었다. 놈도 단숨에 최고속도까지 도달해 오른손의 구체를 크게 뒤로 당겼다. 그때 나도 주먹을 꽉 쥔 오른손을 뒤로 당기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공격궤도가 뻔히 보이는 텔레폰 공격. 하지만 이 순간 우리는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어리석은 공격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놈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쳐웃지 말라고. 머저리야.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달리 몸은 멋대로 움직였다.
달리는 속도를 온전히 주먹에 담는다. 육체의 모든 활동으로 생기는 운동에너지를 주먹에 집중한다. 생체 전류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한곳에 집중시킨다. 온몸의 체중을 주먹에 담는다.
파지지지지직!!!!!
온몸에서 번개가 튀었다. 그 번개는 단숨에 오른 주먹으로 모였다. 벨트에서 생성된 전력과 생체전류가 합쳐진 전기는 단순히 상대를 감전시키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인간의 육체는 전기 신호로 움직인다. 그것을 최대한 증폭시켜서 근육의 한계를 벗어난 힘을 내고 모든 힘을 한점에 집중했다.
아아. 틀림없이 지금의 내 몸엔 신이 깃들었다.
이 기술은 신의 기술이다.
칠신기七??
뇌신雪?
번개의 신과 자색옥이 충돌했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또렷이 보였다.
부서지는 뼈. 폭발하는 피. 뒤틀리는 팔.
승패가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