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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천재가 가면-39화 (39/93)

〈 39화 〉 39화 도시 내습

* * *

순간 빡쳐서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시르가 그렇게나 날 믿어 줬는데, 이성을 잃을 수는 없다. 그래도 나중에 도시 방어 관련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내가 세운 공을 생각하면 위쪽 놈들은 대가리 박고 경청해도 모자르다.

뭐, 미래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저 아래의 개새끼들을 효율적으로 족칠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 결과 답은 금세 나왔다.

그냥 다 쳐 죽여. 씨발. 좆같은 새끼들!

“아리야! 저 아래로 투척!”

“아, 알겠습니다아아아!!!”

주어를 말하지 않았음에도 찰떡 같이 알아들은 아리야는 울부짖듯이 외치면서 나를 아래로 힘껏 집어던졌다.

욕이 나올 뻔했지만, 노린 건지 우연인지 늑대인간 한 마리의 바로 위로 떨어질 각이 나왔다. 입 밖으로 내진 않겠지만, 잘했어! 칭찬해주마!

빠르게 낙하하면서 아래로 몸을 회전시켰다. 마치, 푸른색 고슴도치나 어떤 해적요리사처럼 엄청난 속도로 빙글빙글 회전한 내가 멈춘 것은 뒤꿈치가 늑대인간의 정수리를 개박살 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전사급은 아닌지 상당히 둔한 늑대인간은 자기 정수리에 떨어진 단두대가 두 개골을 박살 내면서 머리를 목 아래로 파고들게 만들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다.

손괘?? 공죽??

퍼억!

[캬아아앗?!]

동족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그림자에게 개작살이 나는 것을 본 옆의 늑대인간이 당황하는 틈을 곧바로 노렸다.

멍청이. 기습은 너희들만 할 줄 아는 줄 아냐!

돌려차기로 놈의 관자놀이를 걷어찼다.

손괘?? 회절回?

[켁!]

관자놀이를 정통으로 맞은 늑대인간은 짧은 단말마를 내고 그대로 뇌가 뭉개져서 즉사했다.

역시 전사급과는 방어력이 달라. 이 정도라면 13마리 정도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니고.

“이 더러운 흑마법사 놈들이 감히!”

“하찮은 것들이 우리들의 성을 노리다니!”

“용서할 수 없다!”

천인 중 대다수가 도시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음에도 남아 있던 천인들은 미친 듯이 분노하며 회색 후드와 늑대인간들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빛줄기와 화염 덩어리들을 보니, 천인이라는 종족 자체가 강대한 종족이라는 걸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비행 능력은 강력하지. 젠장! 나도 무공술만 배울 수 있다면!

천인들의 강력함을 감상하면서도 꾸준히 움직였다. 늑대인간 두 마리를 가뿐하게 처리하고 곧바로 다른 놈에게 달려든다. 놈은 나를 뒤늦게 발견하고 당황해서 손을 휘둘렀지만, 그런 어설픈 공격에 얻어맞을 내가 아니다. 오히려 빈틈을 파고들어 가슴팍에 정권을 날렸다.

진괘?? 뇌격?

퍼억!

[크륵?!]

일격에 가슴이 박살 난 놈은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절명했다. 심장이 박살 나면 강대한 생명력을 가진 늑대인간이어도 한 방이다. 장군급부터는 심장도 재생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니지.

세 마리째를 그렇게 처리하자 천인들의 맹공을 힘을 합쳐서 힘겹게 막고 있던 회색 후드 중에서도 이변을 알아차린 자들이 나왔다.

“저, 저?! 막아! 죽여!”

[캬아아아앗!]

[케에에에엣!]

그중 한 놈의 외침에 남은 늑대인간들이 내게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절반 정도는 천인들의 공격에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전투력에는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

이런, 팔다리 한둘 정도는 작살을 냈어야지.

대다수의 공격이 회색 후드 놈들에게 막혀서 그런가?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늑대인간들이 지나치게 멀쩡한데?

