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 천재가 가면-30화 (30/93)

〈 30화 〉 30화 님프 시르

* * *

세 번째 절정을 맞이한 시르의 몸은 금세 축 늘어졌다.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액체가 침대의 시트를 넘어서 바닥까지 적셨다. 조금 전의 절정에서 뿜어낸 체액이 침대를 넘어가 버린 것이다.

…설마, 이 정도로 성대하게 가버릴 줄은 몰랐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조금 전의 절정을 보고 심장이 제어가 안 될 정도로 거칠게 뛰고 있었다.

악마가 속삭였다.

밤새도록 이 광경을 보고 싶지 않냐고. 육체에 찾아온 쾌락과 정신적인 수치에 엉망이 된 연인의 얼굴을 좀 더 보고 싶지 않냐고. 물기 어린 눈에 담긴 자신의 얼굴을 봐라.

상냥하게 웃고 있지만, 그 안에는 참을 수 없는 가학심과 애욕이 숨겨져 있지 않은가. 연인은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의 성벽을 받아줄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연인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다. 그저 처음이라 당황하고 있을 뿐이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로 절정에 이르는 게 나쁠 리가 없지 않은가?

천사는 속삭이지 않았다.

애초에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지금 행위에 죄책감을 덜기 위한 뇌내쇼에 불과하다. 그래요. 난 씹새끼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시이그으으니이이임…….”

눈물을 흘리는 잔뜩 탁해진 눈으로, 근육이 잔뜩 풀어진 얼굴로, 뇌를 녹일 것 같은 쾌락과 약간의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애원하는 시르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냐!

그래. 전부 변명이다. 이제야 깨달은 나의 성벽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껏 풀고 싶은 비틀린 마음이 만들어낸 변명.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그 사랑하는 사람이 이걸 거부하지 않으니,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눈동자와 표정에 담긴 깊은 열망을 읽어내면 지금 행동을 그만둘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나는 시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조금 전에 했던 행위를 반복했다.

가슴 위의 우뚝 솟아오른 꽃봉오리와 계곡 위에 솟아오른 절벽을 어루만졌다.

“으흐흑!”

이번에는 한 번에 가버리는 일은 없었다. 한번 경험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절정에 이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까? 어느 쪽인지는 계속하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천천히, 시르의 감각이 내 손길을 차분하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게, 그녀의 민감한 두 부위를 조심스럽고 과감하게 자극했다.

딱딱하게 솟아오른 봉오리와 절벽이 경련하고 절벽 아래의 계곡에선 시냇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조금 전 같은 폭포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손가락을 적시기엔 충분했다.

집요하게. 그러면서도 천천히. 두 개의 돌기를 사랑으로 어루만졌다. 역시, 조금 전에 한번 절정에 도달했기 때문인지 시르는 힘겹게나마 교성을 참고 있었다. 그래도 몸은 솔직했다.

계속 경련하는 몸과 입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결은 그녀가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래도 꿋꿋하게 교성을 참는 시르를 보고 조금이지만 심술이 났다. 그래서 더 이상 어루만지는 것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자극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쉬고 있었던 마지막 돌기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왼손으로 왼쪽 가슴의 젖꼭지를 꼬집고 입으로 오른쪽 가슴의 젖꼭지를 빨면서 오른손으로 음핵을 꼬집었다.

“으응! 으으응! 하앗! 하아앗! 끄윽! 으아앙! 아앙! 아아아앗! 아아아흐아아아하아아아아아아앙!”

이제까지 어떻게든 교성을 참았던 시르는 2분도 버티지 못하고 비명 같은 교성을 터트렸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교성을 터트리면서 시르의 몸이 다시 한번 거세게 경련했다.

거창하게 뿜지는 않았지만 끈적거리는 투명한 액체가 홍수라도 난 것처럼 쏟아져서 가랑이 사이에 호수를 만들어버렸다.

나는 호수를 대해로 만들려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러니까, 절정에 이른 시르를 쉬지도 않고 계속 몰아붙였다.

“하응! 하아앙! 흐읏! 흑! 하악!”

