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30. 남궁화
* * *
우리는 보지 인사를 하며 촬영 마무리를 했다.
휘이잉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고 보니 새벽이었지..'
으슬으슬 닭살이 돋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새벽 바람은 차가웠다.
“세연아. 얼른 입어”
유두와 보지가 보이는 수영복을 입은 송하나가 무표정으로 말을 했다.
동시에 주섬주섬 롱패딩을 걸치는 송하나.
나도 서둘러 옷을 입었다.
'축축해....'
다시 입은 팬티와 스타킹은 상당히 젖어 있었다.
'흙먼지도 잔뜩 묻어 있고...'
다시 집에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도 해야겠다'
온 몸이 땀과 애액으로 젖어 찝찝함을 느꼈다.
그 때, 교문 안쪽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둘러, 경비원”
“헉..응!”
나는 가까오져 오는 불빛에 기겁하며 허겁지겁 마저 옷을 입고 송하나와 함께 언덕을 내려갔다.
***
철컹.
“으잉..? 거기 누구....학생..?”
벌써 학생이 오는 가 싶어서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더니 아무도 없었다.
“분명 누가 있었는디...”
학생이면 말을 하지.. 아니면 잘못 본건가? 발소리도 들린 것 같은디.. 이유 모를 현상에 경비원은 살짝 갸우뚱했다.
머쓱한 나머지 괜히 손전등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으잉?”
그러자 보이는 젖어 있는 땅.
“오늘..이 비가 왔당가..?”
그리고 젖어 있는 땅 위에 검푸른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누가 쓰레기를 버렸나 또”
투덜대며 천조각 세 개를 회수한 경비원은 괜히 언덕 쪽을 흘겨보며 경비원실로 들어갔다.
***
우리는 가쁜 숨을 내쉬며 언덕을 내려 왔다.
“역시, 세화고 언덕.. 너무 가파라”
“응. 좀 힘든 편”
우리는 살짝 상기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언덕을 내려와서 그런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아마도 후자였다.
바람 소리와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 들려오는 때 송하나가 말을 건냈다.
“세연. 교복은?”
송하나의 말에 고개를 내려 교복을 살펴보았다.
대충 봐도 더러운 느낌이 났다.
스타킹은 몇 군데가 찢겨 있었고 교복 군데군데 흙먼지가 잔뜩이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나야, 난 집에 가서 갈아입고 씻어야 할 것 같아”
“여분 있구나. 다행이야”
그런 후 다시 이어지는 정적..
“그..그런데 하나는 수영복 여분 있어? 찢은 것 같은데 괜찮은 거야?”
그러자 슝하고 가위를 꺼내는 송하나.
삭둑삭둑 하며 가위질을 하고 있다.
“응. 여러 벌”
그런 후 게슴츠레 나를 본다.
“원하면. 해줄게”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손사레를 쳤다.
“아..아니야! 응! 괜찮아! 그래도 생각해줘서 고마워”
나의 손사레를 보던 송하나는 이윽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워.”
“으..응.. 아쉽다...”
“다음에는...!”
이윽고 눈을 빛내는 송하나.
송하나의 이미지 답지 않게 초롱초롱해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어땠어?”
“응?”
“오늘.”
아마 오늘 촬영한 소감을 말해보라는 거겠지.
송하나의 눈빛을 보니 얼버무려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좀 그랬어...”
그러자 한눈에 봐도 암울한 표정으로 변하는 송하나.
“아, 아니! 처음! 처음에만 그랬어. 응, 처음에만!”
다시 표정이 밝아져 온다.
나는 이제 송하나의 성격을 알 것만 같다.
“그런데, 오늘 나와서 하나랑 교문 앞에서 오빠들 앞에서 라이브로 노출하니깐 너무 흥분되고 좋았어. 그리고..”
“그리고?”
나는 한 박자 쉬고 말했다.
“진정한 내가 어떤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어. 뭔가.. 자유롭고, 흥분되고 ... 응! 뭔가 용기도 얻은 것 같아!”
“응. 고마워..”
그러자 살짝 홍조를 지으며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표정.
저런 표정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절친.”
“응.. 그런데 그건 좀 걱정이다”
“어떤 거?”
“그.. 오늘 라이브로 방송했잖아.. 우리 신상 다 나갈테니깐.. 아! 그 하나 탓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한거긴 한데.. 응! 조금 걱정되서.. 오빠들 기분좋게 한건 좋은데...”
나는 자칫 송하나가 걱정할까 두려워 뭔가 횡설수설 말을 했다.
그러자 사붓 웃는 송하나.
“후후. 약간 오해.”
“오해?”
“응. 라이브 인 것 같았어?”
“에...? 라이브가 아니었어?”
나는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에서 삑사리가 나버렸다.
살짝 부끄러웠다.
“세연이. 대단.”
“우으,, 나..난 라이브인 줄 알고....”
“짹짹이에 올리는데. 편집할거야.”
“그.. 그렇구나... 편집...편집... 헤헤... 편집이였구나.....”
뭔가 바보같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응. 지금까지 다 편집. 근데 부러워”
“응..? 뭐가 부러워?”
“세연이는 라이브인 줄 알고. 노출 자위한 거 잖아”
“그...그렇지.. 노출 자위..했지”
“더 기분 좋았겠지”
살짝 말이 빨라진 송하나.
그런 송하나의 반응에 살짝 당황해버렸다.