뭐, 지금부터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하겠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던 놈을 뇌격?으로 가슴을 부수고, 그 뒤에 있던 놈은 회절回?로 뇌를 부쉈다. 그 반동으로 다시 회전해서 구풍?風으로 척추를 꺾고 내장을 짓이기고 바닥에 낮게 엎드렸다가 지룡??으로 다른 놈의 턱을 박살 내고 목을 꺾어버리고, 공중에서 앞으로 한 바퀴 회전한 공죽??으로 다른 놈의 정수리를 부쉈다.

열 마리 중 절반이 순식간에 박살이 나자, 제아무리 늑대인간이어도 주춤거렸다.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동족들을 박살 내서일까? 명령을 받았음에도 그 눈빛에 공포가 깃들었다.

물론, 그런다고 살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뇌창雪?으로 심장을 파괴하고, 승천??으로 머리를 뽑아버리고, 돌풍?風으로 얼굴을 뭉개버리고, 천둥을 연타로 먹여 뇌를 박살 내고, 용오름으로 마지막 남은 놈을 하늘 높이 날려 버렸다.

늑대인간 13마리. 44초 만에 살처분 완료.

“후우.”

이번에는 가동율이 최대 15%밖에 되지 않아 에너지 소모는 크지 않았다. 맨몸으로 싸웠어도 가뿐히 이겼겠지만, 지금은 전투를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니 말이지. 그렇게 늑대인간들을 전부 정리하자, 남은 것은 회색 후드 놈들 분이었다. 그런데 천인들의 맹렬한 공격을 막고 있던 놈들이 하나같이 멍청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문제는 놈들을 공격해야 하는 천인들도 멍하니 나를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후. 내가 아무리 관심종자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적과 아군 모두에게 관심을 받는 건 좀… 개 쩌는데?

이야~ 설마, 적과 아군 모두 싸움을 잊고 나에게 집중하다니. 내 전투가 어지간히도 굉장했나 보지?

하긴, 내가 생각해도 대단했어. 기술을 하나도 안 겹치고 하나씩 써서 전부 쳐 죽인 거잖아? 녹화했다면 장례식장에서 ‘생전 고인의 개쩌는 쌈박질을 보겠습니다.’라며 영상을 틀어도 됐을 거다.

뭐, 기분 좋은 건 좋은 거고, 멍청한 행동인 건 멍청한 행동이다. 한참 싸우는 와중에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바로 파고들어야지.

나처럼.

팟!

“컥!”

말없이놈들에게 달려든 내 수도에 목을 맞은 한 놈이 그대로 혼절한다. 곧바로 옆에 있던 놈의 목을 손날로 찔러서 소리도 못 내게 기절시킨 뒤에 다른 놈의 턱을 후려쳐서 뇌를 흔들어 기절시켰다.

순식간에 세 명을 제압하자 남은 놈들은 그제야 상황 파악을 했는지 이를 악물고 마법을 쓰려고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마법사는 전사의 밥이다.

시르처럼 무공도 상당한 수준이거나 아까 도망친 놈처럼 무영창으로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이상에야 무리지. 네놈들은 이제 뒈졌어. 씨발 놈들아!

분노를 담아 가장 먼저 마법을 사용하려는 놈의 면상부터 날려 버렸다. 신체단련을 한 적도 없는지 가볍게 날린 한 방에도 픽픽 쓰러졌다. 그렇게 회색 후드 9명의 제압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늑대인간을 처리한 시간까지 합치면 강습 후 2분도 되지 않아 습격자들을 모조리 정리한 것이다. 그 위업에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훗. 이 중 한 마리는 아리야의 공적이다. 급하게 던진 것치고는 아주 적절한 위치에 던져줬단 말이야.

…하지만 습격이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지금 작살 낸 놈들은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시선 끌기 및 전력분산만 해 줘도 충분만 용도인 놈들이다. 강력하 전력이지만, 진짜 전력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란 말이지!