왼손으로 왼쪽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입으로 집요하게 반대쪽 가슴을 핥았다. 오른손은 음핵에서 벗어나 그녀의 골반을 흩으면서 비너스의 언덕을 지나고 깊은 계곡 안쪽으로 침투했다.

이미 젖을 대로 젖은 균열은 너무나도 손쉽게 침입자를 허용했다. 이미 힘이 풀릴 대로 풀려서 늘어진 근육이 입구를 넓히고 그 안으로 내 두꺼운 손가락이 입성했다.

“흐읏!”

번개를 맞은 사람처럼 시르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표정으로 머리를 들어 올려서 자신의 몸속으로 침투한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물론, 각도 상 제대로 보일 리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드는 것도 힘겨워하는 시르의 머리를 왼손으로 받쳐 주면서 그녀의 뾰족한 귀에 속삭였다.

“시르의 안쪽은 좁구나.”

“하으응! 시, 시그 니이잉….”

취한 것처럼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시르.

아아. 그래. 취한 거나 다름없긴 하지. 성욕의 쾌락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한 나마저도 취한 것처럼 만들었다. 이 고양감과 흥분은 취기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나는 시르라는 이름의 미주에 취한 것이다.

그래서 주정뱅이답게 잔뜩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좁으면 앞으로 괴로울 테니까. 최대한 넓히자?”

“그… 그, 런….”

정신 나간 소리였지만 정신 나간 상태이니 지극히 당연한 소리다. 벌써 네 번이나 가버린 시르는 목소리에서 힘이 없었지만, 판단력까지 상실한 것 같지는 않았다. 망설임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눈빛을 보고 나는 그녀의 선택 장애를 치료해주기로 했다.

시르의 뾰족한 귀 끝을 살짝 물었다.

“하읏?!”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역시. 예상대로인가.

괜히 이제까지 이렇게나 눈에 띄는 부분을 가만히 둔 게 아니다. 평소에 머리카락으로 신경 써서 가리고 있었기에 종족적인 문제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지만, 육체적으로도 민감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치명적인 포인트를 처음부터 공략할 수는 없지. 공략에는 타이밍이 있는 법!

예상대로 시르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빨개진 얼굴로 나를 봤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시르는 님프지?”

“…그…… 예. 그…렇습니다.”

자신의 종족을 숨기고 싶어 하는 걸 느꼈었다. 하지만 이렇게 몸을 섞게 된 이상 그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시르도 내게 종족을 들키는 걸 상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숲의 요정 님프.

위로 살짝 뾰쪽한 귀와 아름다운 외모, 강력한 마력과 긴 수명을 가진, 보통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엘프와 가장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는 종족이다. 실제로 엘프, 알브와는 매우 가까운 종족으로 이 세 종족을 묶어서 ‘요정’이라고 불렀다.

님프와 엘프의 가장 큰 차이는 사냥꾼의 특성이다. 님프는 사냥꾼다운 모습이 조금도 없고 드루이드의 특성을 가진다.

뭐, 지금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 시르가 님프이든 엘프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거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녀의 귀가 아주 민감한 부위라는 점이지. 그래. 마치 에로망가에 나오는 엘프처럼!

“숨기고 싶어 하는 건 알아. 그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시르가 스스로 말하고 싶어지면, 그때 해주면 돼.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고. 나는 시르의 선택을 존중해.”

“……….”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을 잊어줘. 나만을 바라봐줘. 나만을 생각해줘. 내 사랑을 받아줘.”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귀 끝을 살짝 깨물었다.

“하읏!”

“사랑해. 시르.”

귀에서 입을 때고 시르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에 잠겼던 황금빛이 지금은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안에 담긴 의지와 감정을 보고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시르도 웃었다.

“저도 사랑합니다. 시그 님.”

조금 전까지의 힘없는 목소리가 아닌 강한 힘이 담긴 목소리.

사랑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래. 이 말을 듣고 싶었다.

섹스란 단순히 성욕만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런 목적으로 하는 걸 부정하거나 나쁘게 보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추구하는 방식이 육체의 쾌락만이 아닐 뿐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마음으로, 육체로 교류한다.

