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18화 흑막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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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에 상대방이 울먹이는 경우가 처음인 건 아니다. 그게 여자인 것도 처음인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전부 내가 어느 정도 의도했던 반응이었다. 지금처럼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아니다.
당황스럽다! 그것도 일단 겉보기는 미인인 여성이 울먹이니 더더욱 당황스럽다!
씁. 어쩔 수 없지. 괜히 사과하는 것도 분위기가 이상해지니, 여기선 오히려 진지 빠는 편이 나을 거다. 설마, 이런 걸로 적대할 정도의 악감정을 가지진 않겠지. 그 정도로 속이 썩어버린 사람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래. 사람에게는 해도 되는 농담이 있고 하지 말아야 되는 농담이 있는 법이야.”
“…네. 죄송해요. 그렇게까지 화를 내실 줄은 몰랐어요.”
시무룩해져서 눈물을 닦으며 다시 사과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다. 이게 내가 의도한 눈물이라면 미안한 감정이 한 톨도 들지 않겠지만, 아니다 보니 제법 동요가 일어난다. 부동심. 부동심. 부동심!
“앞으로 민감한 주제로 농담을 할 때는 주의해. 어떤 부분이 상대를 빡치게 만드는지 모르잖아.”
“…그러네요. 우우. 선배들은 이 정도는 농담은 괜찮다고 했었는데.”
억울하다는 표정을 보니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다. 거, 선배라는 양반들이 죄다 부녀자 아녀? 동성애 관련 농담은 말 그대로 동성들끼리 서로 놀릴 때나 허용되는 거지 이성이 하면 분위기 싸해지기 딱 좋은 농담인데?
그때 기레기… 음. 조금 미안하니, 앞으론 이름으로 불러주자. 아리야가 망설이는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혹시 그쪽 관련으로 안 좋은 기억이라도?”
“그걸 묻는 시점에서 실례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그, 그저 조금 궁금해서!”
“…그렇게까지 죄스러워할 필요는 없고. 딱히 관련해서 나쁜 기억은 없어. 그저 그런 식의 농담을 혐오할 뿐이야. 어느 쪽이든 말이야.”
“……그렇군요. 아. 그러고 보니 시그 님은 예의범절에 엄격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내 눈치를 보고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자연스럽게 인터뷰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기자는 기자였다. 뭐, 이정도는 괜찮지.
“그런 고향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융통성이 없는 건 아니야. 방금 전에 네가 했던 농담은 우리 동네 꽉 막힌 어르신들이 들었다면 도끼가 정수리로 날아들었을 거야.”
“하, 하하하. …농담이시죠?”
“농담으로 들려?”
“…동방은 되도록 안 갈래요.”
과장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똑같은 짓거리를 안 당하려면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그리고 조선 시대였다면 도끼는 아니어도 곰방대나 벼루는 날아왔을 거다.
“그 얘기는 그쯤 해두고, 그래서 나한테 묻고 싶은 게 뭐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내 말에 녀석은 조금 전의 우울한 기색을 완전히 날려 보내고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그야, 시그 님의 무용담이죠! 모험가가 되고 단 이틀 만에 머쉬 드래곤을 잡은 동방인!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설레서 잠 못이루는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몰라. 관심도 없고.”
“이젠 아셔야죠! 왜냐면 제가 그 중 한 명이니까!”
“그래그래. 알았어알았어.”
“지금부터 인터뷰를 할 건데, 지금처럼 건성으로 대답하기 없기!”
“…너는 기세가 오르면 사람이 달라지는구나.”
상기된 얼굴로 거칠게 숨을 내뿜는 모습은 아무리 미인이어도 깬다. 더군다나 이건 연기가 아니라는 게 더 골치 아프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아리야는 내 무용담을 들을 생각에 들떠서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대체, 대체 어떻게 그 커다란 생물을 큰 상처 없이 잡으신 건가요? 듣기론 목에 작은 구멍 말고는 큰 상처도 없었다고 하는데! 머쉬 드래곤의 피부는 매우 단단하고 질겨서 검기를 쓰지 못하는 한 배기 어렵다고 하는데, 시그 님은 검기를 사용하실 수 있는 건가요! 하지만 검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하고! 주먹으로 잡았다기엔 별다른 외상도 없다고 하고! 정말 미스테리에요! 설마, 침투경으로 뇌를 파괴하신 건가요?! 시그 님은 그 정도의 고수?!”
