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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1화 느닷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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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뇌에 파고들었다.
“시발. 이건 또 뭐야?”
나도 모르게 천박한 욕설이 튀어나올 정도로 급작스러운 상황이었다.
푸른 하늘과 드넓은 초원, 본적 없는 갖가지 식물과 나무들이 즐비한 벌판. 공기는 내 고향보다 훨씬 좋았는데 수련하러 갔던 알프스가 떠오를 정도다.
문제는 내가 조금 전까지 실험실에 있었다는 거지.
“흐음….”
몸에는 딱히 이상은 없었다. 복장도 그대로고. 자고 있을 때 어딘가로 끌려온 것도 아니다. 체내시계도 실험실에 있었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세계 소환인가.”
안다. 시발. 존나 잘 알지. 내가 그쪽 소설을 얼마나 많이 읽어 봤는데? 쓴 돈만 따지면 300만 원은 될 거다. 종이책 포함하면 1,000만 원도 가뿐할걸? 쓰기도 존나 썼고.
그러니 지금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저 받아들이기 싫을 뿐.
“시발. 좆같네. 진짜. 뭔데?”
아니, 이세계 소환 같은 건 신이나 여신 같은 게 나와서 어쩌구저쩌구 설명해주는 게 국룰 아닌가? 그런 것도 없이 갑자기 덩그라니 몸뚱아리만 떨구는 건 대체 무슨 경우지?
야이, 싯팔.
…아니지. 아직 모른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소환당할 때 뭔가 특전이나 치트 같은 걸 받았을 수도 있어!
이럴 때 외칠 단어는 딱 하나뿐이지!
나는 온 힘을 다해 하늘을 향해 힘껏 소리를 질렀다.
“상태차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구(여기가 지구가 아니라고 확신 중)에서도 한적한 산이나 계곡에서 몇 번 외쳐 본 말이다.
상태창 같은 게 있으면 내 꿈을 이루기가 더 수월해질 테니까. 솔직히 존나 치트다. 시발. 이걸 가지고도 죽을 쓰는 주인공 새끼들은 이해가 안 돼.
문제는 그렇게 외치고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거다.
“야이, 싯팔.”
절로 한숨과 욕설이 나왔다.
하아. 시발. 누군지 몰라도 나 여기로 부른 새끼 대가리를 쪼개버린 다음에 맨틀 아래로 처박아 버릴 거야.
그렇다고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지만, 계속 이곳에 있어서 좋을 건 없다.
일단, 이세계인 건 확실하니 근처에 사람이 있는지부터 알아봐야겠지.
“음. 어디 보자. 오. 길이 있네?”
주변을 둘러보자 금세 사람이 만든 것이 확실해 보이는 길이 보였다.
아니, 저게 사람이 아니라 다른 종족이(이세계니까 여러 종족이 있는 건 약속이다) 만들었어도 길을 만들 정도의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밤이 되기 전에는 발견됐으면 좋겠는데…….”
중얼거리면서 길에 도착했다.
잘 정리된 흙길 여기저기에는 사람의 발자국과 말발굽 자국이 잔뜩 보였다. 다행히도 이 세계에도 사람과 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발자국의 흔적을 보고 어느 방향에 도시나 마을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처음에 들었던 불안감도 일단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많이 가셨다.
여전히 걱정이나 고민거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야이, 싯팔.
지금 그걸 생각해봤자 해결 방법이 없잖아!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재 상황을 최대한 즐기면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잖아?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돼
이세계라고 겁먹을 것 없다.
나는 지구에서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었던,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천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