육체적인 쾌락만이 아닌 정신의 승화도 추구할 뿐.

그렇기에 사랑의 확인이 필요했다.

지금부터 시르의 성기를 엄청나게 괴롭힐 거니까.

내 분신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하니까.

성행위 중에 일방적으로 너무 해버려서 정나미가 떨어지는 일 따윈 절대로 싫다. 그걸 예방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신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그저 육체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랑도 확인하는 행위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니 나는 시르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에 담긴 애정을 받아들이면서 나 또한 애정을 돌려줬다.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읏! 응! 아앙!”

조금 전에 보였던 불안한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시르의 눈과 목소리에 남은 것은 이 이상 참을 수 없는 쾌락과 애정뿐! 육체의 절정을 네 번 겪고 사랑의 확답 받은 시르는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첫 경험이니까. 두려움이 있는 건 당연하다. 나도 두렵다. 연인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환멸 받을까 두렵다. 하지만 그것보다 두려운 건, 그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는 병신이 되어버리는 거다.

두렵다면 그것을 이겨내면 된다.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능력을 동원해서! 첫 경험을 완벽하게 치르는 거다! 나와 시르, 우리 모두를 위해서!

찌걱찌걱찌걱찌걱!

좁은 구멍을 파고 들은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투명한 액체가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뿜어진다. 단순히 질 안쪽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 음핵과 곳곳의 성감대를 동시에 자극하는 애무에 시르의 몸이 계속해서 경련했다.

“으응! 하얏! 하으앗! 크으으윽! 캬악! 큭! 카으아아앗! 히야아아아아앗!!!!”

비명 같은 교성을 터져 나왔지만, 이번엔 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내가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네 번의 절정을 이룩하면서 어느 선에서 조절을 해야 시르를 가지 않게 할 수 있는지 깨달은 덕분이다.

강도를 조절하면서, 시르에게 지속적인 쾌락을 준다. 눈에서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입에선 침까지 흐르고 있었지만, 시르의 눈과 얼굴엔 그 어떤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이제껏 보여줄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애욕의 얼굴을.

쾌락의 숨결을.

나는 시르에게 입을 맞췄다.

그녀의 혀가 격렬하게 얽혀온다. 이전처럼 소극적이고 어색한 움직임이 아니다. 탐욕적이고 음란한 움직임이다. 여전히 어색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전에 없었던 강렬한 의지가 상쇄한다. 시르는 지금 내 몸을 격렬하게 원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르가 솔직해졌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게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겪는 생소한 감각이 주던 쾌락을 받아들이고 내게 안겨 오기 시작했다. 시르의 작은 손이 내 몸 곳곳을 더듬는다. 옷을 벗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손을 움직였다.

나는 놀고 있는 손으로 그 행위를 도우면서도 혀와 손가락을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전해지는 숨결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약점을 알아낸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물결은 더욱 거세졌다.

내 옷을 어떻게 벗길 줄을 몰라 헛손질을 하던 시르의 손을 인도해 겉옷을 벗기고, 내의도 벗긴다. 지구에서부터 입고 있던 의복은 이 세계 사람들에겐 생소한 구성에 특이하게 보이는 문양을 품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벗기기도 어렵다.

나도 한 손으로 내 옷을 벗기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도 무술에 소양이 있는 시르의 손길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잔뜩 흥분한 상황에서도 내 손을 제대로 보조해 상의를 전부 벗기는 데에 성공했다.

촛불만도 못한 조명 아래에 내 육신이 드러난다. 시르에게는 처음 보이는 육체. 하지만 시르는 지금 내 몸을 보지 못한다. 그녀의 입을 내가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여주기 싫은 것도 있었다.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는 육체니까.

다른 사람이라면 보여주고 그들이 놀라는 반응을 즐겼지만, 시르가 그런 반응을 보여주는 건 싫었다. 연인을 믿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시르의 반응을 보고 싶지 않았다.