“…야, 너 인터뷰 할 생각 없지.”
기자 혼자서 떠드는 인터뷰가 세상에 어딨냐! 이 자식! 생긴 거만 멀쩡하지 능력은 겁나 없잖아! 지구에서 수많은 기자들을 상대해봤는데도 이 녀석만큼의 폐급은 처음이다!
“아뇨! 그럴 리가요! 제가 이날을 얼마나 고대하고 있었는데요! 자아! 시그 님! 얘기해주세요! 시그 님의 무용담을!”
“……하아. 시발 존나게 후회되지만, 약속한 이상 어쩔 수 없지. 일단, 자리에 앉아라. 존나 처맞기 싫으면.”
“아앗! 시그 님! 또 나쁘고 저급한 말투를!”
“이 말투 듣기 싫으면 당장 꺼지든가. 나는 인터뷰 안 해도 상관 없거든?”
“넵. 조용히 듣겠습니다.”
드디어 입을 다문 놈은 대신이라는 듯이 부담스러운 눈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어휴. 어쩌다가 이런 거에 걸려서는. 이런 성격만 아니면… 외형만 따지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대신 조금 과장을 보태서 화려하게 설명하려던 전투를 담담하게 말하기로 했다. 지금도 이런 텐션인데 나까지 텐션을 올렸다간 이 근처에선 고개도 못 들고 다닐 것 같다. 본래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나조차도 부끄러운 감정이 들게 만들다니. 강적이다.
그 뒤론 내 입이 열릴 때마다 뭐가 그리 좋은지 감정이 복받쳐서 날뛰려는 녀석을 진정시키면서 그날 있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설명해주는 시간이 이어졌다.
되도록 축약해서 말하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이 날뛰려는 걸 막으려는데 반, 나도 그 영향을 받고 텐션이 올라서 쓸데없는 묘사를 넣는 바람에 지체된 시간이 반으로 2시간이나 걸려서야 이야기가 끝났다.
“오늘! 정말로! 감사했습니다아아아아!!!!”
“…오냐. 빨리 꺼져라.”
엎드려 절이라도 하려는 게 아닐까 싶은 기세로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한 녀석은 쏜살같이 하늘을 날아 사라졌다. 내 무용담을 당장이라도 기사로 쓰고 싶은 것이다. 정말 아닌 것 같아도 성격이 급한 녀석이다.
사람 고생시킨 대가로 점심이라도 사게 하려고 했는데.
“다시는 인터뷰 해주나 봐라.”
당분간은 하늘을 주의하면서 다녀야겠다. 이세계에 와서도 기레기에게 시달려야 한다니. 발전된 문명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후우. 뭐, 당분간은 귀찮게 굴지 않겠지. 어차피 조사단 파견 건에 신경 쓰지 못하게 하려고 한 거니까. 목적은 달성했다. 그럼 이제 점심 좀 먹고 길드로 가볼까.
조사단이라. 어떤 면면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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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뭐가요?”
이틀 만에 만난 길드 마스터. 유리 베르실이 다짜고짜 내뱉은 헛소리에 내 말도 곱지는 않았다. 내 냉담한 반응에 유리 베르실의 눈썹이 꿈틀 거렷다. 어쩌라고.
“…고작 나흘 전에 재앙급 몬스터가 출몰했지.”
“그랬죠. 지금 조사단도 그것 때문이잖아요?”
내가 치매에 걸린 노인네를 보는 시선을 보내자 그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지만, 다시 열린 입에선 그런 불편한 감정이 묻어나오지 않았다. 그래. 이 정도는 참아야 길드 마스터지.
“…그리고 사흘 전에 머쉬 드래곤이 출몰했다.”
“제가 잡았죠.”