무엇보다 공간 이동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능한 건지 모르는 이상 언제나 최악을 가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나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보고 있는 아리야에게 외쳤다.

“아리야아아앗! 천공탑 내부에도 적이 있을 수 있으니, 안에 좀 들어가 본다아아아아앗!”

“……아, 아앗! 자, 잠깐만요오오옷!!! 허락 받지 못한 자는 안으로 못 들어가요오오옷!!!”

내 외침에 아리야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당황하며 외쳤다. 그 말에 나는 여전히 나를 바라만 보고 있는 천인들을 보고 외쳤다.

“안에 적이 침투한 진짜 본전력이 있을 것 같은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드래곤 슬레이어 시그! 당신의 천공탑 입장을 허락하겠소!”

천인 중에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가 힘차게 외쳤다. 그 대답을 듣자마자 고개를 한 번 숙인 나는 곧바로 천공탑의 입구로 달려갔다. 천인들의 아래를 지나가자 그들이 나를 보면서 주먹으로 가슴을 세 번 두들겼다. …경례 같은 건가?

저 콧대 높다는 천인들에게 경례 같은걸 듣다니. 방금 전 광경이 어지간히도 인상적이었나 보네. 이건 나중에 꽤 큰 자산이 되겠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리야와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길 잘했다.

천인들의 경례를 받으며 천공탑 내부로 진입했다. 천공탑 안은 중세, 근세를 넘나들던 다른 곳들과는 달리 매우 현대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깔끔한 마감과 정교한 조합이 눈에 띈다.

겉으로 봐도 현대라면 관광지가 될 법한 외향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부는 무슨 고급 박물관 같군. 굉장히 정교한 조각상들이 좌우로 정렬되고, 천장에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거의 전부가 천인을 조각한 모습이었다.

여기가 이 도시 천인들의 주거지라는데, 무슨 종족 전체가 고급 호텔 같은 데서 살고 있냐.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더니만.

그런 감상을 품으면서도 발과 고개를 계속 움직였다. 도시 전체에 마력을 공급한다면 크기가 작을 리가 없으니, 지상보다는 지하에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마력은 전기와는 다르니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소리에 집중했다. 마력 생성기라지만, 무언가 에너지를 만드는 물건은 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자 2층에서 어떤 소음이 느껴졌다.

비명 소릭도.

타다다닷!

곧바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세 발자국 만에 계단을 전부 올라간 나는 곧바로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2층에는 철제문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그중에서 탑의 중앙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진원지에 도달하자, 거기에는 거대한 문을 지키고 있던 거로 보이는 천인 두 명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져 있었다. 호흡은 느껴지지 않았다. 숙인 고개로 보이는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었다.

…둘 다 가슴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일격. 일격에 가슴을 부수고 심장을 부쉈다. 침입자는 상당한 실력의 권법가였다.

시체를 뒤로하고 문으로 다가갔다. 미닫이 형식으로 양쪽으로 닫히는 문은 잠금장치였을 손잡이 부분이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이것도 일격. 무식한 녀석이군. 그래도 지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식한 방법이다. 나는 손잡이의 틈새를 손에 잡고 좌우로 벌렸다.

끼기기기기긱!!!

하나당 수백 킬로 그램은 나갈 철제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억제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의 풍경이 점차 보였다.

그곳은 근세 수준마저 완전히 벗어난, 현대의 서버실을 연상케 하는 장소였다. 수많은 기계 장치가 늘어서 있고, 두꺼운 선이 천장과 바닥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중앙에 나 못지 않은 장신의 남성이 서 있었다.

두꺼운 검은색 가죽조끼와 가죽 바지를 입고, 무수히 많은 은색 별 조각이 붙여진 벨트를 차고 있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사나운 인상의 남자였다.

주먹만 한 크기의 푸른색 구체를 손에 쥐고 있던 놈은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고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놈의 입이 먼저 열렸다.

“벌써 왔나? 밖의 놈들은 시간 벌기조차 되지 못했나 보군. 반가워. 드래곤 슬레이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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