대신 시르의 손길은 막지 않았다. 그녀의 작고 새하얀 손이 내 상체를 더듬는다. 양손에 내 형체를 기억하려는 듯이 부드러우면서도 격정적으로 곳곳을 흩는다. 지나치게 딱딱한 내 몸에 손가락을 다치는 것을 염려해 최대한 힘을 빼면서 그녀의 몸을 살짝 껴안는다.

맨살과 맨살이 만나고 그녀의 체온이 온전하게 전해진다. 옷 너머로는 따스했던 체온이 이제는 태양을 품은 것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육체와 정신의 흥분으로 태양처럼 달아오른 그녀의 육체를 내 육체로 음미했다.

가슴과 가슴을 비비고 그녀의 배를 내 심장에 댄다. 내 심장의 고동이 그녀에게도 전해졌는지, 내 등을 핱는 손길이 더욱 빠르고 격정적으로 변했다. 그에 맞춰서 혀와 손가락도 기세를 올렸다. 혀와 혀가 얽히고 손가락은 이제껏 가볍게 건드리던 곳을 집중적으로 자극했다.

그곳은 대다수에겐 성감대가 아니다. 성감대로 만들 수는 있지만, 노력이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간혹 그곳을 성감대로 타고나는 사람들도 있다.

시르가 그랬다.

그 기관의 이름은 스킨선Skene's gland.

익숙한 이름으론 G스팟이라고 한다.

그곳을 나는 사정없이 자극했다. 지금까지 파악한 시르가 절정에 도달하기 위한 감도를 뛰어넘는 감도로.

꾸준히 이어오던 강도를 넘어선 쾌락이 그녀를 한순간에 한계에 도달시켰다.

“흐읍! 흐아야아아아아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그녀가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입을 떨어트렸다.

잘못하면 숨이 막힐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절정에 도달하는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쾌락이다. 단순히 강도가 강한 것 만이 아니다. 다른 성감대와 G스팟이 주는 쾌락은 성질이 다르다. 그리고 뿜어내는 분비물도.

퓨슈우웃!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세로 불투명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내가 몸을 누르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하늘 높이 솟아오른 허리 때문에 천장과 바닥을 더럽혔을 거다. 대신에 침대 시트는 완전히 젖어버렸지만… 괜찮겠지!

완전히 가버린 이후에도 시르의 경련은 멈추지 않았다. 내 몸을 꽉 껴안고 부들부들 떤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게 아닐 정도로 강하게 등을 움켜쥐는 손길에 나 또한 그녀의 몸을 꽉 껴안았다. 살과 살에서 전해지는 그녀의 절정에 막대한 충족감이 차올랐다. 그저 껴안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절정에 도달한 시르의 귀와 젖꼭지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그럴수록 시르의 경련은 더욱 거세지고 체액의 줄기도 강해졌다.

장장 1분에 달하는, 길면서도 짧은 절정이 끝난 뒤에 시르는 완전히 늘어졌다.

“하아…. 하아…. 하으으으으….”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손가락이 부러질 것처럼 나를 껴안던 손이 풀려서 침대에 늘어졌다. 움찔거리면서 조금씩이라도 귀여운 저항을 하던 다리도 완전히 늘어져서 가랑이 사이를 훤하게 드러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가슴과 배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시르의 가슴과 배를 그녀의 체액이 잔뜩 묻은 손으로 흩었다.

절정에 도달했을 때 시르의 얼굴은 그야말로 절품이었다.

망막에 새겨진 그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새하얀 미소를 짓던 그녀가 완전히 애욕에 빠진 얼굴로 쾌락의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황금엔 낮에 봤던 빛나는 이성이 사라지고 오로지 쾌락과 애정의 빛만이 가득 차 있었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그녀의 동공 속엔 분홍색 하트가 가득 차 있었다.

“시, 시그으니이임…….”

눈물과 콧물과 침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 된 얼굴과 힘이 없을지언정 그 안에 강렬한 감정을 담은 목소리에서 짙은 애정을 느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의 사랑으로 육체의 쾌락을 받아들인 시르는 조금 전의 절정으로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이제 시르는 내가 하는 행위에 아무런 부끄러움과 거리낌도 느끼지 못할 거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육체적인 쾌락과 정신적인 충족감뿐.