“그래. 자네가 잡았지. 이 지역에선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출몰한 적 없는 북방의 몬스터가 마침 동면에서 깨어난 당일에 말이야.”
처음에 말을 꺼냈을 때부터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래요. 이상하겠죠. 재앙급 몬스터에 이 지역에선 볼 수 없는 몬스터가 이틀 연속으로 튀어나오고 그걸 동일인이 격퇴했다? 시발. 나라도 의심할 거다.
하지만 의심의 당위성은 당위성이고 그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별개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그런 것들이 연속으로 출현한 것과의 연관성을 의심받은 것을 ‘아, 그럼 어쩔 수 없지!’하고 넘어갈 정도로 나는 대협이 아니다. 소협이다. 소협 시그다.
“정말 재난이었죠. 설마, 그런 놈이 호수 밑바닥에 살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마을 사람들도 전혀 모르던 눈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거대한 생물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북방에서 여기까지 내려올 수 있답니까?”
“테카론테 산맥을 타고 내려왔다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머쉬 드래곤이 굳이 산맥을 타고 여기까지 내려올 이유가 없지. …누군가에게 유도당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그래서 그게 저라는 겁니까?”
능청을 그만두고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이 자리에 접수원은 동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세 싸움이 되어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유리 베르실은 지난번처럼 살기를 보내오는 대신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대를 의심한 적도 있었지.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렇게 대놓고 의심하는 티를 내고서요?”
“마지막으로 떠본 거지.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겠다.”
담담한 기색에선 미안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거, 말로만 의심하지 않는다는 거지 아직도 날 의심하고 있구만. 다만, 조금 전에 말한 재앙급 몬스터와 머쉬 드래곤을 몰고 온 범인으로 의심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오히려 초기에 느꼈던, 동방에서 온 수상쩍게 강한 이방인을 의심하는 기색이다. …뭐, 이 정도는 허용범위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존나 수상한 놈이긴 하잖아. 이걸 또 날 의심해? 끼에에에엑! 거리면서 달려드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직접적인 불이익이 있다면 지구에서 미친용이라고 불린 나의 화려한 전적이 이곳에서도 추가되었겠지만, 유리 베르실이 그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으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와 나는 이 정도 거리감이 딱 좋다.
앞으로 계속될 내 활약에 그녀가 보일 리액션이 아주아주 기대되는데!
“뭐,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진 않아요. 수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뭔지 짐작도 가고.”
“호오. 그럼 그 의문을 해결해줄 수 있겠는가?”
“해결이고 자시고 간에 제가 이제까지 말하고 보여준 게 전부예요. 그거 외에는 없죠.”
“흐음. 그런가.”
“무엇보다 의심하기 위해 의심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거든요.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죠.”
“……….”
지구의 음모론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이미 의심하기로 했기에 그 어떤 논리적인 근거와 명확한 증거를 내밀어도 그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자기만의 망상을 진실로 여겨 그가 믿는 음모를 현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기에 음모론에 깊이 빠진 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스스로가 그 음모론에 회의를 느끼고 마음이 돌아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오히려 외부에서 음모론의 논리를 부수려고 할수록 자신이 옳다고 굳게 믿는다.
그렇다고 유리 베르실이 그런 노답앰생병신 음모론자들과 같은 수준이라는 건 아니다. 그저 의심하려고 의심하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음을 얘기한 것뿐이다.
그래서 음모론자들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꽤 순화된 말을 했는데… 유리 베르실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이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내 말이 그렇게 충격적인가? 이해가 안 되네.
그녀가 충격에서 회복되어서 다시 입을 연 건은 1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
“…그래. 그렇군. 그런가. 그대의 말도… 일리가 있어. 그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의심스러운 것도 아니지. 자네의 말이 전부 사실이어도 이상할 건 없는 거야. 그런 일도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이니까. …허어.”
그런데 그렇게 내뱉는 말이 또 제정신처럼 보이진 않는다. …이거 괜찮은 건가? 갑자기 치매가 온 건 아니지? 그럼 곤란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유리 베르실의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의 탁한 기색이 완전히 사라지고 날카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녀는 깊게 고개를 숙여 내게 사과했다.