“에... 응.. 그렇게 까지.. 응.. 거기에 신경을 썼구나”
“응. 조금 분해”
“하하...”
“그러니깐. 나중에 같이 라이브.”
“...!”
“진짜 라이브 같이.”
“나..나중에? 라이브? 진짜로?”
살짝 식은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진짜 라이브. 기대해. 연락할게”
살짝 흥분한 것 같아 보였다.
“하하....”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다.
라이브까지 하면 나는 진짜 변태가 되려나...
아니 어제 시점부터 진짜 였으려나...
괜히 속에서 한숨이 나왔다.
“그럼 갈게.”
“응.. 잘가 이따 보자”
작별 인사를 건내고 뒤돌아섰다.
그때,
“잠깐.”
팔을 잡아 당기는 송하나.
동시에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쪽.
키스를 했다.
나는 뭔가 멍해져서 어버버했다.
“사실 아쉬웠어”
당황한 나머지 입에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시간. 짧았어”
송하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그래도 이걸로. 만족”
떠났다.
나는 멍하니 송하나가 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도도도 가볍게 달아나는 송하나.
한없이 가벼워보였다.
'같은 반 여자애한테.. 동성한테 ...'
키스를 당해버렸다.
아직 송하나의 입술 감촉이 느껴졌다.
통통하면서도 젖어 있던 송하나의 입술.
오쓰리나 마사지사의 입술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물론 그때는 한없이 하드한 키스였긴 했지만..
여자와의 입맞춤은 뭔가 더 달달한 기분이 들었다.
내 몸도 살짝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어..얼른 가자”
나는 살짝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멍하니 걷고 있자,
“세연?”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후후. 왜 그리 놀라니?”
남궁연화 선배님이었다.
그 옆에는 남궁연화 선배님과 얼굴이 엇비슷한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뭔가 남궁연화 선배님에서 살짝 키가 작아지고 좀 더 흐물흐물해 진 모습이었다.
졸린지 살짝 하품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등에는 남궁연화 선배님과 같은 죽도가 매달려 있는 듯했다.
똑같이 검은색 천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니 확실했다.
“오늘 벌써 2번이나 만나네. 무슨 운명도 아니고.. 그런데 세연아 옷은 왜 그렇지?”
살짝 심각해지는 표정의 남궁화.
“아, 이건 그..그렇죠! 그래요, 또 혼자 넘어졌어요..! 헤헤.. 선배님이랑 헤어지고 또 넘어져버렸어요”
“흠....”
“지..진짜에요! 제가 너무 덜렁대나 봐요. 신경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군데군데 나를 살피는 남궁연화의 눈빛이 따가웠다.
“넘어진 거 치고는.. 조금.. 좀 성대하게 넘어졌나 보구나”
“네...”
나는 살짝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음, 그건 그렇고 여기 옆엔 내 여동생이다”
살짝 옆을 비킨 곳엔 남궁연화의 여동생이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응, 안녕. 반가워 난 남궁화야. 1학년이구나?”
남궁연화와 엇비슷한 외모지만 살짝 다른 외모.
좀 더 화려하고 여성스럽다고 한다면 이쪽이었다.
포니테일을 묶는 끈 위에 빨간색 나비 모양의 장식물이 있었다.
“네..넵 저는 세화고 1학년 진세연이라고 합니다! 선배님.. 맞으시죠..?”
분명 2학년은 붉은색 교복이었지
“응. 근데 미안 .. 내가 아침에 좀 약해서...”
그런 후 살짝 뒤돌아 하품을 하는 남궁화.
하품과 동시에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힌다.
“근데 어디 가는 중이니?”
옆에서 잠자코 있던 남궁연화가 말을 건냈다.
“집에 다시 갔다 오게요!”
“응? 학교에 가던 중 아니었니? 아.. 교복 때문이구나”
“아.. 넵 헤헤.. 맞아요. 갈아입고 돌아가려구요”
순간 미안한 표정을 가지며 남궁연화가 말했다.
“미안하구나, 나중에 꼭 합당한 보상을 주겠다”
“아, 아니에요 선배님.. 선배님 탓이 아니에요”
나는 황급히 손사레를 쳤다.
“그, 그건 그렇고 선배님들도 어서 학교에 가셔야죠!”
“응.. 우리가 그렇게 싫니?”
옆에서 보고 있다 노곤한 표정으로 말을 건내는 남궁화.
나는 또 다시 당황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아아와..! 절대! 절대! 아니에요.. 저는 단지..”
풉!
허둥지둥 대던 나를 보던 남궁화가 작게 웃었다.
“귀엽네”
그러자 옆에서 작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 화야.”
“응, 언니”
작게 키득대던 남궁화가 다시 나를 보았다.
“장난이고, 얼른 옷 갈아입고 학교 가. 나중에 보자~”
“넵, 선배님!”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그들에게 배꼽 인사를 했다.
***
“언니, 저거 넘어진 거 아냐”
무표정으로 변한 남궁화가 남궁연화에게 말을 건냈다.
“물론 알고 있다.”
“학교 폭력? 도대체 뭘까..”
“뭔가 비밀로 하는 듯 했다. 천천히 알아보지”
“응. 언니한테는 빚도 있으니”
키득대는 남궁화.
동시에 작게 헛기침하는 남궁연화.
“흠흠. 그것또한 알고 있다. 맡겨라”
“네~네~ 믿어요 전 학생회장님~”
살짝 눈웃음을 짓던 남궁화는 남궁연화와 더불어 학교로 향했다.
* * *