그래. 이제야 본방으로 들어갈 수 있겠어.

힘도 적당하게 빠졌고, 시르도 이제 거부감 없이 육욕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소의 육체적인 고통도 불쾌감보다는 쾌감으로 받아들이게 되겠지.

첫 경험은 소중하니까. 아프고 기분 나쁜 것보다는 기분 좋은 편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그건 나도 시르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기분이 좋아지기 위한 준비는 끝났다. 이제 계속 고통을 참으면서 혹사당한 나의 분신이 활약할 시간이다.

천천히, 조급하지 않고 바지를 벗었다. 상의와 비교하면 훨씬 벗기기 쉬운 구조. 두꺼운 벨트를 순서에 맞춰 분리하고 드러난 계기판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잠금장치를 해제한다.

그 뒤에는 평범하게 바지를 벗고 또 그 밑의 특수 타이즈도 벗는다. 그러자 폭발할 것처럼 팽창한 성기가 팬티를 찢을 것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나긴 절정의 여운에 잠겨있던 시르는 이 흉한 광경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거 너무 흥분했네. 지구제 팬티는 이거 하나뿐인데, 찢어지기라도 하면 앞으로 불편할 거다.

팬티까지 벗자 우람한 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도에서 쿠퍼액을 흘리고 있는 분신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팽창하고 있었다. 내가 자신의 감각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면 사정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

“…아.”

그때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시르가 내 분신을 보고 입을 멍하니 벌렸다. 후. 다행히 추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군. 하지만 동시에 다른 걱정이 들었다.

……이거 들어갈 수 있나?

성기 크기는 남자들의 자랑거리이자 근심거리다.

그리고 나에겐 자랑거리다. 동양인 기준으로 최대급이고 서양인 기준으로도 대물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선 여러모로 시기를 받던 몸이라, 제꼬삼 같은 말도 많이 들었었는데, 그때 은근슬쩍 격렬한 훈련 후의 사진 같은 걸 유출 시켜서 많은 남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 이걸 시르의 작은 구멍 안에 넣어야 한다는 거다.

…시르와 섹스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했던 걱정인데, 미리 걱정해봤자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어서 뒤로 미루다가 결국, 이 순간이 온 것이다.

격렬한 애무는 시르를 기쁘게 만들고 나도 즐기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것을 넣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힘이 최대한 빠지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안 아프게 넣을 수 있을까? 넣은 뒤에는 또 어쩌고? …솔직히 천천히 움직이는 거로 내가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격하게 움직이면 시르의 몸이 견디질 못해.

“…시그 님.”

그때였다.

내 성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시르가 이제껏 듣지 못했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생각지도 못했던 목소리라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봤다.

지금 분명… 시르는 애욕이 가득 담긴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유혹하듯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거를 증명하는 것처럼 시르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시르의 파격적인 행동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천천히 다리를 벌려서 반들거리는 자신의 성기를 자랑하듯이 내게 보였다. 그리고 양손으로 대음순을 벌리면서 그 안의 분홍색 속살과 처녀막이 보이는 작은 구멍을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 충격적인 자태에 나는 말을 잃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것과는 반대로 내 분신은 당장이라도 뿜어내고 싶은 듯이 부풀어 올랐다.

시르는… 내가 애욕에 빠지게 만든 그녀는 더없이 사랑스럽고 음탕한 표정으로 자신의 안쪽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마음 껏… 오셔도 됩니다.”

거부할 수 없는 말이었다.

분명 애원이 섞인 목소리였는데, 나는 마치 명령을 받은 사람처럼 시르에게 다가가 그 작은 손을 한 손에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양팔을 묶인 상태로 위로 들려져 드러난 새하얀 겨드랑이 사이의 얼굴엔 사랑스럽고 음란하고 음탕한 여자가 미소짓고 있었다.

조금 전의 말과 지금의 얼굴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 뿐이었다.

“괜찮겠어?”