“이제까지의 무례를 사과하겠네. 미안하네. 시그 군.”
“…음. 오히려 그렇게 사과를 받으니 더 당황스럽네요. 뭐, 그래도 사과는 받겠습니다. 이제 고개를 들어주세요.”
“고맙군. 사과를 받아준 것도. 조금 전의 말도.”
고개를 든 유리 베르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흐음. 외모만 따지면 아리야보다 이쪽이 좀 더… 아니, 이게 무슨 주책맞은 생각이냐.
재빠르게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냈을 때 유리 베르실은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아니, 변명이나 맞네만. 그동안 신경이 날카로워질 일들이 조금 있었네.”
“그렇군요. 그 신경이 날카로워질 일들에 저도 한몫 보태고 있다고 생각하신 거죠?”
“그렇지. 자네가 그 새끼…… 아니, 그들과 한편이거나 최소한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지.”
아니, 욕 다하고 말을 바꿔봤자 의미 없지 않나? 내가 그런 시선으로 보자 유리 베르실은 열굴을 약한 붉히고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크흠. …그대는 혹시 ‘잊힌 신들의 추종자’라는 것들을 알고 있는가?”
“완전 처음 듣는 얘기네요. 이쪽 지역의 특산물인가요?”
이즈음에서 앞으로의 전개가 예상되었지만, 상세한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듣는 편이 좋겠지. 정확한 정보는 목숨을 구하는 법이다.
유리 베르실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후. 어떤 의미론 특산물이군 하군. 동방에는 이것들이 없을 테니까.”
“오. 진짜였어요? 아니, 뭘 그렇게 이름만 들어도 변변찮은 놈들을 키우고 있답니까.”
“변변찮은… 그런가. 그 이름을 듣고 그렇게 느끼는가. 하아. 이쪽도 키우고 싶어서 키우고 있는 건 아니네. 잘라낼 수 있으면 잘라내고 싶지. …아니, 이제까지 몇 번이나 잘라냈는데도 계속 자라나니 오히려 답이 없는 상황이야. 발본색원할 수 있으면 천금을 내서라도 하고 싶은 상황이지.”
자조하는 목소리. 거기까지만 들어도 그 잊힌 신들의 추종자라는 것들이 얼마나 질긴 놈들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절대로 일반적인 상식이 아닐 이놈들의 상세한 사항을 내게 말하는 목적도.
유리 베르실은 조금 전과는 달리 나를 보고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그대라면 지금 얘기를 듣고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짐작하겠지.”
“신성대전 패배자들의 후손들 아닌가요?”
“…역시, 잘 알고 있군.”
너무 쉬운 문제여서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대답한 건데 유리 베르실은 감탄한 얼굴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본산 이세계 전생물도 아니고. 별것도 아닌 거에 주인공 상 스게~ 거리는 느낌이라냐. 내가 부끄러워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그런데 그런 내 반응을 유리 베르실은 이상한 오해를 했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런 것들과 그대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 건 내 어리석음의 소치다. 그대에게는 모욕적이었겠지. 다시 한번 사과하겠네.”
“아니, 사과는 됐습니다. 그것보다 길드 마스터가 그런 것들의 얘기를 지금 꺼낸 이유나 듣고 싶군요. 대충 짐작은 갑니다만.”
“…이 흐름으로 짐작 못 하는 쪽이 이상한가. 그래. 처음부터 설명해주겠네. 아직 조사단이 출발하려면 시간도 많이 남아있으니 말이야.”
유리 베르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가 분노로 잔뜩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토론토라의 재앙이 근처에 나타난 것도… 머쉬 드래곤을 그 호수에 잠복시켰던 것도… 쿠르시카 도적단이 발호한 것도… 전부 그놈들이 뒤에서 주도한 일이네. 이 세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종양 같은 쓰레기 놈들이지.”
예상했던, 지극히 당연한 대답이다.
그 말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것은… 뽀삐를 만났을 때와 같은 고동.
내가 판타지 세계에 왔다는 실감.
그래. 그거다.
흑막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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