걱정과 강렬한 열망이 가득찬 목소리에 시르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보기보다 튼튼하답니다♥”

그러면서 힘이 풀린 양다리로 내 허리를 감싼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디, 시그 님이 원하시는 대로… 마음껏… 저와… 하나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말이 끝나는 순간 나는 왼손으로 이젠 터질 것 같은 자지를 잡고 시르의 작은 구멍으로 거침없이 밀어 넣었다.

구멍을 착각하는 일 따윈 없었다.

그녀의 가련한 처녀막에 막히는 일 따위도 없었다.

이미 젖을 대로 젖어버린 질 안으로 내 양물이 거침없이 파고 들어갔다. 그 돌진은 단번에 끝까지 도달했다. 내 자지는 시르의 안쪽 보다 길었다.

“히으으으으으으으읏?!!!!!!!!!!!!!!!!!!!!!!!!!!”

탄성과 함께 시르의 작은 몸이 크게 요동쳤다. 나는 그 몸부림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듯이 그 작은 몸을 한 손으로 붙잡고 두꺼운 근육을 밀착시킨다. 새하얀 피부와 흑갈색 피부가 부딪치고 나는 기성을 터트리는 그녀의 입을 입으로 강제로 막았다.

그녀의 몸이 요동친다. 몸 안에 거대한 물건이 들어온 고통과 그것이 주는 또 다른 쾌감에 미친 듯이 요동쳤다. 내 오른손에 붙들린 가녀린 양팔이 미친 듯이 흔들리고 허리를 감싼 양다리가 더욱 강하게 조여왔다.

그것이 자신의 보지를 관통한 자지를 더욱 깊게 밀어 넣는 것을 모르는 듯이 더더욱 강하게 압박해왔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여유가 어디로 갔는지 시르의 두 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물이 흘러넘치고 황금색 눈동자가 고통과 쾌락에 미친 듯이 흔들린다. 콧물까지 질질 흘렀지만, 그것이 더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미친 듯이 선정적이고 아름다운 표정이다.

이미 한계까지 부풀어 올랐다고 생각한 자지가 더욱 커졌을 정도로.

아아. 단순히… 집어넣은 것만으로도 이런 반응이라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튼튼하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이 시르의 질은 찢어지거나 상처 입지 않았다.

처녀막이 파괴되어서 흘러내린 핏물이 느껴졌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의 다섯 번의 절정으로 약간의 고통은 쾌락으로 받아들이게 된 시르는 파괴의 고통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거로 보였다.

질 내부의 압력은 이미 터질 것 같았던 내 자지에 큰 압박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부드럽게 양물을 감싸 안는 주름과 더욱 깊게 느껴지는 시르의 체온과 떨림은 손으로는 느낄 수 없던 쾌락을 주었다.

이게… 여성의 몸 안. 시르의 몸 안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되는 감각.

아아… 만족스럽다. 지금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계에 와서 시르를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다. 뇌수를 파고드는 쾌락과 가슴을 가득 채우는 만족감에 사정감이 물 밀 듯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건 꼴사납다. 고작 삽입한 거로 사정을 하다니… 나는 그런 조루가 아니다. 감각을 조정해 사정감을 억제하고 고개를 숙여 시르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다.

조금은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하고 음탕한 연인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움직일게.”

대답은 듣지 못했다.

아니, 시르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나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시르의 대답은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해서 튀어나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찌걱! 찌걱! 찌걱!

퍽! 퍽! 퍽! 퍽!

철퍽! 철퍽! 철퍽!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선정적인 소음과 함께 시르의 입에서 교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몸 안 깊숙이 들어간 양물을 통해 그녀가 느끼고 있는 쾌락과 격동이 전해진다. 박을 때마다 내부의 압력이 강해지고 몸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하앗?! 흐윽! 헉! 크읏! 아아악! 꺄! 끄윽! 끼얏! 크으으으!”

시르는 어떻게든 교성을 참아보려고 이를 꽉 물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입술을 깨무는 모습은 나를 더욱 흥분시킬 뿐이었다.

그렇게나 천박한 신음을 내기 싫은 거야? 그렇다면 내가 막아줄게. 그 뜨거운 숨결을 내 안에 집어넣어.

나는 잡고 있던 시르의 팔을 풀면서 양손으로 시르의 몸을 안아 올렸다. 당연한 물리법칙으로 시르의 몸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지가 더욱 깊숙이 들어간다. 이미 한계까지 들어갔기에 실제 길이는 차이가 없었지만, 단번에 파고 들어간 내 양물은 가장 깊숙한 곳을 사정없이 찔렀다.

시르의 두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기성이 되어서 튀어나오려는 그녀의 감정을 나는 입으로 강제로 틀어막았다.

“……………!!!!!”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지를 수 없게 된 입안의 혀를 농락하면서 그 몸을 꽉 껴안는다. 그리고 하늘을 꿰뚫으려는 듯이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

오래전부터 홍수가 나던 보지에서 흐르는 액체가 사정없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럴수록 시르의 몸은 경련했고 양팔로 내 등을 사정없이 긁었다. 조금 전에 애무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격한 반응. 하지만 그녀의 작은 손톱에 상처를 입을 정도로 내 몸은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보이는 반응은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사실, 지금도 시르의 몸을 생각해서 강도를 조정하고 있었는데, 점점 나조차도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르의 몸과 반응은 나를 미치게 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으읍! 흐읍! 하읍! 크읍! 하으으으응!”

육체가 얽히는 소리. 물이 살에 튀기는 소리. 물방울이 사방으로 퍼지는 소리에 열락에 가득 찬 신음이 더해졌다.

자신의 육체와 뇌를 지배하는 쾌락에 완전히 빠져든 시르는 더 이상 교성을 지르지 않았다. 그저 미친 듯이 내 입술과 혀를 탐하며 몸을 관통하는 쾌락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완전히 풀린 황금색 눈 안에는 오로지 사랑만이 가득했다. 그것을 마주 보면서 나는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고통도 쾌락으로 받아들이게 된 시르는 그럴수록 더더욱 내게 안겨들어 왔다.

그 가녀린 팔고 내 등을 미친 듯이 움켜 지으면서 양다리로 허리를 부러트리려는 듯이 감쌌다. 그 행위에 더욱 흥분한 나는 페이스를 올리고 시르의 반응도 그에 따라서 격해졌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어느새 우리 사이엔 살과 살이 부딪치고 물이 튀기는 소리 밖에 안 남았다. 입과 입은 떨어질 줄 모르고 그 안에서 서로의 혀를 탐했고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속도가 붙은 허리는 다른 소리를 전부 묻어 버렸다.

시르의 몸은 아까 전부터 세차게 경련하고 있었다. 서로 맞댄 맨살을 통해 그녀가 벌써 네 번이나 추가로 절정을 맞이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전과 반응이 다른 것은, 그녀가 절정에 도달할 때마다 내가 온몸으로 그 경련을 받아들이면서도 허리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뿜어낼 조수도 없는지 시르는 절정에 도달하면 엄청난 경련을 일으키며 질의 압력을 급격하게 상승시킬 뿐이었다. 얼마나 압력이 강한지 이전까진 부드럽게만 느껴지던 내부가 손으로 꽉 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더욱 흥분시켜서 압력이 강해졌을 때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게 했다.

그럴수록 시르의 경련은 더욱 거세졌고, 소리도 지를 수 없게 막힌 입안의 혀가 미친 듯이 얽혀오고 양손과 양다리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그것에 또다시 흥분한 나는 시르를 더욱 강하게 껴안으면서 허리를 흔드는 것이었다.

멈추지 않는 쾌락의 연쇄. 그 미친 교환은 우리 두 사람의 정신을 하나로 묶었다. 나는 시르의 쾌락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시르도 이제는 막을 수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는 내 사정감을 느끼고는 어느새 스스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시르가 언제 가버릴 것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도. 그렇다면 참지 않으면 된다. 내 안에 차오른 이 쾌락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면 된다. 나를 사랑하는 연인의 몸 안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었다. 그녀의 작은 몸 안을 내 것으로 꽉 채우고 싶다.

그것을 시르도 알았다. 그래서 더더욱 내게 안겨들었다. 양팔과 양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시르는 스스로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었다. 그에 맞춰서 더더욱 속도를 높인 나는 어느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음을, 시르도 참을 수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정했다.

“……………!!!!!!!!!!!!!!”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쾌락이… 쾌락이 뇌를 관통한다.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쾌감에 몸이 경련한다. 계속 쌓여온 정액이 단번에 분출된다. 말도 안 되는 사정감과 함께 찾아온 오르가슴에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뇌리를 강타하는 쾌감에 저도 모르게 다리에서 힘이 풀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시르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시르의 자궁을 꿰뚫듯이 파고든 정액의 물결은 간신히 유지해 오던 시르의 정신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몸에서 완전히 힘이 사라지고 눈과 입이 형편없이 늘어졌다.

쉬이이이이이.

제어할 수 없게 된 요도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와 내 배와 시트를 적셨다. 나는 그것에 조금의 불쾌감도 느끼지 않고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 시르의 입술과 눈물을 천천히 핥았다.

기나긴, 영원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사정이 끝나고 뒤이어서 강한 탈력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밀려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한번 사정했음에도 조금도 기세가 줄지 않은 자지에 더욱 강한 힘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쯤에서 끝내야지.”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풀어진 시르의 두 눈을 사랑스럽게 보면서 중얼거렸다.

열 번이나 절정을 맞이한 시르와는 달리 고작 한번 밖에 가지 못했지만, 시르가 기절한 이상, 이 이상은 무리다. 그렇다고 기절한 시르를 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것은 연인 이전에 사람으로서 하면 안 되는 짓이다.

그리고 육체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정신은 만족했다.

성공적인 첫 경험.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할 수 있었다. 여전히 기세가 너무 좋은 자지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한번 사정한 덕분에 조금이나마 성욕이 줄어든 덕분이었다.

시르의 새하얀 몸을 음미하면서 자위라도 해볼까 했지만… 그녀의 몸에 정액을 뿌리는 건 허락을 받고 멀쩡한 정신일 때 해야 한다. 기절한 그녀의 몸을 내 백탁으로 물들이는 건 그것대로 흥분되는 일이었지만… 연인은 상호존중을 해야지.

…뭐, 그것도 있고, 기절하지 않은 시르가 내 정액에 뒤덮인 상태로 나를 보는 쪽이 더 흥분될 거라는 것도 있지. 그래. 나는 개변태새끼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금 힘이 빠져서 물렁해진 자지를 시르의 몸에서 빼냈다.

울컥. 울컥. 울컥.

그와 동시에 시르의 자궁과 질을 가득 채우고도 남은 정액이 넘쳐 흐른다. 대체 얼마나 많은 양을 토해낸 걸까? 마치, 망가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에 나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동안 조금 쌓여 있긴 했었지. 원래 그렇게 자주 자위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세계에 온 뒤에는 아예 하지 않았었으니까. 거기다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섹스? 한번 사정한 거로 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자제력이라 자화자찬해도 용납이 되는 수준이다.

울컥울컥 넘쳐나는 정액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어질 것 같아서 곧바로 뒷정리에 들어갔다. 벗은 옷을 잘 개어서 한 곳에 두고, 시르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린 뒤에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시트를 걷어냈다. 그리고 시르를 껴안고 다리를 이용해 더럽혀진 시트로 바닥을 닦은 뒤에 벽장에서 새로운 시트를 꺼내서 침대에 깔았다.

갖가지 체액이 시트만이 아니라 매트까지 더럽혔지만, 그거까진 예비용이 없었다. 결국, 새 시트를 두 개 까는 거로 찝찝함을 털어낸 뒤에 비치된 수건으로 시르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고 내 몸을 닦은 뒤에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기절했던 시르는 피곤함에 곧바로 수면으로 넘어갔는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이불을 덥혀준 나는 창문을 열었다.

이세계의 밤하늘엔 수많은 별이 빛을 내고 있었다. 달은 두 개가 아니었지만, 지구와는 달리 푸른 빛을 내는 달을 잠시 바라본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앞으로 내 목표를 확실하게 정했다.

그렇게 다시금 결심을 다진 나는 창문을 닫고 시르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한참을 시르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수마에 빠져들었다.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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